耽古樓主의 한문과 고전 공부

황금 뇌를 가진 사나이-알퐁스 도데 본문

雜同散異

황금 뇌를 가진 사나이-알퐁스 도데

耽古樓主 2025. 2. 2. 22:21

 

http://blog.naver.com/cobalue/100056445317

 

부인,

보내주신 편지를 읽고 난 뒤 얼마나 죄송했는지 모릅니다. 제가 지금까지 전했던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너무 처져 있더군요. 그저 저 자신이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아주 즐거운, 배꼽이 빠질 정도로 재미난 얘기를 해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왜 기분이 처져 있었는지 모르겠더군요. 파리의 숨 막히는 안개를 벗어나 춤과 포도주의 고장에서, 그것도 햇빛 찬란한 언덕 위에 살고 있는 제가 말입니다. 제 주위에는 따사로운 햇빛과 감미로운 음악이 넘쳐흐릅니다. 저를 위해 도요새는 연주하고 깨새는 합창을 하죠. 아침에는 마도요의 노랫소리, 정오에는 매매의 울음소리가 제게 손짓한답니다. 게다가 목동들도 피리를 불어주고, 포도밭에서는 어여쁜 처녀들의 웃음소리가 나를 흥겹게 해줍니다. 서글픈 생각에 빠져 있기엔 참으로 즐거운 곳이지요. 이곳 분위기를 전해드리려면, 부인께 장밋빛 시 한 수나 로맨틱한 이야기를 한 바구니 가득 담아 보내야 할 것 같네요. 그런데 그렇게 되지가 않는군요. 아직도 파리의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봅니다. 파리의 우울함이 여기 소나무 숲까지 매일 잔영처럼 밀려오니까요.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샤를르 바르바라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슬픈 소식에 풍차 방앗간은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답니다. 도요새야, 매미야, 이젠 안녕! 지금은 무엇을 한다 해도 즐겁지 않단다. 때문에 부인, 원래 해드리려고 마음먹었던 우스갯소리는 그만두고, 오늘도 할 수 없이 슬픈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옛날에 황금 뇌를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부인, 머리가 온통 황금으로 되어 있는 사람입지요. 이 친구가 태어났을 때, 의사들은 아기의 머리가 너무 무거운 데다 크기도 엄청났기 때문에 그가 살 수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살아서, 태양빛을 한껏 받고 자라나는 올리브나무처럼 씩씩하게 자라났지요. 하지만 그 무거운 머리가 항상 문제였답니다.

걸을 때마다 사방곳곳에 머리를 박곤 했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참 딱했지요. 넘어지는 데도 선수였답니다.

그날도 계단 위에서 굴러떨어져 이마를 계단 모서리에 부딪히고 말았죠.

그때 그 친구의 머리에서 팅 하고 쇠붙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습니다.

사람들은 아이가 죽은 줄만 알았지요.

하지만 일으켜 보니 다행히도 조그만 상처만 입었는데, 두서너 개의 황금 조각이 붙어 있는 게 보이더랍니다.

그제서야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황금 뇌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비밀에 부쳐두기로 했습니다. 가엾은 아이조차 자신의 비밀을 눈치채지 못했죠.

이제는 왜 예전처럼 동네아이들과 함께 밖에서 뛰어놀 수 없는지 그저 궁금하기만 할 따름이었습니다.

"널 훔쳐 갈까 봐 그러지. 귀여운 내 보물단지야!"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하기만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누가 자기를 잡아갈까 봐 겁에 질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그 무거운 머리를 이끌고 이 방 저 방을 왔다 갔다 하며 혼자 놀았습니다.

열여덟 살이 되어서야 부모는 운명의 장난 같은 그 엄청난 비밀을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먹이고 입혀줬으니 그 대가로 금을 조금만 떼어달라고 했지요. 아이는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금 한 덩어리를 머리에서 떼어주었어요.

어떻게 떼어냈냐고요? 글쎄요, 그 부분에 대해선 전해 내려오는 바가 없군요. 어쨌든 아이는 호두알 크기만 하게 금을 떼어내 의기양양하게 어머니의 무릎에 던졌습니다.

엄청난 재산이 자기 머리 속에 들어 있다는 생각에 아이는 너무도 황홀했습니다. 욕망과 자신이 가진 힘에 취해버린 아이는 부모 집을 떠나 바깥세상에서 금을 마구 써대며 살았습니다.

