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漢文

正氣歌(정기가)/文天祥(문천상)

耽古樓主 2023. 3. 14. 07:22

 

문천상/文天祥


天地有正氣(천지유정기) 雜然賦流形(잡연부류형)
천지에 정기가 있어, 만물에게 제각기 형체를 부여했네.
잡연(雜然): 잡다한 모양.
유형(流形): 지상에 널리 퍼져있는 만물의 형상. 삼라만상.

下則爲河嶽(하즉위아악) 上則爲日星(상즉위일성)
아래로는 하천과 산악이 되고, 위로는 태양과 별이 되었네.

於人曰浩然(어인왈호연) 沛乎塞蒼冥(패호색창명)
사람에게 있어서는 호연지기라 하는데, 천지간에 가득하게 쌓여 있다네.
패호(沛乎): 성대한 모양. 왕성한 모양.
창명(蒼冥): 푸른 하늘. 창천(蒼天). 여기에서는 천지지간(天地之間)을 가리킨다.

皇路當淸夷(황로당청이) 含和吐明庭(함화토명정)
국운이 평탄한 태평성대를 만나면, 조정에서 온화하게 생각을 토로하네.
황로(皇路): 국운(國運). 나라의 운().
청이(凊夷): 세상이 잘 다스려져 태평하다.
명정(明庭): 밝고 안정된 조정.

時窮節乃見(시궁절내견) 一一垂丹靑(일일수단청)
시대가 궁해지면 절개가 밖으로 나타나, 각자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네.
단청(丹靑): 단책(丹冊)과 청사(靑史)라는 뜻으로, 즉 논공행상에서 사용하는 단사(丹砂)로 쓴 책과 푸른색의 죽간(竹簡)에 쓴 역사 기록. 곧 역사책을 이른다.

在齊太史簡(재제태사간) 在晉董孤筆(재진동호필)
제(齊)에는 태사의 죽간이 있었고, 진(晉)에는 동호의 붓이 있었다네.
태사간(太史簡): 태사(太史)의 죽간(竹簡)이란 뜻으로, 춘추시대에 제()나라의 태사(太史)가 최저(崔杼)齊莊公을 시해한 사실을 죽간에 기록하다가 최저에게 피살되자, 태사의 동생이 또 그렇게 기록하고 피살되자, 또한 그 동생이 또 사실대로 기록하였다. <좌전(左傳양공(襄公) 25년조>에 나온다.
동호필(董孤筆): 동호의 붓이란 뜻으로, 춘추시대 진()나라의 趙穿靈公을 시해하자, 太史董孤大夫 趙盾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하여 그가 영공을 시해했다고 기록하였다. <좌전(左傳선공2년조>에 나온다.

在秦張良椎(재진장량추) 在漢蘇武節(재한소무절)
진(秦)에는 장량의 몽둥이가 있었고, 한(漢)에는 소무의 부절이 있었다네.
장량추(張良椎): 장량의 몽둥이라는 뜻으로, 장량은 조상이 나라 사람이었으므로 진시황이 한나라를 멸망시키자, 120근이나 되는 쇠몽둥이를 만들어 진시황을 저격했다가 실패하였다.<사기(史記유후세가(留侯世家)>에 나온다.
소무절(蘇武節): 소무(蘇武)의 부절(符節)이란 뜻으로, () 무제(武帝) 때 소무(蘇武)는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억류되었는데, 19년동안 한()나라의 부절(符節)을 굳게 간직하며 투항을 거부하고 절개를 지키다가 마침내 한()나라로 귀환하였다. <한서(漢書소무전(蘇武傳)에 나온다. ()은 절개로 볼수도 있으나, 앞 세 구절에서 열거한 (), (), ()>와의 균형을 고려하여 부절로 보는 편이 더 낫다.

爲嚴將軍頭(위엄장군두) 爲嵇侍中血(위혜시중혈)
엄장군의 머리가 되기도 하고, 혜시중의 피가 되기도 한다네.
엄장군두(嚴將軍頭): 嚴將軍의 머리라는 뜻으로, 張飛巴郡을 공략하여 그곳을 지키던 장군 嚴顔을 포획하여 투항을 권유하자, “우리 고을에는 머리가 잘린 장군은 있어도 항복한 장군은 없다.”라고 함 <삼국지(三國志촉서(蜀書장비전(張飛傳)>에 나온다.
혜시중혈(嵇侍中血): 혜시중의 피라는 뜻으로, 晉惠帝湯陰에서 싸우다가 패배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도망가고 없는데, 시중(侍中)인 혜소(嵇紹)만이 빗발치는 화살을 몸으로 막아 혜제를 보호하여 그의 피가 혜제의 옷을 적셨다. 나중에 사람들이 옷을 빨려고 하자 혜제는, "이것은 혜시중의 피이니 없애지 말라"라고 하였다. <진서(晉書혜소전(嵇紹傳)>에 나온다.

