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虛詞) 伊 |
혹자는 말하기를 “伊어조사이”는 “維맬유”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維吾爾”[‘위구르’족을 중국인들은 이렇게 부른다.]를 중국어로 “伊吾”라고 번역하여 쓰고 있는데, 이때 維자가 伊자로 번역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伊자와 維는 古音 체계상 韵이 같지만, 어떤 사람들은 維자에 별도의 한 획을 더 그어서 韵을 맞추고 있다. 사실 母音상으로 보면 매우 근접하다. 그러나 용법은 상이한 점이 많다. |
(1) “伊어조사이”는 연계성 동사로 볼 수 있다. 다만 일정한 형식이 있다. 《詩經》가운데 가장 많이 보이고, 이후 후대인들이 이를 모방하여 썼다.
¶ 蓼蓼者莪, 匪莪伊蒿. 《詩經 小雅 蓼莪》
○ 무럭무럭 자라 참쑥되길 바랐더니, 참쑥이 아니고 잡초 쑥이 되었네.
¶ 不遠伊邇, 薄送我畿. 《詩經 邶風 谷風》
○ 멀리 전송하지 않고 가까이에서,잠깐 나를 문 안에서 전송하네.
¶ 載色載笑, 匪怒伊敎. 《詩經 魯頌 泮水》
○ 온화한 얼굴에 웃으시며, 성내시는 일 없이 말씀하신다.
¶ 昔衛鞅因景監以見, 有識知其不終. 今得臣擧者, 匪榮伊辱.《後漢書 宦者孫程傳》
○ 옛날, 위나라의 ‘상앙’은 환관 ‘경감’으로 인하여 진왕을 볼 수 있었는데, 식견 있는 사람은 미리 상앙이 죽을 수 밖에 없었음을 알았다.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이것은 그의 광영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치욕이었다.
(2) 伊는 어구의 앞에 놓여 조사로 쓰인다. 뜻이 없다.
☞維자와는 같지 않다. 維는 많이 보이고 범위도 넓게 쓰이는 데 비하여 伊는 많이 쓰이지 않는 데다 범위도 비교적 협소하다.
《詩經》에 많이 보이는데 이를 후세인들이 모방했다. 維자와 마찬가지로 번역할 수 없다.
¶ 有皇上帝, 伊誰云憎? 《詩經 小雅 正月》
○ 하늘에 계신 상제님이시건데, 누구인들 유달리 미워하시겠는가?
¶ 我視謀猶, 伊于胡底! 《詩經 小雅 小旻》
○ 이 몸 그러한 꾀를 보고 있으려니, 앞으로 어찌될 지 알 수가 없네.
¶ 伊我后兮不聰, 焉陳誠兮效忠. 《楚辭 九思 守志》
○ 우리 군주께서는 귀가 어두우시다. 이에 나는 나의 성심과 충정을 다 바친다.
(3) 伊는 또한 어구의 중간에 놓여 조사로 쓰인다. 뜻이 없다.
¶ 惟祖惟父, 其伊恤朕躬?
○ 할아버지와 아저씨들이여, 나의 몸을 걱정하시고 구원해 주시겠습니까?
¶ 苟遂斯道, 豈伊傷政爲亂而已, 喪身亡國, 可不愼哉! 《後漢書 杜喬傳》
○ 만약 이대로 나아간다면, 어찌 정사를 어지럽히고 환란을 불러오지 않겠는가, 몸을 망치고 나라를 망하게 할 뿐이니, 근신하고 경계할지니라!
(4) 伊는 지시 형용사로서 “이, 저”의 의미로 쓰인다. 伊人은 예로부터 성어로서 “마음속의 그 사람”을 가리킨다.
¶ 所謂伊人, 在水一方. 《詩經 秦風 蒹葭》
○ 내가 말하는 그이는, 강물 저 한 쪽에 계시네.
¶ 相彼鳥矣, 猶求友聲; 矧伊人矣, 不求友生? 《詩經 小雅 伐木》
○ 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니, 벗을 찾는 소리로다. 하물며 사람이 벗을 찾지 않을까?
¶ 靡有不孝, 自求伊祜. 《詩經 魯頌 泮水》
○ 효에 어긋남이 없으니, 스스로 큰 복을 구하시네.
(5) 伊는 육조시대에는 삼인칭 대명사로 쓰였다. “그”
¶ 恢兒娶鄧攸女, 于時謝尙書求其小女婚, 恢乃云: “羊鄧是世婚, 江家我顧伊, 庾家伊顧我, 不能復與謝裒兒婚.” 《世說新語 方正篇》
○ ‘제갈회’의 아들은 鄧攸’의 딸을 아내로 맞았다. 이때 謝尙書가 ‘제갈회’의 막내딸을 며느리로 맞겠다고 청혼을 해 왔다. 이에 ‘제갈회’는 이렇게 말했다: “양씨 집안과 등씨 집안은 대대로 혼인을 맺어온 관계이고, 강씨 집안은 내가 그를 보살펴 주어야 할 집안이며, 유씨 집안은 그들이 나를 돕고 있습니다. 이에 다시 또 謝裒댁 아들과 혼인을 시키기는 어렵습니다.”
¶ 王僧恩輕林公.藍田曰: “勿學汝兄, 汝兄自不如伊.” 《世說新語 品藻篇》
○ 王僧恩은 ‘지도림’을 깔보고 있었다. ‘왕람전’이 말했다: “너의 형을 배우지 말아라, 너의 형은 본래 그에게 미치지 못한다.”
¶ 謝萬壽春敗後, 簡文問郗超: “萬自可敗, 那得乃爾失士卒情?” 超曰: “ 伊以率任之性欲區別智勇.” 《世說新語 品藻篇》
○ 謝萬이 수춘전에서 패배한 후, 간문제[司馬昱]가 郗超에게 물었다: “謝萬은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졸로부터 신임을 잃기가 어찌 이 정도에까지 이르렀습니까?” 郗超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자는 자기 마음대로 하는 성품인 데다가, 자신이 지혜와 용기를 구별하려 들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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