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虛詞) 惡 |
惡은 ① 凶惡, 罪惡 등에 있어서와 같이 “모질 악”자로, ② 嫌惡, 憎惡등에 있어서와 같이 “미워할 오”자로, ③ 惡得[어찌 … 할 수 있겠는가?], 惡許[어디] 등에 있어서와 같이 “어찌 오”자로 쓰이는 등 세 가지 용법이 있다. 이 중 앞의 두 가지 용법은 실사적 용법이고, 세 번째 용법인 “어찌 오”자 만이 허사적 용법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세 번째 용법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한다. |
(1) 惡은 반문의 어기를 강조한다. “어찌 … 하겠는가?”
¶ 視父兄與君若其身, 惡施不孝? … 視弟子與臣若其身, 惡施不慈?《墨子 兼愛上》
○ 부형과 임금을 자신의 몸과 같이 돌본다면, 어찌 불효를 행할 수 있으며, … 동생과 자식과 신하 보기를 자신의 몸과 같이 한다면, 어찌 자애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2) 惡은 대명사로서 사물과 장소에 대하여 묻는다. “무엇” “어디”
☞때로는 惡乎[어디에]의 2음절로 쓰이는데, 여기서 乎은 于(於)에 상당하는 전치사이다.
즉 惡乎는 于何[어디에]에 상당한다.
이 惡乎와 于何의 다른 점의 특색은 惡乎에 있다. 즉 惡은 전치사 乎(于 또는 於에 상당하는 전치사)자 앞에 도치되어 있다. 이에 비하여 于何의 何은 于자 결합적 의문사인데 이때는 도치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다.
어떠한 의문사도 于자와 만나서는 于자 밑에 오는데 이 惡乎는 특수한 경우이다.
¶ 敢問夫子惡乎長? 《孟子 公孫丑 浩然之氣》
○ 감히 묻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디에 장점이 있으십니까?
¶ 將惡避逃之? 曰: “無所避逃之.” 《墨子 天志上篇》
○ 장차 어디로 도피할 것인가? “도피할 곳이 없다.”
¶ 伯高死于衛, 赴于孔子. 曰: “吾惡乎諸?” 《禮記 檀弓上》
○ 백고가 위나라에서 죽어 공자에게 부고가 왔다. 공자가 말하기를: “내가 어디에서 곡을 해야 한단 말인가?”
(3) 惡은 한정어(형용사)로 쓰이는데 그 용례는 지극히 드물게 보인다. 惡許[어느곳]
¶ 舟車旣已成矣. 曰: “吾將惡許用之?” 《墨子 非樂篇》
○ [고대의 聖王 역시 일찍이 백성들에게 조세를 넉넉하게 거두어 배와 수레를 만들었다.] 배와 수레가 이미 만들어지자, 말하기를: “나는 장차 이것들을 어느 곳에 사용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4) 惡은 “어찌”라는 뜻의 의문 부사로 쓰인다.
¶ 子不能治子之身, 惡能治國政? 《墨子 公孟篇》
○ 그대는 그대 자신의 몸 하나도 관리하지 못한다면, 어찌 국가 정사를 관리할 수 있겠는가?
¶ 天時不與, 雖有淸濟濁河, 惡足以爲固? 《史記 蘇秦列傳》
○ [연나라 왕이 소진의 동생 대(代)에게 물었다. “듣자 하니 제나라에는 맑은 제수(濟水)와 탁한 하수(河水)가 있어 국토 방위에 이용할 수 있고, 장성과 큰 토벽이 있어 요새로 쓰기에 족하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하고 묻자, 대(代)가 대답했다.]
“천시(天時)가 응하지 않는다면 맑은 제수나 탁한 하수라 할지라도 어찌 나라를 견고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5) 惡은 문장 밖에 감탄사로 쓰여 불안과 놀라움을 나타낸다.
¶ “然則夫子旣聖矣乎!” 曰: “惡! 是何言也!” 《孟子 公孫丑上》
○ [공순추가 맹자에게 “무엇을 知言이라고 합니까?” 하고 묻는 말에 ‘맹자’가 말하기를
“① 편벽된 말에 그 가려져 있는 바를 알며,
② 방탕한 말에 빠져 있는 바를 알며,
③ 사특한 말에 그 사람이 이간하는 바를 알며,
④ 도피하는 말에 논리가 궁함을 알 수 있으니, … 성인이 다시 나오셔도 틀림없이 내 말을 따르실 것이다.”라고 대답한 데 대하여 공손추가 말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이미 성인이십니다. 맹자가 대답하기를, 아! 그게 무슨 말이냐!”
《韓非子 雜篇》에 보면 감탄사 “惡”를 “啞”로 쓰고 있다.
¶ 晉平公與群臣飮, 飮酣, 乃喟然歎曰: “莫樂爲人君, 惟其言而莫之違.” 師曠侍坐於前. 援琴撞之. 公披衽而避, 琴壞於壁. 公曰: “太師誰撞?” 師曠曰: “今者有小人言於側者, 故撞之.” 公曰: “寡人也!” 師曠曰: “啞! 是非君人者之言也.” 左右請除之. 公曰: “釋之. 以爲寡人戒.” 或曰: “平公失君道, 師曠失臣禮.”
○ 진나라 평공이 신하들과 술잔치를 하고 있었는데, 잔치가 한창일 무렵에 한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군주라는 직분에 아무런 즐거움이 없구나. 다만 무슨 말을 해도 이를 거스르지 않는 것 뿐이구나.” [이때 사광이 평공의 옆에 앉아 있다가 거문고를 들어 그를 쳤다. 평공이 비켰기 때문에 거문고가 벽에 부딛혀 벽이 부서졌다. 평공이 말했다. “누구를 친 것인가?” 사광이 말했다. “제 옆에서 소인배의 말을 지껄이는 자가 있어서 친 것입니다.” 평공이 말했다. “그것은 바로 나였다.” 사광이 말했다.] “아! 그것은 군주 되신 분이 하실 말씀이 못됩니다.” [측근 한 사람이 벽을 수리해야 되겠다고 하자, 평공이 말했다. “그대로 두어라. 반성의 도구가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평공은 군주로서의 도를 일탈하고, 사광은 신하로서의 예의에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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