명심보감

7. 명심보감 존심편(存心篇)

耽古樓主 2023. 1. 19. 22:53

7. 명심보감 존심편(存心篇)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려있다. 양심을 지키는 것이 나를 지키는 것이다.

‘存心’은 본래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맹자는 “그 마음을 보존하여 그 본성을 기르는 것은 하늘을 섬기는 것이다. 存其心 養其性 所以事天也”(《孟子》〈盡心章句 上〉)라고 하여, 본래적, 자연적 善한 마음을 잃지 말 것[放心]을 우리에게 요청하였는데, 이 같은 논조가 이 글에 흐른다.

<1>

景行錄云
坐密室如通衢,
馭寸心如六馬,
可免過.
<경행록>에 일렀다.
밀실에 앉았어도 마치 네거리에 앉은 듯이 하고
작은 마음 제어하기를 마치 여섯 필의 말을 부리듯 하면
가히 허물을 면할 수 있느니라.

▶衢: 거리 구.
▶馭: 말부릴 어.
▶寸: 마디 촌. 길이의 단위로도 쓰인다.
▶可免~; ~을 면할 수 있다.
[참고]
[書經]권3 五子之歌
予臨兆民,懍乎若朽索之馭六馬。
모든 백성을 대함에 있어서 두려워하기를 썩은 고삐로 여섯 필의 말을 몰 듯 하라

<2>

擊壤詩云
富貴如將智力求,
仲尼年少合封侯.
世人不解靑天意,
空使身心半夜愁 .
<격양시>에 일렀다.
“부귀를 지혜와 힘으로 구할 수 있다면
중니도 젊은 나이에 마땅히 제후에 봉해졌을 터이다.
세상 사람들은 푸른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하고
헛되이 身心이 한 밤중에 근심하게 하느니라.”

▶擊壤詩: 송나라 康節 邵雍의 시이다. 그의 저서 《伊川擊壤集》〈20권〉에 들어 있는데, 그 스스로 농사를 지으면서 이런 시를 지었다고 한다.
※邵康節: 중국 宋代의 儒學者. 이름은 雍, 자는 堯夫. 강절은 그의 시호이다.
▶仲尼: 공자의 字
▶如: ①만약 ~한다면(=若) ②~와 같다(=若)의 뜻이 있다. 위에서는 ①의 뜻이다.
▶富貴: 求의 목적어이다.
▶仲尼: 孔子의 字이다.
▶將: 여기서 “장차 장”의 뜻이 아니라, “가질 장”의 뜻이다. 즉, “~을 가지고서”의 뜻으로 以자와 비슷한 용법으로 흔히 쓰인다.
▶年: “나이”란 뜻. 年長者(연장자), 年老(연로).
▶少: ①(나이가) 어릴 소. ②(少+명사구) 적을 소. ③(부사) 조금 소. 여기서는 ①의 뜻이다.
위 시에서 공자와 같은 성인이라면 나이가 어려서 진즉에 일찍이 제후를 봉합하여 천자가 되었을 터인데도 천하를 다스리지 못한 것은 바로 하늘의 뜻이란 것이다.
▶解: “~을 깨닫다. ~을 이해하다”의 뜻. 理解, 解釋.
▶空: 부사로 “헛되이, 부질없이. 공연히”의 뜻.
▶使+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半夜: “한밤중”이란 뜻의 한 단어이다.

<3>

范忠宣公戒子弟曰
범충선공이 자제에게 경계하여 말하였다.

雖至愚 責人則明
雖有聰明 恕己則昏.
자신은 비록 지극히 어리석을지라도 남을 책하는 데는 밝고,
비록 총명이 있다 해도 자기를 용서하는 데는 어둡다.

爾曹但當以
責人之心 責己
恕己之心 恕人
則不患不到聖賢地位也.
너희들은 다만
남을 책하는 마음으로써 자기를 책하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써 남을 용서한다면,
성현의 경지에 이르지 못함을 근심하지 않을 터이다.

