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3五言古風長篇-1直中書省(직중서성)

구글서생 2024. 2. 5. 01:53

 

古文眞寶(고문진보)

중서성에서 숙직하며(直中書省)-사령운(謝靈運)

▶ () : 宿直 또는 日直의 뜻.
▶ 中書省(중서성) : 천자의 詔勅이나 문서·기밀을 처리하는 관청으로 모든 중요한 나라의 정사는 대개 이곳에서 결정된다작자는 이 시를 쓸 때 中書郎이란 벼슬을 하고 있었다.
▶ 謝靈雲(사령운, 385~433) : 文選》 30엔 제()나라 謝玄暉의 작이라 하여 이 시를 싣고 있다玄暉는 謝脁의 이며이 책에서 사령운의 작품이라 함은 잘못이다.

 

紫殿肅陰陰, 彤庭赫弘敞.
궁전은 엄숙하고 으슥하며, 宮庭은 밝고도 넓게 트였네.
▶ 紫殿(자전) : 북극의 성좌에 紫微宮이 있는데 이에 견주어 천자가 거()하는 궁전을 흔히 紫殿이라 부른다.
▶ () : 엄숙하다.
▶ 陰陰(음음) : 으슥하고 조용한 모양.
▶ 彤庭(동정) : 궁중의 뜰궁중엔 붉은 칠을 많이 하였으므로 그 뜰을 彤庭이라 한 것이다직접 궁정에 붉은 장식을 하였거나 흙을 붉게 만들었다고 보는 이도 있으나-文選》 西都賦 李善 및 張銑의 그곳에 있는 궁전 건물에 붉은 칠을 많이 했던 것으로 봄이 순리일 터이다.
▶ () : 밝게 빛나다.
▶ 弘敞(홍창) : 넓게 탁 트이다.

風動萬年枝, 日華承露掌.
바람은 감탕나무 가지를 움직이고, 햇빛은 이슬 받는 신선 손바닥을 비추네.
▶ 萬年枝(만년지) : 萬年木의 가지만년목은 ()이라고 하며 감탕나무이다.
문선의 이선 주()에 의하면晉宮에 만년수 14가 있었다 한다.
▶ () : 빛나다화려하다.
▶ 承露掌(승로장) : 漢書》 郊祀志에 武帝는 柏梁·銅柱·承露·僊人掌 따위를 만들었다.'라고 하였다顔師古의 에 의하면 '建章宮의 承露盤은 높이가 20둘레 10를 으로 이것을 만들고 그 위에 선인장이 있어 이슬을 받아 玉屑과 섞어 마심으로써 신선이 되고자 하였다.'라고 했다한제(漢制)를 따라 그 뒤로 많은 황제들이 선인장을 만들었다承露掌이란 바로 선인장이며 선인의 모습을 한 사람이 손바닥을 벌려 이슬을 받도록 만들어놓은 물건.

玲瓏結綺錢, 深沈映朱網.
영롱하게 창에는 비단을 돈 모양으로 잘라 장식했고, 아련히 붉은 망사 창이 비치고 있네.
▶ 玲瓘(영롱) : 빛이 여러 가지 색깔로 아름다움.
▶ 綺錢(기전) : 창을 장식하기 위하여 비단을 돈 모양으로 잘라 이은 것문선의 이선 에 '창에는 사면에 비단으로 만든 연전(連錢)이 있다.'라고 하였다.
▶ 深沈(심침) : 깊이 가라앉은 것처럼 아련히 보임.
▶ 朱網(주망) : 붉은 색깔의 망창(網窓).

紅藥當階翻, 蒼苔依砌上.
붉은 작약꽃이 섬돌 아래 펄럭이고, 푸른 이끼는 돌층계 따라 올라오고 있네.
▶ 紅藥(홍약) : 빨간 작약꽃빨간 함박꽃.
▶ 當階翻(당계번) : 섬돌 앞에서 펄럭이고 있다.
▶ 蒼苔(창태) : 푸른 이끼.
▶ () : 섬돌돌로 만든 계단.

茲言翔鳳池, 鳴佩多淸響.
이곳 翔鳳池에는 패옥이 울리는 맑은 소리 요란하네.
▶ () : 助詞로 보고 '이곳 상봉지[玆言翔鳳池]에는'으로 풀이한다.
▶ 翔鳳池(상봉지) : ‘()이 나는 못’. 晉書》 荀勗傳에 은 오랫동안 中書에 있었는데 武帝는 그를 尙書令에 임명하였다어떤 이가 이를 축하하니 욱은 나는 봉황지를 빼앗겼는데그대들은 어째서 축하하는가라고 말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이에서 中書省을 봉황지 또는 봉지라 부르게 되었다.
▶ () : 고인(古人)이 허리에 차던 구슬.

信美非吾室, 中園思偃仰.
정말 아름다우나 우리집은 아니어서, 동산 가운데서 뒹굴뒹굴할 생각만 하네.
▶ 信美非吾室 정말 아름답지만 내 집은 아니다문선》 王粲의 登樓賦에 '정말 아름답기는 하나 나의 땅은 아니다'라는 표현을 딴 것이다.
▶ 偃仰(언앙) : 눕고 우러르고 하며 유유히 지냄.

朋情以鬱陶, 春物方駘蕩.
벗 생각하는 정이 가슴 답답하게 하는데, 봄의 풍물은 한창 화창하네.
▶ 朋情(붕정) : 벗을 생각하는 정.
▶ 鬱陶(울도) : 가슴이 답답해짐.
▶ () : 방금한창.
▶ 駘蕩(태탕) : 무르익음한적하게 편히 펼쳐져 있음.

安得凌風翰, 聊恣山泉賞?
어찌하면 바람을 탈 나래를 얻어, 잠시라도 멋대로 산천을 구경할 수 있을까?
▶ () : 어찌하면,
▶ 凌風翰(능풍한) : 바람을 타는 나래이 으로 된 판본도 있다.
▶ () : 잠시
▶ () : 멋대로 함.

 

 

 해설

 

사조(謝脁, 464~499)뿐만 아니라 南朝의 시인들은 시의 外形美를 추구하여 華奢한 노래를 잘 지었다. 華美한 의상을 입히기에 알맞은 소재는 帝京을 중심으로 한 궁전의 주변에 가장 많았다. 아름다운 궁전 뜰, 거기에 서 있는 감탕나무와 承露掌, 아름다운 궁전의 창들과 섬돌 등의 修飾에 人工의 아름다움을 다해 표현되어 있다. 나라의 정사를 요리하는 中書省에 있으면서도 그의 몸짓이나 마음은 한적하고 나른하기만 하다.
맨 끝 구의 '나래를 달고 날며 산천을 마음껏 구경하고 싶다'라 함도 분방한 정열에서보다도 안락에의 권태로움이 그렇게 만든 듯하다. 그리고 궁정의 감탕나무와 승로장 따위는 직접 작자의 눈에 비친 풍경이 아니라 진(晉)나라와 한(漢)나라 궁정에 각각 있던 물건들을 빌어 아름다운 표현을 꾀한 데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