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

한문의 허사(虛詞) 之(중)

耽古樓主 2022. 12. 29. 04:48
한문의 허사(虛詞) ()

 

(9) 는 현대 중국어의 과 같은 조사로 쓰인다.

方其鼓刀屠狗賣繒之時, 豈自知附驥之尾垂名漢庭流子孫哉.史記 樊噲列傳

(번쾌)가 칼을 휘둘러 개를 도살하고 명주를 팔아 생계를 유지할 당시에, 어찌 준마의 꼬리에 붙어서 천 리를 가는 것처럼, 한나라 조정에 이름을 드리우고 자손들에게까지 덕이 전해질 것을 알았겠는가?

 

고대 중국어에서 인칭대명사는 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를 첨가할 필요가 없었다.

예를 들면 내 동생을 현대 중국어에서는 我的弟弟라고 말하지만

고대 중국어에서는

余弟”(“余弟不欲往(내 동생은 가고자 하지 않는다.)”左傳 襄公14) 또는

吾弟”(“吾弟则爱之(나는 내 동생을 사랑한다.)”孟子 告子上로 표현한다. 다만 간혹 를 첨가하는 용례도 보인다.

 

余弟死而子来是而子杀予之弟也。《左傳 襄公14

내 동생은 죽었는데, 당신의 아들은 도리어 돌아왔다. 이것은 당신의 아들이 내 동생을 죽였다는 말과 같다.

 

又惡人之有餘之功也。《左傳 昭公30

남이 나보다 먼저 공을 세울까 두려워 정벌하지 않았다.

 

女又何帠以治天下感予之心爲?《莊子 應帝王篇

당신은 어찌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면서 천하를 다스리는 법칙을 물어와 내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가?

 

의문대명사 자 뒤에 가 있고 없고는 의미상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誰子(누구)”誰之子(누구의 아들)”는 의미가 다르다.

戰國策 韓策2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誰子어떤 사람’ ‘누구의 뜻으로 쓰였다.

韓取聶政屍于市, 懸購之千金問, 久之, 莫知誰子”[한나라에서는 섭정의 시체를 거리에 내어놓고 현상금 1천금을 걸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누구라고 밝혀주는 자가 없었다.]

또한 漢書 武五子傳王儒見執金吾廣義, 問弟崩所病, 立子誰子문장의 誰子도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후계자를 누구로 세울 것인지에 관하여 묻고 있다.

소유격을 표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를 넣는다.

 

吾不知誰之子, 象帝之先.老子道德經

나는 그것()이 누구의 아들인지 알지 못하네! 삼라만상의 그 어떤 것보다 앞서 있네!

 

子為元帥, 師不用命, 誰之罪也?左傳 宣公12

당신은 원수인데 군사들이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이 누구의 죄이겠습니까?

 

瞻鳥爰止, 與誰之屋?詩經 小雅 正月

저 까마귀들이 어디에 앉아있는지를 보아라. 누구의 지붕에 앉았는가?

 

是誰之過歟?《論語 季氏

이것은 누구의 잘못입니까?

 

그러나 간혹 격을 표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자 뒤에 를 넣지 않고 쓰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漢書 外戚傳에 보면 母問兒男女, 誰兒也라는 문장이 보이는 바 여기에서 誰兒也誰的兒子누구의 아들인가?”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또한戰國策 魏策편에 보면 婦上車, 問骖馬誰馬也라고 보이는데 이때의 誰馬也역시 誰的馬也이 생략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용법은 비교적 많지 않다.

 

(10) 의 조사적 용법으로서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한다. 특별한 의미가 없다.

의 이러한 용법은 今也” “昔者에 있어서의 와 같이 항상 부사 뒤에 위치한다.

그런데 어떤 단어에는 가 따라붙고, 다른 어떤 단어에는 오직 만이 연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옛사람들의 오랜 습관에 따른 것이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관용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은 , , 는 번역할 수도 없고, 번역할 필요도 없으며 다른 말로 대체하여 쓸 수도 없다.

 

邇之事父, 遠之事君。《論語 陽貨

가까이는 아비를 섬기며 멀리는 임금을 섬긴다.