▶范忠宣公: 宋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純仁, 자는 堯夫, 충선은 그의 시호이다. 벼슬은 中書侍郞에 이르렀는데, 剛直하여 불의에 조금도 굽히지 않았고, 王安石의 新法의 不便을 거리낌없이 상소하여 그의 미움을 샀다.
▶爾曹: 여기서 爾는 ‘너’의 뜻 외에 ‘가깝다[邇]’, ‘~일 뿐이다’의 의미가 있고, 曹는 복수접미사이다.
▶不患- 염려하지 않는다.
▶“술어+사람+曰”의 구문은 자주 쓰이는 문구이다.
▶至는 술어로는 “~에 이르다”의 뜻이지만, 이와 같이 한정어로 쓰일 때는 (至가 명사나 서술어 앞에 쓰일 때는) “매우, 지극히”의 뜻이다. (서술어를 한정하는 경우, 至尊, 至高至順). (명사를 한정하는 경우, 至誠, 至論.)
▶昏은 어두울 혼.
▶曹는 무리 조. 法曹界. 吏曹, 兵曹.
▶患은 뒤로 절을 받아(不到~位也까지) ~을 걱정하다, “be worried that~”의 의미이다.
▶責: 꾸짖을 책. 조를 책, 구할 책.
責은 꾸짖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길을 가도록 요구하고 조른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옥편에 보면, “꾸짖을 책”외에 “조를 책, 구할(求) 책”이란 뜻도 있다. 여기서 조르고 구한다는 것은 바로 이를 가리키는 뜻풀이이다.
孟子에 보면 “責善,朋友之道也”(善을 서로 권장하고 조르는 것은 친구간의 도리이다)이란 글귀가 아마도 이 責이란 뜻의 모태가 된 것 같다.
여기서 責善이란 善한 길로 가도록 서로 구하고 조른다는 뜻이다. 위의 문장에서도 단순히 꾸짖는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를 더 확장시킬 수 있도록 責을 그 音 그대로 옮겨 보았다. 責望, 責善, 自責, 責任.
▶以責人之心責己, 恕己之心恕人에서 뒷구절에 以를 붙이지 않은 것은 이미 앞 문장에서 以를 썼고, 또한 두 문장이 댓구를 이루기 때문에 以를 뒤에 붙이지 않은 것으로 이와 같이 똑같은 글자가 반복되면 흔히 생략된다.
▶到: 이를 도. “~에 이르다, ~에 도착하다”는 뜻. 到着, 到達.
[출전]
1) 《宋名臣言行錄》 後集 范純仁條이다
《小學》 〈嘉言 第五 七十一章〉에도 소개되어 있다.
2) “責人之心責己 恕己之心恕人이면 ....”은 《中庸》〈十三章〉 注에 朱子가 張載의 글을 인용하고 있는 곳에 “張子所謂以愛己之心愛人則盡仁 .... 以責人之心責己則盡道”로 보이고, 《增廣賢文》에도 보인다.

<4>

子曰
聰明思睿 守之以愚
功被天下 守之以讓
勇力振世 守之以怯
富有四海 守之以謙.
공자가 말하였다.
총명하고 생각이 밝더라도 어리석음으로 지키고,
공이 천하를 덮을 만하더라도 겸양으로 지키고,
용맹이 세상에 떨칠지라도 겁냄으로써 지키고,
부유하기가 온 세상을 차지할 정도라도 겸손으로써 지킨다.

▶睿: 叡와 同字이다. “밝을 예.” 슬기롭다는 뜻이다. 叡智.
▶被는 ①입을 피. ②덮을 피.
▶怯은 겁낼 겁. 卑怯
▶여기서 之는 대명사라기 보다는, 즉 그 指示性이 거의 희박하고 단순히 문장의 균형감과 안정감을 주어 어세를 고르기 위해 써준 글자이다. 그렇다고 하여 반드시 之를 “이것을, 그것을”이라고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말의 어감에 맞게 때에 따라서는 목적어를 덧붙여 줄 수도 있는 것이다.
▶思睿- 생각함이 뛰어남.
▶振世- 세상을 진동하는 것
[출전]
《孔子家語》 卷第二 〈三恕〉에
“子路進曰 敢問持滿有道乎 : 자로가 나아가 말하기를, ‘만족을 견지하는 데 방법이 있습니까?’라고 하자”라는 글에 이어지는 공자의 대답이다.

