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가(六歌)-문천상(文天祥)
▶ 六歌 : 여섯 가지 노래.
後漢 張衡의 〈四愁詩〉, 唐나라 杜甫의 〈同谷七歌〉 등 이와 비슷한 구조의 노래가 있다. 이 시는 宋나라 말엽에 丞相 文天祥(1236~1282)이 망해가는 나라의 광복을 위하여 福州에서 景炎帝를 세우고 元나라 군대와 싸우다가 자기 가족도 모두 잃고, 祥興 원년(1278)에는 자신도 元兵에게 잡히어 다음 해 북쪽으로 끌려가다가 지었다고 한다.
자기 가족과 자신의 불운을 슬퍼한 애국시인의 한숨 같은 작품이다.
有妻有妻出糟糠, 自少結髮不下堂.
처여 처여 糟糠을 함께 하였다. 나이 어려 결혼한 이래 떨어진 적 없었네.
▶ 出糟糠 : 지게미와 겨를 먹고 살아왔다. 곧 처는 자신과 온갖 고난을 함께하여 왔다는 뜻.
▶ 結髮 : 머리를 묶다. 본디는 성인이 됨을 뜻하나, 결혼을 뜻하기도 한다.
▶ 不下堂 : 대청에서 내려보내지 않다. 집안에서 쫓아내지 않다, ‘糟糠之妻不下堂’이란 말이 있다.[《後漢書》宋弘傳]
亂離中道逢虎狼, 鳳飛翩翩失其凰.
난리 중에 길에서 虎狼을 만나, 鳳새가 펄펄 날아가다 凰새를 잃네.
▶ 虎狼 : 호랑이와 이리, 元나라 군대를 가리킴.
▶ 鳳飛翩翩 : 봉새가 펄펄 날아가다. 鳳은 수놈으로 작자 자신, 凰은 암놈으로 작자의 처를 가리킨다.
문천상은 恭帝의 德祐 2년(1276)에 炎帝를 모시고 右相이 되어 나라의 회복을 꾀하다 空坑의 싸움에 패하여 부인 歐陽氏와 아들 佛生·還生, 딸 柳娘, 妾 黃氏·顔氏 등이 모두 원군에게 잡혀가 잃고, 자신과 맏아들 道生만이 厓山으로 도망쳤다.
將雛一二去何方? 豈料國破家亦亡?
병아리 한둘 데리고 어디로 갔던가? 나라 깨어지고 집안도 망할 줄 어이 알았으리?
▶ 雛 : 병아리. 새 새끼. 자기 처와 함께 원군에게 잡혀간 아들딸들을 가리킴.
不忍舍君羅襦裳, 天長地久終范范, 牛女夜夜遙相望.
차마 당신의 비단 치마 저고리 입은 모습 어이 떨쳐 버리랴? 천지는 장구한데 끝내 아득해져, 견우와 직녀는 밤마다 멀리 서로 바라보네.
▶ 羅繻 : 비단 저고리와 치마. 여기서는 비단 치마 저고리 입은 처의 모습을 가리킨다.
▶ 終范范 : 처와 자기의 인연 또는 관계가 ‘끝내는 아득해져 버렸다.’라는 뜻.
▶ 牛女 : 牽牛星과 織女星. 1년에 7월 칠석날 저녁에 한 번만 만난다는 부부.
嗚呼一歌兮歌正長, 悲風北來起仿煌.
아아! 첫 번째 노래를 부르나니 노랫소리는 길어, 슬픈 바람 북쪽에서 불어오매 일어나 방황하네.
▶ 歌正長 : 노래의 여운이 슬프므로 길어진다는 뜻.
有妹有妹家流離, 良人去後携諸兒.
누이여 누이여 집안 흩어지고, 남편 떠난 뒤 아이들 거두었네.
▶ 流離 : 흩어져 가버리다.
北風吹沙塞草凄, 窮猿慘淡將安歸?
북풍은 모래를 날리고 변경의 풀 싸늘한데, 궁한 원숭이가 비참하니 어디로 돌아가야 할 텐가?
▶ 凄 : 싸늘하다. 차다.
▶ 窮猿 : 궁지에 빠진 원숭이. 누이동생에 비유함.
去年哭母南海湄, 三男一女同歔欷, 惟汝不在割我肌.
지난해 南海 가에서 어머님 여의어, 우리 3남 1녀가 함께 흐느껴 울었는데, 오직 당신 없어 내 살갗을 자르는 듯하였네.
