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3. 명심보감 순명편(順命篇)

耽古樓主 2023. 1. 16. 21:36

3. 順命篇


前篇의 天命篇에서는 선악의 주관자로서의 하늘을 말하였고, 이 순명편에서는 글자 그대로 그러한 하늘의 命에 순응해야함을 말하고 있다.
일견 이 순명편에서는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지 못하고 다만 운명론적으로 자신의 生을 맞아야 한다고 서술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사상은 역시 하늘의 이치, 자연의 이치를 거스리지 말고 자신의 生을 개척하라는 조언일 것이다. 자신의 본분을 알지 못하고 분수에 넘치는 일을 쫓다가 자신을 망치는 지경에 이르는 일도 종종 보게 되니 말이다.

<1>

子曰
死生有命,
富貴在天.
공자가 말하였다.
"죽고 사는 것은 명에 있고, 富貴는 하늘에 있다."

子夏: 공자의 제자로 학문에 뛰어났다.
死生: 중국말과 우리말의 순서가 뒤바뀐 예가 많다.
A(명사)++B= AB가 있다. +A= A가 있다.
물론 앞에 를 한정하는 부사가 올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 자주 쓰이며, 계선편 9번째 글귀에서도 그 용례를 볼 수 있다.
A++B= AB에 있다. 는 그 쓰임새가 다르므로 확실히 구분하기 바란다.
富貴在天: 부귀는 하늘에 있다. ,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출전]
이 글은 논어》 〈顔淵 五章에 보이는데, 司馬牛子夏와의 대화에 등장하는 자하의 말이다.
司馬牛憂曰
人皆有兄弟我獨亡。」
子夏曰
商聞之矣死生有命富貴在天
君子敬而無失與人恭而有禮
四海之內皆兄弟也
君子何患乎無兄弟也?」
사마우가 걱정하면서,
사람들은 모두 형제가 있는데 나만 홀로 (형제가) 없구나.”라고 말하자,
자하가 말하였다.
商이 들으니, 죽고 사는 것은 에 달려 있고, 富貴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 하였다.
군자가 공경하고 잃음이 없으며 남과 더불어 공손하고 가 있으면,
四海(천하)의 안이 모두가 형제이니 군자가 어찌 형제 없음을 걱정하겠는가?”

[해설]

공자의 제자 司馬牛에게는 桓退라는 형이 있었으나 성정이 잔악하고 무도하여 한때 공자를 죽이려고도 하였다. 송나라에서 모반이 일어나자 사마환퇴가 이에 가담하였으나 모반이 실패로 돌아가는 바람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떠돌아다니게 되었다.
형이 죽게 될까 염려하여 사마우는 子夏에게 형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걱정하였다. 그러자 자하는 공자에게 들은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慰勞한 것이다.

<2>

萬事分已定,
浮生空自忙.
모든 일은 분수가 이미 정하여져 있는데, 사람들은 부질없이 스스로 바쁘게 움직인다.

이 문장은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는 이미 이.
: 뜰 부.
: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浮生: 한 단어로 덧없는 인생을 뜻한다.
: 부사로 헛되이, 공연히의 뜻이다. 空然.
는 술어와 붙어서 잘 쓰인다.
+자동사 : 스스로 ~하다. 저절로 ~하다. 自動, 自述, 自首, 自白, 自祝.
+타동사 : 자기를 ~하다. 自殺, 自決, 自尊心, 自責.
참고로 는 명사로 쓰이므로 목적어가 될 때는 술어+의 어순이 된다.
: 바쁠 망. 忙中閑(바쁜 가운데의 한가로움), 公私多忙(공적, 사적인 일로 아주 바쁨)

 

[출전]

南宋 이후에, 善行과 전해 내려오는 민간의 속담을 엮어 만든, 작자 미상의 名賢集중에 글이 보인다.
耕牛無宿草 倉鼠有餘糧,
萬事分已定 浮生空自忙.
밭 가는 소에게는 묵은 꼴이 없지만, 창고의 쥐에게는 남는 식량이 있다.
모든 일은 분수가 이미 정해져 있건만, 덧없는 인생은 부질없이 스스로 바쁘구나.

<3>

景行錄云
禍不可倖免,
福不可再求.
경행록에 일렀다.
"화는 요행으로는 면하지 못하고, 복은 가히 두 번 다시 구하지 못한다."

可以+술어: 관용구로 “~할 수 있다의 뜻이다. 따라서 不可以+술어“~할 수 없다의 뜻이다.
은 부사로, 요행히 행. 다행 행.
참고로, 술어나 명사로 쓰일 때는 주로 자를 쓰고, 부사로 쓰일 때는 여기서처럼 자를 쓴다. 幸福, 幸運, 多幸.

<4>

時來風送滕王閣,
運退雷轟薦福碑.
좋은 때가 이르니 바람이 왕발을 등왕각으로 보내고
운수가 퇴락하니 벼락이 천복비를 때렸다.