<5>

素書云
薄施厚望者 不報,
貴而忘賤子 不久.
<소서>에 일렀다.
박하게 베풀고 후한 것을 바라는 자에게는 보답이 없고,
몸이 귀하게 되고 나서 천하던 때를 잊는 자는 오래 계속하지 못하느니라.

[출전]
이 글은 《素書》〈遵義章 第五〉에 보인다.
▶素書- 秦나라 말기의 兵家 인 黃石公이 張良에게 전해 준 兵書.
▶忘賤- 천했던 때를 잊는 것
▶薄은 엷을 박.
▶厚는 두터울 후.
▶久는 오랠 구. 長久, 永久.
▶素書: 秦나라 黃石公이 지은 1권으로 된 兵家書이다. 原始章, 正道章, 求人之志章, 本德宗道章, 遵義章, 安禮章 등 6장으로 되어 있다.
▶黃石公과 三略
黄石公은 진나라 말기에 살았던 인물이며, 《三略》은 중국의 병법서이다. 무경칠서 중의 하나로 《黄石公記》, 《黄石公三略》이라고 칭해진다.
上略, 中略, 下略의 3개의 편목으로 구성되어 그 때문에 삼략이라고 한다. 강태공이 지었다고 하고, 황석공이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은나라와 주나라 시대의 전투양상은 전차전인데 책 본문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기마전의 언급과 그 시대에 사용되지 않는 장군이라는 말도 사용되었기 때문에, 후대의 인물이 태공망, 황석공이라는 이름으로 쓴 위서라는 의심도 받는다.
​▶黃石公과 張良
張良(? ~ 기원전 189년)은 중국 한나라의 정치가이자, 건국 공신이다. 자는 子房. 시호는 文成이다
《사기》에 실린 관련 일화는 아래와 같다.
어느 날 장량이 다리를 건너는데 남루한 차림의 노인이 자신의 신발을 다리 밑으로 던지고는 장량더러 가서 주워오라고 했다. 장량은 화를 참고 가서 주워다 공손하게 바쳤지만, 노인은 다시 자신의 발을 내밀며 신겨달라고 했다. 장량은 이 노인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눈치채고 공손히 무릎을 꿇고 노인에게 신발을 신겼는데, 노인은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노인은 다시 돌아와 장량에게 가르쳐줄 것이 있으니 닷새 뒤 아침에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닷새 뒤 아침에 장량은 약속 장소로 갔지만, 이미 노인은 그곳에 와있었고 어른과 약속해놓고 그것을 어겼다며 장량에게 핀잔을 주고는 닷새 뒤에 다시 오라고 하고 가버렸다. 닷새가 지나서 장량은 다시 해가 뜨기 전에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려 했지만, 이번에도 노인은 장량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면서 다시 닷새 뒤에 오라고 말하고는 가버렸다. 장량은 다시, 이번에는 아예 밤부터 약속 장소에 나가 노인을 기다렸고, 잠시 후에 나타난 노인은 장량을 칭찬하며 그에게 태공망(太公望)의 병법서를 전해주며 "13년 뒤에 산기슭에서 네가 마주치게 될 노란 돌이 바로 나다"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훗날 장량은 이 예언대로 자신이 산에서 발견한 노란 돌을 가지고 돌아와 이를 가보로 전했으며, 사후 장량의 무덤에도 함께 부장되었다고 한다.
이 황석공 이야기는 물론 전설이지만, 장량이 누군가 스승을 두고 병법을 배웠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때 황석공이 장량에게 주었다는, 소위 태공망의 병법서라는 것이 현존하는 《육도》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육도》는 위·진 시대에 성립된 것으로 여겨지므로 적어도 장량이 읽은 것은 현존하는 《육도》는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6>

施恩勿求報,
與人勿追悔.
은혜를 베풀거든 그 보답을 구하지 말고,
남에게 주었거든 후에 뉘우치지 말지니라.

