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애비에 적음(題磨崖碑)-황정견(黃庭堅)
▶ 題磨崖碑 : 마애비에 題함.
마애비는 안녹산의 난 뒤 蜀 땅으로 피난갔던 玄宗이 京師로 돌아오자 元結이 浯溪의 절벽을 다듬고 그 위에 頌文을 새겨놓은 것임. 이 시는 황정견이 60세 때 崇寧 3년(1104) 3월 오계를 찾아갔을 때 지은 것이다. 《黃山谷文集》 권8엔 〈書磨崖碑後〉라는 제목 아래 실려 있다.
春風吹船著浯溪, 扶藜上讀中興碑.
봄바람이 배에 불어 浯溪에 도착하니, 명아주 지팡이 짚고 올라가 中興碑를 읽는다.
▶ 浯溪(오계) : 湖南省 祁陽縣 서남쪽에 있는 냇물 이름. 元結은 이곳의 경치를 사랑하여 이곳에 집을 짓고 살았고, 그의 磨崖碑도 이곳에 있다.
▶ 藜(려) : 명아주,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
▶ 中興碑 : 唐나라의 중흥을 기린 碑文.
平生半世看墨本, 摩挲石刻鬢如絲.
평생 반세기 동안 탁본을 보아오긴 하였으나, 돌에 새긴 글을 어루만지는 지금은 귀밑머리 희었구나.
▶ 墨本 : 먹칠로 찍어낸 拓本.
▶ 摩挲(마사) : 손으로 어루만지다. 어루만지며 읽고 감상하는 것.
明皇不作苞桑計, 顚倒四海由祿兒.
현종은 백성들을 편히 살 계책을 세우지 않아, 안녹산이란 녀석에게 온 세상이 뒤집히었네.
▶ 苞桑計 : 苞桑은 떨기로 난 뽕나무.
《易經》 否卦 九五爻辭에 '망하리라, 망하리라. 苞桑에 이어라.'라고 하였다.
孔穎達의 《疏》에 '苞는 뿌리이다. 무른 물건은 뽕나무 本에 이으면 곧 튼튼하다.'라고 하였다.
포상은 떨기로 자란 뽕나무, 뽕나무에 뿌리가 많다는 것은 백성들이 편히 삶에도 비유된다. 따라서 苞桑計는 백성들을 편히 살게 할 튼튼한 계책.
▶ 顚倒四海 : 세상이 훌렁 뒤집힘. 안녹산의 난에 세상이 뒤집힌 것.
▶ 祿兒 : 안녹산이란 녀석.
九廟不守乘輿西, 萬官奔竄鳥擇栖.
종묘를 지키지 못하고 수레 타고 서쪽으로 가니, 모든 관리가 새가 둥지 찾아가듯 다투어 도망갔네.
▶ 九廟 : 《禮記》 王制에 '천자의 廟는 七'이라 했으나 唐나라 開元 연간엔 九廟로 하였다. 따라서 천자의 宗廟, 곧 사직과 같은 뜻.
▶ 乘輿西 : 玄宗이 서쪽 촉 땅으로 피란함을 가리킨다.
▶ 奔竄(분찬) : 뛰어 도망감.
▶ 栖(서) : 깃들다.
撫軍監國太子事, 何乃趣取大物為?
撫軍 또는 監國이 태자의 일이거늘 어찌하여 곧 큰 자리를 취하였을까?
▶ 撫軍監國 : 예부터 태자는 임금이 떠나면 조정을 지키되, 지킬 사람이 있으면 따랐는데, 임금을 따라가며 군사를 거느림을 撫軍, 나라를 지키고 있음을 監國이라 한다.
▶ 大物 : 큰 물건. 王位를 가리킨다. 이 구절은 태자였던 肅宗이 현종의 명 없이 왕위에 올랐음을 꼬집었다.
事有至難天幸耳, 上皇跼蹐還京師.
일은 지극히 어려웠으나 하늘이 다행히 돌보셨으니, 상황이 된 현종은 겨우겨우 경사로 돌아왔네.
▶ 天幸 : 하늘이 다행히 돌보아 亂軍이 평정되었다는 뜻.
