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2五言古風短篇-1淸夜吟(청야음)

耽古樓主 2024. 1. 27. 22:15

古文眞寶(고문진보)

맑은 밤을 읊음(淸夜吟)-소옹(邵雍)

▶ 吟(음) : 읊다. 淸夜吟이란 ‘공기 맑고 시원한 밤에 읊은 시’란 뜻이다.

 

月到天心處, 風來水面時.

달은 하늘 가운데 떠 있고, 수면엔 소슬바람이 잔물결 일으킨다.
天心(천심) : 하늘 가운데, ()은 중앙의 뜻임.
() : ‘~하고 있는 곳의 뜻이나, 다음 구()의 시()와 호응하여 작자가 읊고 있는 淸夜處境과 때를 형용하였다.
風來水面時 : 직역하면 '바람이 수면에 불어올 때'라는 뜻.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는 앞의 '()'와 호응하는 것으로 우리말로 옮길 때는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一般淸意味, 料得少人知.
이러한 청신한 맛, 아는 사람 적으리라.
一般(일반) : ‘모든, 이러한'의 뜻.
() : 헤아리다. 料得은 마음속으로 헤아려 아는 것. ‘할 것이다.’, ‘...이리라의 뜻.

 

 해설

 

이 시의 題下에 ‘도(道)의 전체와 중화(中和)의 묘용(妙用), 自得의 즐거움, 이 맛을 아는 사람이 적다.’라고 주(注)하고 있다.
소옹(邵雍,1011~1077)은 송대(宋代) 도학(道學)의 개조(開祖)로, 호가 康節이다.
그는 시를 통하여 도학자적인 자연에의 체득을 노래하고 있다. 송대 도학자 120인의 설(說)을 집록(集錄)한 《性理大全》 제70에도 이 시를 싣고서 '웅강대씨(熊剛大氏)가 말하기를, 이 시편을 빌어 성인(聖人)의 본체가 맑고 밝으며 사람의 욕망이 모두 정화된 것을 형용하였다. 달이 하늘 가운데 와있을 때란 가렸던 구름이 다 가신 것이고, 바람이 수면에 불어올 때란 곧 파도가 일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사람의 욕망이 모두 정화되어 천리(天理)가 유행하는 때인 것이라고 하였다.'라고 주(注)하고 있다.
곧 천공(天空)에 떠 있는 둥근 달과 잔잔한 호수는 아름다운 맑은 밤의 정경을 읊는 한편 작자의 철리(哲理)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요하고 맑게 아름다운 밤의 자연 속에 함양되어 있는 청순한 진리를 깨닫는 사람들이 적을 것은 말할 것도 없으리라.
이처럼 송대의 성리학(性理學)은 시에도 영향을 미치어 중국시에 철학을 도입하는 경향을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당시(唐詩)가 감정적이라면 송시(宋詩)는 說理的이라고 일반적인 특징을 흔히 말하는데, 이러한 철학시는 특히 그 설리적인 면을 노골화한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