爲張睢陽齒(위장수양치) 爲顔常山舌(위안상산설)
장수양의 이빨이 되기도 하였고, 안상산의 혀가 되기도 했다네.
장수양치(張睢陽齒): 장수양의 이빨이란 뜻으로, 安史之亂張巡許遠睢陽을 고수하고 있었는데, 장순은 싸울 때마다 눈초리가 찢어져 피를 흘리고 이빨을 깨물어 이빨이 다 빠졌다. 그 이유를 묻자, 병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게 함으로써 적의 기세를 제압하려는 것이었다고 대답했다. 입안을 들여다보니, 과연 이빨이 서너 개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구당서(舊唐書장순전(張巡傳)>에 나온다.
안상산설(顔常山舌): 안상산의 혀라는 뜻으로, 安史之亂常山太守安杲卿이 토벌에 나섰다가 적들에게 붙잡혔는데, 쉬지 않고 적들을 꾸짖고 욕을 하자 적이 그의 혀를 잘라버렸다. <신당서(新唐書안고경전(安杲卿傳)>에 나온다.

或爲遼東帽(혹위요동모) 淸操厲冰雪(청조려빙설)
때로는 요동 땅의 모자가 되었나니, 해맑은 그 지조가 빙설보다 싸늘했네.
요동모(遼東帽): 요동(遼東)에 은거하는 管寧의 모자라는 뜻으로, 관영은 漢末의 정치적 혼란을 피하여 요동으로 가서 검은 모자를 쓰고 힘써 농사를 짓고, 평생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다. <삼국지(三國志위지(魏志관영전(管寧傳)>에 나온다.

或爲出師表(혹위출사표) 鬼神泣壯烈(귀신읍장렬)
때로는 제갈량의 <출사표>가 되어서, 귀신도 그 장렬함에 울었다네.
출사표(出師表): 삼국시대에 나라의 諸葛亮나라 군사를 정벌하기 위하여 출병하기 전에 후주(後主)에게 올린 글.

或爲渡江楫(혹위도강즙) 慷慨呑胡羯(강개탄호갈)
때로는 강을 건너는 노가 되었고, 그 강개한 기개가 오랑캐를 삼켰다네.
도강즙(渡江楫): 東晉의 장군인 祖逖은 북벌을 위하여 장강을 건널 때 노를 두들기면서 반드시 중원을 회복하고 돌아오겠다고 강물에다 맹세했다. <진서(晉書조적전(祖逖傳)>에 나온다.
호갈(胡羯): 오호십육국 시대에 羯族의 나라인 後趙를 세운 石勒을 가리킨다. 祖逖이 북벌하여 여러 차례 석륵의 군사를 물리치고 황하 이남의 땅을 전부 수복했다.

或爲擊賊笏(혹위격적홀) 逆竪頭破裂(역수두파렬)
때로는 역적을 친 홀이 되었나니, 역적의 머리를 부수어 놓았다네.
격적홀(擊賊笏): 도적을 치는 홀(). 唐德宗朱泚가 반란을 일으키자 태위(太尉)이던 단수실(段秀實)이 홀()을 가지고 주체를 두들겨 패는 바람에 주체가 뺨에서 피를 흘리며 달아났다고 한다. <구당서(舊唐書단수실전(段秀實傳)>에 나온다.
역수(逆竪): 역적(逆賊).

是氣所旁薄(시기소방박) 凛烈萬古存(늠렬만고존)
이 기운이 천지에 널리 충만함은, 늠름하고 장렬하게 만고에 존속하리라.
방박(旁薄): 충만하다. ‘방박(磅薄)’과 같다.
늠렬(凜烈): 늠름하고 장렬하다.

當其貫日月(당기관일월) 生死安足論(생사안족론)
이것이 해와 달을 꿰뚫을 때이면, 생사인들 따질 것이 어디 있으랴?

地維賴以立(지유뢰이립) 天柱賴以尊(천주뢰이존)
땅을 맨 밧줄도 이것 덕에 존재하고, 하늘을 받친 기둥도 이것 덕에 우뚝 선다네.
지유(地維): 대지의 네 모퉁이에 묶여서 대지를 지탱하는 밧줄을 이른다.
뇌이립(賴以立): 정기에 의지하여 존립하다.
천주(天柱):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

三綱實係命(삼강실계명) 道義爲之根(도의위지근)
삼강도 사실은 이것에 목을 매고, 도의도 이것을 뿌리로 삼는다네.

嗟余遘陽九(차여구양구) 隷也實不力(예야실불력)
아아 나는 큰 재난을 만났지만, 나에게는 실로 나라를 구할 힘이 없다네.
양구(陽九): 道家에서 하늘이 내리는 災厄을 가리키는 말.
(): . 노예. 천자의 종이라는 뜻에서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

楚因纓其冠(초인영기관) 傳車送窮北(전거송궁북)
초(楚)의 포로는 그 나라의 갓을 쓰고, 역마차로 북쪽에 끌려갔다네.
초수(楚囚): 나라의 포로. 여기에서는 자기 자신을 비유한 말이다. 晉景公이 군용창고를 시찰할 때, 鍾儀라는 포로를 보고 옆 사람에게, "남방의 갓을 쓰고 묶여있는 저 사람은 누구냐?"라고 물었더니, "초나라의 포로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경공이 그를 풀어 주라고 명하고 그를 불러 위로했다. <좌전(左傳성공9년조>에 나오는 대목이다. 남방의 갓을 쓴 것은 고국을 잊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거(傳車): 역참의 수레.
궁북(窮北): 궁벽한 북방. 대도(大導)를 가리킨다.

