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虛詞) 與(歟) |
“與”는 세 가지 별개의 글자로 쓰인다. ① “與 그럴까 여”는 語氣詞로 쓰이며, 2성(yú)으로 읽는다. ② “與 더불 여”는 주로 전치사(介詞)로 쓰이며 3성(yǔ)으로 읽는다. ③ “與 참여할 여”는 “참여하다”라는 뜻의 동사로 4성(yù)으로 읽는다. 허사로서가 아닌 동사로 쓰이는 상기 세 번째 용법은 여기에서는 논하지 않는다. 어기사적 용법으로 쓰이는 “與그럴까여”는 “歟그런가여”자의 假借字로 쓰인 글자인데, 이 글자 역시 2성(yú)으로 읽으며 문미에서 의문, 반문, 감탄의 어기를 나타낸다. 대체로 乎호자와 용법이 같다. 與는 甲文과 金文, 《尙書》와《周易卦爻辭》에서는 語氣詞로 쓰인 일이 없다. 《左傳》과 《國語》에서도, “其與幾何[그 얼마인가?]” “幾與不然乎[반드시 그렇지 않겠는가?]” “與有幾”와 같은 구절을 제외하면, 이 “與”자가 단어 말미에 어기사로 쓰인 일이 없다. 《詩經》 중에서도, 《周頌 潜》과《商頌 那》에서 “與”자가 감탄적 어기사로 쓰인 것을 제외하고는, 기타 용법으로 쓰인 예를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같은 현상은 더 연구를 해보아야 하겠지만, 여기에서 더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
(1) 문장 가운데에서 숨고름(休止)을 나타낸다. 해석을 안 해도 되지만, 한다면 “吗”,“么”,“呀”로 번역할 수 있다.
¶ 于予與何誅? 《論語 公冶長》
○ 재여에 대해서는 책망할 나위도 없지 않은가?
¶ 我之大賢與, 于人何所不容? 我之不賢與, 人將拒我, 如之何其拒人也? 《論語 子張》
○ 만약 내가 크게 어질면, 어찌 용납되지 못할 것이며, 내가 어질지 못하면, 남들이 장차 나를 거절할 것이니, 어찌 남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
(2) 與와 歟는 여부를 묻는 의문어기사로 쓰인다. 현대 중국어의 吗 또는 么에 해당한다.
¶ “許子冠乎?” 曰: “冠.” “自織之與?” 曰: “否.”《孟子 藤文公上》
○ “허자는 관을 쓰고 있었는가?” 답했다: “관을 쓰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짠 관이었는가?” 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 “王聞燕太子丹入質秦與?” 曰: “聞之” 《史記 甘茂列傳》
○ “왕은 연태자 ‘단’이 진나라에 인질로 잡혀간 것을 들었습니까?” 답했다: “들었습니다.”
(3) 與와 歟는 또한 특별지정 의문구에서 사용된다. 즉 의문사적 의문구가 따로 있으며, 의문의 중점 사항은 이 의문사에 있다.
¶ 丘何爲是棲棲者與? 《論語 憲問》
○ “丘는 어찌하여 이렇게 서성대는 것인가?
¶ 誰與哭者? 《禮記 檀弓上》
○ 곡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誰與哭者”는 “哭者誰與”의 도치문이다.
《詩經 唐風 葛生》에 나오는
① 誰與獨處
② 誰與獨息
③ 誰與獨旦 등의 구절은 모두 이와 같은 구법(句法)이라고 보아
① “이 땅 위에 홀로 사는 자 누구인가?”
② “외로이 쉬는 자 누구인가?”
③ “외로이 밤을 지새는 자 누구인가?” 라고 해석해야 한다.
(4) 與와 歟는 또한 선택 의문문을 만든다.
¶ 爲肥甘不足於口與? 輕煖不足於體與? 抑爲采色不足視於目與?
○ 먹을 고기와 맛있는 음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까? 따뜻하고 가벼운 입을 옷이 부족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눈으로 볼 채색이 보시기에 부족하기 때문입니까?
¶ 亭長告余曰: “此古戰場也, 嘗覆三軍, 往往鬼哭, 天陰則聞.” 傷心哉! 秦歟? 漢歟? 將近代歟? 《李華: 弔古戰場文》
○ 그곳의 정장이 내게 말하기를: “이곳은 옛 전쟁터입니다. 일찍이 삼군의 군사가 전멸당하여, 곳곳에서 혼귀가 곡하고, 날이 흐릴 때면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슬프도다. 진나라 시대였을까? 한나라 시대였을까? 아니면 근대였을까?
(5) 與와 歟는 ① 잘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묻거나, ② 반문하는데 쓰인다.
