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虛詞) 來 |
“來”자의 용법은 고대의 용법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있고, 남아 있으나 의미가 약간 변한 것도 있으며, 이미 쓰이지 않는 것도 있다. |
(1) 來는 현대 민간 가곡이나 숙어 그리고 물건을 사라고 외치는 말 중에 襯字로 들어간다.
☞친자(襯字)란 문장 중에 별다른 뜻을 가지는 것이 아니고, 노래의 가사 또는 가창의 필요에 의하여 덧붙이는 글자를 말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正月里來是新春”[정월이라 새 봄이 왔다.]
“不愁吃來不愁穿”[먹을 걱정, 입을 걱정이 없다.]과 같은 문장에서 “來"는 아무런 뜻이나 작용이 없이 그저 한 음절을 추가하여 7자구를 맞추어 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러한 용법은 상고시대에도 있었고, 현재도 있다.
¶ 旣醉旣飽 福祿來反. 《詩經 周頌 執兢》
○ 이미 취하고 이미 배불러, 부귀가 돌아오도다.
☞福祿來反의 이 來에 대하여 지금까지 합리적인 해석이 없었다. 이것은 襯字로 보는 것이 옳다.
¶ 吾幼來在家, 恒聞如是.《晉書: 石勒載記》
○ 내가 어렸을 때 집에서, 항상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吾幼來在家에서 來는 없어도 되는 글자이다.
만약 自幼以来[어릴 때부터 이래]라고 해석한다면 원래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석륵은 師懽에게 노예로 팔려가 젊은 날을 노예로 지냈기 때문이다.
즉 이 말을 하고 있는 석륵은 노예로서 이미 집을 떠나 있었다. 따라서 “幼來”를 “從小以來”[어릴 적부터 죽]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여기에서 來는 단지 襯字일 뿐이다.
(2) 고대인들은 來日 來年의 來자를 단지 “다음 날” “다음 해”라는 의미로 썼다.
☞현대 중국어의 来日方长[장래 다가올 날들은 매우 많다.]의 來日와는 의미가 다르다.
¶ 如知其非義, 斯速已矣, 何待來年? 《孟子 藤文公下》
○ 만일 그것이 잘못인 줄 안다면, 빨리 중단할 것이지, 무엇 때문에 내년까지 기다린단 말인가?
¶ 社之日, 涖卜來歲之稼. 《周禮 春官 肆師》
○ 제사 지내는 날, 내년 작황을 점치는 자리에 친히 참석한다.
☞
①갑골문에 보이는 “來月”,
②《書經 召誥》의 “越若來三月”,
③《漢書 律曆志》가 인용하고 있는 《武成》의 “粤若來二月” 그리고
④《逸周書 世俘》의 “維一月丙午, 越若來二月”에 보이는 來는 모두 이와 같은 용법이다.
越若, 粤若은 본래 語首詞로서 의미가 없다.
來三月, 來二月은 여전히 ‘다음 삼월’ 혹은 ‘다음 이월’이라는 의미이다. 다만 來자 뒤에 숫자가 추가되었을 뿐이다. 이와같이 來자의 의미는 갑골문이래 불변이다.
(3) 來는 구조조사로서 도치의 수사 기교로 쓰인다. 이러한 용법은 《詩經》에서 많이 볼 수 있다.
¶ 不念昔者 伊余來墍 《詩經 邶風 谷風 》
○ 옛날에 내게 와 쉬던 것은 생각지도 않고, 그이는 나에게 화만 내고 있네.
☞伊余來墍는 伊墍予의 도치 문장이다. 이 두 개 구절에 대하여 王引之는 “옛날의 다정했던 시절은 생각지도 않고, 그저 내게 화만 내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伊予來墍[그는 나에게 화만 낸다.]와
惟利是圖[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이익만을 도모한다.]
惟汝是問[그대에게 오직 물을 뿐이다.]의 문장은 구법(句法)이 서로 같다.
¶ 匪安匪舒, 淮夷來鋪 《詩經 大雅 江漢》
○ 편안히 천천히 노는 것이 아니고, 회수의 오랑캐를 쳐부수려는 것이다.
☞“淮夷來鋪”는 “鋪淮夷”의 도치 문장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 쓰인 “포”자에 대하여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포(鋪)는 폄(貶)이니, “무리를 풀어서 정벌하는 것”을 말한다. 상기 《詩經》문구는, 宣王이 召穆公에게 명하여 淮南의 오랑캐를 평정했는데, 시인이 이를 찬미한 것이다.
출정을 가는 자들이 모두 다 감히 安徐하지를 못하면서 말하기를 “내가 온 것은 淮夷를 찾아서 이를 정벌하고자 해서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4) 來는 而나 以와 같은 글자 다음에 와서 以來 而來로 쓰여, 어느 시점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나타내는 부사어를 구성했었지만, 현대 중국어에는 以來 한 단어만 남아 있다.
¶ 率其子弟, 攻其父母, 自生民以來, 未有能濟者也. 《孟子 公孫丑上》
○ 그들의 자제를 인솔하여 그들의 부모를 공격한다는 것은, 인류가 있은 이래로, 능히 성공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 由周而來, 七百有餘世矣. 《孟子 公孫丑下》
○ 주나라가 천하를 얻은 문왕, 무왕 때 이래, 맹자의 시대 까지는 대략 칠백 몇 십년의 세월이다.
(5) 來는 수사 다음에 놓여 대략적인 수를 나타낸다.
☞이와 같은 용법은
三十來歲[30여 년]
五里來地[5리 정도]와 같이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 이 용법의 기원은 비교적 늦다.
¶ 雨中奔走十來程, 風卷雲開陡頓睛. 《南宋趙汝鐩: 途中詩》
○ 우중에 십여 걸음을 뛰었다. 바람이 돌더니 구름이 걷히며 해가 돋았다.
(6) 來는 어기사로 쓰여 요구, 상의, 권유 등의 어기를 나타낸다.
¶ 伯夷辟紂, 居北海之濱, 聞文王作,興曰: “盍歸乎來! 吾聞西伯 善養老者.” 《孟子 離婁上》
○ 伯夷가 폭군 紂王을 피하여 북쪽 바닷가에 살고 있었는데, 文王께서 일어났다는 말을 듣고 말하기를 ‘내 어찌 그에게 귀의하지 않겠는가? 내 들으니 西伯은 늙은이를 잘 봉양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 子其有以語我來! 《莊子 人間世篇》
○ 선생님(=공자)께서 저에게 무슨 방법을 좀 말씀해 주십시오.
☞상기 두 가지 예문중 위의 것은 상의하는 어기를, 아랫것은 요구 혹은 명령의 어기를 나타내고 있다.
'한문의 허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문의 허사(虛詞) 妄 (0) | 2022.12.21 |
---|---|
한문의 허사(虛詞) 良 (0) | 2022.12.21 |
한문의 허사(虛詞) 得 (0) | 2022.12.21 |
한문의 허사(虛詞) 同 (0) | 2022.12.21 |
한문의 허사(虛詞) 獨 (0) | 2022.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