▶與: 술어로 ‘주다.’ 給與, 與信.
▶悔: 뉘우치다. 後悔.

<7>

孫思邈曰
膽欲大而心欲小,
知欲圓而行欲方.
손사막이 말하였다.
담력은 크게 가지도록 하되 마음가짐은 섬세해야 하고,
지혜는 원만하게 하되 행동은 방정해야 하느니라.

▶孫思邈(581~682)) : 중국 唐代의 의학자이다. 諸子百家의 학설에 정통했고, 陰陽·推步·醫藥에도 통했다고 한다. 隋文帝와 당나라 太宗이 벼슬을 주어 불렀으나 응하지 않았고, 100살에 죽었다.
〈千金要方〉·〈千金翼方〉 각 30권을 저술하여 각종 질병 수백 종에 대하여 논술하고, 질병의 예방·치료에 관한 처방을 거의 1만여 帖이나 수집하여 중국 최초의 임상백과전서를 만들었다.
▶膽: 쓸개. 여기서는 과단성, 의지 등을 비유한 말이다. 따라서 위의 첫 구절은 뜻은 크게 갖고자 하나, 마음은 작게 하여 항상 삼가고 경계한다는 뜻이다.
▶圓: 둥글 원.
▶方: 술어로 “네모반듯하다. 方正하다”의 뜻이다. 품행이 方正하다. 方席.
▶위의 두번째 구절은 지혜는 둥글게 하여 막힘이 없게 하고자 하나, 행동은 네모처럼 반듯하게 하고자 한다는 뜻이다.
[출전]
1) 《唐書》 〈隱逸列傳〉에 보이고, 《小學》 〈嘉言 第五 五十七章〉에도 소개되어 있다.

<8>

念念要如臨戰日,
心心常似過橋時.
생각하는 것은 항상 싸움터에 나아갔을 때와 같이 하고
마음은 언제나 다리를 건널 때와 같이 조심해야 하느니라.

▶명사를 중첩해서 쓰면, “모든~, ~마다”의 뜻이다. 즉, 念念은 “모든 생각에, 생각마다”의 뜻이다. 代代孫孫.
▶臨: 임할 림. 降臨, 臨終.
▶似: 같을 사. 如와 쓰임새가 같다.
▶過: 명사로는 허물, 지나침, 과오의 뜻이고, 여기서처럼 술어로는 “~을 지나다”의 뜻이다. 술어로는 ①(장소)~를 지나다. ②지나치다. 과도하다. ③과오를 저지르다. 실수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橋: 다리 교. 橋梁, 漢江橋.
▶要: ‘~하는 것이 요구된다’ 또는 ‘~해야 한다’의 조동사이다.
▶如: ‘似’와 마찬가지로, ‘~처럼 하다’는 의미의 전치사성 동사로 쓰였다.
[출전]
增廣賢文에 유사 구문이 실려있다.
得寵思辱 居安思危。
남이 나를 높이 알아 줄 때는 욕됨을 생각하고,
편안하게 있을 때는 위태로울 때를 생각하라.
念念有如臨敵日, 心心常似過橋時。
생각마다 적을 앞에 둔 것처럼 생각하고,
마음마다 늘 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조심하라.

<9>

懼法朝朝樂,
欺公日日憂.
법을 두려워하면 언제나 즐거울 것이요,
나라 일을 속이면 날마다 근심이 되느니라.

▶懼: 두려울 구. “~을 두려워하다”의 뜻이다.
▶朝: 아침 조.
▶公: 한가지 공. “公共 公衆”의 뜻이다. 이외에도 公은 주로 “공정하다, 公平無私하다”의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欺: 속일 기.
▶명사를 중첩해서 쓰면 “모든~, ~마다”의 뜻이다. 朝朝는“아침마다”, 日日은 “날마다”의 뜻
[출전] 《增廣賢文》

 

<10>

朱文公曰
守口如甁,
防意如城.
주문공이 말하였다.
입을 지키는 것을 병처럼 하고,
뜻을 막기를 성을 지키듯이 하라.”

