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7歌類-4醉時歌(취시가)

耽古樓主 2024. 2. 18. 03:27

古文眞寶(고문진보)

취시가(醉時歌)-두보(杜甫)

▶ 時歌 취했을 때의 노래.
杜少陵集》 3에 실려 있는데 廣文館 學士 鄭虔에게 드림이란 自注가 달려 있다정건은 玄宗 때 개설되었던 광문관 박사로 있었다광문관은 개원 25(737) 그를 위해 개설했으나 곧 폐지되었다앞에 나온 杜甫의 戱簡鄭廣文兼呈蘇司業시 참조.

 

 

諸公袞袞登臺省, 廣文先生官獨冷, 甲第紛紛厭粱肉, 廣文先生飯不足.
고관들 줄줄이 좋은 벼슬 오르나 廣文先生의 관직은 유독 싸늘하고, 훌륭한 저택 즐비하고 좋은 음식과 고기에 싫증을 내나, 광문선생은 먹을 밥도 모자란다네.
袞袞 : 큰 물이 흐르는 모양. 繁多한 모양.
臺省 : 御史臺·蘭臺 . 尙書省·中書省·門下省 등의 중요한 관청들.
廣文先生 : 鄭虔을 가리킴. 광문관 박사를 지냈다 해서 흔히 鄭廣文이라고 불렀다.
甲第紛紛 : 1급의 훌륭한 저택이 많음. 紛紛은 많은 모양.
厭粱肉 : 좋은 음식과 고기에 싫증나다. 본시 은 기장으로 좋은 곡식으로 지은 밥을 가리킴.

先生有道出羲皇, 先生有才過屈宋.
선생이 지닌 道는 伏羲氏에게서 나왔고, 선생이 지닌 재주는 屈原·宋玉보다 뛰어나네.
羲皇 : 伏羲 황제. 옛 복희씨의 순진소박한 治道를 가리킴.
屈宋 : 戰國시대 나라의 屈原宋玉. 楚辭의 작가로 알려져 있음.

德尊一代常坎軻, 名垂萬古知何用?
덕망은 일대에 높아도 늘 불운하니, 만고에 명성을 전한다 해도 무슨 소용인지 알겠는가?
坎軻(감가) : 때를 잘못 만난 것. 불운한 것. 뜻을 잃은 것. 轗軻·坎壈으로도 씀.

杜陵野老人更嗤, 被褐短笮鬢如絲.
杜陵의 촌 늙은이를 사람들이 더욱 비웃으니, 거친 베옷은 짧고 품이 솔고 귀밑털은 명주실 같다네.
杜陵野老 : 두릉의 촌 늙은이. 두릉은 섬서성 長安縣 동남쪽의 지명으로 樂遊原이라고도 하며, 漢 宣帝의 능이 있는데, 두보는 그 서쪽에 살면서 스스로 杜陵布衣·少陵野老·두릉야로 등으로 불렀고, 남들은 그를 杜少陵이라고 하였다.
: 비웃다. 빈정거리다.
被褐短笮 : 입은 거친 베옷은 짧고 좁다. 은 거친 베옷.
鬢如絲 : 구레나룻은 명주실 같다. 귀밑털이 희어졌음을 뜻함.

日糴太倉五升米, 時赴鄭老同襟期.
매일 나라 창고에서 닷 되 쌀 사들이면서, 가끔 鄭영감에게 가서 같은 胸懷를 기약한다네.
糴(적) : 곡식을 사들임.
太倉 : 나라의 쌀 창고
鄭老 : 정노인. 鄭虔을 가리킴.
同襟期 : 같은 胸懷를 기약하다. 같은 마음을 갖기로 다짐하며 사귀다.

得錢卽相覓, 沽酒不復疑.
돈이 생기면 곧 서로 찾아가, 술 받아 마시며 주저하는 일 없네.
ㅡ찾다. 찾아가다.

忘形到爾汝, 痛飮真吾師.
형식을 잊고 너나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통쾌하게 술마심이 진정한 내 스승일세.
忘形 : 육체를 잊다. 형식이나 예의 따위를 잊다.
到爾汝 : 너나하는 사이가 되다. 허물없는 사이가 되다.

