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

한문의 허사(虛詞) 卽

耽古樓主 2022. 12. 28. 05:01
한문의 허사(虛詞) 卽
即은 크게 나누어 네 가지 용법이 있다.

형용사, 부사, 전치사 그리고 접속사적 용법이 그것이다.

형용사적 용법은 현대 중국어에서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即자의 주요 용법 중 하나는 양보접속사가 된다는 것인데, 이 양보 용법은 현대 중국어에서 “설사…할지라도”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 即使, 即令, 即或, 即便의 용법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또한 가설접속사로서 “만약”이란 의미로 쓰이는 假若, 如果의 뜻으로도 쓰인다.

기타 용법으로 “곧, 바로”의 뜻으로 쓰이는 就, 便의 뜻으로도 쓰인다. 이 용법은 바로 就, 便으로 바꿔놓아도 별 무리가 없다.

 

(1) 即日[이날]의 은 바로 형용사로 쓰인 예이다단지 자와 같은 글자 앞에 쓰여 당시를 뜻한다.

성어인 成功在即”[성공이 눈앞에 있다]도 바로 이 이다.

 

¶ 項羽即日因留沛公與飮. 《史記 項羽本紀》

○ 항우는 이날 패공을 머무르게 하여 함께 술을 마셨다.

 

¶ 項伯許諾, 即夜復去. 《漢書 高帝紀》

○ 항백이 그렇게 하겠노라 허락하고, 그날 밤으로 다시 돌아갔다.

 

¶ 郃渡兵攻盛, 盛不能拒, 即時却退. 《三國志 吳志 朱然傳》

○ 장합은 병사들을 강을 거슬러 올라가 손성을 공격하게 했다. 손성은 견디지 못하고, 이때 퇴각했다.

 

(2) 은 부사로 쓰여 긍정이나 강조를 나타내는 이다” “하면 곧을 뜻한다.

성어 非此即彼”[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다]가 좋은 예이다.

 

¶ 民死亡者, 非其父兄, 卽其子弟. 《左傳 襄公8年》

○ 사망한 백성들은, 그들의 부형이 아니면, 바로 그 자제들이다.

 

¶ 梁父即楚將項燕. 《史記 項羽本紀》

○ 항량의 부친은 바로 초나라 장군 항연이다.

 

(3) 은 부사로서상기 긍정이나 강조의 뜻 외에 즉각적인 의사가 포함된 즉각” “즉시” “의 뜻으로 쓰인다.

¶ 及郡下, 詣太守, 說如此. 太守卽遣人隨其往. 《陶潛: 桃花源記》

○ 고을로 돌아와, 태수에게 나아가 자초지종을 고했더니, 태수는 즉시 사람을 보내 왔던 길을 되짚었다.

 

¶ 昔王子師爲豫州, 未下車, 卽辟荀慈明. 《李白: 與韓荊州書》

○ 옛날에 왕자사[後漢의 王允]가 예주자사가 되었는데, 부임하는 수레에서 내리기도 전에 즉시 순자명을 불렀다.

 

¶ 巫以爲眞鬼也, 即鳴其角. 《方孝孺: 越巫》

○ 박수는 진짜 귀신인 줄 알고, 즉각 그의 호각을 불었다.

 

(4) 은 전치사로서乘機[기회를 타다.] 趁勢[유리한 형세를 이용하다.]에서 쓰이고 있는 자와 좇을진자의 뜻을 나타낸다.

¶ 項羽晨朝上將軍宋義, 卽其帳中斬宋義頭. 《史記 項羽本紀》

○ 항우는 아침에 상장군 송의의 막사를 찾아가서 내친김에 송의의 머리를 베었다.

 

¶ 吳王卽山鑄錢. 《史記 吳王濞列傳》

○ 오왕은 구리 광산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하여 화폐를 주조했다.

 

即山, 即其帳中 그리고 卽位(就任)에 쓰인 은 대체로 같은 뜻이다. 다만 即景生情”[눈앞의 정경에 따라 감흥이 떠오르다.] “卽席賦詩”[즉석에서 시를 짓다.]은 자못 다르다. 이러한 미묘한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터득이 될 것이다.

 

(5) 은 承接連詞로 쓰여어떤 조건을 갖춘 후에 발생하는 것을 강조한다. “으로 해석한다.

의 부분 용법과 같이 보아서, 상고인들은 자와 호용했다.

 

¶ 公徐行, 則免死; 疾行, 則及禍. 《史記 項羽本紀》

○ 공이 서행을 하면, 곧 죽음을 면할 것이고; 길을 재촉한다면, 곧 화가 미칠 것이오.

 

¶ 先即制人, 後則爲人所制. 《史記 項羽本紀》

○ 먼저 행동을 개시하면, 곧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지만; 뒤에 움직이면, 곧 상대방에게 제압 당할 것이다.

 

(6) 은 가설접속사로 쓰인다. “만약 한다면

¶ 子即反國, 何以報寡人? 《史記 晉世家》

○ 그대가 만약 귀국하여 진나라의 군주가 된다면, 과인에게 무엇으로 보답하겠습니까?

 

¶ 朔之婦有遺腹. 若幸而男, 吾奉之; 即女也, 吾徐死耳. 《史記 趙世家》

 

○ 조삭의 부인께서 회임 중이십니다. 만약 요행히 남아를 분만하시면, 제가 곧 모실 것이고; 만약 여아를 낳으신다면, 저는 서서히 죽음을 맞이할 뿐이지요.

 

(7) 은 양보접속사로 쓰인다. “설사 일지라도

¶ 公子卽合符, 而晉鄙不授公子兵, 而復請之, 事必危矣. 《史記 信陵君列傳》

○ 위나라 공자[신릉군]이 설사 병부를 맞추어 보이더라도 진비가 공자에게 군사를 넘겨주지 않으면서 다시 위왕의 명령을 청하는 일이 생길 것인 즉, 그렇게 되면 반드시 일이 위험하게 될 것입니다.

 

¶ 即門者持刺入, 而主人又不即出見, 立厩中僕馬之間, 惡氣襲衣袖, 即飢寒毒熱不可忍, 不去也. 《宗臣: 報劉一丈書》

○ 설령 문지기가 명함을 가지고 들어간다 할지라도, 주인은 바로 나오지 않습니다. 마굿간에서 마부와 말 사이에 서 있게 되어, 악취가 옷에 배어듭니다. 설령 배고프거나 춥거나 몹시 더워 참을 수 없다 하더라도, 떠날 수가 없습니다.

 

¶ 或全書盡出僞託, 或眞僞各半. 且即使皆眞, 而言之紕繆者已不少矣. 《吳曾祺: 涵芬樓文談 讀者書第3》

○ 어떤 경우에는 책 전체가 위조된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반쯤 진서이고 반쯤 가짜인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설령 진정한 고서라 할지라도, 오류나 황당무계함을 따져봐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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