¶ 問於桀溺, 桀溺曰: “子爲誰?” 曰: “爲仲由.” 曰: “是魯孔丘之徒與?” 對曰: “然.” 《論語 微子》
○ 걸닉에게 물으니, 걸닉이 다시 묻기를: “그대는 뉘시오?”하니, 말하기를: “저는 중유라고 합니다.” 하니, 말하기를: “그렇다면 노나라의 그 공구의 사람들이시오?” 하니, 대답하기를: “그렇습니다.” 했다.
¶ 子非三閭大夫與? 何故至於斯? 《屈原: 漁父辭》
○ 당신은 초나라의 삼려대부가 아니시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소?
☞이상 두 가지 예문은 ① ‘잘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묻는 경우’의 예문이고, 아래 것은 ② ‘반문의 경우’의 예문이다. 반문의 경우, 때로는 德非[…이 아니겠는가?] 無乃[…이 아니겠는가?] 豈[어찌…하겠는가?]와 함께 쓰인다.
¶ 今言王若易然, 則文王不足法與? 《孟子 公孫丑上》
○ 이제 말씀하기시기를 왕자 되는 것이 쉬운 듯이 하시니, 그렇다면 문왕도 본받을 만하지 못한 것입니까?
¶ 夫人生百體堅强, 手足便利, 耳目聰明, 而心聖智, 豈非士之愿與? 《史記 蔡澤列傳》
○ 사람이 살아가면서 건강한 신체와 자유로운 수족, 밝은 눈에, 잘 들리는 귀, 성스러운 지혜를 갖게 되는 일을 어찌 선비 된 자들만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 得非諸侯之盛强, 末大不掉之咎歟? 《柳宗元 封建論》
○ 제후들이 지나치게 강성하여, 마치 꼬리가 너무 비대하여 그것을 흔들지 못하는 허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雖雲優愼, 無乃葸與?《班固 典引》
○ 비록 말로는 유유자적하고 있다고 하지만, 겁먹고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 襄公曰: “先君薨, 尸在堂, 見秦師利而因擊之, 無乃非爲人子之道歟? 《呂氏春秋 悔過篇》
○ 양공이 말했다: “부친께서 방금 사거하시어, 관곽이 아직 당상에 놓여 있는데, 진나라 군사에 대한 형세가 나에게 유리하다고 해서 이를 공격하는 것이, 어찌 자식된 도리에 합당한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 勢之於人也, 可不愼歟? 《史記 楚世家》
○ 사람에 대한 위세를 어떻게 삼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6) 與와 歟는 또한 추측, 짐작의 뜻을 나타낸다.
¶ 子曰: “語之而不惰者, 其回也與! 《論語 子罕》
○ 일러주면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안회’일 터이다!
¶ 政姉榮聞人有刺殺韓相者, 賊不得, 國不知其名姓, 暴其尸而懸之千金. 乃于邑曰: “其是吾弟與!” 《史記 刺客傳》
○ 섭정의 누이 섭영은, 한나라 재상을 죽인 자가 있는데 그 사람의 이름을 알 수 없다는 것과, 그 시체를 시장에 드러내 놓고 천금의 상을 걸어 그 사람의 신원을 찾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울면서 말했다. “그는 내 동생일거야!”
(7) 與와 歟는 또한 감탄의 뜻을 나타낸다.
¶ 猗與漆沮! 《詩經 周頌 潜》
○ 아, 칠수와 저수!
¶ 子在陳 曰: “歸與! 歸與!《論語 公冶長》
○ 공자께서 진나라에 계실 때 말씀하셨다: “돌아가야겠다! 돌아가야겠다!”
¶ 猗歟偉歟! 何行而可以彰先帝之洪業休德? 《漢武帝: 賢良詔》
○ 아름답도다! 위대하도다! 어떻게 선대 황제들의 위대한 공로와 미덕을 발양할 수 있을까?
(8) 與는 선진 시대와 서한 시대에 간혹 조사로 쓰였다. 의미가 없고 번역 불능이다.
¶ 若壅其口, 其與能幾何? 《國語 周語上》
○ 가령 그들의 입을 막는다 치더라도,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 諸臣之委室而徒退者將與幾人? 《國語 晉語》
○ 신하들 중에 그들 집안의 재산을 포기한 채 빈손으로 물러나는 사람이 장차 몇이나 될까?
¶ 兵不得休八年, 萬民與苦甚. 《漢書 高帝紀》
○ 군사들은 8년 동안 쉬지 못하였고, 만백성의 고통이 자심하다.
¶ 咸非其本義, 與不得已, 魯最爲近之. 《漢書 藝文志》
○ 모두 다 그 본래의 뜻에 부합하지 않지만, 부득이하게 노나라의 해석이 가장 근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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