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육 표기의 노래(天育驃騎歌)-두보(杜甫)
▶ 天育驃騎歌 : 天育의 나는 듯 달리는 말 그림 노래.
천육은 천자의 마구간 이름. 驃騎는 나는 듯 달리는 좋은 말. 다만 여기서는 말 그림을 뜻한다.
《杜詩鏡銓》에는 권2에 이 시가 실려 있다.
吾聞天子之馬走千里,今之畫圖無乃是。
내가 듣기에 천자의 말은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고 하더니, 이 그림이 바로 그것 아닌가?
▶ 天子之馬 : 《穆天子傳》에 ‘천자의 말이 走千里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是何意態雄且傑,駿尾蕭梢朔風起。
그 얼마나 모습이 웅장하고 걸출한가? 말꼬리에선 낙엽 진 나뭇가지 끝처럼 찬 바람이 이네.
▶ 意態 : 자태․ 모습.
▶ 駿尾 : 준마의 꼬리. 말꼬리.
▶ 蕭梢 : 낙엽 진 나뭇가지 끝.
漢대의 〈天馬曲〉에 일렀다
‘꼬리에는 낙엽 진 나뭇가지 끝처럼 찬 바람 인다[尾蕭梢兮朔風起]’.
毛為綠縹兩耳黃,眼有紫燄雙瞳方。
털은 녹색인데 두 귀는 노랗고, 눈에선 자줏빛 불꽃 일고 두 눈동자는 모났네.
▶ 綠縹(녹표)) : 녹색 옥빛. 縹는 靑白色. 곧 옥색.
▶ 紫焰(자함) : 자주색 불꽃.
▶ 雙瞳方 : 두 눈동자는 모가 지다. 모두 준마의 외모적 특징임 《相馬經》.
矯矯龍性合變化,卓立天骨森開張。
빼어난 용 같은 성질은 변화에 적합하고, 우뚝한 타고난 뼈는 삼엄하게 벌려져 있네.
▶ 矯矯 : 용감한 모양. 높이 솟아 있는 모양. 여기서는 빼어난 모양.
▶ 卓立天骨 : 우뚝한 타고난 뼈. 卓立은 우뚝히 솟은 모양. 天骨은 천연의 뼈.
▶ 森開張 : 삼엄하게 벌려 있음.
伊昔太僕張景順,監牧攻駒閱清峻, 遂令大奴守天育,別養驥子憐神俊, 當時四十萬匹馬, 張公歎其材盡下。
옛날에 太僕 張景順이 말을 잘 관리하여 우수한 것을 골라, 마침내 太奴로 하여금 마구간을 지키며 별도로 천리마의 새끼를 기르게 함은, 그 신통하고 빼어남 사랑하기 때문이었으나, 당시 40만 마리의 말이 있어도 장경순은 그 재질이 모두 하급임을 탄식하였네.
▶ 伊昔 : 옛날에. 伊는 어조사.
▶ 張景順장경순 : 唐 玄宗 때 太僕少卿 겸 秦州都督監牧都副使로 나라의 말을 키우는 일을 관장했던 사람. 開元 원년(73) 24만 마리의 말을 기르기 시작하여 13년에는 43만 마리가 되게 하였다 한다 [張說《開元十三年隴右監牧頌德碑》序].
▶ 監牧 : 말을 잘 먹여 기르고 번식시킴.
▶ 攻駒 : 차거나 무는 사나운 말을 去勢하는 등, 잘 길들임[《周禮》夏官].
▶ 閱淸峻 : 청신하게 빼어난 말들을 고르는 것. 閱은 고른다는 뜻.
▶ 太奴 : 奴僕의 가장 장대한 자를 뜻하며, 여기서는 말을 쳤던 高麗 출신의 毛仲을 가리킨다[《杜詩錢注》].
▶ 驥子 : 천리마의 새끼.
▶ 憐神俊 : 신통하고 빼어남을 사랑하다. 神俊은 신통하고 빼어난 것.
▶ 當時 : 玄宗의 開元 13년(725.)
▶ 材盡下 : 재질이 모두 하급이다. 말의 수는 많았으나 뛰어난 좋은 말은 거의 없었다는 뜻.
故獨寫真傳世人,見之座右久更新。
그래서 다만 실물의 그림으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였는데, 자리 옆에 걸린 그림 보니 오래되어도 더욱 새롭게 느껴지네.
▶ 寫眞 : 천리마의 실물을 그리는 것.
▶ 座右 : 자리 오른쪽 앉은자리 옆
▶ 久更新 : 오래될수록 더욱 새롭게 느껴지다.
年多物化空形影,嗚呼健步無由騁。
해가 오래되면 만물은 변화하는데 공연히 겉모양만 있으니, 아아! 힘찬 발길로 달리게 할 길 없구나!
▶ 空形影 : 공연히 형체와 그림자만 있다. 부질없이 그림으로만 남아 있음.
如今豈無騕褭與驊騮,時無王良伯樂死即休
지금도 어찌 騕褭와 驊騮가 없겠는가? 그 시대에 王良이나 伯樂이 없어 죽어갈 따름이지.
▶ 騕褭(요뇨) : 하루 1만 5천리 달린다는 神馬이름[《瑞應圖》].
▶ 驊騮(화류) : 옛날 造父가 桃林의 야생마 중에서 얻어 周穆王에게 바친 말 가운데 하나로, 하루 3만 리를 달렸다[《水經》注].
▶ 王良 : 춘추시대의 유명한 말몰이 이름[《淮南子》覽冥訓].
▶ 伯樂 : 옛날에 말을 잘 보았던 사람 이름 [《韓詩外傳》].
▶ 死卽 : 죽으면 곧 그만이다. 천리마도 말을 잘 다루고 알아보는 이가 없어 그대로 살다 죽으면 그만이라는 말.
해설
杜甫는 이밖에도 〈房兵曹胡馬〉·〈高都護驄馬行〉·〈驄馬行〉·〈瘦馬行〉·〈病馬〉·〈題壁上韋偃馬歌〉. 〈白馬〉 등 말을 노래한 작품이 많고, 또 〈畵鷹〉·〈義鶻行〉·〈畵鵲行〉·〈姜楚公畵角鷹歌〉 등 독수리나 매를 읊은 시도 여러 편 있다.
작자가 달리는 천리마나 하늘을 가르는 독수리의 雄姿의 神俊함을 좋아했기 때문일 터이다.
한편 이런 빼어난 동물이나 새를 은근히 자신에게 비유하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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