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虛詞) 爾 |
“爾너이”자는 그 용법이 적지 않다. 그 용법이 而자와 거의 같지만, 같지 않은 부분도 일부 있다. |
(1) 爾는 2인칭 대명사로 쓰인다.
☞주격, 소유격, 목적격 모두 가능하다.
이에 비하여 而는 주격과 소유격으로만 쓰인다.
목적격으로 써야 할 경우는 爾를 써야 한다.
¶ 爾愛其羊? 我愛其禮. 《論語 八佾》
○ 너는 그 양을 아까워하느냐? 나는 그 예가 아깝다.
¶ 由射於百步之外也; 其至, 爾力也; 其中, 非爾力也. 《孟子 萬章下》
○예를 들어 백 보 떨어진 곳에서 활을 쏘아 과녁까지 보내는 것은, 너의 힘이지만 과녁을 맞히는 것은 너의 힘이 아니고 기교인 것이다.
¶ 居則曰 ‘不吾知也,’ 如或知爾, 則何以哉?” 《論語 先進》
○ 너희들은 앉으면 하는 말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라 하는데, 만일 혹시라도 너희들을 알아준다면 어찌 하겠느냐?
☞다음은 2인칭대명사로 쓰이는 而자의 예문을 들어보기로 한다.
¶ 余, 而所嫁婦人之父也. 《宣公15年》
○ 나는 그대가 시집을 보내 준 여자의 아버지이다.
¶ 呂后眞而主矣. 《史記 留侯世家》
○ 여후는 진정으로 그대의 주인이시다.
(2) 爾는 指示詞로서 此와 같다.
☞지시대명사로 쓰이는 예는 많지 않고, 한정어 즉 지시 형용사로 쓰이는 경우가 많으며, 일반적으로 일시를 표시하는 명사 앞에 쓰인다. “이” “이것” “이러한” “이와 같은”
¶ 事亦如爾, 故未順旨. 《三國志 吳志 周瑜傳》
○ 사태가 역시 이와 같았기 때문에 뜻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 稍醒而覺體痒, 爬搔隱疹, 因爾成癩. 《顔氏家訓 歸心》
○ 잠이 조금 깨어나자, 몸이 가려운 것이 느껴졌다. 가려진 발진 부분을 손톱으로 긁었다. 그것으로 인하여 나두창(癩頭瘡)이 되었다.
위에서 든 예문에서는 爾가 대명사로 쓰여, 동사 또는 전치사의 목적어가 되었다. 다음은 한정어(지시 형용사)로 쓰이는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 爾夜風恬月朗. 《世說新語 賞譽篇》
○ 이 밤은 바람도 잔잔하고, 달도 밝다.
¶ 爾日火從四門起. 《晉書 佛圖澄傳》
○ 이날은 사방의 성문에서 화재가 났다.
(3) 爾자는 “이와 같다”라는 뜻의 如是라는 단어의 합음사로 본다.
☞이때 爾자는 술어로 쓰이며 또한 부사어가 된다. 다시 말하면 지시성부사로 쓰인다.
¶ 蜀卓氏寡女亡奔司馬相如; 貴土風俗, 何以乃爾乎?《三國志 蜀志 張裔傳》
○ 사천 지방 탁씨가의 과부가 사마상여와 눈이 맞아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였다고 하는데, 당신네 지방의 풍속이 어찌 이모양이 되었는가?
¶ 相曰: “王自使人償之. 不爾, 是王爲惡而相爲善也.” 《漢書 卷37 季布欒布田叔傳第7》
○ 노나라 재상 전숙이 말했다: “왕께서는 몸소 사람을 보내시어 [관리가 약탈한 백성의 재물을] 되돌려 주십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시면, 왕께서는 나쁜 일을 하신 것이 되고, 소생은 좋은 일을 한 것이 됩니다.”
¶ 富歲, 子弟多賴; 凶歲, 子弟多暴. 非天之降才爾殊也, 其所以陷溺其心者然也. 《孟子 告子上》
○ 풍년에는,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선량하고, 흉년에는,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포악하다. 이것은 하늘이 천성을 이와 같도록 다르게 부여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이 빠지게 되는 환경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4) 爾는 접미사로서 형용사나 부사의 뒤에 쓰인다. 형용사와 결합하는 경우 심지어는 술어로도 쓰인다.
¶ 南宮縚之妻之姑之喪, 夫子誨之髽, 曰: “爾毋從從爾, 爾毋扈扈爾! 《禮記 檀弓上》
○ 南宮縚 아내의 시어머니의 상에, 공자께서 南宮縚의 아내(즉 공자의 질녀)의 머리차림(상복을 입었을 때의 여자의 머리 모양)을 가르치기를: “너는 복상두를 쪽지는 것을 너무 높게 하지 말며, 너무 넓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
☞부사접미사로 쓰이는 경우에는 상황어가 되며, 뒤에 항상 而자가 추가된다.
¶ 子路率爾而對 《論語 先進》
○ 子路가 경솔히 대답했다.
¶ 夫子莞爾而笑 割鷄焉用牛刀? 《論語 陽貨》
○ 선생님께서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셨다. 닭을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
(5) 爾는 진술문의 끝에 쓰여 제한의 어기를 나타낸다. “耳~일뿐이다”와 같다. “…일 따름이다”
¶ 武帝年七十, 乃生昭帝. 昭帝立時, 年五歲爾. 《史記 外戚世家》
○ 한무제는 나이 70에 소제를 낳았다. 소제가 제위에 올랐을 때는, 나이 겨우 5세에 불과했다.
¶ 是其爲相縣也, 幾直夫芻豢稻梁之縣糟糠爾哉? 《荀子 榮辱篇》
○ 이 두 가지 것의 현격한 차이는, 어찌 고기나 쌀밥의 맛과 술지게미나 겨의 맛이 현격하게 다를 뿐이겠는가?
¶ 不知老之將至云爾 《論語 述而》
○ 늙음이 장차 닥쳐오는 줄도 모른다.
(6) 爾는 진술문의 끝에 쓰여 긍정이나 판단의 어기를 나타낸다. 也자나 矣자로 쓰인다.
¶ 莊王圍宋, 軍有七日之糧爾. 盡此不勝, 將去而歸爾. 《公羊傳 宣公15年》
○ 장왕이 송나라를 포위했는데, 초나라 군사에게는 7일간의 식량밖에 없었다. 이 식량을 다 소비하고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포기하고 귀국해야만 했다.
¶ 非死, 則徙爾. 《柳宗元: 捕蛇者说》
○ 그들은 죽었거나, 아니면 떠나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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