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孟東野序(송맹동야서)-韓愈(한유)
大凡物不得其平則鳴, 草木之無聲, 風撓之鳴; 水之無聲, 風蕩之鳴.
대개 만물은 平靜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내나니, 초목의 無聲도 바람이 흔들면 소리를 내며, 물의 無聲도 바람이 일렁이면 소리를 낸다.
▶蕩 : 動. 곧 움직인다는 뜻
其躍也, 或激之; 其趨也, 或梗之; 其沸也, 或炙之.
물이 뛰어오름은 격렬하기 때문이며, 물이 세차게 흐름은 막았기 때문이며, 물이 끓어오름은 불로 데우기 때문이다.
▶ 其趨也, 或梗之 : 물이 급히 세차게 흐름 한 곳을 막아 물의 흐름이 몰리기 때문이다. 趙는 急, 빠를 疾의 뜻. 경은 막는다는 뜻.
▶ 炙 : 굽다. 여기서는 불로 데운다는 뜻.
金石之無聲, 或擊之鳴.
금석의 無聲도 치면 소리를 낸다.
人之於言也, 亦然有不得已者而後言.
사람의 말에 대하여도 이와 같으니, 부득이함이 있어야 말을 한다.
其謌也有思, 其哭也有懷, 凡出乎口而爲聲者, 其皆有弗平者乎.
노래함에는 생각이 있으며, 哭함에는 정회가 있으니, 무릇 입에서 나와 소리가 되는 것은 모두 거기에 평정하지 않음이 있다.
▶ 哭 : 슬퍼서 큰 소리를 내며 읊.
▶ 懷 : 품고 있는 생각. 회포
樂也者, 鬱於中而泄於外者也.
음악이란 가슴이 답답하여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이다.
擇其善鳴者而假之鳴, 金石絲竹匏土革木八者, 物之善鳴者也.
그중 소리를 잘 내는 것을 택하여 그 울림을 빌리니, 金·石·絲·竹·匏·土·革·木의 여덟 가지는 물건 중에서 울림이 좋은 것이다.
▶ 金石絲竹匏土革木 : 모두 악기를 만드는 자료, 金은 쇠붙이, 石은 돌, 絲는 현악기를 만드는 실, 竹은 대, 匏는 표주박, 또는 박, 土는 흙, 革은 가죽, 木은 나무.
維天之於時也亦然, 擇其善鳴者而假之鳴.
天理의 계절에 대하여도 역시 그러하니, 잘 울리는 것을 택하여 그 울림을 빌린다.
是故以鳥鳴春, 以雷鳴夏, 以蟲鳴秋, 以風鳴冬, 四時之相推奪, 其必有不得其平者乎.
그러므로 봄에 새를 울리고, 여름에 우레를 울리고, 가을에 벌레를 울리고, 겨울에 바람을 울리니, 사계절이 서로 바뀜에는 틀림없이 평정을 얻지 못함이 있기 때문이다.
▶ 四時之相推奪 : 사계절이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이 마치 서로 앞의 것을 밀어 그 자리를 빼앗음과 같음.
其於人也亦然, 人聲之精者爲言, 文辭之於言, 又其精者也.
그것은 사람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니, 사람의 소리로서 정묘한 것이 언어이며, 언어에 있어서도 文辭가 더욱 정묘하다.
尤擇其善鳴者而假之鳴, 其在於唐ㆍ虞, 咎陶ㆍ禹其善鳴者也, 而假之以鳴.
그중에서도 더욱 소리를 잘 내는 것을 택하여 소리를 빌리니, 唐堯·虞舜시대에는 咎陶와 禹가 소리를 잘 내는 사람들이어서 그들을 빌려 소리를 냈다.
▶ 唐虞 : 唐堯와 虞舜.
▶ 咎陶(고요) : 皐陶라고도 씀. 舜임금 때의 賢臣. 獄官의 長을 지냄.
▶ 禹 : 요순시대에 홍수를 다스리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 후에 夏나라를 세웠음.
夔弗能以文辭鳴, 又自假於韶以鳴.
夔는 文辭로써 소리를 내지는 못했으나 스스로 沼를 빌려서 소리를 냈다.
