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66-待漏院記(대루원기)-王禹偁(왕우칭)

耽古樓主 2024. 3. 3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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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文眞寶(고문진보)

待漏院記(대루원기)-王禹偁(왕우칭)

 

 

天道不言而品物亨, 歲功成者, 何謂也.
天道는 말하지 않아도 만물이 형통하고 1년의 성과를 이룬다고 함은 무엇을 이르는가?
天道不言而品物 : 천도는 말이 없으되 만물이 형통함. 論語陽貨'하늘이 어찌 말을 하겠는가. 그런 가운데서도 춘···동의 사계절은 어김없이 운행되고, 만물은 끊임없이 생육 발전한다[天何言哉? 四時行焉,百物生焉'는 공자의 말과 같은 뜻이다.
歲功成 : ···동 사계절이 때를 어기지 않아 만물이 제대로 자라 열매 맺고 거두게 함을 말한다.

四時之吏, 五行之佐, 宣其氣矣.
그것은 四時라는 관리와 五行이라는 보좌관이 기운을 펴기 때문이다.
四時之吏 : ···동의 관리.
五行之佐 : 오행은 ····의 다섯 元氣.
宣其氣 : 는 하늘이 만물을 생육하는 활동. 은 그 활동을 수행함.

聖人不言而百姓親, 萬邦寧者, 何謂也.
聖人은 말하지 않아도 백성이 친화하고 萬國이 평안하다 함은 무엇을 이르는가?

三公論道, 六卿分職, 張其敎矣.
三公이 治道를 논하고 六卿이 무를 분담하여 교화를 펼치기 때문이다.
三公 : 三人의 최고의 장관, 周代에는 太師·太傅·太保를 최고 벼슬로 삼공이라 하였고, 前漢 때에는 大司馬·大司徒·大司空, 그리고 후한에서 唐宋에 이르는 동안에는 太尉·司徒·司空을 삼공이라 하였다.
六卿 : ·····동의 六官. 내정을 맡은 天官冢宰, 교육을 받은 地官司徒, 제사와 예악을 맡은 春官宗伯, 軍政을 맡은 夏官司馬, 사법을 맡은 秋官司寇, 토지를 맡은 冬官司空을 말한다.
張其敎 : 널리 교화시킴.

是知君逸於上, 臣勞於下, 法乎天也.
천자는 위에서 편안히 있고 신하가 밑에서 수고로움은 하늘을 본받았음을 알 수 있다.

古之善相天下者, 自咎蘷至房魏, 可數也.
옛날의 재상으로 천하를 잘 다스린 자는, 咎繇·夔부터 房玄齡·魏徵에 이르기까지, 수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이다.
() : 임금의 신하 咎繇(고요)를 가리킨다. 獄官을 지냈다.
() : 순임금의 신하로서, 음악을 관장하는 典樂을 맡았다.
房魏 : 唐 太宗 때의 명신 房玄齡魏徵.
可數 : 헤아릴 수 있다. 수가 많지 않음을 뜻함.

是不獨有其德, 亦皆務于勤爾.
이들은 德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또한 모두 맡은 일에 힘썼다.

況夙興夜寐, 以事一人.
하물며 새벽에 일찍부터 밤늦도록 한 분 군주만을 섬김에랴!
風興夜寐 :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자리에 듦. 부지런히 일을 하거나 학문을 닦는다는 뜻으로 쓰임.

卿大夫猶然, 況宰相乎.
卿大夫조차 그러하니, 하물며 재상이랴!

朝廷自國初, 因舊制, 設宰臣待漏院于丹鳳門之右, 示勤政也.
국초부터 조정에서 옛 제도를 따라 재상의 待漏院을 丹鳳門 오른쪽에 설치하여, 정사에 힘씀을 보여왔다.
舊制 : 나라 때 대루원이 설치된 적이 있다.
丹鳳門 : 황제가 거처하는 궁궐의 문[皇居門]. 우리나라의 비원에도 있음.

至若北闕向曙, 東方未明, 相君啓行, 煌煌火城.
北闕에 새벽이 다가오고 동녘이 아직 밝지 않은 때, 재상이 登廳하니 성안은 불빛으로 휘황하다.
至若 : = 至于 1.의 정도에 이르다 2.으로 말하면 3.때에 이르러
北闕 : 궁성의 북쪽 문. 上奏 또는 알현하는 사람이 출입함.
向曙 : 새벽으로 향함.
啓行 : 길을 나섬. 재상이 이른 새벽에 조정으로 출근함을 말함.
煌煌 : 불빛이 휘황함.

相君至止, 噦噦鸞聲.
재상이 도착하고 쩔렁쩔렁 말방울 소리가 들린다.
噦噦(홰홰) : 말방울 소리.
鸞聲(난성) : 字義대로 하면 의 울음소리이나 여기서는 방울()소리를 말한다.