▶朱文公은 朱子를 지칭한다. 文은 시호이고 公은 존칭이다.
▶甁: 병 병.
첫구절은 입을 삼가하여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을 병을 막아 쏟아지지 않도록 하라는 뜻이다.
▶防: 막을 방.
두 번째 구절은 뜻을 굳게 지녀, 그 뜻을 잃거나 다른 헛된 욕망에 빼앗기지 않도록 성문을 지키듯 하라는 뜻이다.
[출전]
朱子의 〈敬齋箴〉에 보이고, 《增廣賢文》에도 소개되어 있다.
▶敬齋箴: 朱子가 張敬夫(張栻)의 〈主一箴〉을 읽고 그 遺意를 모아 지어서 스스로 경계한 것이다.
▶守口如甁 防意如城: 이는 宋나라의 명재상인 富弼의 말이니, 富弼은 나이 80세에 이것을 병풍에 써서 좌우명으로 삼았는바, 윗구는 말을 함부로 내지 않는 것이고 아랫구는 마음이 함부로 동하지 않는 것이다. 防意如城은 朱子가 말씀하기를 “사邪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다.”하였다.
心經附註 제4권>朱子> 1.敬齋箴
朱子敬齋箴曰
正其衣冠 尊其瞻視 潛心以居 對越上帝.
足容必重 手容必恭 擇地而蹈 折旋蟻封.
出門如賓 承事如祭 戰戰兢兢 罔敢或易,
守口如甁 防意如城 洞洞屬屬 罔敢或輕.
朱子의 〈敬齋箴〉에 말씀하였다.
“衣冠을 바루고 視線을 공손히 하여, 마음을 가라앉히고 거처하여 上帝를 대하라.
발모양은 반드시 무겁게 하고 손 모양은 반드시 공손히 하여야 하니, 땅을 가려 밟아서 개밋둑도 꺾어 돌아가라.
문을 나갈 때 큰 손님을 뵈온 듯이 하고, 일을 받들 때 제사를 모시듯이 하여, 두려워하며 삼가서 감히 혹시라도 함부로 하지 말라.
입을 지키기를 甁처럼 하고, 뜻을 막기를 城처럼 하여, 洞洞하고 屬屬하여 감히 혹시라도 가벼이 하지 말라
※洞洞屬屬 : 매우 恭敬하고 삼가하여 조심스러운 모양.


<11>

心不負人 面無慙色.
마음이 남에게 짐 지우지 아니하면, 얼굴에 부끄러운 빛이 없느니라.

▶負: ①(등에) 질 부 ②질(패배할) 부.
▶慙色: 부끄러워하는 안색. 慙: 부끄럽다.
▶A+無+B: A에 B가 없다.
[출전]
宋나라 陳元靚이 지은 事林廣記에 실려 있다.
사림광기는 중국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민간의 일상적인 백과사전으로 宋나라 학자인 陳元靚이 편찬하였으며, 天文, 地理, 文學 등으로 구분하여 광범위하게 엮었다.
事林廣記/前集/卷09 2.11 存心警語
心不負人, 面無慙色.
諸惡莫作, 衆善奉行.

<12>

人無百歲人 枉作千年計.
사람에 백년을 사는 사람이 없건만, 부질없이 천년의 계획을 세우느니라.

▶枉은 굽을 왕. 여기서는 부사 ‘부질없이’로 쓰였다.
▶計는 계교 계. 꾀 계. 計劃(계획).
[출전]
1) 漢나라 때 이루어진 《樂府古辭》 〈西門行〉에
“人生不滿百 常懷千載憂”
2) 《明賢集》에
“人生不滿百 常懷千歲憂”
3) 《增廣賢文》에는
“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로 소개되어 있다.
4) 古詩19수 중 제15수 :
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13>

寇萊公六悔銘云
官行私曲失時悔,
富不儉用貧時悔,
藝不少學過時悔,
見事不學用時悔,
醉後狂言醒時悔,
安不將息病時悔.
구래공의 <六悔銘>에 일렀다.
“벼슬아치가 사사로운 일을 행하면 벼슬을 잃을 때 뉘우치고,
부유할 때 아껴 쓰지 않으면 가난해지면 뉘우치고,
재주를 믿고 젊어서 배우지 않으면 시기가 지났을 때 뉘우치고,
사물을 보고 배우지 않으면 필요하게 되면 뉘우치고,
취한 뒤에 함부로 말하면 술이 깨면 뉘우치고
몸이 건강할 때 조심하지 않으면 병이 들면 뉘우친다.”

