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同散異

散人(산인)에 관하여

구글서생 2023. 3. 14. 00:18

 

逍遙自適하는 隱士의 모습

 

손님이 와서 물었다. 그대는 이 세상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요, 아니면 절도 있는 사람이요?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못 미치고, 절도 있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욕망이 깊소. 지금은 고삐 매인 말처럼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상태로 멈추어 서 있으니 뭔가를 얻은 것이요, 잃은 것이요?
(客有至而問者曰, 子世之散人也, 拘人也. 散人也而未能, 拘人也而嗜慾深, 今似繫馬止也, 有得乎, 而有失乎.)

-蘇軾, ‘雪堂問潘邠老’

 

장자의 人間世편에 보면, 제사 지내는 곳에 심겨 있는 거대한 나무를 보고 제자가 아주 좋은 재목이라고 감탄하자, 목수인 스승이 말한다.

“그러지 마라. 그렇게 말하지 마라. 저건 성긴 나무다. 저걸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저걸로 관을 만들면 빨리 썩고, 저걸로 그릇을 만들면 빨리 부서지고, 저걸로 문을 만들면 진물이 흐르고, 저걸로 기둥을 만들면 좀이 슬 것이다. 재목으로 쓸 수 있는 나무가 아니다. 쓸 데가 없다. 그래서 이처럼 오래 살 수 있었던 것이다.
(已矣. 勿言之矣. 散木也. 以為舟則沈, 以為棺槨則速腐, 以為器則速毀, 以為門戶則液樠, 以為柱則蠹. 是不材之木也. 無所可用, 故能若是之壽.)”

 

저 큰 나무는 목수의 꿈에 나타나서 일장 연설을 시작한다

맛있는 과실이 달리는 나무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가지를 꺾고 괴롭히니, 제 명대로 죽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 자신은 그 꼴이 되기 싫다며 말한다.

“쓸모없는 존재가 되기를 추구한 지 오래되었다.(且予求無所可用久矣).

이 쓸모없음이야말로 자신의 큰 쓸모이다(予大用)”

 

그러고는 목수에게 되묻는다.

“내가 자잘하게 유용했으면 이렇게 커질 수 있었겠는가
?(使予也而有用, 且得有此大也邪 )”

 

거대한 나무는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한다.

“너나 나나 다 사물이다. 어찌 사물끼리 이러쿵저러쿵하리오. 너도 죽음에 다가가는 散人 즉 쓸모없는 사람이니 어찌 산목을 알겠는가?
(且也若與予也皆物也, 奈何哉其相物也, 而幾死之散人, 又惡知散木)”

 

 

莊子 第4篇 人間世 제4장

莊子 第4篇 人間世 제4장 匠石之齊 至於曲轅 見櫟社樹 其大蔽數千牛 絜之百圍 其高臨山 十仞而後有枝 其可以爲舟者旁十數 觀者如市. 장석이 齊나라에 갈 때 曲轅에 이르러 社에 심어진 상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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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인간세편에는 4,5,6,7장에서 無用之大用을 다루고 있다

 

‘散木’이라고 불렸던 저 거대한 나무는 도리어 목수를 散人이라고 부른다. 고대 중국에서 이 散人이라는 말은 일종의 욕이었다. 묵자의 비유(非儒)편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군자들이 비웃자 화를 내면서 말했다. ‘이 散人아, 좋은 선비를 몰라보다니!(君子笑之. 散人, 焉知良儒)’”

‘散’이란 글자는 성기다, 띄엄띄엄하다, 치밀하지 못하다, 질서가 없다, 야무지지 못하다, 절도와 훈육이 결여되어 있다는 뜻을 담는다. 그래서 散人이란 쓸모없는 사람을 지칭한다.

 

막말에 가까웠던 이 散人이라는 단어는 점점 그럴듯한 뜻을 갖게 된다. 관직이 없는 지식인, 정치 권력에 다가가지 못한 선비, 은거하는 예술가 등이 겸양의 뜻을 담아 散人을 雅號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예컨대, 당나라 때 시인 陸龜蒙은 江湖散人으로 자처했다.

 

이러한 散人이라는 말에 좀 더 심오한 의미를 부여한 사람이 바로 송나라의 유명한 문인 蘇軾이다.

소식의 세계에 이르면, 散人은 거의 자유인이라고 부를 만한 높은 경지의 인물이 된다. 소식이 생각하는 散人은 세속의 명예 따위는 잡을 수 없는 바람이나 그림자 같은 걸로 치부한다.(名之於人, 猶風之與影也)

그러나 현실에 완벽한 자유인이 어디 있으랴. 소식은 손님의 입을 빌려 자문한다.

나는 자유로운 사람인가, 아니면 절도 있는 사람인가.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못 미치고, 절도 있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욕망이 깊지 않은가.

 

2023.3.12. 고안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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