金門未闢, 玉漏猶滴, 撤蓋下車, 于焉以息, 待漏之際, 相君其有思乎.
金門은 아직 열리지 않고 옥 같은 물방울이 아직도 떨어지는데, 덮개를 접고 마차에서 내려 대루원에서 휴식하며 시각을 기다리는 동안 재상은 무엇을 생각할까?
玉漏猶滴 : 옥으로 장식한 물시계의 물이 아직도 방울져 떨어짐. 金門이 열릴 시각이 아직 안되었음을 뜻한다.
撤蓋 : 수레 덮개를 벗김.

其或兆民未安, 思所泰之, 四夷未附, 思所來之, 兵革未息, 何以弭之, 田疇多蕪, 何以闢之.
백성이 아직 평안하지 못하면 편안하게 할 방법을 생각하고, 四夷가 아직 歸附하지 않고 있으면 歸附시틸 방법을 생각하고,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면 어떻게 멈출까, 논밭에 황무지가 많으면 어떻게 개간할까 생각할 터이다.
四夷 : 東夷·西戎·南蠻·北狄의 네 오랑캐.
未附 : 잘 따르지 않음.
兵革 : 兵亂. 은 무기. 甲胄.
未息 : 끊이지 않음.
() : 그치게 함. ·의 뜻.

賢人在野, 我將進之, 佞臣在朝, 我將斥之, 六氣不和, 災眚荐至, 願避位以禳之.
賢人이 초야에 있으면 등용하려 하고, 아첨하는 신하가 조정에 있으면 내치려 하고, 六氣( 陰·陽·風·雨·晦·明 )가 조화롭지 않아 재난이나 전염병이 연이어 발생하면, 직위에서 물러남으로써 재앙을 물리치기를 원할 터이다.
佞臣 : 아첨 잘하는 간사한 신하
: 물리침, 배척함.
六氣 : ·····의 여섯 가지 . 곧 기후의 변화를 뜻한다.
災眚(재생) : 는 하늘이 내리는 재앙, 은 인간이 스스로 불러들이는 화.
荐至(천지) : 자주 일어남.
避位以禳之 : 자리에서 물러나 재앙을 물리침. 은 신에게 제사 지내어 재앙을 물리침. 六氣가 고르지 못하여 재앙이 거듭 닥침은 재상의 정사가 옳지 못하기 때문이니, 재상은 마땅히 지위에서 물러나 목욕재계하고 천신께 빌어 재앙을 물리쳐야 한다는 뜻.

五刑未措, 欺詐日生, 請修德以釐之.
五刑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여 詐欺가 날마다 생기면, 덕을 닦아서 잘 다스리려 할 터이다.
五刑 : 피부에 문신을 하는 墨刑·코를 베는 劓刑·정강이를 자르는 剕刑·불알을 까는 宮刑·목을 베어 죽이는 大辟의 다섯가지 형벌.
: 와 같은 뜻. 다스림.

憂心忡忡, 待旦而入, 九門旣啓, 四聰甚邇, 相君言焉, 時君納焉.
걱정에 마음을 졸이며 동이 트면 궁중에 들어가는데, 九門은 열리고 나면 四聰을 가까이하매, 재상은 천자에게 보고하고 군주는 그것을 듣는다.
忡忡(충충) : 근심걱정으로 마음이 평온하지 못함.
九門 : 천자가 계신 궁궐 안에 겹겹으로 있는 문을 뜻함.
四聰甚邇 : 천자는 사방으로 눈과 귀를 활짝 열어 천하의 일을 잘 들어 먼 데 일을 매우 가까운 곳의 일처럼 안다는 뜻.

皇風於是乎淸夷, 蒼生以之而富庶, 若然則總百官, 食萬錢非幸也, 宜也.
천자의 風化로 천하가 태평하며 온 백성이 이로써 부유하고 번성하니, 만약 그러하다면 百官을 총괄하며 萬兩의 봉록을 누림이 요행이 아니라 당연하다.
皇風於是乎淸夷 : 천자의 덕화의 영향이 맑고 고르게 퍼져 나라가 잘 다스려짐.
蒼生 : 백성.
富庶 : 부유하고 많아짐.