▶이 육회명(여섯가지 후회를 담은 글)은 7언의 댓구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7언의 경우에는 대개 4.3으로 끊어 읽는다.
이런 규칙을 알아야 해석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5언의 경우에는 2.3으로 끊는다.
▶寇萊公: 宋나라의 名相인 寇準(962~1023)이다. 萊國公에 封해진 까닭에 구내공으로 불린다. 太宗 때에 진사가 되어 大理評事, 樞密院直學士 등을 지냈다. 강직한 성품으로 直諫을 잘하여 태종이 魏徵에 비견하기도 하였다.眞宗 때 同平章事를 지냈고, 遼나라가 침입했을 때 조정의 논의를 반대하고 황제의 親征을 주장하였다. 시호는 忠愍이다.
▶官: 벼슬 관.
▶私曲: 公과 直의 상대개념으로 ‘사사롭고 바르지 못한 것’을 말한다.
▶藝: 재주 예.
▶少: ①(나이가) 어릴 소 ②(少+명사구) 적을 소. ③(부사) 조금 소.
여기서는 ①의 뜻으로 “나이가 어리다”는 뜻이다. 위의 문장은 ③의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즉, “재주가 있어도 조금도 배우지 아니하면”이라고 해도 된다. 그러나 뒤에 “過時”란 말과 호응이 좋지 못하므로 ①의 뜻으로 쓴 듯하다.
▶醒: 깰 성. 覺醒.
▶술어+時: ~할 때. when~
[출전]
宋나라 陳元靚이 지은 事林廣記 警世格言 2.10 過時六悔에 실려 있다.
사림광기는 중국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민간의 일상적인 백과사전으로 天文, 地理, 文學 등으로 구분하여 광범위하게 엮었다.
[참고]
<李瀷의 星湖全集 六悔銘>
寇萊公의 〈六悔銘〉에 이르기를 “관리로서 不正하면 失勢했을 때 후회하고, 부자가 검소하지 않으면 가난해졌을 때 후회하고, 젊어서 배움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시기를 넘겼을 때 후회하고, 일을 보고 배우지 아니하면 쓸 일이 있을 때 후회하고, 취해서 함부로 말을 하면 깼을 때 후회하고, 편안할 때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 병들었을 때 후회한다.〔官行私曲失時悔 富不儉用貧時悔 學不少勤過時悔 見事不學用時悔 醉後狂言醒時悔 安不將息病時悔〕” 하였는데, 내가 우연히 이 글을 보고, 마침내 느낀 바가 있어 이어서 완성하였다.
행동을 제때에 하지 않으면 뒤처졌을 때 후회하고/
​行不及時後時悔
이익을 보고 의를 잊으면 깨달았을 때 후회하고 /
​見利忘義覺時悔
남의 뒤에서 단점을 논하면 대면했을 때 후회하고 /
​背人論短面時悔
일을 처음에 살피지 않으면 그르쳤을 때 후회하고 /
​事不始審僨時悔
격한 감정에 나를 잊으면 환난을 당했을 때 후회하고 /
​因憤忘身難時悔
농사에 힘쓰지 않으면 수확할 때 후회한다 /
​農不務勤穡時悔

<14>

益智書云
寧無事而家貧 莫有事而家富.
寧無事而住茅屋 不有事而住金屋
寧無病而食麤飯 不有病而服良藥.
<익지서>에 일렀다.
사고 없이 집이 가난할지언정, 사고 있고서 집이 부자되지 말고,
사고 없이 띠 집에서 살지언정, 사고 있고 좋은 집에서 살지 말고,
병이 없이 거친 밥을 먹을지언정, 병이 있어 좋은 약을 먹지 말라.