▶ 夔(기) : 요순시대에 음악을 관장하던 賢臣
▶ 韶(소) : 순임금의 음악 이름.
夏之時, 五子以其歌鳴, 伊尹鳴殷, 周公鳴周, 凡載於『詩』ㆍ『書』ㆍ六藝, 皆鳴之善者也.
夏나라 때에는 五子가 노래를 불러 소리를 냈고 伊尹은 殷나라에서 소리를 냈고, 周公은 周나라에서 소리를 냈으니, 무릇 《詩》·《書》 등 六藝에 실린 것은 모두 소리내기를 잘한 것이다.
▶ 五子 : 禹의 손자인 太康의 다섯 동생을 말함. 夏나라 임금인 태강이 정사는 돌보지 않고 수렵을 떠난 사이에 쿠데타가 일어나자, 그의 다섯 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고 洛水에서 그를 기다리며 부른 노래. 《書經》에 수록되어 있음.
▶ 伊尹 : 殷나라 재상으로 湯王을 도와 夏를 정벌하였음.
▶ 周公 : 文王의 아들이자 武王의 아우로서 무왕을 殷을 치고 周를 세웠다. 무왕이 죽은 후 成王을 도와 周의 기초를 공고히 하였다.
▶ 詩書六藝 : 《詩經》·《書經》·《禮記》·《易經》·《春秋》·《樂記》 등 六經을 말함.
周之衰, 孔子之徒鳴之, 其聲, 大而遠.
周나라가 쇠하자 孔子의 문도가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는 크게 멀리 들렸다.
傳曰:
“天將以夫子爲木鐸”
其弗信矣乎.
옛 서적에
'하늘이 장차 선생을 木鐸으로 삼으려 하는구나!‘
라고 하였으니 그것을 믿지 않겠는가!
▶ 傅 : 古書. 고대의 서적. 여기에서는 《논어》를 말함.
▶ 天將以夫子爲木鐸 : 하늘이 장차 선생을 목탁으로 삼으려고 함. 《논어》八佾에 나음. 목탁은 정부에서 시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백성을 모을 때 울리던 도구. 여기에서는 하늘이 공자를 목탁으로 삼아 소리를 내어 천하 사람들을 경각시킨다는 비유로 쓰였음.
其末也, 莊周以其荒唐之辭, 鳴於楚.
周나라 말엽에 莊周가 황당한 문사로써 楚나라에서 소리를 내었다.
▶ 莊周 : 莊子. 전국시대 사람으로 老子사상에 바탕을 두어 虛無·無爲自然 사상을 제창하여 道家의 창시자가 됨.
楚大國也, 其亡也, 以屈原鳴, 臧孫辰ㆍ孟軻ㆍ荀卿, 以道鳴者也, 楊朱ㆍ墨翟ㆍ管夷吾ㆍ晏嬰ㆍ老聃ㆍ申不害ㆍ韓非ㆍ愼到ㆍ田騈ㆍ鄒衍ㆍ尸佼ㆍ孫武ㆍ張儀ㆍ蘇秦之屬, 皆以其術鳴.
초나라는 큰 나라였는데 망할 무렵에 屈原이 소리를 냈고, 臧孫辰·孟軻·荀卿은 道로써 소리를 낸 자들이고, 楊朱·墨翟·管夷吾·晏嬰·老聃·申不害·韓非·愼到·田騈·鄒衍·尸佼·孫武·張儀·蘇秦의 등속은 모두 術法으로써 소리를 냈다.
▶ 屈原 : 전국시대 楚나라의 시인으로 楚辭의 창시자.
▶ 臧孫辰 : 春秋시대 魯나라의 大夫 臧文仲. 《논어》衛靈公에 공자가 그에게는 三不仁과 三不智가 있다고 한 구절이 있음.
▶ 孟軻 : 孟子. 공자를 이은 儒家의 정통적인 학자이며 性善說을 주장했음.
▶ 荀卿 : 荀子. 전국시대의 철학자. 유가사상을 계승하면서 性惡說을 주장했음.
▶ 楊朱 : 전국시대의 철학자로서 철저한 개인주의·이기주의를 주장함.
▶ 墨翟 : 墨子. 전국시대 철학자. 博愛·平等의 兼愛說을 주장함.
