獲麟解(획린해)-韓愈(한유)
麟之爲靈昭昭也, 詠於『詩』, 書於『春秋』, 雜出於傳記百家之書, 雖婦人小子, 皆知其爲祥也.
기린의 靈通함은 잘 알려져 있나니, 《詩經》에서 읊고 있고 《春秋》에 쓰여 있으며 傳記와 諸子百家의 책에 여기저기 나오매, 비록 부녀자나 어린아이도 모두 그것이 상서로움을 안다.
▶ 麟 : 기린. 麒는 수컷. 麟은 암컷.
▶ 昭昭 : 밝은 모양.
▶ 詠於詩 : 詩는 《詩經》. 《시경》에서 읊고 있다. 《시경》의 國風에 〈麟之趾〉라는 시가 있다.
▶ 書於春秋 : 《춘추》에 적혀 있다. 《춘추》는 공자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책으로 六經의 하나이다. 《춘추》에 '十有四年春西狩獲麟’이라 되어 있다. '哀公 14년 봄, 서쪽으로 사냥갔다가 기린을 잡았다'는 뜻이다.
▶ 雜出 : 여기저기서 나오다.
▶ 傳記百家 : 전기는 옛날의 일을 기술한 책. 백가는 諸子百家를 말한다.
然麟之爲物, 不畜於家, 不恆有於天下.
그러나 기린이란 동물은 집에서 기르지 않으매 항상 세상에 있지는 않다.
▶ 麟之爲物 : 기린이라는 동물. 爲物은 동물됨.
其爲形也不類, 非若牛馬犬豕豺狼麋鹿然. 然則雖有麟, 不可知其爲麟也.
그 모습은 유별나서 말·소·개·돼지·승냥이·이리·고라니·사슴과 같지 않으므로 기린이 있어도 그것이 기린인 줄 모른다.
▶ 豺狼麋鹿 : 승냥이·이리·고라니·사슴
角者吾知其爲牛, 鬣者吾知其爲馬, 犬豕豺狼麋鹿, 吾知其爲犬豕豺狼麋鹿, 惟麟也不可知.
뿔이 있으면 우리는 그것이 소인 줄 알고, 갈기가 있으면 우리는 그것이 말인 줄 알고, 개·돼지·승냥이·이리·고라니·사슴도 우리는 그것이 개·돼지·승냥이·이리·고라니·사슴인 줄 알되, 오직 기린만은 알아볼 수 없다.
▶ 鬣 : 갈기,
不可知, 則其謂之不祥也亦宜.
알아볼 수 없으니 그것을 상서롭지 못하다고 여겨도 마땅하다.
雖然麟之出, 必有聖人在乎位, 麟爲聖人出也.
그렇더라도 기린이 나올 적에는 항상 聖人이 位에 있으매, 기린은 성인을 위해 나오는 것이다.
▶ 麟之出 必有聖人在乎 : 기린은 반드시 성인이 제위에 있었던 伏羲·神農·黃帝·堯·舜 등 五帝 때와 禹·湯·文王의 三王 때에 나타났다고 한다.
聖人者必知麟, 麟之果不爲不祥也.
성인은 항상 기린을 알아보니 기린은 과연 상서롭지 않은 것이 아니다.
▶ 聖人者必知麟 : 성인은 반드시 기린을 알아본다. 春秋시대에 기린이 나타나자 魯나라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고 불길하다고 했는데 孔子만은 알아보았다고 한다.
又曰麟之所以爲麟者, 以德不以形 若麟之出, 不待聖人, 則其謂之不祥也, 亦宜哉.
또 말하건대 기린이 기린인 까닭은 덕 때문이지 생김새 때문이 아니매, 만약 기린이 나옴에 성인을 기다리지 않는다면 그것을 상서롭지 않다고 해도 될 터이다.
해설
한유는 당대에 고문운동을 제창하고 儒道의 道統을 회복하기를 주장하면서 자신은 孔子와 孟子의 뒤를 이어 도통을 계승하였다고 자부하였다. 이 글에서는 함축적으로 기린이 나와도 알아보지 못하는 어지러운 세상을 개탄하며, 자신을 성인이 제위에 있지 않은 때에 나온 기린에 비유하고 있다.
다음은 작자미상의 평론이다
『春秋』‘魯哀公十四年, 魯叔孫氏西狩獲麟’, 此篇名「獲麟解」, 只當以『春秋』獲麟論.
『춘추』에 ‘노애공 14년에 노의 숙손씨가 서쪽에서 사냥하다가 기린을 포획하였다’라고 했으니, 이 편명인 「獲麟解」는 다만 마땅히 『춘추』에 기린을 포획한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麟爲聖王之瑞, 本祥也.
기린은 聖王의 상서로움을 위한 것이니, 본래 상서로운 동물이었다.
然春秋之末, 聖王不作.
그러나 춘추의 말기에 성왕이 나오지 않았었다.
孔子雖大聖, 而戹窮在下, 麟不當出而出, 反所以爲不祥也.
공자께선 비록 大聖이시긴 하나 곤궁하여 아래 지위에 있었으매, 기린이 마땅히 출현하지 말아야 할 때 출현하였으므로, 도리어 상서롭지 않다고 여겼다.
