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

한문의 허사(虛詞) 其

耽古樓主 2022. 12. 20. 11:31
한문의 허사(虛詞)
는 한문의 용법에서 가장 복잡한 글자 중 하나인 데다, 그 뜻도 갈래가 대단히 많다.
많은 용법이 옛날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고서를 읽을 때 이 글자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는 안 된다.


(1) 는 대명사로 쓰여 그의” “그들의” “그녀의” “그것의 등 그 대신하는 바에 따라 뜻을 달리한다.


各得其所[각자 자기가 원하는 바대로 행하다.]
自圓其說[자기의 말을 그럴듯하게 꾸며대다.] 등과 같은 성어 중에 쓰인 자가 바로 이런 용법으로 쓰인 것이다.

工欲善其事, 必先利其器 論語 衛靈公
장인이 그의 일을 잘하려면, 반드시 먼저 그의 연장을 잘 갈아야 한다.

其妻獻疑. 列子 湯問篇
그의 처가 의문을 품고 물었다.

(2)겸사적 동사 밑에서,
겸사로서 기능하거나 
목적어 겸 하분구의 주어가 될 때 타칭대명사로 쓰인다.


兼詞란 한편으로는 앞에 있는 동사의 목적어가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뒤에 있는 동사의 주어가 되는 것을 말한다.
현대 중국어에 쓰이는 자의 겸사적 용법으로서는
促其早日实现”[그것을 촉진하여 그것이 조기에 실현되도록 한다.]
不能任其自流”[그것이 스스로 흘러가도록 그것을 내버려둘 수 없다.]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다.

吳人告敗于王. 王惡其聞也, 自剄七人於幕下. 左傳 哀公13
오나라는 황지에 사람을 보내 패전 소식을 오왕 부차에게 보고했다. 부차는 그 소식이 다른 제후들에게 알려질까 염려하여, 손수 심복 7인을 진중에서 목을 쳐 죽였다.

斂貲財以送其行. 張溥: 五人墓碑記
재물을 모금하여 그들에게 보내서 가시도록 했다.

이상 두 가지 예문은 자가 겸사로 쓰인 예문이다. 다음 예문은 자가 하분구에서 주어로 쓰이는 예문이다.

呼河伯婦來視其好醜. 史記 滑稽列傳
하백의 신부를 불러오라! 그녀가 예쁜지 미운지 봐야겠다.

, 吾知其能飛; , 吾知其能游. 史記 老莊列傳
, 나는 그가 잘 날 수 있음을 알고, 물고기, 나는 그가 잘 헤엄칠 수 있음을 안다.

(3) 는 한정어로서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킨다. “” “그러한

현대 중국어에서 쓰이는 其勢不可當”[그 기세를 감당할 수 없다.]자가 이러한 용법이다.

爾愛其羊? 我愛其禮. 論語 八佾
너는 그 양을 아까워하느냐? 나는 그 예를 아까워한다.

藏之名山, 傳之其人. 史記 自序
[내가 쓴 책을] 명산에 간직해 두었다가, 적합한 사람에게 전하겠습니다.

(4) 는 부사로서 짐작, 추측, 불긍정을 표시한다. “아마도” “대략


¶ “善不可失, 惡不可長”, 其陳桓公之謂乎? 左傳 隱公6
선은 잃어서는 안 되고, 악은 길러서는 안 된다.”라고 했는데, 아마도 진나라 환공을 두고 하는 말인가?

修己以安百姓, 堯舜其猶病諸! 論語 憲問
몸을 닦아서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요순께서도 아마도 부족하게 여기셨을 터이다.

(5) 는 부사로서 미래시를 나타낸다. “” “” “장차

必有凶年 人其流離. 李華: 弔古戰場文
틀림없이 흉년이 들어서, 사람들은 장차 자기가 살던 곳을 잃고 흩어져 떠나가리라.

盡執拘以歸于周, 予其殺. 書經 酒誥
모두 붙잡아 구속해서 주나라 왕실로 보내라. 내가 장차 그들을 죽이겠다.

(6) 는 강한 반문의 어기를 나타낸다. “어찌 하겠는가?”


若火之燎于原, 不可向邇, 其猶可撲滅? 書經 盤庚
마치 들에 불이 타오르는 것 같이, 가까이 갈 수가 없는데, 어찌 불을 끌 수가 있겠는가?

欲加之罪, 其無辭乎? 左傳 僖公10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면, 어찌 이유가 없겠나이까?

(7) 는 명령, 권고 등의 어기를 나타낸다. “하라” “하십시오


吾子其無廢先君之功! 左傳 隱公3
그대들은 선군의 공적을 헛되게 하지 말라!

與爾三矢, 爾其無忘乃父之志! 歐陽修: 五代史伶官傳論
너에게 화살 세 개를 주니, 아버지의 뜻을 잊지 말기 바란다!

(8) 는 단문을 연결시키며, 선택 관계를 나타낸다. “ 아니면 


徐無鬼見武侯. 武侯曰: “先生居山林, 食茅栗, 厭葱韭, 以賓寡人, 久矣夫! 今老矣, 其欲干酒肉之味耶? 其寡人亦有社稷之福耶?” 莊子 徐無鬼篇
서무귀가 무후를 만났다. 무후가 말했다: “선생께서는 산속에 살며, 도토리와 밤을 먹고, 파와 부추를 지겹도록 먹으면서도, 나를 찾아오지 않음이, 오래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나를 찾아오신 것은 늙었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술과 고기 맛을 보러 오신 것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내게 나라를 잘 다스릴 만한 복이 있다고 생각되어서 오신 것입니까?”

