萬石君石奮 歸老于家 過宮門闕 必下車趨 見路馬 必軾焉.
萬石君 石奮이 벼슬을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와 은거하였는데, 궁궐 문을 지날 때 반드시 수레에서 내려 종종걸음으로 걸었으며, 路馬를 보면 반드시 경례하였다.
子孫爲小吏 來歸謁 萬石君 必朝服見之 不名.
자손이 하급 관리가 되어 돌아와서 알현하면, 萬石君은 반드시 朝服을 입고 만났으며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子孫有過失 不誚讓 爲便坐 對案不食 然後 諸子相責 因長老 肉袒固謝罪改之 乃許 《漢書》〈萬石君列傳〉
자손에게 過失이 있으면 꾸짖지 않고, 한쪽에 있는 방에 앉아 밥상을 대하여도 밥을 먹지 않았는데, 이렇게 한 뒤에 아들들이 서로 꾸짖고, 연장자를 통하여 팔을 드러내고 두 번 세 번 사죄하고 고쳐야 허락하였다.
【集解】
漢石奮 四子 長建 次甲, 次乙, 次慶.
漢나라 石奮의 네 아들은 장자는 建이요 다음은 甲, 다음은 乙, 다음은 慶이다.
奮與四子 皆官至二千石 故號萬石君.
石奮은 네 아들과 함께 모두 관직이 2천석에 이르렀으므로, 萬石君이라고 칭호하였다.
歸老 致仕也.
歸老는 致仕함이다.
路馬駕路車之馬也 下君門, 式路馬 敬之至也.
路馬는 [路車: 임금이 타는 수레]에 멍에하는 말이니, 궁궐 문에서 내려 路馬에게 경례함은 공경이 지극함이다.
子孫歸謁 必朝服以見 禮以接下也.
子孫歸謁 必朝服以見은 禮로써 아랫사람을 접함이다.
誚以言責之也.
誚는 말로 꾸짖음이다.
便坐 謂坐於便側之處也 對案不食 謂飮食設於案 對之而不食也.
便坐는 便側[한쪽]한 곳에 앉음을 이르며, 對案不食은 음식을 상에 늘어놓아 대하기만 하고 먹지 않음을 이른다.
長老 族之高年者.
長老는 一族 중에 나이가 많은 자이다.
肉袒 袒衣露肉也.
肉袒은 옷을 벗어 살을 드러냄이다.
固再三也
固는 재삼이다.
子孫勝冠者在側 雖燕 必冠 申申如也 僮僕 訢訢如也 唯謹
자손으로서 관을 쓰게 된 자가 곁에 있으면, 비록 한가히 있을 때라도 반드시 관을 쓰고 申申[和順]하게 대했으며, 종들에게는 즐겁게 대하되 삼가하였다.
【增註】
勝冠 謂年及冠者.
勝冠은 나이가 관례에 미친 자를 이른다.
燕 謂燕居也.
燕은 한가히 거처함을 이른다.
申申 和順也 和悅也
申申은 화하고 순함이요, 訢訢은 화하고 기쁨이다.
上時賜食於家 必稽首俯伏而食 如在上前 其執喪 哀戚甚 子孫遵敎 亦如之.
上이 어쩌다 음식을 가문에 하사하면 반드시 머리를 조아리고 부복하고 먹어, 마치 임금의 앞에 있는 듯이 하였으며, 상례를 집행함에는 슬퍼함이 심하니, 자손들도 그의 가르침을 따라 그렇게 하였다.
萬石君家以孝謹 聞乎郡國.
萬石君의 집안은 효도와 근신함으로 郡國에 알려졌다.
雖齊魯諸儒 質行 皆自以爲不及也
그리하여 비록 齊·魯 지방의 유학자들도 질박한 행실에 있어서 모두 스스로 미치지 못한다고 여겼다.
【集解】
質行 質朴行實也
質行은 질박한 행실이다.
長子建爲郞中令 少子慶爲內史 建老白首 萬石君尙無恙.
큰아들 建은 郞中令이 되었고, 막내아들 慶은 內史가 되었는데, 建이 늙어 머리가 희었으나 萬石君에게는 아직도 병환이 없었다.
每五日洗沐 歸謁 親入子舍 竊問侍者 取親中裙厠牏 身自浣滌 復與侍者 不敢令石君知之 以爲常
建은 매양 5일의 목욕 休暇에 돌아와 拜謁하고, 친히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모시는 자에게 가만히 묻고, 어버이의 내의와 속적삼을 가져다가 몸소 스스로 빨고는 다시 모시는 자에게 주되, 감히 만석군이 알지 못하게 하기를 항상 행하였다.
【集解】
郞中令, 內史 皆官名.
郞中令과 內史는 모두 관명이다.
恙 病也.
恙은 병이다.
漢法 在官五日 則休暇一日 以洗身沐首.
漢나라 법에는 관직에 있기 5일이면 하루를 휴가로 하여 몸을 씻고 머리를 감았다.
子舍 寢室邊小房也.
子舍는 침실 곁에 있는 작은 방이다.
躬自洗濯而不欲親知者 盡己之心 而又欲親心安也
몸소 스스로 세탁하고 어버이가 알지 못하게 함은 자기의 마음을 다하고 또 부모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자 함이다.
【集成】
中裙 今中衣也.
中裙은 지금의 中衣[속옷]이다.
厠牏者近身之小衫 若今汗衫也
厠牏는 몸에 가까이하는 작은 적삼이니, 지금의 汗衫과 같다.
▶ 厠牏者近身之小衫: 厠牏를 攷訂에는 《韻會》와 《史記》 孟康의 註를 인용하여 ‘便器’로 봄이 옳다고 밝혔다. 그러나 字典에는 두 가지 뜻이 모두 나와 있으므로 字義에는 모두 수록하였음을 밝혀둔다.
內史慶醉歸 入外門 不下車.
內史인 慶이 취해 돌아와서, 바깥 문에 들어와서도 수레에서 내리지 않았다.
萬石君聞之 不食 慶 恐 肉袒謝罪 不許.
萬石君은 이 말을 듣고 밥을 먹지 않으니, 慶은 두려워하여 팔을 드러내고 사죄하였으나 허락하지 않았다.
擧宗及兄建肉袒 萬石君 讓曰
內史貴人 入閭里 里中長老皆走匿 而內史坐車中自如 固當.
이에 온 宗族과 兄 建이 팔을 드러내고 빌자, 萬石君은 꾸짖었다.
“內史는 貴人이라서 마을 문에 들어오면 마을의 어른들도 모두 달아나 숨는데 內史는 수레에 앉아 태연하니, 진실로 마땅하도다.”
乃謝罷慶.
이에 慶에게 가라고 하였다.
慶及諸子入里門 趨至家.
慶 및 아들들이 里門에 들어오면 종종걸음으로 집에 이르렀다.
【集說】
陳氏曰
外門 家之外門.
擧宗 猶言闔族.
讓 責也.
固當者 反辭以深責之也.
謝罷 顔師古曰
告令去也.
里門 卽巷門 言自是以後 入巷門則下車也
陳氏가 말하였다.
“外門은 집의 바깥문이다.
擧宗은 闔族이란 말과 같다.
讓은 꾸짖음이다.
진실로 마땅하다고 함은 말을 반대로 하여 깊이 꾸짖은 것이다.
謝罷는 顔師古가 말하기를 ‘그에게 가라고 말한 것이다’ 하였다.
里門은 바로 마을의 문이니, 이후로는 마을 문에 들어오면 수레에서 내렸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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