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漢文

樂志論(낙지론) / 仲長統

耽古樓主 2023. 3. 8. 05:15

 

使居有良田廣宅이 背山臨流하여 溝池環匝하고
竹木周布하여 場圃築前하고 果園樹後라
舟車足以代步涉之難하고 使令足以息四體之役이라
養親有兼珍之膳하고 妻孥無苦身之勞라
良朋萃止則陳酒肴以娛之하며 嘉時吉日則烹羔豚以奉之라
躕躇畦苑하며 遊戱平林하고 濯淸水하며 追凉風하고 釣游鯉하며 弋高鴻하고
風於舞雩之下하며 詠歸高堂之上이라
安神閨房하여 思老氏之玄虛하고 呼吸精和하여 求至人之彷彿이라
與達者數子로 論道講書하여 俯仰二儀하고 錯綜人物하여
彈南風之雅操하고 發淸商之妙曲이라
逍遙一世之上하고 睥睨天地之間하여 不受當時之責하고 永保性命之期라
如是則可以凌霄漢하여 出宇宙之外矣라
豈羨夫入帝王之門哉아?
거처하는 곳에 좋은 논밭과 넓은 집이 있고 산을 등지고 냇물이 곁에 흐르고 도랑과 연못이 들러 있으며 대나무와 수목이 둘러져 있고 타작마당과 채소밭이 집 앞에 있고 과수원이 집 뒤에 있다. 배와 수레가 걷거나 물을 건너는 어려움을 대신하여 줄 수 있고, 심부름하는 이가 육체를 부리는 일에서 쉴 수 있게 한다. 부모를 봉양함에는 진미(珍味)를 곁들인 음식을 드리고 아내나 아이들은 몸을 괴롭히는 수고도 없다. 좋은 벗들이 모여 머무르면 술과 안주를 차려서 즐기며, 기쁠 때나 길한 날에는 염소와 돼지를 삶아 바친다. 밭이랑이나 동산을 거닐고 평평한 숲에서 노닐며, 맑은 물에 몸을 씻고 시원한 바람을 좇으며, 헤엄치는 잉어를 낚고 높이 나는 기러기를 주살로 잡는다.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 제단(祭壇) 아래에서 바람을 쐬며 놀다가 훌륭한 집으로 읊조리며 돌아온다.
안방에서 정신을 편안히 하고 노자(老子)의 현묘(玄妙)하고 허무한 도(道)를 생각하며, 조화된 정기를 호흡하며 지인(至人)과 같아지기를 구한다. 통달한 사람 몇 명과 도(道)를 논하고 책을 강론(講論)하며, 하늘과 땅을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며 고금(古今)의 인물들을 한데 종합하여 평(評)한다.
「남풍(南風)」의 전아한 가락을 연주하고 「청상곡(淸商曲)」의 미묘한 곡도 연주한다. 온 세상을 초월한 위에서 거닐며 놀고 하늘과 땅 사이를 곁눈질하며, 당시(當時)의 책임을 맡지 않고 기약된 목숨을 길이 보존한다. 이렇게 하면 하늘을 넘어서 우주 밖으로 나갈수가 있을 것이니, 어찌 제왕(帝王)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부러워 하겠는가?

▶ 溝(구) ː 도랑. 환잡(環匝) ː 둘러져 있음. 잡(匝) ː 두르다.

▶ 周布(주포) ː 두루 퍼져 있음.

▶ 場圃(장포) ː 場은 농사철에는 밭으로 쓰고 추수 때에는 타작마당으로 쓰는 곳. 圃는 채소 밭.

▶ 步涉(보섭) ː 步는 길을 걷다. 涉은 물을 건너다.

▶ 使令(사령) ː 심부름하는 사람.

▶ 四體(사체) ː 팔다리 몸.

▶ 珍(진) ː 진미(珍味), 선(善) ː 음식.

▶ 妻孥(처노) ː 처자(妻子), 孥는 子

▶ 萃(췌) ː 모으다. 모이다.

▶ 효(肴) ː 안주

▶ 嘉時吉日(가시길일) ː 좋은 때와 좋은 날.

▶ 烹(팽) ː 삶다. 羔(고) ː 염소

▶ 躊躇(주저) ː 주저하다. 여기서는 일없이 서성대는 것. 畦苑(휴원) ː 밭이랑과 동산

▶ 弋(익) ː 주살. 주살을 쏜다는 뜻.

▶ 風於舞雩之下(풍어무우지하) ː 雩는 기우제, 舞雩는 기우제를 지내는 제단. 《논어(論語)》선진편(先進篇)에 “기수에서 목욕하고 기우제 지내는 제단에서 바람을 쐬며 읊조리면서 돌아오겠습니다.( 乎沂 風乎舞雩 詠而歸)”하였다.

▶ 安神(안신) ː 정신을 편안하게 하다. 閨房(규방) ː 내실(內室)

▶ 老氏(노씨) ː 노자(老子). 玄虛(현허) ː 현묘하고 허무함. 老子의 사상.

▶ 呼吸精和(호흡정화) ː 정화는 조화된 정기. 도교의 양생법(養生法)은 더러운 기운을 토하고 신선한 정기를 마신다.

▶ 至人(지인) ː 道家의 이상적인 사람. 진인(眞人). 방불(彷佛) ː 비슷하다.

▶ 達者(달자) ː 통달한 사람.

▶ 二儀(이의) ː 하늘과 땅.

▶ 錯綜人物(착종인물) ː 錯綜은 복잡한 것을 종합함. 고금(古今)의 여러 인물을 모아 평(評)함.

▶ 南風(남풍) ː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순(舜)임금이 오현금(五絃琴)을 연주하며 南風詩를 지었다.”고 되어 있다.

▶ 淸商(청상) ː 淸商曲. 악부(樂府)의 일종.

▶ 逍遙(소요) ː 거닐며 유유자적하다.

▶ 睥睨(비예) ː 곁눈질하다. 세속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무심하다는 뜻.

▶ 當時之責(당시지책) ː 그 시대에서 져야할 책임. 주로 관리가 되어 져야할 책임.

▶ 性命(성명) ː 목숨.

▶ 凌(릉) ː 건너다. 霄漢(소한) ː 하늘.

▶ 羨(선) ː 부러워하다. 入帝王之門(입제왕지문) ː 조정(朝庭)으로 들어가 벼슬을 한다는 뜻.

 

해설

仲長統은 後漢 때의 사람으로 학식이 깊고 문장을 잘 지었다. 州郡에서 관직을 주려 하였지만 병을 핑계대고 나아가지 않았다. 후한 때 사회가 어지러워지자 은일(隱逸)생활을 높이 평가하는 풍조가 일어났는데 이러한 시기에 仲長統도 개성과 자유를 즐기려는 생각을 지녔다.

이 글은 벼슬로 나아가지 않고 자신의 뜻을 즐기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나중에 순욱의 발탁으로 조조를 섬겼다.)

글이 짧고 간결하며 표현이 소박하나 자기 나름대로의 진실한 생활을 영위하려는 사람의 흥취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