▶ 管夷吾 : 管子. 춘추시대 齊나라의 재상. 桓公을 도와 春秋五覇의 으뜸이 되게함.
▶ 晏嬰 : 晏子.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 勤儉力行으로 제나라를 부강하게 함.
▶ 老聃 : 老子.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 無爲自然說을 제창하여 道家를 창시함.
▶ 申不害 : 전국시대의 정치가. 法治思想을 제창한 法家의 창시자.
▶ 韓非 : 韓非子. 전국시대 말엽의 法治主義者. 李斯와 함께 荀子에게서 배웠으며, 法家思想을 집대성하였음.
▶ 愼到 : 전국시대 趙나라 사람, 黃帝와 老子의 道術을 익혀 법가사상을 제창함.
▶ 田騈 : 전국시대 제나라의 辯論家.
▶ 鄒衍 : 전국시대 제나라의 陰陽五行家,
▶ 尸佼(시교) : 전국시대 초나라 사람. 법가사상가인 商鞅의 스승.
▶ 孫武 : 孫子. 춘추시대 제나라의 병법가. 兵家의 창시자.
▶ 張儀 : 전국시대 魏나라 사람. 列國은 秦을 섬겨야 한다는 連衡說로 유세하여 진의 재상이 됨.
▶ 蘇秦 : 전국시대 洛陽 사람, 秦에 대항하여 六國을 연맹시키는 合縱策으로 유세하여 육국의 재상이 됨.
秦之興, 李斯鳴之, 漢之時, 司馬遷ㆍ相如ㆍ揚雄, 最其善鳴者也.
秦나라가 흥성하자 李斯가 소리를 냈으며, 漢나라 때에는 司馬遷·司馬相如·揚雄이 가장 소리를 잘 낸 자이다.
▶ 李斯 : 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으로 秦始皇帝를 도와 천하를 통일하고 진나라 丞相이 됨.
▶ 司馬遷 : 〈昌黎文集序〉 주해 참조
▶ 相如 : 〈창려문집서〉 주해 참조
▶ 揚雄 : 〈창려문집서〉 주해 참조
其下魏ㆍ晉氏, 鳴者不及於古, 然亦未嘗絶也.
그 후, 魏·晉시대에는 소리를 내는 자들이 古人에 미치지 못했지만, 또한 아직 끊이지는 않았다.
就其善鳴者, 其聲淸以浮, 其節數以急, 其辭淫以哀, 其志弛以肆, 其爲言也, 亂雜而無章.
그 가운데 잘 울린 자라도, 그 소리는 맑지만 경박하거나, 그 음절은 빠르고 급하거나, 그 문사가 음란하고 슬프거나, 그 뜻이 느슨하여 방자하거나, 그 표현이 난잡하고 문채가 없었다.
▶ 淸以浮 : 맑지만 경박하다. 以는 而의 뜻. 浮는 침착하지 않고 경박하다는 뜻. 곧 어구가 맑고도 아름다우나, 실제로 담고 있는 내용이 없어서 경박함.
▶ 數以急 : 빠르고 급함. 곧 문장의 음절이 빠르고 급하여 여유가 없음.
▶ 淫以哀 : 음란하면서 애절하다. 文辭가 지나치게 음란하면서 감상적임.
▶ 弛以肆 : 느슨하면서 방자하다. 문장이 나타내고 있는 뜻이 느슨하여 체계가 없고 방자하여 질서가 없음.
▶ 亂雜而無章 : 난잡하면서 문채가 없다. 문장에 사용된 말들이 난잡하면서, 문장이 갖추어야 할 아름다움을 상실함.
將天醜其德, 莫之顧邪?
하늘이 그 덕을 추하게 여겨 돌보지 않았는가?
何爲乎不鳴其善鳴者也?
무엇 때문에 소리를 잘 내는 자를 소리 내게 하지 않았는가!
唐之有天下, 陳子昻ㆍ蘇源明ㆍ元結ㆍ李白ㆍ杜甫ㆍ李觀, 皆以其所能鳴.
唐나라가 천하를 장악하고 나서는 陳子昻·蘇源明·元結·李白·杜甫·李觀 등이 모두 자신의 능함으로써 소리를 내었다.