 

內之不能善事其親戚, 外之不能善事其君長. 墨子 非攻中篇

집안에서 그 부모를 잘 봉양하지 못하면, 밖에서도 신하로서 그 윗사람을 잘 섬기지 못한다.

 

上之不能納忠效信, 有奇策材力之譽, 自結明主; 次之不能拾遺補闕, 招賢進能, 顯岩穴之士; 外之不能備行伍, 攻城野戰, 有斬將搴旗之功; 下之不能累日積勞, 取尊官厚祿, 以為家族交遊光寵.司馬遷報任安書

위로는 충성을 바치고 믿음을 다하여, 훌륭한 계책을 세우고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칭송을 들으면서, 현명한 군주를 모시지도 못하였고; 다음으로 정치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고 결여된 점을 메우며, 어질고 재능 있는 자를 추천하거나 초야의 숨은 선비를 조정에 드러나게 하지도 못했습니다; 밖으로는 또 전쟁에 참여하여, 성을 공격하고 들에서 싸워서 적장의 목을 베거나 적군의 기를 빼앗은 공도 없습니다; 아래로는 오랫동안 공로를 쌓아서 높은 지위와 후한 녹을 얻어 종족과 우인들에게 광영과 은총을 가져다 준 적도 없습니다.

 

故小之名卑地削, 大之國亡身危。《韓非子 說林篇

그러므로 소국은 그 이름이 명예롭지 못하고, 대국은 멸망하거나 위태롭다.

 

(11) 는 타동사 앞에 놓여 목적어가 도치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구조조사가 된다.

목적격으로 해석한다. 이것은 현대 중국어에서도 쓰이고 있는 의 구조조사적 용법과 상통한다.

 

吾以子為異之問, 曾由與求之問.論語 先秦

나는 그대가 별다른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자로()와 염구()에 대한 질문이로구나.

은 오직 뜻밖에, 의외로라는 뜻의 부사로서만 쓰인다. 말하는 사람이 불가능하거나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일이 발생했음을 나타내어 놀람, 감탄, 비난 따위의 어감을 품고 있다.

 

是夫也, 將不唯衛國之敗, 其必始于未亡人.左傳 成公14

이놈은 장차 위나라의 국정을 그르칠 뿐만 아니라, 미망인인 나를 비롯하여 무례한 행동을 할 것이다.

 

東略之不知, 西則否矣.左傳 僖公9

(제나라가) 동방을 정벌할 여부는 알 수가 없고, 서방을 정벌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華則榮矣, 實之不知國語 晉語六

꽃은 아름답지만, 그 과실이 어떨지는 모른다.

 

(12) 주어와 술어 사이에 놓여있는 는 두 가지 어법 작용을 한다.

☞① 명사구를 만들어 복문의 주어, 목적어 혹은 상황어가 되게 한다.

복문을 구성하는 단문이 되게 하여 때로는 가정의 뜻을 암시한다. 이러한 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번역하지 않아도 된다.

 

道之不行已知之矣。《論語 微子

세상에 도가 행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道不行은 본래 한 구절로서, 여기서는 의 목적어인데, 이것[도가 행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앞으로 내놓고 를 추가하여 명사어로 만드는 한편, 아래에 다시 또 하나의 를 추가하여 代名詞로서 그러한 사실을 지칭하고 있다.

已知道不行矣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어기적 경중이 같지는 않다.

 

天之牗民, 如塤如篪, 如璋如圭.詩經 大雅 板

하늘이 백성을 인도하심이, 악기 소리처럼 조화롭다. 반쪽 서옥이 합하여 홀이 되듯이, 밀어주고 이끌어 주듯이 하신다.

 

君將哀而生之乎? 則吾斯役之不幸未若複賦不幸之甚也.柳宗元捕蛇者说

선생님께서는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계속 살 수 있도록 하실 수는 있을지언정, 저는 이일에 종사함으로써 생기는 불행이 저의 세금이 다시 회복됨으로써 생기는 불행보다 나을 것입니다.

 

周公之被逮在丁卯三月之望張溥五人墓碑記

정묘년 315일 주공께서 잡히시던 일.

