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한문 공부/한번은 한문공부

3. 한문은 고립어이다

耽古樓主 2024. 4. 28. 03:15

信信信也, 疑疑亦信(순자 비십이자)
믿을 것은 믿는 것이 믿음이다. 의심할 것은 의심하는 것도 믿음이다.

 

 

한문은 고립어이다

 

한문은 고립어입니다. 개개 낱말이 저마다 고립되어 있어서 다른 낱말의 영향으로 형태가 변하지 않지요. 이를테면 '我'는 주어로 쓰이건 목적어로 쓰이건 서술어로 쓰이건 전부 我로 씁니다.

 

이에 반해 우리말은 교착어입니다. 조사나 어미 따위를 단어의 기본형에 교착해서(붙여서) 써야 온전하게 말이 되는 언어이지요. 그래서 같은 낱말이라도 '나는', '나를', '나의'처럼 조사를 다르게 붙이거나 '먹다', '먹으면', '먹는'처럼 어미를 활용해서 문법적 관계와 의미 차이를 나타냅니다. 우리말과 한문은 비교 언어학에서 말하는 언어 유형이 완전히 다른 언어입니다.

 

그렇다면 한문은, 우리말이라면 조사나 어미로 구별되는 문법적 관계나 의미 차이를 어떻게 나타낼까요? 그런 의미를 아예 표현하지 못할까요? 아닙니다. 한문에도 그 나름의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어순입니다. 같은 단어라도 주어 자리에 있으면 명사구실을 하면서 명사적인 뜻을 나타내고, 서술어 자리에 있으면 동사나 형용사 구실을 하면서 동사나 형용사적인 뜻을 나타내지요. 관형어 자리에 가면 형용사 구실을 하고, 부사어 자리에 가면 부사 구실을 합니다.

그래서 한문을 해석할 때 눈에 힘줄 대목은 첫째도 자리, 둘째도 자리, 셋째도 자리입니다. 어순의 차이가 보여 주는 문맥이 그 어떤 언어보다 중요한 언어가 한문입니다.

信信信也
疑疑亦信(순자 비십이자)
믿을 것은 믿는 것이 믿음이다. 의심할 것은 의심하는 것도 믿음이다.
-也: 판단의 어기를 표현. 이 경우 명사 서술어의 표지로 사용될 때가 많다.
-信信信: 주어와 서술어를 나눴을 때 ‘信이 信信이다’, ‘信信이 信이다’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합니다. 그러나 뒤 구절인 疑疑亦信也에 비추어 보면 '信信이 信이다'가 더 합당할 것입니다. 앞 구절이나 뒤 구절이 같은 구조의 말이니까요.
-亦 : 부사어로 쓰일 때 주어와 서술어를 가려내는 표지 구실도 합니다.
-한문에서 명사도 서술어 구실을 함을 알 수 있다.

 

 

 

 연습

 

▶君君, 臣臣, 父父, 子子.(논어 안연)

-임금이 임급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아비가 아비답고 아들이 아들다워야 한다.

-君君은 "임금이 임금답다"처럼 서술어를 형용사로 풀이하는 해석 외에 "임금이 임금 노릇 하다"처럼 서술어를 동사로 풀이하는 해석도 가능하다. 臣臣, 父父, 子子도 마찬가지이다. 이 구절의 서술어를 형용사로 풀이함은 전통적인 해석의 한 관례로서, 관례도 어법의 한 요소이므로 쉽사리 무시하기 어렵다.

 

▶是是非非謂之知, 非是是非謂之愚.(순자 수신)

옳은 것을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함을 안다고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하고 옳은 것을 그르다고 함을 어리석다고 한다.

 

▶人人親其親, 長其長而, 天下平.(맹자 이루 상)

-사람마다 그의 부모를 친하게 대하고 어른을 어른으로 대하면 천하가 평안하다.

-而: 접속사로 쓰여 나열(~고, ~며), 상반(~나, ~지만), 가정(~면), 배경(~는데) 등의 뜻을 두루 나타낸다.

-人人처럼 명사가 중첩되면 문맥에 따라 每의 의미가 부가될 수 있다. 이때 ‘모두’ 또는 ‘~마다’의 의미를 붙여 풀이한다.

 

子又生孫, 孫又生子, 子又有子, 又又有孫, 子子孫孫, 無窮匱也.(열자 탕문)

-아들이 또 손자를 낳고, 손자가 또 아들을 낳고, 아들에게 또 아들이 있고, 그 아들에게 또 손자가 있을 테니 아들과 아들, 손자와 손자가 끝이 없을 것이다.

-匱: 다할 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