이 문장 역시 대칭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니 그걸 파악하는 것이 해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울릴 굉. 수레소리나, 천둥소리를 나타낸다.
時來風送騰王閣: ‘일이 되려고 하니 바람결에 등왕각에 가서 文名을 떨치는 행운을 잡았다는 의미이다.
滕王閣은 중국 江西省 新建縣 양자강에 임한 章江門 위에 있던 누각으로 당나라 滕王 李元嬰이 세웠다. 王勃神靈現夢으로 순풍을 만나 하룻밤에 南昌 7백리를 가서 등왕각 연회에 참석하여 이 누각의 서문인 滕王閣序를 지어 문명을 떨치는 행운을 잡았다. 거기에다 韓愈를 지어 더욱 유명해졌다.
運退雷轟薦福碑: ‘재수가 없다 보니 느닷없는 벼락이 천복비를 때렸다는 의미이다.
薦福碑는 중국 江西省 薦福寺에 있던 비석. 당나라 李北海가 짓고, 歐陽詢이 썼다.
그런데 당시 구양순의 글씨가 크게 존중받았으므로, 拓本 하나 값이 千金이었다.
文正公 范仲淹이 그 지방을 다스릴 때 어떤 가난한 書生이 찾아와 먹고살 길이 없다고 신세타령을 하자 范仲淹은 그에게 천복사 비문 탁본 1천 벌을 떠서 서울에 내다 팔아 보라고 밑천을 대주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종이와 먹을 다 마련하였는데, 그날 밤 벼락이 그 비석을 쳐서 깨뜨려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고 한다.
王勃(650~676) : 당나라 초기 絳州 龍門 사람. 山西 太原사람이라고도 한다. 자는 子安이고, 王福畤의 아들이며, 王通의 손자다. 조숙한 천재로 6살 때부터 문장을 잘 지었고, 생각을 구상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 9살 때 指瑕를 지어 顔師古가 주를 단 漢書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高宗 麟德 초에 對策으로 합격하여 虢州參軍이 되었다. 17살 때인 乾封 1(666) 幽素科에 급제했다. 젊어서 재능을 인정받아 麟德 원년(664)에 이미 朝散郞의 벼슬을 받았다.
재주를 믿고 남들을 경멸해 동료들의 질시를 샀다. 왕족인 沛王 賢의 부름을 받고 섬겼지만, 당시 유행했던 鬪鷄에 대해 장난으로 쓴 글이 고종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죽을 뻔했다가 사면을 받아 중앙에서 쫓겨나 四川 지방을 방랑했다. 아버지 역시 이 일로 交阯令으로 貶謫되었다. 뒤에 官奴를 죽였다는 죄로 관직을 빼앗기고 上元 2(675) 교지로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가 도중에 南昌을 지나면서 그 유명한 滕王閣序를 써 세인의 칭찬을 받았다. 돌아오다가 배에서 떨어져 29세의 나이로 익사했다. 楊炯盧照鄰駱賓王과 함께 初唐四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특히 5언절구에 뛰어났다. 저서에 王子安集16권을 남겼다. 그가 23살 되던 咸亨 2(671)에 지은 藤王閣序는 지금도 명문으로 명성이 높다.

 

<5>

列子曰
痴聾痼瘂家豪富 智慧聰明却受貧.
年月日時該栽定 算來由命不由人.
열자가 말하였다.
"어리석고 귀먹고 고질이 있고 벙어리라도 집은 큰 부자요, 지혜 있고 총명해도 도리어 가난하다.
운수는 해와 달과 날과 시가 분명히 정하여 있으니, 계산해 보면 부귀는 사람으로 말미암지 않고 명에 있는 것이다."

4.3 4.3으로 끊어 읽고, 역시 대칭구조를 파악하면 이해하기 쉽다.
: 어리석을 치. 는 속자이고, 本字이다.
: 고질 고.
: 벙어리 아.
: 지금은 주로 버릴 각의 술어로 쓰이지만, 한문에서는 부사로 더 많이 쓰인다. , “도리어, 오히려의 뜻이다.
: ‘모두[]’의 의미이다. 이밖에 ‘[]’, ‘[]’, ‘[]’, ‘의 의미도 있다.
: (마름질할 재)의 뜻으로 쓴 것 같다.
: 수 산. 셈할 산. 여기서는 운수를 따져본다는 뜻이겠다.
: 語氣詞(문장의 어감, 어세 등을 나타냄)로서, 그것은 구체적인 뜻은 없지만 중에 쓰여 음절을 완전하게 채우거나 어기를 느슨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 말미암을 유. +명사= ~에서 말미암다.

 

[해설]
列子에 보이지 않는다.
列子: 戰國時代의 사상가이다. 성은 . 이름은 禦寇, 列子는 그의 존칭이자 저서의 이름이다.

黃帝老子의 학문을 바탕으로 하여 지은 열자8권이 있다.

그는 당나라 때 冲虛眞人에 봉해졌고 至德冲虛眞人이라 하기도 하였다.

이 까닭에 열자冲虛眞經이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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