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게 주다(寄盧仝)-한유(韓愈)
▶ 寄盧仝 : 盧仝에게 부침. 노동은 《新唐書》 列傳에 韓愈의 뒤에 전기가 있다.
《韓昌黎集》 권5에 이 시가 실려 있다. 한유가 洛陽令을 지내고 있을 때의 所作이다.
玉川先生洛城裏, 破屋數間而已矣.
옥천 선생은 낙양성 안에, 낡은 집 몇칸뿐이네.
▶ 玉川先生 : 노동은 玉川子라 自號하였다.
一奴長鬚不裏頭, 一婢赤脚老無齒.
하나 있는 하인은 긴 수염에 머리도 동이지 않았고, 하나 있는 하녀는 맨발에 늙어서 이도 다 빠졌네.
▶ 一奴 : 한명의 하인.
▶ 長鬚 : 수염이 긺.
▶ 裏頭 : 옛날 중국의 성인이 된 남자는 머리를 묶고 비단으로 쌌다.
▶ 一婢 : 한명의 婢女.
辛勤奉養十餘人, 上有慈親下妻子.
간신히 수고하여 10여 인을 봉양하는데, 위로는 자애로운 어버이에 아래론 처자가 있네.
▶ 辛勤 : 고생하고 애씀.
先生結髮憎俗徒, 閉門不出動一紀.
선생은 結髮하자 속된 무리를 미워하여, 문 닫고 세상에 나가지 않은 지 어느덧 12년이네.
▶ 結髮 : 옛날에 남자들은 20세가 되면 성인의 표시로 머리를 묶었다.
▶ 動 : 어느덧.
▶ 一紀 : 歲星의 一周로서 12년.
至令鄰僧乞米送, 僕忝縣尹能不耻?
이웃 중이 쌀을 빌어 보내줄 지경이니, 내가 욕되이 현령으로서 부끄럽지 않으랴?
▶ 僕 : 한유 자신.
▶ 忝: 욕됨.
俸錢供給公私餘, 時致薄少助祭祀.
俸錢을 公私에 쓰고 남기어, 때때로 조금이라도 보내어 제사를 도왔네.
▶ 俸錢 : 봉급으로 받는 돈.
▶ 時致 : 때때로 보내주었다는 뜻.
勸參留守謁大尹, 言語纔及輒掩耳.
어떤 이가 선생께 留守를 찾아뵙고 大尹을 만나 보라 권하니, 말을 듣자마자 바로 귀를 가리더라네.
▶ 參留守 : 낙양의 留守 장관을 가서 뵙다. 이때 유수는 鄭余慶이었다.
▶ 謁大尹 : 河南郡의 장관인 대윤을 찾아뵙다. 이때는 李素가 小尹으로서 대윤 벼슬을 겸하고 있었다.
▶ 纔 : 겨우,
▶ 輒 : 문득.
▶ 掩 : 가리다.
水北山人得名聲, 去年去作幕下士.
水北山人은 명성이 자자했는데, 지난해에 가서 幕下士가 되었고,
▶ 水北山人 : 洛水 북쪽 기슭에 있던 은자. 石洪을가리킨다.
▶ 幕下士 : 將軍(節度使)의 본진 막하에서 벼슬하는 사람.
水南山人又繼往, 鞍馬僕從塞閭里.
水南山人도 이어서 가니, 타고 가는 말과 하인들로 마을이 막힐 지경이었다네.
▶ 水南山人 : 낙수 남쪽 기슭에 있던 은자. 溫造(字는 敬輿)를 가리킨다.
少室山人索價高, 兩以諫官徵不起.
少室山人은 요구하는 값이 높아서, 두 번이나 諫官으로 불렀으나 일어나지 않았다네.
▶ 少室山人 : 嵩山의 西峰 소실산에 은거하던 사람. 李渤을 가리킨다.
▶ 諫官 : 천자에게 잘못을 간하는 관리. 拾遺의 벼슬이 이에 해당한다.
彼皆刺口論世事, 有力未免遭驅使.
그들은 모두 풍자하는 말투로 세상일을 논하다가, 능력이 있어 부림을 당하기를 면하지 못하였네.
▶ 彼 : 그들. 北山人·水南山人·少室山人 따위.
▶ 刺口 : 입으로 풍자함.
▶ 遭驅使 : 부림을 당함.
先生事業不可量, 惟用法律自繩己.
선생께서 하시는 일은 헤아릴 수 없으니, 오직 성인의 법도를 따라 스스로 자기를 바로잡네.
▶ 法律 : 성인의 올바른 율법.
▶ 繩 : 새끼, 줄, 먹줄로 나무를 바르게 깎게 하듯이 자기의 몸가짐을 바로잡음.
春秋三傳束高閣, 獨抱遺經究終始.
春秋의 三家 傳은 高閣에 묶어두고, 홀로 성인이 남긴 경서를 안고 처음부터 끝까지 연구하네.
▶ 春秋三傳 : 孔子가 저술한 《춘추》에 대한 三家의 해설. 左丘明의 《左氏傳》, 公羊高의 《公羊傳》, 穀梁赤의 《穀梁傳》의 세 가지.