▶益智書: 宋나라 때 이루어진 책이라고 하나, 未詳이다
▶寧: ①안녕 녕 ②차라리 녕. 여기서는 ②의 뜻으로 쓰였다.
▶莫: 금지사로 쓰였다. 마지막 귀절의 不도 금지사로 쓰였다.
▶寧~莫,不: ‘차라리 ~할지언정 ~말라’를 의미하는 문장구조이다. “寧爲鷄口 無爲牛後: 닭 대가리가 될지언정 소 꼬리가 되지 말라.” 寧: 편안할 ‘녕’. 편안하다. 차라리.​莫: 없을 ‘막’. 없다. ~하지 말라.
▶茅: 띠 모. “띠”는 길쭉한 풀이름.
▶麤: 성길 추. 거칠 추.
▶服: “~을 복용(服用)하다”는 뜻이다. 그 외에 ①입다 ②복종하다의 뜻이 있다.
▶良: 좋을 량. 여기서는 “어질 량”의 뜻이 아니다.
▶麤飯: 거친 밥

<15>

心安茅屋穩 性定菜羹香.
마음이 편안하면 모옥도 안온하고,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로우니라.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穩: 편안할 온. 穩健, 不穩서적.
▶菜: 나물 채.
▶羹: 국 갱.
▶菜羹: 나물국

<16>

景行錄云
責人者不全交,
自恕者不改過.
<경행록>에 일렀다.
남을 꾸짖는 자는 사귐을 온전히 할 수 없고,
자기를 용서하는 자는 허물을 고치지 못하느니라.

▶全: 不 뒤에 쓰였으므로 술어임을 알 수 있다. 全은 온전할 전. “~을 온전히 하다”의 뜻이다.
물론 부사로 “전부,” 한정어로 “모든”의 뜻도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문장에 따라 품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自恕: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恕는 용서할 ‘서’.
[참고]
송나라林逋의 省心錄에는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 省心錄 】
責人者不全交, 自恕者不改過。
自滿者敗,自矜者愚,自賊者害。
남을 꾸짖는 자는 온전한 사귐을 이루지 못하고,
자신을 용서하는 사람은 허물을 고치지 못한다.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은 실패하며, 스스로 자랑하는 사람은 어리석으며,
자기를 학대(虐待)하는 사람은 남을 해친다.

<17>

夙興夜寐 所思忠孝者
人不知 天必知之.
아침 일찍 일어나서부터 밤이 깊어 잠들 때까지 忠孝를 생각하는 자는
사람은 알지 못하나 하늘이 틀림없이 알 것이다.

飽食煖衣 怡然自衛者
身雖安 其如子孫何?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입고서 안락하게 제 몸만 보호하는 자는
몸은 비록 편안하나 그 자손에게는 어떠할 것인가?

▶夙: 아침일찍 숙. 이를 숙. 夙成.
▶興: 일어날 흥.
▶寐: 잠잘 매.
▶夙興夜寐: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자리에 들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 夙 : 이를 숙. 興 : 일어날 흥. 寐 : 잘 매.
▶“所+타동사”: ~하는 바. ~하는 것. 등등의 뜻으로 명사구를 이룬다. 所願, 所望, 所謂. 위의 문장의 “所思忠孝者”에서 所는 思까지만 걸리는 것이지, 忠孝까지 걸리는 것이 아니다.
▶衣: “옷을 입다”는 뜻의 술어로 쓰였다.
▶怡: ①화(和)할 이. ②기뻐할 이. 怡然은 종종 쓰이는 단어로서 기뻐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이며, 술어를 한정하는 부사로 쓰였다.
▶然: 형용사나 동사 뒤에 붙어서 그 모양을 나타낸다. 泰然, 超然, 空然, 完然, 確然, 儼然, 杳然, 隱然, 偶然, 決然, 公公然 등으로 문장 내에서는 주로 그 문장의 술어를 한정하는 副詞로 쓰이며, 때에 따라서는 명사 또는 술어로도 쓰인다.
이렇게 술어나 형용사 뒤에 然이 붙어서 단어를 이루는 말이 아주 많은데 이 중에는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지금도 한 단어로 굳어져 쓰이는 낱말도 많으며, 古語에는 훨씬 더 이런 의태어들이 많다. 이런 낱말들은 그 뜻을 풀어서 해석하기보다는 차라리 한 단어로 해석해주는 것이 나을 듯하다.
▶如 A 何: 관용적인 문구로서, “A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뜻이다.
其如子孫: ‘其’는 어기사로 ‘그럴 경우’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출전]
淨明忠孝全書 淨玉真先生語録內集에 앞 부분이 실려 있다.
只恁地做將去,夙興夜寐,存著忠孝一念在心者,人不知,天必知之也。