▶ 哭母 : 어머니의 죽음을 곡하다. 어머니는 齊魏國夫人 曾氏. 祥興 원년(1278)에 죽었다.
▶ 南海湄(남해미) : 남해 가. 이해 문천상은 端宗(:景炎帝)이 죽자 아우 昺을 옹립하고 廣東省 惠州·雷州 등지에서 싸웠고 왕은 남해의 厓山으로 옮아갔으니, 남해 가란 혜주·뇌주 근처일 터이다.
▶ 歔欷(허희) : 흐느껴 울다.
汝家零落母不知, 母知豈有膜目時?
당신 집안 몰락함을 어머님께선 알지 못하셨으니, 어머님 아셨다면 어찌 눈감으셨겠는가?
▶ 零落 : 몰락하다.
嗚呼再歌兮歌孔悲, 鶺鴒在原我何為?
아아! 두 번째 노래 부르나니 노래 정말 슬픈데, 할미새 들에 있는데 나는 무엇을 했던가?
▶ 孔: 매우. 심히.
▶ 鶺鴒在原 : 할미새가 들에 날고 있다. 이는 《시경》 小雅 常棣 시의 구절로 ‘兄弟急難’이란 구절이 이어진다. 鶺鴒在原은 할미새로 호들갑을 떨며 날아다니는데, 형제간에 어려움이 생기면 할미새처럼 행동하며 서로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有女有女婉淸揚, 大者學帖臨鍾王, 小者讀字聲琅琅.
딸아 딸아 아름다운 눈과 넓은 이마 지니고, 큰놈은 書帖을 배우며 鍾王을 임서하고, 작은놈의 글 읽는 소리 낭랑했네.
▶ 婉淸揚 : 婉은 아름다음. 淸은 눈이 맑음. 揚은 이마가 넓음[《毛傳》]. 《시경》 鄭風 野有蔓草 시에 ‘有美一人, 淸揚婉兮’라 한 데서 나온 말로 여자의 아름다움을 형용한다.
▶ 學帖 : 帖을 가지고 붓글씨를 공부함.
▶ 臨鍾王 : 魏나라 鍾繇와 晉 王羲之의 글씨를 臨하다.
▶ 琅琅 : 옥이 부딪쳐 나는 소리. 소리가 맑고 깨끗함을 형용.
朔風吹衣白日黃, 一雙白壁委道傍.
북풍은 옷자락 날리고 먼지로 밝은 해도 누런데, 한 쌍의 백옥이 길가에 버려졌네.
▶ 一雙白璧 : 한 쌍의 흰 옥, 두 딸을 가리킴.
▶ 委道傍 : 길가에 버리다. 전란 속에 길에서 元軍에게 잡혀감.
鴈兒啄啄秋無粱, 隨母北首誰人將?
기러기 새끼 먹이를 쪼으려 하나 가을인데도 곡식이 없고, 어미 따라 북쪽으로 향함에 누가 보살펴 주겠는가?
▶ 鴈兒 : 기러기 새끼. 두 딸을 가리킴.
▶ 啄啄 : 쪼아먹음.
▶ 隨母北首 : 어미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다. 어머니와 딸이 모두 元兵에게 잡혀갔음.
▶ 誰人將 : 어떤 사람이 보살펴줄까.
嗚呼三歌兮歌愈傷, 非為兒女淚淋浪.
아아! 세 번째 노래를 부르나니 노래 더욱 가슴 아프매, 아녀자가 아닌데도 눈물 줄줄 흐르네.
▶ 非爲兒女 : 아녀자가 아닌데도
▶ 淋浪(임랑) : 눈물을 줄줄 흘림.
有子有子風骨殊, 釋氏抱送徐卿雛, 四月八日摩尼珠.
아들이여, 아들이여, 풍모가 빼어나서 부처님이 안아 보낸 徐씨 집안 아들로서 4월 초파일날 얻은 寶珠였네.
▶ 釋氏抱送徐卿雛 : 부처님이 徐卿의 아이 같은 아들을 안아다 주었다. 이는 杜甫가 〈徐卿二子歌〉에서 ‘君不見徐卿二子生絶奇, 感應吉夢相追隨. 孔子釋氏親抱送, 並是天上麒麟兒’라 한 데서 인용한 표현임.
▶ 摩尼珠 : 佛家에서 쓰는 말로 寶珠. 末尼라고도 쓴다. 흐린 물에 던지면 물이 맑아진다고도 한다《涅槃經》.
