凜凜歲雲暮(늠름세운모) 螻蛄夕鳴悲.(누고석명비)
춥고 춥게 한 해가 저물어 가니, 도르래미가 저녁때 슬피 우네.
凉風率已려(양풍솔이려) 遊子寒無衣.(유자한무의)
찬 바람이 급하고 맹렬히 부니, 유자는 춥고 옷이 없네.
錦衾遺洛浦(금금유낙포) 同袍與我違.(동포여아위)
비단 이불을 낙포로 보내니, 같이 덮을 사람은 나와 떨어져 있네.
獨宿累長夜(독숙누장야) 夢想見容輝.(몽상견용휘)
홀로 잠자기엔 긴 밤이 많이 지났으니, 꿈에 임의 풍채를 생각해 보네.
良人惟古歡(양인유고환) 枉駕惠前綏.(왕가혜전수)
장부는 옛사랑을 생각하여서, 수레를 몰아 수레 끈을 나에게 주었네.
願得常巧笑(원득상교소) 攜手同車歸.(휴수동거귀)
“원컨대 항상 예쁜 웃음을 얻어, 손을 끌어 같은 수레로 돌아가기를.”
旣來不須臾(기래불수유) 又不處重闈.(우불처중위)
이미 잠시 옴도 아니요, 또한 깊은 규중에도 있지 않네.
亮無晨風翼(양무신풍익) 焉能凌風飛.(언능릉풍비)
생각건대 신풍의 날개가 없으니, 어찌 바람을 타고 날 것인가?
眄睞以適意(면래이적의) 引領遙相睎.(인령요상희)
관대한 마음으로 처다보다가, 몸을 펴서 아득히 바라보네.
徒倚懷感傷(도의회감상) 垂涕沾雙扉.(수체점쌍비)
배회하여 아픈 마음을 품으니, 눈물을 흘려 두 짚신을 적시네.
▶ 凜凜(늠름) : 차디차다
▶ 螻蛄(누고) : 땅강아지
▶ 涼風(양풍) : 서늘한 바람
▶ 游子(유자) : 나그네. 여기서는 남편을 말함
▶ 洛浦(낙포) : 중국 신장 유오이자치구[新疆維吾爾自治區] 화전지구[和田地區]에 있는 현(縣).
▶ 容輝(용휘) : 환한 얼굴
▶ 枉駕(왕가) : 枉臨(왕림), 남이 자기 있는 곳으로 찾아오는 일을 높여 이르는 말
▶ 晨風(신풍) : 새매.
▶ 眄睞(면래) : 뒤돌아보다.
▶ 雙扉(쌍비) : 두 짝 사립문.
해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무렵 멀리 장사하러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시이다. 꿈에 신혼 때 모습의 남편이 나타나 아름다웠던 시절을 생각하나 남편은 꿈에서 곧 사라져 더욱 그리움에 사무쳐 사립문에서 울고 있다는 모습을 애절하게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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