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漢文

이사(離思)/원진(元稹)

耽古樓主 2023. 3. 14. 06:31

曾經滄海難爲水
큰 바다를 보고 나면 웬만한 물은 물 같지 않고
除却巫山不是雲
무산의 구름을 빼고 나면 구름다운 구름이 없지
取次花叢懶回顧
꽃 무더기 속에 와도 돌아볼 마음이 없는 것은
半緣修道半爲君
반은 도를 닦기 때문이고 반은 그대 때문이라오.

 

이 시는 중당(中唐)시대에 백거이(白居易)와 함께 ‘元白’으로 불리며 한(漢)나라 악부시(樂府詩)의 현실주의 정신을 부활시키자는 신악부운동(新樂府運動)을 전개하며 시단의 개혁을 주도하였던 시인 원진(元稹)의 작품이다. 칠언절구 연작시 총5수 중의 제4수이다.

담백한 표현 속에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존경 속의 그리움으로 담아낸 이 시는 도망시(悼亡詩)의 명품으로서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특히 “큰 바다를 보고 나면 웬만한 물은 물 같지 않고”라고 한 첫 번째 구의 기발한 표현은 거의 성어에 가까운 대접을 받게 되었다.

급기야 이 구가 본래 함축하고 있던 “훌륭한 아내를 본 이후로는 어느 여자도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라는 것에서 의미가 확장되어 “큰 경험을 한 사람은 웬만한 것에는 그다지 감흥을 일으키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觀於海者難爲水

맹자가 말한 ‘觀於海者難爲水’를 인용한 제1구에 이어 낭만 고사의 배경을 끌어들인 제2구도 흥미롭다. 중국 四川성과 湖北성을 가르는 巴山산맥의 한 봉우리, 산세가 ‘巫’자 같다 해서 巫山이다. 기원전 2세기 초나라 襄王이 무산 神女와 사랑을 나눴다는 꿈 이야기에서 ‘巫山之雲’이라는 성어가 유래했다.

 

孟子曰 孔子登東山而小魯 登太山而小天下

故觀於海者 難爲水 遊於聖人之門者 難爲言

觀水有術 必觀其瀾 日月有明 容光必照焉

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

君子之志於道也 不成章不達 ―「盡心 上」

 

맹자가 말하기를, 공자께서 동산에 오르시어 魯나라가 작다고 하시고 太山에 오르시어 천하가 작다고 하셨다. 바다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水을 말하기 어려워하고, 聖人의 문하에서 공부한 사람은 言에 대하여 말하기 어려워하는 법이다. 물을 관찰할 때는 반드시 그 물결을 바라보아야 한다. 日月의 밝은 빛은 작은 틈새도 남김없이 비추는 법이며,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법이다. 군자는 도에 뜻을 둔 이상 경지에 이르지 않는 한 벼슬에 나아가지 않는 법이다.

觀於海者難爲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