此篇, 以一祥字, 反覆言之, 始以爲祥, 繼疑其不祥, 未幾, 又以爲不爲不祥, 末明斷之以爲不祥.
이 편에선 ‘祥’ 1字를 반복하여 말하여 처음엔 상서롭다고 여기고 계속해서 상서롭지 않다고 의심했으며, 곧 ‘상서롭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고 했고, 마지막엔 상서롭지 않다고 명쾌히 결론지었다.
與柳文「復乳穴記」, 反覆以祥字議論, 同一機軸, 宜參看.
유종원의 「連州郡復乳穴記」에서 반복하여 祥 字를 의론함과 동일한 機軸이니, 마땅히 참고하며 보아야 한다.
▶機軸 : 관건과 중요한 곳을 비유한 것.
或謂:
어떤 이는 말한다.
‘元和七年, 麟見東川, 疑公因此而作.’
‘당나라 원화 7년에 기린이 동쪽 시내에서 보였으니, 한유가 이것 때문에 이 작품을 지었다고 추측한다.’
文公『考異』謂:
朱子의 『考異』에서 일렀다.
‘此文有激而託意之辭, 非必爲元和獲麟而作也.
‘이 글에는 격분함이 있고 의탁한 말이매, 꼭 元和에 기린을 포획하였기 때문에 지은 것은 아니다.’
○ 又角者吾知其爲牛一節, 東萊批云,
‘蘇文『樂論』, 學此下句.’
非也.
또 ‘뿔난 것은 내가 그것이 소임을 안다.’라는 한 구절을 동래가 비평하기를,
‘蘇洵의 『樂論』은 이 이하의 구절을 배운 것이다’라고 하였으나, 그렇지 않다.
退之ㆍ老蘇皆是學孔子語耳.
한유와 소순은 다 공자의 말을 배웠을 뿐이다.
『莊子』載夫子稱老聃曰:
『장자』라는 책에는 공자가 노자를 칭찬함을 싣고 있다(『史記』 「老子韓非列傳」).
‘鳥, 吾知其能飛; 魚, 吾知其能游; 獸, 吾知其能走.
‘새란 그것이 날 수 있음을 내가 알고, 물고기는 그것이 헤엄칠 수 있음을 내가 알며, 짐승은 그것이 달릴 수 있음을 내가 안다.
走者, 可以爲網; 游者, 可以爲綸; 飛者, 可以爲繒.
달리는 것은 덫으로 잡을 수 있고, 유영하는 것은 그물로 잡을 수 있으며, 나는 것은 주살로 잡을 수 있다.
至於龍, 吾不能知其乘風雲而上天.
용에 관하여 말하자면, 그것이 風雲을 타고 하늘로 오름을 내가 알 수 없다.
吾今見老子, 其猶龍耶.’
내가 이제 노자를 뵈니, 그는 용과 같구나.’
老蘇『樂論』, 則曰:
소순의 『악론』에 말했다.
‘雨, 吾見其所以濕萬物; 日, 吾見其所以燥萬物; 風, 吾見其所以動萬物也.
‘비가 만물을 적심을 내가 보았고, 해가 만물을 쬠을 내가 보았으며, 바람이 만물을 흔듦을 내가 보았다.
隱隱谹谹而謂之雷, 彼何用也?
불분명하며 굉음이 울리는 것을 우레라 하니, 저것은 어디에 쓰는 것인가?
▶隱隱: 은근하고 요약되어 불분명한 모양. 隱約不分明貌
陰凝而不散, 物蹙而不遂, 雨之所不能濕, 日之所不能燥, 風之所不能動.
음기가 응집되면 흩어지지 않고, 사물이 응축되면 통하지 않아서, 비로도 적셔지지 않고 해로도 쪼이지 못하며, 바람으로도 흔들지 못한다.
雷一震焉, 而凝者散, 蹙者遂.’
그러나 우레가 한 번 치면 응집된 것이 흩어지고 응축된 것이 뚫린다.’
以此見好文法, 未始無所本也.
이것 때문에, 좋은 문장의 법에는 비로소 근본이 없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但退之, 用牛馬麋鹿等實字, 置之句終; 老蘇, 直用風雨等字, 揭之句端, 此微不同耳.
다만 한유는 牛馬와 麋鹿 따위의 實字를 써서 문단의 마지막에 배치했지만, 소순은 곧바로 風雨 등의 글자를 써서 문단의 끝에 배치했으매, 이것이 조금 같지 않을 뿐이다.
'古文眞寶(고문진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後集47-藍田縣丞廳壁記(남전현승청벽기)-韓愈(한유) (2) | 2024.03.22 |
---|---|
後集46-諱辯(휘변)-韓愈(한유) (1) | 2024.03.22 |
後集44-雜說(잡설)-韓愈(한유) (1) | 2024.03.22 |
後集43-師說(사설)-韓愈(한유) (0) | 2024.03.22 |
後集42-送陸歙州傪詩序(송륙흡주참시서)-韓愈(한유) (0) | 2024.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