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비평가요, 경영학자인 드러커는 집단에 있어 능률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인사에 따른 불만이라고 말한다.
어느 한 기업체가 '우리 회사에 필요 없는 사람 두 명과 필요한 사람 두 명의 이름을 적어내라' 하여 필요 없는 사람 23명을 일시에 해고하여 말썽이 된 일이 있었다. 인민재판 같은 무모한 근무 평정이 아닐 수 없다. 비단 해고뿐 아니라 승진을 시키는 데 있어서도 우리나라 기업체들은 일정한 규정이 없어 그것이 윗사람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좌우되기에 항상 불평불만이 팽배돼 있게 마련이다. 이같은 인민재판식의 기발한 평가방법이 나오게 된 것도 일정한 규정이 없기에 생겨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미국 기업체들은 1년에 한 번 내지 두 번 종업원에 대한 근무평정(performance evaluation)을 하는데 직속 및 연관된 상사 3~5명이 대충 다음 기준으로 1~5점으로 평점을 매긴다.
①일에 필요한 지식을 얼만큼 터득하고 또 그에 얼만큼 숙련돼있는가.
②기획·조직 능력을 얼마나 발휘하는가.
③문제점 파악과 분석 능력.
④일에 대한 판단, 결정, 수행, 확실성이 어느 정도인가.
⑤ 새로운 상황에의 적응력.
⑥ 어느 만큼 창조적이고 모험적이고 솔선력을 발휘하는가.
⑦ 부하들의 유형 · 무형의 능력을 어느 만큼 찾아내어 조장시키는가.
⑧ 해낸 일의 양.
⑨ 해낸 일의 질.
이렇게 평균점을 내어 그 점수가 전체 종업원의 상위권 10퍼센트에 들면 '승진권'에 들고, 차서열 20퍼센트 안에 들면 승진·해고에서 '안정권'에 들며, 차서열 40퍼센트 안에 들면 노력을 요하는 '분발권', 차서열 20퍼센트 안에 들면 '위험권', 차서열 10퍼센트면 보따리 쌀 준비를 해야 하는 '해고권'에 든다. 물론 이 평점에는 자기평가와 자기주장, 그리고 평점에 대한 이견서를 내게 하여 참작하기에 평가하는 사람의 주관 개입이 억제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우리 전통 사회에는 미국의 것보다 더 상세하고 과학적인 근무 평가법이 있었다. 실학자 최한기(崔漢綺)의 <인정(人政)〉에 보면 평인법(枰人法)이라는 사람 저울질하는 법이 적혀 있다. 판단력, 적응력, 창조력, 정서력, 행동력 등 다섯 가지 능력의 각 우열분수 1~10점과 그 사람의 인격이랄 수 있는 기품, 심덕(心德), 체용(體容), 식견, 처지 등 다섯 가지 자질의 각기 소장분수(消長分數) 1~10점을 순열조합하여 약 1천여 등급으로 사람을 평가했으니 동서고금에 이만큼 빈틈없고 소상한 인물평가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평가해 놓고 적재적소를 찾아주고 승진서열을 정해 놓으면 인사에 따른 불평이 깃들일 허점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집단에 있어 능률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인사에 따른 불만이라고 말한 것은 문명비평가요, 경영학자인 드러커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으로 이 우리 옛 평인법을 과학적으로 재조정하여 현실화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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