嗚呼! 其信然邪? 其夢邪? 其傳之非其眞邪? 韓愈: 祭十二郞文
슬프도다! 아니면 참말인가? 아니면 꿈인가? 아니면 죽었다는 기별이 진실이 아닌 것이 아닌가?

(9) , 때로는 문중에 쓰여, 아무런 뜻이 없고 그 기능도 명확치 않은 채, 한 음절만 추가한다.


《詩經》은 이와 같은 其를 자주 쓰는데, 이때는 단음절의 형용사나 부사를 동반한다.

擊鼓其鏜, 踊躍用兵. 詩經 邶風 擊鼓
북을 침에 그 소리가 당당하고, 누차 작전에 임할 것을 요청했다.

北風其涼, 雨雪其雱. 詩經 邶風 北風
북풍은 차갑고, 진눈깨비 펑펑 휘날리네.

이와 같은 는 때로는 앞의 단어가 상황어(부사어)로 쓰여서, 뒤에 오는 동사나 형용사를 수식하는 경우를 나타낸다. 이러한 용법은 현대 중국어의 자나 자의 용법과 같다.

若是其甚與? 孟子 梁惠王上
그것이 그토록 심한 일입니까?

管仲得君, 如彼其專也; 行乎國政, 如彼其久也; 功烈, 如彼其卑也. 孟子 公孫丑上
관중은 나라 임금의 신임을 얻어 나라일을 전단하였고,

정사를 맡아 본 것이 그와 같이 오래되었는데,

그의 공적은 그와 같이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대는 어찌 나를 관중에게 비교하려 드는 것인가?

又怪屈原以彼其材, 游諸侯, 何國不容? 而自令若
屈原이 그와 같은 재능을 가지고, 제후들에게 유세했더라면, 어떤 나라가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스스로 이처럼 빠져 죽어야 했는가 하고 이상하게 여기게 되었다

때로는 彼其”[그들] “何其”[어찌]와 같이 한데 묶어서 쓰이기도 한다.

彼其之子, 不與我戍申. 詩經 王風 揚之水
저 고국에 있는 그대들, 그대들은 나와 함께 申國에서 자리에 살지 않는구나.

彼其之子, 不稱其服. 詩經 曹風 候人
저기 저 사람들, 그 옷 어울리지 않는다.

! 汝來何其晩也! 史記 孔子世家
사는 어찌하여 이토록 늦게 오는 것이냐?

는 때로는 불필요하게 군더더기 말로 쓰여진 경우가 있다.
고대인들이라고 해서 문장을 지을 때 잘못되거나 부족한 점이 결코 없지 말라는 법도 또한 없다.

故耳之欲五聲, 目之欲五色口之欲五味, 情也.

此三者, 貴賤·愚智·賢不肖欲之若一, 雖神農黃帝, 其與傑紂同. 呂氏春秋 情欲篇
그러므로
귀가 다섯 가지 소리를 원하고,
눈이 다섯 가지 색깔을 원하고,
입이 다섯 가지 맛을 원하는 것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충동이다.

이 세 가지 충동에 대하여는,
신분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어리석은 사람과 슬기로운 사람,
똑똑한 사람과 못난 사람을 막론하고 누구든지 이를 원하는 것은 한결같아서 비록 신농씨나 황제와 같은 성인이라 할지라도 걸, 주와 같은 폭군들과 깉다.

彼其髮短 而心甚長其或寢處我矣. 左傳 昭公3
그는, 늙어서 그의 머리털이 짧아졌다고 하나, 그의 마음에는 복수심이 몹시 커지고 있습니다. 그를 복귀시키면, 혹 우리를 죽이려 할지 모르오.

景公游于紀, 得金壺, 發其視之. 晏子春秋 雜篇
제나라 경공이 땅을 순유하다가 금항아리를 발견하고, 그 속을 뒤져보았다.

譬其若夏至之日, 而欲夜之長也. 說苑 尊賢篇
비유하자면, 하지의 날에 밤이 낮보다 길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10) 는 가설 접속사로 쓰인다. “만약


其濟, 君之靈也; 不濟, 則以死繼之. 左傳 僖公9
만약 성공한다면, 이는 군주의 복입니다; 실패한다면, 저는 곧 죽음이 따를 뿐입니다.

關東比歲不登, 吏民以義收食貧民 入穀物助縣官振贍者, 已賜直. 其百萬以上, 加賜爵右更. 其吏也, 遷二等. 漢書 成帝紀
관동 지방에는 연이어 흉년이 들었다. 관리나 백성 중에 의리로 빈민을 부양하거나 곡식을 나누어 줌으로써 나라의 구제 사업을 도운 자로서, 금전을 베푼자에 대하여는 금전으로 환급해 주고, 만약, 1백만 전 이상을 베푼 자가 있으면 그에 대하여는 제14등의 우경이라는 목축관리 관작을 수여하고, 만약 이미 관작이 있는 자에 대하여는 2개 등급을 승급해 주었다.

(11) 는 상고시대에 의문을 나타내는 어기사로 쓰였다. 진대 이후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의문을 나타내는 대명사 와 호응한다. “인가?”


今爾無指告予, 顚隮, 若之何其? 書經 微子
지금 그대들이 내게 가르쳐 주지 않으신다면, 은나라가 멸망하는 것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夜如何其? 夜未央. 詩經 小雅 庭燎
밤이 얼마쯤 지났소? 밤은 아직 새지 않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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