▶ 耳 : 助詞. 爾로 된 판본도 있다.
▶ 跼蹐(국척) : 跼은 몸을 굽히는 것, 蹐은 조심조심 걷는 것.
內間張后色可否, 外間李父頤指揮.
안으로는 장후가 안색으로 가부를 결정하여 이간하고, 밖으로는 李輔國이 턱으로 지휘하여 이간하였네.
▶ 間 : 上皇이 된 현종을 숙종이나 신하들과 이간시킴.
▶ 張后 : 숙종의 왕후. 총애를 믿고 정사에도 간섭하고 李輔國과 공모하여 권세를 멋대로 하였다. 뒤에 태자를 밀치고 越王 係를 세우려다 실패하여 庶人으로 밀려났다.
▶ 李父 : 李輔國. 천한 자리로부터 임금의 총애를 의지하여 나라의 권세를 멋대로 하는 자리에까지 올랐던 사람. 代宗이 즉위하여 그를 司空으로 삼고 尙父라 존경하였으나 그의 세력이 임금을 능가한 데서 죽임을 당하였다.
▶ 頤指揮 : 턱으로 지시함.
南內凄涼幾苟活, 高將軍去事尤危.
남내는 처량하여 거의 구차히 살았고, 고장군이 떠나자 일은 더욱 위태로웠네.
▶ 南內 : 唐나라 長安에는 西內(:皇城)·東內(:大明宮)·南內(:興慶宮)의 三內가 있었는데, 상황이 된 현종이 이곳에서 만년을 보냈다.
▶ 高將軍 : 高力士를 가리킴. 현종의 총신이었는데 이보국에게 밀려났다.
臣結舂陵二三策, 臣甫杜鵑再拜詩.
신하 元結은 春陵行 등 2, 3편을 지었고, 신하 杜甫는 杜鵑行이란 再拜詩를 읊었네.
▶ 臣結 : 신하 元結(719~772). 원결은 안녹산의 난으로 어지러워진 시국을 반영하는 시를 많이 쓴 시인임.
▶ 舂陵(용릉) : 〈舂陵行〉.
▶ 二三策 : 〈용릉행〉을 비롯한 시국을 읊은 2, 3편의 시.
▶ 杜鵑 : 〈杜鵑行〉. 금수들도 蜀帝의 魂이 화한 것이라는 두견새에 대하여는 존경을 표시하는데, 사람으로서 천자를 존경하지 않음은 새만도 못하다고 세상의 인심을 한탄한 내용의 시.
▶ 再拜詩 : 천자에게 재배하며 충성을 나타낸 시.
安知忠臣痛至骨? 後世但賞瓊琚詞.
충신들의 아픔이 뼈에까지 이르렀음을 어찌 알리? 후세엔 다만 구슬 같은 글을 감상할 뿐이네.
▶ 瓊琚詞(경거사) : 구슬같이 아름다운 文詞.
同來野僧六七輩, 亦有文士相追隨.
나와 함께 온 중 6, 7명이 있고, 또 몇몇 문사들이 함께 따라왔네.
▶ 野僧 : 여행하며 돌아다니는 중.
斷崖蒼蘚對立久, 凍雨為洗前朝悲.
절벽 푸른 이끼 덮힌 비문을 한참 대하고 섰노라니, 지난 조정의 슬픔을 씻어주듯 소나기가 내리네.
▶ 斷崖 : 깎아세운 듯한 절벽.
▶ 蒼蘚(창선) : 푸른 이끼에 덮힌 碑文.
▶ 涷(동) : 소나기.
해설
절벽에 새겨놓은 元結의 비문을 읽고 느낀 감상을 쓴 것이 이 시이다.
안녹산의 난을 통하여 무너졌던 玄宗의 영화와, 父王의 명령없이 즉위한 용렬한 肅宗 밑에 돌아와 처량한 여생을 보낸 현종의 생애가, 인상적으로 읊어져 있다.
이런 어지러운 시국에 올바른 우국지심을 가졌던 사람이란 바로 문인인 원결이나 두보 같은 사람들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문인들의 위대한 사상은 젖혀놓고 그들의 아름다운 글만을 감상하기가 일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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