 

欲勿予, 即患秦兵之來.史記廉藺列傳

벽옥을 주고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진나라 군사가 침범해올 것이 두려웠다.

 

愿伯具言臣之不敢倍德也.史記 項羽本紀

원컨대 항백께서 저 유방이 항왕의 은덕을 감히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에서는 가 추가되어 부속구[子句], 주어 또는 목적어가 되는 예문을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상황어가 되는 예문에 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秦之圍邯鄲, 趙使平原君求救,合從于楚.史記平原君列傳

진나라가 조나라의 수도인 한단을 포위했을 때, 조나라는 평원군을 보내서 초나라에 합종을 간청했다.

 

悍吏之來吾鄉, 叫囂乎東西, 隳突乎南北柳宗元 捕蛇者说

혹독한 관리가 우리 마을에 와서, 동서로 소란을 피우며, 남북으로 헤집고 다닐 때.

 

然五人之當刑也意氣揚揚, 呼中丞之名而詈之, 談笑而死。《張溥 五人墓碑記

그러나 이 다섯 분은 형을 당하면서도 의기양양하셨다. 중승의 이름을 부르며 욕하고, 조용히 웃으면서 돌아가셨다.

():꾸짖다

 

이상 세 가지 예문 중에서 첫 번째 예문과 나머지 두 개의 예문은 다른 점이 있다. “秦之圍邯鄲는 완전한 시간에 관한 부사어이다. 왜냐하면 다음 문장의 주어가 조나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예문에서의 는 한편에서는 부사어를 만드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이어지는 부사어 문장의 주어인 悍吏五人을 지칭하고 있다.

한편 같은 용법이지만, 가 주어와 술어 사이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실체사(명사 혹은 대명사)와 전치사 사이에 놓이는 예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天之于民厚矣.列子 說符篇

하늘은 백성에 대하여 은덕이 깊고 두텁다.

 

口之于味也有同耆焉.孟子 告子上

입은 맛에 대하여 좋아하는 것이 같다.

 

此猶華軒之與敝轝也. 墨子 公輸篇

그것은 마치 무늬가 새겨진 좋은 수레와 낡은 수레를 비교하는 것과 같습니다.

 

상기 첫 번째 예문은 天厚矣[하늘은 후하다.]”라고 하는 문장에 於民[백성에게]”이라는 상황어가 추가되었다. 따라서 天於民厚矣혹은 天厚於民矣라는 문장이 되는데, 말하는 이는 자를 써서 마치 介賓구조로 주어가 결합된 것처럼 쓴 것이다.

두 번째 예문도 마찬가지로 본래 口於味有同耆焉[입은 맛에 대하여 좋아하는 바가 같다.]”이라는 문장이다.

그러나 세 번째 예문에서는, 한편으로는 文軒與敝轝[무늬가 새겨진 좋은 수레와 형편없는 낡은 수레]”가 동사인 [마치 과 같다]”의 목적어가 되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슷하다는 뜻의 相比라는 단어가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자를 추가한 것이다. 이와 같이 는 고대 중국어의 문장 구조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13) 주술구조의 중간에 있는 는 해당 구절을 分句로 변화시킨다.

분구란 복문을 구성하는 단문을 말한다.

 

如姬之欲為公子死, 無所辭, 顧未有路耳.史記 信陵君列傳

여희는 공자를 위하는 일이라면 목숨을 걸고라도 해낼 것이다. 무엇이라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보답할 방법이 없었을 뿐이다.

: 접속사로 쓰인다. ?” [그런데은 어찌할까?] ” [단지 일 따름이다.]

 

雖我之死, 有子存焉.列子 湯問篇

설사 내가 죽을지라도, 자식이 남는다.

 

若事之不濟, 此乃天也.資治通鑒赤壁之戰

만약 일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하늘의 뜻이다.

 

상기 세 가지 예문에서 모두 가 없어도 된다. 심지어 가 없는 편이 더 낫다.

다음에 드는 예문의 는 암암리에 가정의 뜻이 포함된다.