▶ 陳子昻 : 唐나라 초기의 시인. 당시의 형식적인 唯美主義를 반대하고 漢·魏의 古體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했음.
▶ 蘇源明 : 당나라 武功 사람으로 문학가. 天寶 때에 진사에 급제하였으며 安祿山의 亂 때 절개를 지키어 肅宗 때 考功郞中이 되었다.
▶ 元結 : 당나라 武昌사람. 숙종 때의 문학가.
▶ 李白 : 盛唐 때의 대시인. 낭만적인 시를 많이 썼으며 詩仙으로 추앙받음.
▶ 杜甫 : 盛唐 때의 대시인. 사실적인 사회시를 썼으며 詩聖으로 추앙받음,
▶ 李觀 : 당나라 趙州 사람, 독창적인 문장으로 이름이 난 문학가
其存而在下者, 孟郊東野, 始以其詩鳴, 其高出晉ㆍ魏, 不懈而及於古, 其他浸淫乎漢氏矣.
현재 살아서 아랫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東野 孟郊가 비로소 시로써 소리를 내니, 그의 고상함은 魏·晉시대 사람을 넘으며, 게을리하지 않으면 古人에 미치겠으나, 그 밖의 작품은 漢나라의 文風에 젖어 있다.
▶ 孟郊東野 : 中唐 때의 시인 孟郊. 자가 東野. 한유가 극찬했던 시인임.
▶ 浸淫 : 차츰차츰 젖어들어감. 차차 그 영향을 받게 됨.
從吾游者, 李翶ㆍ張籍其尤也, 三子者之鳴信善鳴矣.
나를 따르며 교유한 자로서 李翶·張籍이 가장 뛰어나니. 이 세 사람의 소리는 진실로 훌륭하다.
▶ 李翶(이고) : 당나라 趙州 사람. 한유의 제자로 당시에 저명했던 문학가.
▶ 張籍 : 당나라 和州 사람. 한유의 제자로 그의 추천을 받아 國子博士가 되었음. 사회시로 유명함.
抑不知天將和其聲, 而使鳴國家之盛邪, 抑將窮餓其身, 思愁其心腸, 而使自鳴其不幸耶.
그런데, 하늘이 장차 그들의 소리를 온화하게 하여 국가의 성대함을 소리내게 할 것인지, 아니면 장차 그들 자신을 가난하고 굶주리게 하고 그들의 마음을 근심스럽게 하여 그 불행을 스스로 소리내게 할 지 모르겠다.
▶ 抑 : 또한, 내용을 전환시킬 때 쓰는 語辭.
▶ 命則懸乎天 : 운명은 하늘에 달려 있다. 운명은 인간의 힘으로 결정할 수 없고 하늘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
三子者之命則懸乎天矣, 其在上也, 奚以喜, 其在下也, 奚以悲.
이 세 사람의 운명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윗자리에 있다고 하여 어찌 기뻐하겠으며 아랫자리에 있다고 하여 어찌 슬퍼하겠는가.
東野之役於江南也, 有若不懌然者, 故吾道其命於天者以解之.
東野가 江南에 근무하러 떠남에 즐거워하지 않을 듯하매, 내가 그의 운명이 하늘에 달려 있다고 말하여 위로하려 한다.
▶ 役於江南 : 강남에서 근무하다. 役은 관직생활을 말함. 당시 맹교는 漢陽縣尉로 임명되었다.
▶ 懌然(역연) : 기뻐하는 모양. 釋然으로 된 판본도 있다.
▶ 道 : 말하다. 이야기하다.
해설
이 글은 한유가 漢陽縣尉라는 작은 벼슬을 얻어 떠나는 맹교를 위로하며 쓴 글이다.
맹교의 이름은 郊, 자는 東野이다. 그는 嵩山에 은거하다가 50세에 비로소 진사에 급제하여 4년 후에 율양현위로 임명되었다. 그는 예술적인 기교에 주력하면서 신기하고 기이한 내용의 시를 써서 한유의 극찬을 받았다.
한유는 이 글에서 문장이란 마음의 움직임이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므로 하늘이 맹교를 곤궁한 처지에 둔 것은, 그가 뛰어난 문장을 짓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제시하며 그를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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