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漢文

書天壽僧院壁(서천수승원벽) - 李仁老(이인로)

구글서생 2023. 4. 13. 03:04

 

書天壽僧院壁(서천수승원벽) - 李仁老(이인로)

待客客未到 尋僧僧亦無.(대객객미도 심승승미도)
唯餘林外鳥 款款勸提壺.(유여임외조 관관권제호)

손님을 기다려도 오지를 않고, 스님을 찾아도 스님마저 없구나.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숲 밖의 새, 정답게 술 한잔 들라고 권하고 있네.

[감상]

화자는 천심원에서 홀로 술병을 기울입니다.

기다리는 손님은 아직 이르지 않았고, 천심원을 관리하는 스님 역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멀리 숲 너머에서 새 한 마리가 연신 울어 대는 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그런데 새 우는 소리를 자세히 들으니 제호로(提壺蘆), 제호로(提壺蘆) 하고 웁니다.

제호로는 직박구리 울음소리를 한자로 옮겨 적은 것입니다. 재미난 것은 ‘제호’를 뜻으로는 ‘술병을 당기다’, ‘술병을 들다’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직박구리 울 때마다 술 생각이 점차 간절해지니 비록 손님이 오지 않았더라도 어찌 한잔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리 애절히 울면서 고이고이 술을 권하는데 말입니다. 

 

‘관관(款款)’은 ‘간절히, 정성스럽게’라는 뜻입니다. 굴원의 『초사(楚辭)』 「복거(卜居)」에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복거(卜居)란 살 만한 곳을 점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뜻으로 풀 수 있습니다. 굴원은 쫓겨난 지 세 해가 넘도록 임금을 만나지 못했으므로 지혜를 짜내고 충성을 다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괴로워한 끝에 굴원은 태복(太卜) 정첨윤(鄭詹尹)을 찾아가 자신의 씁쓸한 심사를 토로하고 점을 치게 합니다. ‘관관’이라는 표현은 굴원의 질문에서 나왔습니다. “제가 정녕 간절하고 정성스레 살면서 순박함으로써 충성을 다해야 할까요, 아니면 오고 가는 대로 보내고 맞이하면서 이 곤궁함을 없애야 할까요(吾寧悃悃款款朴以忠乎, 將送往勞來斯無窮乎).” 절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