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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29. 타임 브레이크

구글서생 2023. 6. 15. 05:10

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

 

옛 할머니들이 '시이이 시이이 하면서 일을 했던 것도 곧 타임브레이크의 대뇌 피질 작용으로 고됨을 덜어주는 체험적 지혜였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빨래를 하고 있는 할머니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시이이 시이이'하며 고의적으로 소리를 내고 일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어릴 때의 일이라 신기해서 왜 그런 소리를 내느냐고 물었었다. 그런 소리를 내고 일하면 덜 피로하다는 어른들의 가르침이 있어 젊을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체질화됐다는 것이다. 물론 할머니는 그 적당한 간격의 그 같은 발음으로 피로가 덜한지 더한지는 자신도 모르지만 어른들이 그렇게들 하니까 자기도 그렇게 한 것뿐이라 했다.

 

비단 나의 할머니뿐 아니라 옛 노인들이 중노동을 할 때면 이같이 시간을 마르는 리드미컬한 타임 브레이크를 하는 습성이 일반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논에서 소를 몰며 땅을 가는 농부가 소를 모는 ‘이랴 이랴' 하는 소리는 소를 몬다는 것과는 전혀 아랑곳없이 타임 브레이크로 이용한다든지.

 

이 같은 우리 옛 선조들의 지혜는 충분히 과학적인 증거가 있음을 근간에야 알게 됐다.

 

독일의 심리학자 레빈이라는 이는 그의 저서 <사회적 갈등의 해결》에서 사람이 사무를 보거나 공부를 하거나 노동을 할 때 그 지속되는 공간에 무엇으로든 날카롭게 경계를 세워 차단을 해가면서 일을 하면 한결 피로나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이 노동 지속 공간에 경계가 날카로울수록 A 영역의 스트레스나 피로가 B영역에 침투하는 것이 저지되기 때문이라 했다.

 

미국 사람들이 자주 커피 브레이크를 갖는다든지 일하면서 껌을 씹는다든지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른다든지 손을 한번 내어 휘두른다든지 하는 것이 곧 타임 브레이크의 습성이며 우리 옛날 조상들이 일하면서 주기적으로 소리를 내는 것도 곧 타임 브레이크의 체험적 습성일 것이다.

 

외국에 비해 비교적 긴 노동 시간과 기술 혁신으로 증대되는 노동내용의 단조화, 사무 내용의 기계화 등으로 오늘날 노동 내용은 스트레스나 피로를 보다 증진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혹심한 세대차, 곧 사고방식의 세대차 때문에 관리자들의 인간관계에도 위화감이 증대하여 스트레스는 심화되고 있다. 거기에 심한 경기의 부침, 심한 사치구조의 변동, 심한 기계의 발달이 가져오는 자신의 기업 속의 안정된 위치에의 끊임없는 의구심 때문에 이 스트레스는 복합되기 마련이다.

 

근대화 과정이 급격할수록 그 변동 사회에 사는 샐러리맨들은 화이트 칼라든 블루 칼라든 간에 어느 만큼씩은 이 복합 가중되는 스트레스 때문에 노이로제 기미가 보편화되어 있게 마련이라 한다.

 

급격한 변동률로 따진다면 우리나라는 그 유수한 나라 가운데 하나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세계의 학자들은 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직장인 스스로의 자각과 자기 자신의 스트레스 처리를 계몽하고 있는데, 그중 손쉽게 익힐 수 있는 것으로 '적극적인 휴식법'이라는 게 있다.

 

러시아계 생리학자인 세체노프에 의해 창안된 이 휴식법이란, 이를테면 사무를 본다든지, 계산기를 조작한다든지, 글을 오래 쓴다든지, 오른손을 너무 많이 써 지쳤을 때는 오른손을 잠깐 쉬게 하는 동안 왼손을 가볍게 움직이면 그 오른손의 피로는 곱 이상의 속도로 피로가 풀린다는 것이다.

 

이 원리는 휴식한 후의 작업 능률을 비교함으로써 확인된 것인데 왜 그런가의 생리학적 이유를 대뇌작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곧 오른손을 움직이는 대뇌피질의 영역은 왼손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에 왼손을 움직여 대뇌의 영역을 흥분시키면 오른손을 움직이는 영역의 활동은 오히려 억제되어 휴식이 철저히 된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대뇌피질 작용을 이용하는 것으로 사무를 보더라도 동질의 사무를 몇 시간 계속하는 것보다 사무 내용이 다른 양질의 사무를 적당한 시간을 두고 옮겨 하면 능률이 30~50퍼센트까지 오른 것으로 실험되기도 했다. 물론 노동내용도 단일 동질노동의 지속보다 복합 이질노동을 번갈아 하면 능률이 오른다.

 

미국의 고위 관리자는 일의 성질에 따라 책상을 세 개 내지 다섯 개씩 마련, 자리를 옮겨 앉으며 사무를 봄으로써 능률을 올리기도 한다.

 

옛 할머니들이 '시이이 시이이 '하면서 일을 했던 것도 곧 타임 브레이크의 대뇌피질 작용으로 고됨을 덜어주는 체험적 지혜였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현대에 되살리고 싶은 직장의 지혜로서 온고지신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