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宰相第三書(상재상제삼서)-韓愈(한유)
愈聞周公之爲輔相, 急於見賢也, 方一食, 三吐其哺; 方一沐, 三握其髮.
제가 듣건대 周公께서는 輔相이 되어 賢者를 만나보기에 다급하여, 밥 한 끼를 먹는 동안에 그의 입안의 음식을 세 번이나 토하기도 하였고, 한 번 머리 감는 동안에 세 번이나 젖은 머리칼을 움켜쥐고 나왔다고 합니다.
▶ 輔相 : 임금을 보좌하는 재상.
▶ 三吐其哺 : 周公은 재상 자리에 있으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하여 한 끼의 밥을 먹는 사이에 '세 번이나 먹던 밥을 토해놓고' 급히 나갔었다 《史記》魯周公世家.
▶ 沐 : 머리를 감음.
▶ 三握其髮 : ‘세 번이나 젖은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달려나가 사람을 만난 것 《史記》魯世家
當是時, 天下之賢才, 皆已擧用, 姦邪讒佞欺負之徒, 皆已除去.
당시에 천하의 賢才가 모두 등용되었고, 간사하거나 남을 모함하거나 남을 속이는 무리는 모두 제거되었다.
▶ 姦邪讒佞欺負 : 간사하고 사악하고 남을 모함하고 교활하고 남을 속이고 남을 배신함.
四海皆已無虞, 九夷八蠻在荒服之外者皆已賓貢, 天災時變昆蟲草木之妖皆已銷息, 天下之所謂禮樂刑政敎化之具, 皆已修理.
온 천하가 모두 아무런 걱정이 없고, 사방 먼 고장의 오랑캐까지도 모두 내조하여 공물을 바쳤고, 天災나 계절에 따른 異變과 곤충이나 초목의 요괴도 모두 이미 다스려져 없어졌고, 천하의 이른바 禮樂과 刑政과 교화의 제도가 모두 이미 잘 갖추어져 있었다.
▶ 無虞 : 걱정이 없음.
▶ 九夷八蠻 : 오랑캐들.
▶ 荒服 : 먼 국경 밖의 지역. 옛 五服의 하나로 국경 밖 5백 리 《書經》禹貢.
▶ 賓貢 : 내조하여 공물을 바침.
▶ 銷息 : 없어지다, 멸식되다.
風俗皆已敦厚, 動植之物風雨霜露之所霑被者, 皆已得宜, 休徵嘉瑞麟鳳龜龍之屬, 皆已備至.
풍속이 모두 이미 돈후하여졌고, 동식물과 風雨와 霜露가 적셔줌이 모두 適宜하였고, 아름다운 징조와 상서로운 일과 麒麟·鳳凰·큰거북·용 따위도 모두 고루 나타났습니다.
▶ 休徵嘉瑞 : 아름다운 징후와 상서로운 조짐.
而周公以聖人之才, 憑叔父之親, 其所輔理承化之功 又盡章章如是.
그런데 주공은 성인의 재능을 가지고 숙부라는 친분에 의지하여, 그분이 보좌하여 다스리고 교화한 공로가 모두 그처럼 환하게 나타났습니다.
▶ 輔理承化 : 임금을 보좌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선왕의 뜻을 받들어 백성을 교화함.
▶ 章章 : 밝은 모양, 분명한 모양.
其所求進見之士, 豈復有賢於周公者哉?
찾아와 뵈려 하는 선비들이 어찌 또 주공보다 현명한 사람이었겠습니까?
不惟不賢於周公而已, 豈復有賢於時百執事者哉?
주공보다 현명하지 않았을 뿐만이 아니라, 그때의 온갖 執事보다 현명한 사람이 있었겠습니까?
▶ 時百執事者 : 당시의 여러 관직에 있던 사람들.
豈復有所計議能補於周公之化者哉?
어찌 또 계획하고 논의함으로써 주공의 교화를 보좌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겠습니까?
然而周公求之, 如此其急.
그런데도 주공은 賢士를 구함에 그와 같이 다급히 하셨습니다.
惟恐耳目有所不聞見, 思慮有所未及, 以負成王託周公之意, 不得於天下之心.
오직 耳目에 보고 듣지 못하는 일이 있거나, 생각함이 미흡한 점이 있어서, 成王께서 주공에게 의탁하였던 뜻을 어기고 천하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게 될까 걱정하기만 하였습니다.
設使其時, 輔理承化之功, 未盡章章如是, 而非聖人之才, 而無叔父之親, 則將不暇食與沐矣, 豈特吐哺握髮爲勤而止哉.
만약 그때 임금을 보좌하여 다스리고 교화하는 공로가 모두 그렇게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또 성인의 材木도 아니며, 임금의 숙부라는 친족관계도 없었다면, 먹고 머리 감을 겨를조차 없었을 터이니, 어찌 吐哺握髮만을 부지런히 하고 말았겠습니까?
惟其如是, 故于今頌成王之德而稱周公之功不衰.
그분이 그러하셨으매, 지금까지 성왕의 덕을 칭송하면서 주공의 공로를 찬양하는 말이 쇠퇴하지 않습니다.
閤下爲輔相亦近耳.
각하께서 輔相이 됨도 卑近합니다.
天下之賢才, 豈盡擧用?
姦邪讒佞欺負之徒, 豈盡除去?
四海豈盡無虞?
九夷八蠻之在荒服之外者, 豈盡賓貢?
天災時變昆蟲草木之妖, 豈盡銷息?
天下之所謂禮樂刑政敎化之具, 豈盡修理?