<18>

以愛妻子之心事親 則曲盡其孝
以保富貴之心奉君 則無往不忠
以責人之心責己 則寡過
以恕己之心恕人 則全交.
妻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써 어버이를 섬긴다면, 효도를 곡진히 할 것이요,
부귀를 보전하려는 마음으로써 임금을 받든다면, 어느 때나 충성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요.
남을 책망하는 마음으로써 자기를 책망한다면, 허물이 적을 것이요,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써 남을 용서한다면, 사귐을 온전히 할 수 있을 것이니라.

▶事: 섬길 사.
▶親: 어버이 친.
▶則: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한다.
▶無不+술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는 자주 쓰이는 문장 형태이니 알아둘 필요가 있다.
▶無往不+술어: 한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어딜가더라도(어디에서라도) ~하지 않음이 없다”의 뜻으로 의역하자면 “언제라도 ~한다”의 뜻이다.
▶寡+명사: ~이 적다.
▶曲盡- 극진히 하는 것
[출전]
채근담에 유사한 내용이 보인다.
菜根譚은 중국 명나라 말기에 문인 홍자성(洪應明,還初道人)이 저작한 책이다. 책의 구성은 전편 222조, 후편 135조로 구성되었고, 주로 전편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말하였고, 후편에서는 자연에 대한 즐거움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인생의 처세를 다룬다. 菜根이란 나무 잎사귀나 뿌리처럼 변변치 않은 음식을 말한다. 유교, 도교, 불교의 사상을 융합하여 교훈을 주는 가르침으로 꾸며져 있다.
以愛妻子之心愛父母,以保爵位之策保國家

<19>

爾謀不臧 悔之何及,
爾見不長 敎之何益.
利心專則背道 私意確則滅公.
네 꾀가 어질지 못하면 후회한들 어찌 미치며,
너의 소견이 훌륭하지 못하면 가르친들 무슨 이로움이 있으리오.
자기 이익만 생각하면 도에 어긋나고 사사로운 뜻이 굳으면 공을 멸하게 되느니라.

▶爾: 너 이.
▶謀: 꾀할 모. 도모할 모.
▶臧: 착할 장.
▶悔之, 敎之에서 之는 무엇을 지칭하기 위한 대명사가 아니라, 다만 그 之앞에 붙은 글자를 술어답게 만들어 주는 어감을 주기 위한 語氣助詞이다.
▶及: 이를 급. “何及”은 “아무 소용없다”는 의미로 잘 쓰이는 관용구이다.
▶專: 오로지 전.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專一하다는 뜻이다.
▶背: 등 배. 배반할 패. 背가 배반하다의 뜻일 때는 전통적으로 “패”라고 읽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배”로 읽어도 무방하리라 본다. 背信.
▶公: 공변될 공. 공정하다. 공평무사하다는 뜻이다.
[출전]
중국 宋나라 李邦獻이 지은 省心雜言 <正文>에 같은 문장이 실려있다.
다만 마지막 부분 私意確則滅公 私意確則確公으로 되어 있다.
爾謀不臧,悔之何及,爾見不長,教之何益。利心專,則背道。私意確,則確公。

<20>

生事事生 省事事省.
일을 만들면 일이 생기고, 일을 덜면 일이 없어지느니라.

▶生: 타동사로 ①~에 살다. ②~을 낳다. 자동사로는 ①생기다. 나다. 위 문장에서 첫번째 生은 타동사고 두번째 生은 자동사이다.
▶省: 덜다. 省略. 살피다. 省墓


2023.1.19. -고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