榴花犀錢絡繡襦, 蘭湯百沸香似酥, 欻隨飛電飄泥途.
榴花와 犀錢을 수놓은 저고리에 매달아주고, 蘭湯 여러 번 끓여 몸 씻기면 향기롭기 우유 기름 같았는데, 갑자기 飛電을 따라 진흙길로 날아가 버렸네.
▶ 榴花 : 석류꽃. 造花로 장식물이었던 듯하다.
▶ 犀錢 : 외뿔소 뿔로 만든 동전 모양의 장식품.
▶ 絡繡襦 : 수놓은 저고리에 매달아 주다.
▶ 蘭湯 : 蘭香을 섞어 끓인 물.
▶ 香似酥(향사수) : 목욕을 시키면 몸의 ‘향기가 우유 기름 같다.’라는 뜻.
酥는 우유나 양젖으로 만든 향기롭고 깨끗한 음료,
▶ 欻(훌) : 갑자기. 홀연히.
▶ 飄泥途 : 진흙길로 날아가다. 역시 元兵에게 잡혀감을 가리킴.
汝兄十三騎鯨魚, 汝今三歲知在無.
네 형은 열세 살에 죽어버렸고, 너는 지금 세 살인데 눈앞에 없네.
▶ 騎鯨魚 : 고래를 타다. 죽어 하늘나라에 감을 뜻함. 宋 梅堯臣이 李白을 노래한 〈采石月〉에서 ‘곧 고래를 타고 푸른 하늘에 올라갔어야만 했다[便當騎鯨上靑天]’하고 이백이 물에 빠져 죽음을 애석히 여긴 데서 나온 말.
▶ 知在無 : 현재는 없다. 지금은 죽고 없다.
嗚呼四歌兮歌以呼, 燈前老我明月孤.
아아! 네 번째 노래를 부르나니 한숨이 반이요, 등불 앞에서 나를 늙게 하며 명월은 외롭게 떠있네.
▶ 歌以呼 : 노래하며 한숨을 쉬다. 노래 반 한숨 반이다.
▶ 老我 : 나를 늙게 하다. 밝은 달이 홀로 자기 시름을 더해 주어 ‘나를 더 늙게 한다.’라는 뜻.
有妾有妾今何如? 大者手將小蟾蜍, 次者親抱汗血駒.
첩이여, 첩이여,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가? 큰첩은 손에 작은 두꺼비를 이끌고, 다음 첩은 친히 천리마 망아지를 안고 있었네.
▶ 有妾 : 첩이 있다.
문천상에게는 黃氏·顔氏의 두 첩이 있었는데 모두 元兵에게 잡혀갔다.
▶ 蟾蛛(섬여) : 두꺼비. 羿가 西王母에게서 얻어온 불사약을 姮娥가 훔쳐 달로 가서 섬여가 되었다고 한다[《後漢書》天文志]. 따라서 달의 神仙으로 빼어난 아이에 비유함.
▶ 汗血駒 : 피 같은 땀을 흘리는 망아지. 漢대 李廣利장군이 서역 大王의 목을 베고 얻어왔다는 천리마가 汗血馬임[《漢書》武帝紀].
晨粧靚服臨西湖, 英英雁落飄瓊琚, 風花飛墜鳥鳴呼, 金莖沆瀣浮汙渠.
아침에 화장하고 깨끗한 옷 입고 西湖로 나가면, 아름답기가 기러기 내려앉으며 바람에 날리는 佩玉 소리를 내며, 바람에 꽃잎 날아 떨어지고 새가 지저귀며, 金莖花가 이슬 머금은 채 웅덩이와 도랑에 떠있었네.
▶ 靚服(정복) : 깨끗한 옷을 입다.
▶ 西湖 : 절강성 杭州에 있는 유명한 호수.
▶ 英英 : 빼어나게 멋진 것. 빼어나게 아름다운 것 [《南史》陸慧曉傳].
▶ 飄瓊琚 : 佩玉이 바람에 날려 움직이며 소리를 냄.
▶ 鳥鳴呼 : 새들이 지저귀다. 패옥이 짤랑거리는 소리에 비유한 듯하다.
▶ 金莖(금경) : 滄浪洲에 핀다는 꽃 이름. 꽃이 나비처럼 바람에 움직이어 여자들이 따서 머리장식으로 썼다 한다《杜陽雜編》.