風俗豈盡敦厚?
動植之物風雨霜露之所霑被者, 豈盡得宜?
休徵嘉瑞麟鳳龜龍之屬, 豈盡備至?
그러나 천하의 현재를 어찌 모두 등용했다 하겠으며,
간사하거나 남을 모함하거나 남을 속이는 무리가 어찌 모두 제거되었다 하겠으며,
온 천하에 어찌 두두 걱정이 없다 하겠으며,
먼 고장 밖에 있는 오랑캐가 어찌 모두 내조하여 공물을 바치고 있다 하겠으며,
천재나 시절의 이변과 곤충이나 초목의 요괴가 어찌 모두 없어졌다 하겠으며,
천하의 이른바 예악·형정·교화의 제도가 어찌 모두 정비되었다 하겠으며,
풍속은 어찌 모두 돈후하다 하겠으며,
동식물과 풍우·霜露가 적셔줌이 어찌 모두 適宜하다고 하겠으며,
아름다운 징조와 상서로운 일과 麟鳳龜龍 따위가 어찌 모두 나타났다 하겠습니까?
其所求進見之士, 雖不足以希望盛德, 至比於百執事, 豈盡出其下哉?
지금 나아가 뵙기를 바라는 선비가 비록 盛德이기를 기대하기에는 부족하더라도, 온갖 執事에 견주면 어찌 모두가 그들만 못하겠습니까?
其所稱說, 豈盡無所補哉?
그들이 말하는 주장이 어찌 모두 보탬이 없는 말이겠습니까?
今雖不能如周公吐哺握髮, 亦宜引而進之, 察其所以而去就之. 不宜黙黙而已也.
지금 비록 주공처럼 吐哺握髮은 못하더라도 또한 그들을 끌어들여 언동을 살피어 거취를 처리하여야지 묵묵히 계시기만 하면 안 됩니다.
愈之待命, 四十餘日矣. 書再上而志不得通, 足三及門而閽人辭焉.
제가 待命한 지 40여 일인데, 글월을 두 번 올렸으나 뜻이 통하지 못하였고, 발은 세 번 문 앞에 찾아갔으나 문지기가 거절하였습니다.
▶ 聞人 : 문지기.
惟其昏愚, 不知逃遁, 故復有周公之說焉.
어리석어서 도망갈 줄도 모르매, 다시 주공에 관한 말씀을 알려 드립니다.
古之士三月不仕則相弔, 故出疆必載質.
옛날 선비는 석 달 동안 벼슬하지 못하면 서로 위문하였으므로, 자기 고장을 떠날 적에는 반드시 담보할 물자를 수레에 실었습니다.
▶ 弔 : 弔喪하다, 위문하다, 동정하다.
▶ 出疆 : 자기 고장을 나감. 다른 고장으로 감.
▶ 質 : 전당물. 어떤 일을 보장할 만한 재물.
然所以重於自進者, 以其於周不可, 則去之魯; 於魯不可, 則去之齊; 於齊不可, 則去之宋之鄭之秦之楚也.
그러나 자신을 내세우기를 중시하는 사람은, 그를 周에서 불가하다 하면 떠나서 魯로 갔고, 노에서 불가하다고 하면 떠나서 齊로 갔고, 제에서 불가하다 하면 떠나서 宋나라에 가고 鄭나라에 가고 秦나라에 가고 楚나라에 갔습니다.
今天下一君, 四海一國, 舍乎此則夷狄矣, 去父母之邦矣.
지금은 천하에 한 임금이 있고 천하가 한 나라이니, 이곳을 떠나면 곧 오랑캐이고 부모의 나라를 떠나는 게 됩니다.
故士之行道者, 不得於朝, 則山林而已矣.
그러므로 선비로서 道를 행하려는 사람이 조정에서 뜻을 얻지 못한다면 산림에 숨고 맙니다.
山林者士之所獨善自養而不憂天下者之所能安也.
산림이란 선비가 홀로 善하다고 여기며 자신을 보양하는 곳이고, 천하를 걱정하지 않는 자가 안주할 수 있는 곳입니다.
如有憂天下之心, 則不能矣.
만약 천하를 걱정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그럴 수 없습니다.
故愈每自進而不知愧焉. 書亟上, 足數及門而不知止焉.
그러므로 저는 자신을 내세우며 부끄러운 줄을 모르매, 글월은 여러 번 올렸고 발은 자주 각하의 문 앞에 가면서 멈출 줄을 모릅니다.
▶ 亟(극) : 빨리, 자주.
▶ 數(삭) : 여러번, 자주
寧獨如此而已?
어찌 다만 그러할 따름이겠습니까?
惴惴焉.
걱정하고 걱정합니다.
惟不得出大賢之門, 是懼. 亦惟少垂察焉.
오직 大賢의 門下에 들어가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사오니, 얼마간 그전을 굽어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 喘喘焉(췌췌언) :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모양.
해설
이 글은 한유가 28세 때인 貞元 11년(795)에 세 번째로 自薦의 뜻을 관철하기 위하여 당시의 재상에게 올린 글이다. 그때의 재상은 趙憬과 賈耽 및 盧邁였다. 그는 정원 785에 진사가 된 뒤 뜻대로 벼슬을 하지 못하자, 재상을 직접 뵙고 자기의 포부를 밝히려고 이 글을 올렸던 것이다.
그는 이처럼 세 번이나 당시의 재상에게 글을 올렸지만 끝내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했었다 한다. 그의 《韓昌黎文集》(권3)에는 이에 앞서 올린 두 글도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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