▶ 束高閣 : 묶어 높은 누각에 둔다. 《春秋三傳》에 통달했기 때문에 다시는 책을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 遺經 : 성인이 남겨놓은 경서.
往年弄筆嘲同異, 恠辭驚衆謗不已.
옛날엔 글을 지어 同異를 조롱하고, 괴상한 말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니 誹謗이 끊이지 않았네.
弄筆嘲同異 : 弄筆은 장난삼아 글을 짓는 것.
《唐才子傳》 권5에 일렀다.
‘馬異는 睦州 사람이다. (……) 賦性이 怪澁하고 風骨이 稜稜했으나 枯瘠을 면치 못하였다. 盧仝이 이 말을 듣고 매우 자기 뜻에 맞아 교우하기를 바랐다. 마침내 同異의 논을 세워 시로써 贈答하였다. (仝은 同과같은 자)’
곧 자기 이름이 同이고 馬異의 이름이 異임에 착안하여 시를 지은 것이다.
▶ 恠 : 怪의 俗字. 恠辭은 그의 〈月蝕〉 시의 괴이한 문구들이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는 뜻.
▶ 謗 : 비방하다. 헐뜯다.
近來自說尋坦途, 猶上虛空跨騄駬.
근래엔 스스로 평탄한 길을 찾는다고 말하는데, 마치 허공을 오름에 騄駬를 탄 듯하네.
▶ 坦 : 평탄하다.
▶ 跨 : 걸터앉다. 올라타다.
▶ 騄駬 : 《列子》에 綠耳로 쓰고 있다. 周나라 穆王의 수레를 끌던 八駿馬 가운데 하나.
去歲生兒名添丁, 意令與國充耘耔.
지난해엔 아들을 낳아 添丁이라 이름지었는데, 나라를 위해 농사짓는 장정에 충당하려는 뜻이었네.
▶ 耘(운) : 밭의 김을 매다.
▶ 耔(자) : 북돋우다.
國家丁口連四海, 豈無農夫親耒耜?
나라의 壯丁의 인구는 온 세상을 이을 만하니, 어찌 친히 쟁기를 잡을 농부가 없겠는가?
▶ 丁口 : 壯丁의 인구.
▶ 耒(뢰) : 쟁기.
▶ 耜(사) : 보습.
先生抱才終大用, 宰相未許終不仕.
선생은 재능을 지녀 마침내 크게 쓰일 터이나, 재상 자리가 주어지지 않으면 끝내 벼슬하지 않으리라.
假如不在陳力列, 立言垂範亦足恃.
비록 힘을 다하는 반열에 있지 않으나, 言辭를 정립하고 垂範하심은 사람들이 의지하기에 족하네.
▶ 陳力列 : 힘을 다해 나랏일을 하는 位의 列.
▶ 立言 : 후세에까지 교훈이 될 만한 말을 함.
▶ 垂範 : 딴 사람들이 본받을 만한 행동을 함.
苗裔當蒙十世宥, 豈謂貽厥無基址?
후손들은 마땅히 선생 덕분에 十世가 사면될 터이니, 어찌 그가 자손들에게 터전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하랴?
▶ 苗裔 : 後裔, 후손,
▶ 宥 : 죄를 용서함.
▶ 貽(이) : 업적을 남겨놓는 것. 厥 : 그것. 천자문에 貽厥嘉猷 勉其祗植이 있다
▶ 址 : 터.
故知忠孝出天性, 潔身亂倫安足擬?
예부터 忠孝는 天性이라 알거니와, 潔身亂倫하는 자가 어찌 본뜰 수 있으랴?
▶ 潔身亂倫 : 자기 한몸을 깨끗이하기 위하여 인륜을 어지럽힘.
▶ 擬 : 비기다.
昨夜長鬚來下狀, 隔墻惡少惡難似.
어젯밤에 수염이 긴 하인을 시켜 편지를 보내왔는데, 이웃의 惡童의 악한 짓이 그럴 수 없단다.
▶ 長鬚 : 수염이 긴 하인.
▶ 隔墻 : 담 넘어. 이웃집.
▶ 惡少: 고약한 젊은이.
每騎屋山下窺瞰, 渾舍驚怕走折趾.
언제나 지붕 용마루를 타고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온 집안이 놀라고 두려워 달아나다 발가락을 삐는 형편이고,
▶ 屋山 : 지붕 대마루.
▶ 窺 : 엿보다.
▶ 瞰 : 굽어보다. 내다보다.
▶ 渾舍 : 온 집안.
▶ 折趾: 발가락을 삠.
憑依婚媾欺官吏, 不信令行能禁止.
姻戚을 빙자하여 관리를 속이니, 법령의 집행이 금지함을 믿지도 않는다고 하네.
▶ 婚姉 : 姻戚 관계를 말함.
先生受屈未曾語, 忽此來告良有以.
선생은 굴욕을 당하면서도 얘기한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에 알려옴은 정말 까닭이 있을 터이네.