鼎鑊甘如飴(정확감여이) 求之不可得(구지불가득)
가마솥에 삶기는 것도 엿처럼 단 것이니, 이런 기회는 구해도 얻기가 어렵네.
정확(鼎鑊): 가마솥.옛날에는 사람을 가마솥에 넣어서 삶아 죽이는 형벌이 있었다. 여기서는 그러한 형벌의 도구를 의미한다.
구지불가득(求之不可得):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칠 기회란 좀처럼 얻기 어렵다는 뜻이다.

陰房闃鬼火(음방격귀화) 春院閟天黑(춘원비천흑)
적막한 감방에 도깨비불이 비쳐들고, 봄철의 뜨락은 어둠 속에 갇혀 있네.
음방(陰房): 음침한 감방.
(): 고요하다. 적막하다.
귀화(鬼火): 도깨비불, ()의 성분으로 인하여 뼈다귀와 같은 곳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불빛.
(): 문을 닫다.

牛驥同一皂(우기동일조) 鷄棲鳳凰食(계서봉황식)
소와 천리마가 한 구유를 사용하고, 닭장에서 봉황이 모이를 먹는다네.
우기동일조(牛驥同一皂):소와 천리마가 같은 구유에서 먹이를 먹는다는 뜻으로, 훌륭한 죄수와 못난 죄수가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이른다.
계서(雞棲): 닭의 둥지.

一朝蒙霧露(일조몽무로) 分作溝中瘠(분작구중척)
어느 날 갑자기 병이라도 걸리면, 도랑에 버려진 시체가 되리라.
몽무로(蒙霧露): 질병에 감염되는 것을 이른다.
(): 틀림없이.
(): 옥사(獄死)하거나 아사(餓死)한 시체를 말한다.

如此再寒暑(여차재한서) 百沴自辟易(백려자벽역)
이렇게 두 해를 보내고 나니, 온갖 독기가 스스로 물러났네.
재한서(再寒暑): 추위와 더위를 두 번 지내다. 곧 두 해를 지내다의 뜻이다.
백려(百沴): 온갖 독기(毒氣)를 이른다.
벽역(辟易): 물러나다.

哀哉沮洳場(애재저여장) 爲我安樂國(위아안락국)
아아 축축하고 낮은 이 곳이, 편안하고 즐거운 내 나라가 되었네.
저여(沮洳): 습지(濕地)를 이른다.

豈有他繆巧(기유타무교) 陰陽不能賊(음양불능적)
어찌 별다른 묘수가 있어, 음기도 양기도 나를 해치지 못했으랴?
무교(繆巧): 교묘한 속임수.
음양(陰陽): 음기와 양기. 천지간에 존재하는 모든 기운을 뜻한다.
(): 해치다.

顧此耿耿在(고차경경재) 仰視浮雲白(앙시부운백)
이와 같이 빛나는 정기가 있어서, 부귀와 영화를 뜬 구름처럼 본 덕이리라.
(): 생각하건대. 돌아보건대.
경경(耿耿): ‘반짝거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擬態語)이다. 여기에서는 정기(正氣)를 말한다.

悠悠我心悲(유유아심비) 蒼天曷有極(창천갈유극)
내 마음의 슬픔이 끝이 없으니, 푸르른 저 하늘도 끝이 없는듯 하구나.
유유(悠悠): ‘끝이 없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擬態語)이다.

哲人日已遠(철인일이원) 典型在夙昔(전형재숙석)
현인들은 시대가 이미 아득하건만, 옛날에 일찌감치 본보기를 남겨 놓았네.
철인(哲人): 앞에서 열거한 옛 성인을 가리킨다.
숙석(夙昔): 옛날. 지난날.

風檐展書讀(풍첨전서독) 古道照顔色(고도조안색)
바람부는 처마 밑에서 책을 펼쳐 읽노라니, 옛 성현의 도가 내 얼굴에 비치네.

문천상은 이 시의 서문에서 天地正氣浩然之氣로써 감옥 속의 일곱 가지 악독한 기운, 곧 수기(水氣), 토기(土氣), 일기(日氣), 화기(火氣), 인기(人氣), 예기(穢氣)에 대처한다고 하였지만, 사실상 이 칠기(七氣)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이 원나라 조정의 끈질긴 투항 권유였다.
그러나 원나라 조정이 남송의 亡國 皇帝恭帝와 그의 재상 留夢炎에게 시켜서 권유하기도 하고, 원나라 世祖 忽必烈이 직접 찾아가서 권유하기도 하였지만, 그는 어떠한 회유와 위협에도 불구하고 끝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아 그의 늠름한 正氣가 영원히 찬란한 빛을 발하게 되었다.
이 시는 大都土室에 구금된 지 2년이 지난 나라 至元 18(1281)6, 포로생활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자신의 정기를 발휘하여 끝내 굽히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