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虛詞) 故 |
故는 명사, 형용사, 부사, 그리고 접속사로 쓰이며, 그 뜻하는 의미 또한 각각 다르다. 명사로 쓰일 때에는 일반적으로 원인, 이유를 뜻한다. “사고”를 의미하는 명사로 쓰일 때가 있는데, 자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면《論語 微子》편에 보이는 “故舊無大故, 則不棄也”[옛 신하가 큰 사고가 없으면 버리지 않는다.]라는 문장에서 그와 같이 쓰였다. 그러나 명사는 본서의 주제인 허사가 아니므로 여기에서는 이 정도로 그친다. 다만, 형용사 역시 허사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경우 해당 부분에서 언급하기로 하겠다. |
(1) 故는 형용사로서 “원래의” “오래된”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 項王身亦被十餘創. 顧見漢騎司馬呂馬童, 曰: “若非吾故人乎?”《史記 項羽本紀》
○ 항왕 자신도 역시 십여 군데 상처를 입었다. 고개를 돌려 유방군의 기병 사마인 呂馬童을 보고 말했다: “너는 나의 옛 부하가 아니었던가?”
상기예문의 “故人”은《論語 微子》편에 보이는 故舊의 “故”와 같다.
¶ 收其餘民東徙, 不敢居故地. 《漢書 凶奴傳》
○ 그의 나머지 백성들을 수습하여 동쪽으로 이주했다. 원래의 영토에서 살 엄두를 못 내었다.
(2) 故는 형용사로서 이미 퇴직한 관직명, 혹은 이미 사망한 관리를 뜻한다.
¶ 嘗夜從一騎出, 從人田間飮, 還至霸陵亭, 霸陵尉醉, 呵止廣. 廣騎曰: “故李將軍.” 尉曰: “今將軍尙不得夜行, 何故也!” 《漢書 李廣列傳》
○ 한 번은 밤에 기마 한 명만을 데리고 출타하여, ‘전간’에서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돌아와 패릉정에 당도했으나, 술에 취한 패릉위가, 소리를 치며 ‘이광’을 저지하고 통과시키지 않았다. ‘이광’의 기마가 소리쳤다. “이 분은 ‘이광’ 전직 장군님이십니다.” 패릉위가 대답했다. “현직 장군이라도 야간통행은 불가한데, 전직 장군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는 ‘이광’을 붙잡아 역참에 구류시켰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 흉노가 침입하여 지역 안보에 문제가 생기자 천자는 ‘이광’을 그곳의 태수로 삼았다. ‘이광’은 패릉위를 데려다가 목을 베었다.]
¶ 永平元年, 詔曰: “故侍中、衛尉、關內侯興, 典領禁兵, 從平天下. 不幸早卒, 朕甚傷之.” 《後漢書 陰興傳》
○ 영평 원년, 황제가 조서를 내려 말했다: “고인이 된 시중은 근위관으로서, 관내후흥으로서, 황실 경호대 수장으로서 짐과 함께 천하를 평정했다. 불행히도 일찍 죽음을 맞게 되어 짐은 마음이 아프다.”
(3) 故자는 부사로서 “종전에” “과거에”의 뜻으로 쓰인다.
¶ 燕太子丹 故嘗質於趙. 《史記 刺客列傳》
○ 연나라 태자 ‘단’은 과거에 이미 조나라에 인질로 간 적이 있다.
¶ 程不識故與李廣俱以邊太守將軍屯. 《史記 李廣列傳》
○ 정불식은 과거에 이광과 함께 북쪽 변경 지역의 태수로 주둔군의 장수였다.
(4) 故자는 부사로서 “원래” “본래”의 뜻으로 쓰인다.
¶ 臣以爲王已知之矣, 王故尙未之知耶? 《呂氏春秋 審己篇》
○ 저는 왕께서 이미 이 일을 알고 계신 줄 알았는데, 역시 원래 모르고 계셨던가요?
¶ 汝家故貧賤也, 吾處之有素矣. 《歐陽修: 瀧岡阡表》
○ 그대의 집안은 원래 빈천하였으니, 나는 이러한 지경에 처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다.