▶ 沆瀣(항해) : 맑은 이슬, 밤중에 맑은 이슬을 맞는 것.
▶ 汙渠(오거) : 연못과 운하, 웅덩이와 도랑.
天摧地裂龍鳳殂, 美人塵土何代無?
하늘 무너지고 땅 찢어져 龍鳳이 모두 죽었으니, 미인이 塵土 됨이야 어느 시대건 없었던가?
▶ 天摧地裂: 하늘이 무너지고 땅은 찢어지다. 元兵에게 온세상이 짓밟힘을 뜻함.
▶ 龍鳳殂 : 용과 봉이 죽다. 두 첩의 죽음을 가리킴.
嗚呼五歌兮歌鬱紆, 為爾遡風立斯須.
아아! 다섯 번째 노래를 부르나니 노래에 시름 서리어, 그대들 때문에 바람맞으며 한동안 서있네.
▶ 鬱紆(울우) : 시름이 서리다.
▶ 遡風(소풍) : 바람을 맞받다.
▶ 斯須 : 한동안. 잠깐 동안.
我生我生何不辰? 孤根不識桃李春.
내 삶이여, 내 삶이여, 어이 때를 못 만났나? 외로운 풀뿌리가 복숭아꽃 오얏꽃 피는 봄 모르네.
▶ 不辰 : 때를 잘 타고나지 못하다. 시국을 잘 만나지 못하다.
▶ 孤根 : 외로운 풀이나 나무뿌리. 외로운 자기를 가리킴.
▶ 桃李春 : 복숭아꽃·오얏꽃이 피는 봄. 가족이 단란하게 지냄을 뜻함.
天寒日短重愁人, 北風隨我鐵馬塵.
날씨 차고 해는 짧아 더욱 시름 안겨주고, 북풍은 내 가는 곳에 적 兵馬의 먼지 일으키고 있네.
▶ 鐵馬塵 : 軍馬가 일으키는 먼지. 元나라 騎兵이 일으키는 먼지.
初憐骨肉鍾奇禍, 而今骨肉重憐我.
처음에는 골육이 큰 재난 만남을 가여워했는데, 지금은 골육들이 더욱 나를 가엾게 여기네.
▶ 鍾奇禍 : 특별한 재난이 모이다. 심한 재난을 여러 가지 당함.
汝在空令嬰我懷, 我死誰當收我骸?
그대들 살아 있어 공연히 내 근심만 얽히게 하나, 내 죽으면 누가 내 해골 거두어 줄 건가?
▶ 汝在 : 가족들이 죽지 않고 元兵에게 잡혀 있음.
▶ 嬰我懷 : 내 근심만 얽히게 하다.
人生百年何醜好? 黃粱得喪俱草草.
인생 백년에 무엇이 좋고 나쁜가? 꿈속의 얻고 잃음이 모두 덧없는 것인데.
▶ 何醜好 : 무엇이 나쁜 것이고 좋은 것인가?
▶ 黃粱得喪 : 黃粱은 黃粱夢으로, 盧生이 邯鄲의 여관에서 주인이 粱(:기장)으로 밥을 짓는 동안 꿈에 예쁜 여자에게 장가들고 출세하여 부귀를 누렸다 한다[唐 李泌《沈中記》]. 邯鄲夢이라고도 하며 인생의 덧없음에 비유한다. 得喪은 얻고 잃음. 성공하고 실패함.
▶ 俱草草 : 모두가 형편없다. 모두 덧없다.
嗚呼六歌兮勿復道, 出門一笑天地老.
아아! 여섯 번째 노래를 부르나니 다시 다른 말 하지 마라, 문을 나서서 한번 웃으면 하늘과 땅도 늙을 것을.
▶ 出門一笑 : 문을 나서서 한번 웃다. 어찌할 수 없는 인생을 탄식하는 행위임.
해설
망해가는 宋나라를 바로잡기 위하여 元나라 군대와 끝까지 싸웠던 애국시인 文天祥의 고난이 잘 드러난 시이다.
나라를 위함이 얼마나 개인의 큰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는가?
온 집안이 망하고 나라조차 망할 때 애국자의 처절한 號哭을 듣는 듯하다.
문천상이 元兵에게 잡혀가 끝내 굴하지 않고 죽기 직전에 썼다는 〈正氣歌〉는 더욱 유명하다.
元 世祖도 그를 두고 眞男子라 탄복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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