嗟我身為赤縣尹, 操權不用欲何俟?
아아, 내 몸은 赤縣의 尹이 되었으니, 권력을 쥐고도 쓰지 않고 무엇을 기다리겠는가?
▶ 赤縣 : 唐代엔 현을 7등급으로 나누었다. 《方輿紀要》 州城形勢 唐下에 일렀다.
‘무릇 천하의 현은 1천5백70有三에 京都를 다스리는 곳을 赤縣이라 하고, 통할하는 곳을 畿縣이라 하고, 그 나머지는 望, 緊이라 하는데 각각 상·중·하로 삼분되어 모두 7등으로 나뉘어진다.’
洛陽은 東都이므로 적현이라 한 것이다.
▶ 操 : 잡다. 쥐다.
立召賊曹呼五百, 盡取鼠輩尸諸市.
즉각 刑房을 시켜 형을 집행하는 불러서, 모조리 잡아다 鼠輩를 처형하여 저자에 梟首했네.
▶ 賊曹 : 刑을 다스리는 官名. 杜佑의 《通典》 職官典에 의하면 水火·盜賊·詞訟·罪法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 五百 : 형을 집행하는 관리. 韋昭의 《辨釋名》에 일렀다.
‘五百은 본시 伍陌(오맥)이라 썼는데, 伍는 當의 뜻이고 陌은 道의 뜻이다. 사람들을 인도하여 길 가운데로 오게 하여 驅除하는 것이다. 俗에선 行杖人을 오백이라 한다.’
鼠輩 : 쥐새끼 같은 무리. 惡少들을 가리킨다. 尸諸市 : 죄인을 죽이어 시체를 저잣거리에 내걸어 구경시키는 것.
先生又遣長鬚來, 如此處置非所喜.
선생은 또 긴 수염의 하인을 보내서, 이러한 처치는 좋아하는 바가 아니라 하네.
況又時當長養節, 都邑未可猛政理.
하물며 또 계절은 만물이 자라나는 봄이니, 고을을 사나운 정치로 다스려서는 안 된다고 하네.
▶ 長養節 : 만물을 자라게 하고 길러주는 계절. 곧 봄철.
先生固是余所畏, 度量不敢窮涯涘.
선생은 본시 내가 두려워하는 분으로, 도량은 바다 저편을 바라보는 듯하네.
▶ 度量 : 마음의 넓이. 涯涘(애사) : 바다 저쪽 가. 끝․
放縱是誰之過歟? 效尤戮僕愧前史.
멋대로 처형했음은 누구의 잘못인가? 잘못을 본받아 그들을 죽였으니 옛날 史官이 부끄럽네.
▶ 放縱 : 멋대로 행동함. 여기서는 멋대로 처형한 것.
▶ 效尤 : 잘못을 본받는 것. 惡少를 처형하면서 악소처럼 난폭한 방법으로 처형한 것.
▶ 戮僕 : 천한 자 곧 악소들을 죽임.
▶ 愧前史 : 전대 史官에게 부끄럽다.
前史는 左丘明을 가리킨다. 《左傳》 襄公 3년에 일렀다.
‘晉侯의 아우 楊干이 행렬을 曲梁에서 어지럽혔다. 魏絳이 그의 僕(:楊干의 부하, 하인)을 죽였다[戮]. 진후가 노하여 羊舌赤에게 말하기를, “양간이 죽임을 당한 거나 무엇이 그 욕됨이 다르랴. 반드시 위강을 죽여야 한다.”라고 하였다. 위강은 이에 글을 僕人에게 주고 칼 아래 伏하려 하였다. 그 글에 “교훈을 이루지 못하고 무기를 잡게 되었습니다.”라고 하였다.’
買羊沽酒謝不敏, 偶逢明月耀桃李.
양고기 사고 술을 받아 어리석음을 사과하고 싶은데, 마침 밝은 달이 떠서 桃李를 비추고 있네.
▶ 沽(고) : 물건을 삼.
先生有意許降臨, 更遣長鬚致雙鯉.
선생께서 마음 내키시어 왕림을 허락하신다면, 다시 긴 수염난 하인에게 편지를 보내십시오
▶ 雙鯉 : 편지를 말한다. 漢代 樂府上에 ‘내게 雙鯉魚(:두 마리 잉어)를 보냈는데, 아이를 불러 잉어를 삶으니 그 속에 비단에 쓴 편지가 있었다.’라고 했다.
잉어 배 속에 편지가 있었다는 데서 쌍리가 ‘편지’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해설
《唐詩紀事》에도 ‘盧仝은 東都에 있었다. 韓退之는 河南의 令이 되었는데 노동의 시를 좋아하여 두터이 그를 예우하였다. 그는 스스로 玉川子라 號하고 일찍이 月蝕의 시를 지어 元和의 朋黨을 譏切하였다.’라고 했다.
이 시를 보더라도 한유가 노동에게 굉장히 傾倒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동은 박학하고 뛰어난 문재를 지녔으나, 명리에 담박하여 가난하게 은거하고 있었다. 그를 경애하는 작자의 충심이 잘 표현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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