 

邦之臧, 惟汝眾; 邦之不臧, 惟予一人有佚罰.尙書盤庚上

나라가 잘 다스려지면, 여러분들의 역량 덕분이고; 나라가 잘 다스려지지 못하면, 오직 나 한 사람이 벌을 받겠다.

 

君之惠, 不以累臣釁鼓, 使歸就戮于秦. 寡君之以為戮, 死且不朽. 若從君惠而免之, 三年將拜君賜.左傳 僖公33

나라 군주께서 내리신 은혜는 포로가 된 나를 죽여 북을 피로 물들지 않게 하시고, 나라로 돌아가 나라에서 죽게 하셨습니다. 우리나라 군주께서 죽이신다면, 내 이름은 죽어도 길이 남게 될 것이오. 만일 나라 군주께서 놓아주신 은혜대로 우리의 죽음을 면하게 하여 주신다면, 3년 뒤에 나라 군주께서 주시는 그 말을 받으리다.

 

我之大賢歟, 與人何所不容? 我之不賢歟, 人將拒我, 如之何其拒人也?《論語 子張

만약 내가 크게 어질면 어찌 용납되지 못할 것이며, 만일 내가 어질지 못하면 남들이 장차 나를 거절할 것이니, 어찌 남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

 

(14) 때로는 자동사 뒤의 는 없어도 되는 글자이다.

가 목적어로 쓰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첫째, 자동사는 본래 목적어를 필요로하지 않으며

둘째, 그 자동사는 이미 意動 용법도 使動 용법도 아니며, 또한 목적어도 가질 수 없다.

는 그것을 써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다만 한 음절을 추가하고 있을 뿐이다.

 

天油然作雲, 沛然下雨, 則苗浡然興之矣.孟子梁惠王上

하늘이 뭉게뭉게 구름을 만들어, 비를 좍 내려주면, 싹은 힘차게 살아날 것입니다.

 

高祖以亭長為縣送徒驪山, 徒多道亡. 自度: 比至, 皆亡之.史記 高祖本紀

高祖亭長의 신분으로 刑徒들을 驪山의 진시황릉 노역장에 보내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중간에 많은 刑徒들이 도망치자 高祖는 마음속으로 자기가 驪山에 도착할 때 쯤이면 모두 도망가고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戰于長勺, 公將鼓之. 左傳莊公10

장공이 長勺에서 싸웠다. 이 북을 쳐서 진군시키려 했다.

 

永歌之不足不知手之舞之足之蹈之也。《詩經 周南關雎序

길게 노래해도 만족하지 못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손이 춤추듯 움직이고 발이 뜀뛰듯 움직이게 된다.

 

知子之來之. 雜佩以贈之. 詩經 鄭風 女曰鷄鸣

당신이 오시는 것을 알면, 온갖 佩玉을 갖다 드리지요.

 

(15) 는 때로는 구문 중에 어떤 의미나 역할도 없는 조사가 된다.

☞ 《左傳 僖公24조에 나오는 介之推에 관하여 어떤 이는 말하기를, 여기에 쓰인 는 그의 본래 이름에 있었던 글자가 아니며 그의 본명은 介推인데 후세 사람이 를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래 문장에서 之推曰이라고 말하지 않고 推曰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의는 문제삼지 않아도 된다.

다만 꼭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어떤 문장에서는 가 분명히 어떠한 의미도 작용도 없다는 점이다.

 

民之訛言, 亦孔之將.詩經 小雅 正月

백성들의 뜬 소문은 더욱 심해지려고 한다.

 

日有食之, 亦孔之醜. 詩經 小雅 十月之交

해가 일식을 하니 또한 심히 추악하도다.

 

喪三日而殯, 凡附于身者, 必誠必信, 勿之有悔焉耳矣. 三月而葬, 凡附于棺者, 必誠必信, 勿之有悔而矣. 禮記 檀弓上

상을 당하면 3일만에 염한다. 모든 시체에 사용하는 물건은 반드시 성신하게 하여, 뒤에 후회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3개월이 되면 장사한다. 모든 관곽에 사용하는 것은 반드시 성신하게 하여, 뒷날 후회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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