금을 물 쓰듯 써대며 화려한 생활을 하는 이 사내를 본 사람이라면, 그의 뇌는 닳지도 않나보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허나 사실 그의 뇌는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지요. 사내의 눈빛은 점점 흐리멍텅해졌고, 볼도 움푹 패여 갔습니다.

 

어느 날 흥청망청 밤을 지샌 후, 불빛도 희미한, 어지러운 파티장의 뒷자리에 홀로 남은 그는 자기 머리에 커다랗게 구멍이 난 것을 알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죠. 이제 이런 생활도 집어치워야 할 때가 온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사내의 생활은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황금 뇌를 가진 사내는 사람을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손수 벌어 먹고살았고, 의심도 많아진 데다 겁도 많아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가지고 태어난 재산에 더 이상 손을 대기도 싫었고, 이젠 모두 잊으려 노력했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독하게 사는 사내의 뒤를 밟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황금 뇌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었지요.

 

어느 날 밤, 황금 뇌를 가진 사내는 머리가 깨질 듯한 엄청난 고통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정신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달빛에 비친 친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외투 속에 뭔가를 감춘 채 허둥지둥 달아나고 있는 친구의 모습 말입니다. 황금 뇌를 뜯긴 것이었습니다!

 

얼마 후 사내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파멸로 몰고 갈 사랑이었죠. 속이라도 다 빼줄 것처럼 사랑했던 여인은 금발의 아가씨였습니다. 물론 이 아가씨도 그를 사랑했지만, 숄이며 하얀 깃털, 금박 장식이 박힌 구두 등 화려한 것들을 더 사랑하는 여자였죠. 하는 일 없이 치장하기만 좋아하던 이 아리따운 아가씨의 손에 금 조각이 남아나지 않는 것을 보아도 사내는 마냥 즐거웠습니다. 게다가 아가씨는 변덕도 죽 끓듯 했는데, 사내는 그녀의 말이라면 거절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내는 아가씨가 불안해할까 봐 자신의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답니다.

<우리 부자죠?>

그녀는 이렇게 묻곤 했습니다. 그러면 사내는 대답했죠.

<무......물론이지! 부자야......부자고 말고!>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의 뇌를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고 있는 어여쁜 아가씨에게 사내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사내도 두려움에 젖어 다시 황금을 아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아가씨가 깡충깡충 귀엽게 뛰어와서는 말했지요.

<여보, 당신 돈 많잖아요. 나 비싼 거 하나 사줘요>

그러면 사내는 또다시 그녀의 청을 들어주었습니다.

 

이렇게 2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아가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죠.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황금도 이제 바닥이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홀아비가 된 사내는 남아있는 금으로 부인에게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주었습니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 검은 휘장을 두른 커다란 마차, 화려하게 치장한 말, 비로드 천에 별처럼 새겨 넣은 은장식. 그렇지만 그 무엇도 사내의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이제 금이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사내는 금을 교회에 기부하기도 하고, 상여꾼, 꽃을 파는 아낙에게도 나눠주었습니다. 결국 묘지를 나서는 그의 뇌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두개골 여기저기에 황금조각이 조금씩 달라붙어 있을 뿐이었지요.

 

사내는 술 취한 사람처럼 손을 쳐들고 비틀거리며 멍하니 거리로 나섰습니다. 저녁이 되어 상점에 불이 켜지기 시작한 시간, 그는 커다란 진열장 앞에 멈춰 섰습니다. 멋진 천과 장신구들이 불빛에 화려하게 반짝이고 있었죠. 사내는 그중 백조깃털로 장식한 파란 구두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이 구두를 신겨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사내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부인이 죽어버린 것도 잊은 채 구두를 사러 가게 안으로 들어섰죠.

창고에 있다가 누군가 크게 부르는 소리에 가게 안으로 뛰어가던 여주인은 사내를 보고 깜짝 놀라 흠칫 물러섰습니다.

사내는 계산대에 기댄 채 반쯤 정신 나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한 손에는 백조 깃털로 장식한 파란 구두를 쥐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온통 피투성이였습니다. 손톱 밑에는 두개골에서 긁어낸 금 부스러기가 묻어 있었고요.

 

부인,

이것이 황금 뇌를 가진 사내의 이야기입니다. 모두 꾸며낸 이야기 같지만 이 이야기는 실화랍니다. 이 세상에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 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불쌍한 사람들이 있거든요. 하찮은 물건이라도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온갖 희생을 치러야 하는 거죠. 매일매일 겪는 엄청난 고통이랍니다. 그러다 그 고통이 더 참을 수 없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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