(5) 故자는 부사로서 “고의로” “일부러”의 의미로 쓰인다.
¶ 他物若買故賤, 賣故貴, 皆坐臧爲盜. 《漢書 景帝本紀》
○ 다른 물건, 가령 무리하게 값을 깎아서 사고, 고의로 값을 올려서 파는 행위는, 모두 수뢰죄로 도둑으로 몰아 처벌했다.
¶ 吾故系相國, 欲令百姓聞吾過. 《漢書 肖何傳》
○ 나는 고의로 승상을 옥에 가두어, 백성들로 하여금 나의 과오를 들을 수 있게 하고자 했다.
(6) 故자는 간혹 의문부사로 쓰여 “왜” “어째서” “어찌” 등의 뜻을 가진다. 이 경우 “胡”의 假借이며 선진 시기에 극히 일부에서 쓰였다.
¶ 今王公大人之君人民, 主社稷, 治國家, 欲修保而勿失, 故不察尙賢爲政之本也. 《墨子 尙賢中篇》
○ 지금 왕공대인이 백성의 군주가 되어, 사직을 주관하고, 나라를 다스리며, 권력을 유지하고 잃지 않으려고 하면서, 어째서 현자들을 존중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임을 살피지 못하는가?
¶ 公將有行, 故不送公? 《管子 侈靡篇》
○ 군왕이 행차하려고 하는데, 어째서 군왕을 전송하지 않는가?
(7) 故자는 접속사로 쓰여 결과를 나타내는 “그러므로” “따라서”의 의미를 가진다. 현대 중국어의 “所以”와 같다.
¶ 三施而無報 故來. 《國語 晉語3》
○ 세 번이나 은혜를 베풀었으나 한 번도 갚은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쳐들어온 것입니다.
¶ 孝惠以此日飮爲淫樂, 不聽政, 故有病也. 《史記 呂太后本紀 》
○ 효혜 황제는 쾌락을 위해 매일 음주를 했기 때문에 국정을 돌보지 않았고, 그래서 병이 났다.
(8) 故자는 여전히 “所以”이지만, 오늘날의 결과를 표시하는 “所以”[그러므로]와는 달리 “원인”을 표시하는 고대의 “所以”[… 한 이유는]이다.
¶ 故遣將守關者, 備他盜出入與非常也. 《史記 項羽本紀》
○ 장수를 보내서 관문을 지키도록 한 이유는, 기타 도적을 방비하고 비상시에 대비하고자 함이었다.
(9) 故는 여전히 접속사로서 기능하지만, 인과 관계의 결과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하 문장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곧” “…한다면”
¶ 宮無拘女, 故天下無寡夫. 《墨子 辭過篇》
○ 궁중에 붙잡혀 일생을 보내는 여자들이 없도록 한다면, 천하에는 홀아비가 없어질 것이다.
¶ 君必施于今之窮士, 不必且爲大人者, 故能得欲矣. 《戰國策 東周策》
○ 폐하께서는 반드시 지금 궁한 선비에게 베푸십시요. 지금 반드시 그가 꼭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장차 그가 대인물이 되면, 폐하께서는 능히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力學而誦《詩》《書》, 凡人所能爲; 若欲移山河, 動泰山, 故人所不能也. 《陸賈: 新語》
○ 《詩經》과《書經》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범인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산하를 개조하고, 태산을 옮기는 일은 곧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상기 제8항과 제9항에서 설명한 바의 故에 대한 두 가지 용법은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莊子 齊物論篇》에 보이는 “有成與虧, 故昭氏之鼓琴也; 無成餘虧 故昭氏之不鼓琴也.”[완전함과 이지러짐이 있는 例, 이것은 ‘昭文’이 거문고를 연주했을 때이고, 완전함과 이지러짐이 없는 예, 이것은 ‘소문’이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았을 때이다.]의 문장에서 볼 수 있는 故는 두 글자 모두 此라는 지시 대명사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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