其或私讐未復, 思所逐之, 舊恩未報, 思所榮之, 子女玉帛, 何以致之, 車馬器玩, 何以取之, 姦人附勢, 我將陟之, 直士抗言, 我將黜之, 三時告災, 上有憂色, 構巧辭以悅之, 群吏弄法, 君聞怨言, 進謟容以媚之.
혹시 개인적인 원한을 보복하지 못했다 하여 쫓아낼 방법을 생각하고, 옛 은혜를 갚지 못했다 하여 영화롭게 할 방법을 생각하고, 미인이나 玉帛을 어떻게 바치게 할지, 車馬나 器玩을 어떻게 가질지 생각하고, 간악한 사람이 권세에 아부하면 승진시키려 하고, 곧은 선비가 바른말을 하면 몰아내려 하고, 三時에 天災의 보고가 있어 군주가 걱정하는 기색이면 奸巧한 말을 꾸며 임금을 기쁘게 하고, 관리들이 법률을 농락하여 군주가 원망하는 말을 들으면 아첨하는 얼굴로 군주의 사랑받기를 생각하는 자도 있으리라.
私響 : 개인적인 원한관계.
未復 : 아직 보복하지 못함.
榮之 :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줌.
器玩 : 완상용 기구.
姦人附勢 : 권세에 따르는 간사한 무리.
: 과 같은 뜻. 관작을 올려줌.
直士抗言 : 강직한 사람이 바른 소리를 함.
: 쫓아냄. 없애 버림.
三時 : 농사에 바쁜 봄·여름·가을의 세 철.
巧辭 : 교묘하게 거짓 꾸며 하는 말.
弄法 : 법을 멋대로 주물러, 죄인을 풀어주고 오히려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씌움.
謟容 : 아첨하는 얼굴.
媚之 : 아양을 떪.

私心慆慆, 假寐而坐, 九門旣開, 重瞳屢回, 相君言焉, 時君惑焉, 政柄於是乎隳哉, 帝位以之而危矣, 若然則死下獄, 投遠方非不幸也, 亦宜也.
그런 자는 사욕을 그치지 못하고 졸면서 앉아 있다가, 九門이 열리고 나서 천자가 자주 돌아보면 재상이 말하는데, 그때마다 군주가 미혹되어 정권은 이에 무너지고, 제위는 이로써 위태롭게 되니, 만약 그러하다면 하옥되어 죽거나 먼 곳으로 귀양을 감도 불행이 아니라 당연하다.
慆慆(도도) : 오랫동안. 그치지 않다
假寐 : 어렴풋이 잠이 듦. 졸음.
重瞳屢回 : 重瞳은 눈동자가 겹이니 천자를 가리킴. 屢回는 천자가 자주 돌아봄.
政柄 : 정권.

是知一國之政, 萬人之命, 懸於宰相, 可不愼歟.
一國의 정치와 萬人의 목숨이 재상에게 달려 있음을 이로써 알 수 있으니, 신중하지 않아서 되겠는가?

復有無毁無譽, 旅進旅退, 竊位而苟祿, 備員而全身者, 亦無所取焉.
또 비방도 칭찬도 없고, 무리 지어 進退하며, 자격도 없이 지위를 차지하고 구차하게 녹을 먹으며, 官員의 머릿수만 채우며 몸을 보전함도 거기에서 취할 바가 없다.

棘寺小吏王禹偁, 爲文請誌院壁, 用規于執政者.
大理寺의 작은 관리인 왕우칭이 글을 지어 待漏院의 벽에 기록함으로써, 집정하는 자에게 警戒를 주려 한다.
隳哉(휴재) : 무너져 내림.
: 유배되다.
: 비방.
: 과 같은 뜻. 여럿이.
竊位 : 하는 일 없이 벼슬자리에 눌러앉아 있음.
苟祿 : 구차하게 녹만 받아먹음.
備員 : 사람 수만 채움.
棘寺 : 재판사건을 취급하고 형벌을 정하는 관청인 大理寺를 가리킨다. 주위에 가시나무를 심어 놓았기 때문에 棘寺라 한 것이다.
小吏 : 작자가 자신을 겸손하게 표현하여 작은 관리라 하였다.

 

 

 

 해설


이른 아침에 대궐로 출근하러 나온 재상과 조정 대신들이 대궐문이 열릴 때까지 대기하는 官舍를 待漏院이라 한다.
왕우칭이 그 대루원의 벽에 써서 붙인 것이 이 〈待漏院記〉이다. ‘待漏’란 시각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刻은 옛날의 물시계이다. 밑에 구멍이 뚫린 그릇에서 조금씩 물이 새어 나오게 장치하고, 그 속에 漏箭이라는 눈금을 새긴 화살을 세워 새어 나오는 물의 양으로써 시각을 측정하였다.

이 글을 지을 당시 大理寺, 곧 재판을 관리하는 벼슬에 있던 왕우칭이 대루원의 벽에 이 글을 지어 붙여 당시의 재상 이하 관리들이 해야 할 의무를 각성케 하였다. 그러나 대리시의 벼슬에 있던 왕우칭이 스스로 고관을 훈계하기 위하여 지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아마도 황제나 재상의 명으로 지었다고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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