淸夜沈沈動春酌, 燈前細雨簷花落.
맑은 밤은 깊어가는데 봄술잔 연이어 마시는데, 등불 앞에 가랑비 내리니 추녀에선 꽃이 떨어지네.
沈沈 : 밤이 깊어가는 모양.
簷花落 : 추녀의 물방울이 등불에 비치어 꽃잎이 떨어지는 듯하다. 반대로 앞의 가랑비 [細雨] 꽃잎이 지는 것에 비유한 걸로 보는 이도 있다.

但覺高歌有鬼神, 焉知餓死塡溝壑?
다만 큰 소리로 노래부름에 귀신이 있다고 느끼며, 굶어 죽어 溝壑을 메울 일 어이 아랑곳하랴?
有鬼神 : 자기를 도와줄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다. 毛詩序에서 음악은 천지를 움직이고 귀신을 감동시킨다.’라고 한 것을 근거로 한 구절인 듯하다.
塡溝壑 : 도랑과 골짜기를 메우다. 굶어 죽어 시체가 도랑과 골짜기에 버려진다는 표현은 예부터 많이 써 왔음[左傳昭公 13, 荀子榮辱편 등].

相如逸才親滌器, 子雲識字終投閣.
司馬相如의 빼어난 재주로도 술집 그릇 친히 씻었고, 揚雄은 識字이어서 끝내 校書閣 에서 投身하였네.
相如 : 의 대표적 작가인 司馬相如. 젊어서 成都의 부잣집 과부인 卓文君을 유혹하여 함께 도망쳤으나 먹고 살길이 없어서, 다시 돌아와 대폿집을 내고 부부가 술장사를 한 일이 있는데, 그때 사마상여는 짧은 앞치마를 걸치고 그릇을 씻었다[漢書司馬相如傳].
子雲 : 작가인 揚雄의 자. 王莽 甁豊上公이 되었는데, 왕망은 스스로 왕이 된 뒤 부자를 죽이고 劉棻을 멀리 귀양보내고 그들과 관계되는 자들도 모두 잡아 죽이려 하였다. 이때 양웅은 天祿閣에서 책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마침 獄吏가 그를 데려가려고 오자, 다급하여 天祿閣에서 뛰어내려 거의 죽을 지경으로 다쳤다. 본시 왕망은 양웅이 무고하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는 유분에게 글을 가르친 일이 있어서, 지레 겁을 먹고 뛰어내렸던 것이다.

先生早賦歸去來, 石田茅屋荒蒼苔.
선생은 일찍이 歸去來를 읊으며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니, 돌 많은 밭과 초가집이 푸른 이끼로 황폐하여지고 있다네.
歸去來 : 나라 陶淵明彭澤令이란 벼슬을 하다 귀거래사를 읊으며 벼슬을 내던지고 고향으로 돌아와 전원에 묻혀 살았다.

儒術於我何有哉? 孔丘盜蹠俱塵埃.
儒學이 우리에게 무슨 소용 있겠는가? 孔子나 盜蹠이 다같이 흙먼지 되고 만 것을.
孔丘盜蹠 : 聖人 孔子와 강도로 이름난 도척. 으로도 씀.

不須聞此意慘慘, 生前相遇且街盃.
이 말 듣고 마음 슬퍼할 필요는 없으니, 생전에 서로 만나면 또 술잔이나 함께 기울이세나!
慘慘 : 슬퍼하는 모양. 실의한 모양.

 

 

 해설


鄭虔이란 친구의 불우함을 동정하면서 아울러 자신의 憤의 정을 잘 드러낸 시이다.
두보는 유학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孔子를 盜蹠과 같게 본 것은 아니며, 정말로 덕망이나 공명은 허무한 것이니 술이나 마심이 좋다고 노래한 것도 아니다.
屈原이나 宋玉 같은 문인들의 불우를 한탄하고, 司馬相如나 揚雄 같은 才士들의 困境을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