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

한문의 허사(虛詞) 所

耽古樓主 2022. 12. 23. 10:05
한문의 허사(虛詞)
所以

는 용법이 대단히 많다. 일반적인 용법은 아직도 오늘날의 成語 중에 남아있다.
는 우선 명사로서 장소를 나타내는데,
論語爲政篇에 보이는
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而衆星共之라는 문장을 놓고 보면,
정치를 덕으로 한다는 것은, 비유하자면 마치 북극성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다른 모든 별이 함께 그 북극성을 떠받들어 도는 것과 같다.”居其所居其處所그 거처하는 장소를 뜻한다. 오늘날의 派出所 招待所 등에서 보이는 는 바로 이와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현대 중국어에 있어서의 는 또한 量詞로서도 쓰이고 있는데, “这所房子자가 그러한 용법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은 모두 자의 실사적 용법이지만, 이는 이 책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다.
이하 자의 허사적 용법을 정리해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1) 는 동사와 결합하여 명사구를 만든다. 


☞ 현대 중국어의 所部[인솔부대] , 所得, 所屬 등의 단어들은 모두 이러한 용례이다.

 

舟車所至, 人力所通, 天之所覆, 地之所載, 日月所照, 霜露所墜, 凡有血氣者, 莫不尊親。 《禮記 中庸
배와 수레가 이르는 곳, 사람의 힘이 통하는 곳, 하늘이 덮어주는 곳, 땅이 실어주는 곳, 해와 달이 비치는 곳, 서리와 이슬이 떨어지는 곳까지, 무릇 혈기 있는 자는 어느 누구도 그를 존경하여 친애하지 않음이 없다.

 

問女何所思? 問女何所億? 女亦無所思, 女亦無所億. 木蘭辭
여인에게 걱정하는 바가 무엇인가 묻고,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물으니, 여인은 또한 걱정하는 바도 없고, 생각하는 바도 없다고 한다.

 

此百世之怨, 而趙之所羞. 史記 平原君列傳
이것은 백세에 이르도록 원한이 되는 일이니, 우리 조나라 사람들로서도 수치로 여기고 있습니다.

는 또한 前置詞(介詞)와도 결합하여 쓸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명사구를 만든다.

 

撫軍不忘所自.聊齋志異 促織
순무[민정관]는 선행의 출처를 잊지 않았다.

 

臣弑其君, 子弑其父, 非一朝一夕之事, 其所由來者漸矣. 周易 坤卦 文言
신하가 그 임금을 죽이고, 자식이 그 아비를 죽이는 것은, 일조 일석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그 유래하는 바는 점진적이다.

 

所從必言諸大夫曰. 左傳 哀公6
[제나라 진걸(陳乞)은 겉으로는 고장(高張)과 국하(國夏)를 섬기는 체하여, 조정으로 들어갈 때마다 그들의 수레에 같이 탔다.] 그는 국하를 따르고 있을 때마다 반드시 여러 대부의 흠을 말했다.

(2) 자로 이루어진 어구 뒤에 명사가 오면,  所字句는 한정어로서 당해 명사의 형용어 또는 수식어가 된다.

仲子所居之室, 伯夷之所築與? 抑亦盜跖之所築與? 所食之粟, 伯夷之所樹與? 抑亦盜跖之所樹與? 孟子 藤文公下
중자가 거처하고 있는 집은, 백이가 지은 집인가? 그렇지 않으면 도척이 지은 집인가? 먹는 곡식은, 백이가 심은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도척이 심은 것인가?

 

梁乃召故所知豪吏, 諭以所爲起大事. 史記 項羽本紀
항량이 곧 본래 알고 있었던 호리를 불러, 이 일이 일어난 경위를 설명했다.

 

상기 예문에서 所爲介詞이다.
뒤에 있는 명사를 수식하는 所字句 구조는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는데, 예를 들면 所得稅라는 단어에서 所得의 수식어 역할을 하고 있다.
기타 所有權 所有制 등에 있어서도 같다.
이 경우 명사 앞에 직접 수식어로서 자구를 붙여 쓰고 있으며, 자를 추가하여 쓰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造語法은 고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위에서 예로 들었던 孟子의 문장을 다시 쓴 왕충(王充)論衡 刺孟篇문장을 보면 다음과 같다. “或時食盜跖之所樹粟, 居盜跖之所築室”[아마도 도척이 심어놓은 곡식을 먹었거나, 도척이 지어놓은 집에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하 두 개의 예문을 들어보겠는데, 여기에서의 는 구조조사로 볼 수 있다.

華氏璧, 天下所共傳寶也. 史記 廉頗藺相如列傳
화씨벽은 천하에 전해져 내려오는 보물이다.


夜則以兵圍所寓舍. 文天祥: 指南錄後序
밤이 되면 병사들을 시켜 내가 살고있는 집을 포위했다.

(3) 는 조사로서, 동사 앞에서 피동을 표시한다. “A B” “A B”


世子申生爲驪姬所譖. 禮記 檀弓上
세자 신생은 여희에 의하여 참소를 받았다.


太祖爲流矢所中, 所乘馬被創. 三國志 魏志 太祖紀
조조는 화살에 맞아, 승마한 채로 부상을 입었다.

A B”[A에 의하여 B 당하다] 형식의 A” 또는 “A”부분은 생략이 가능하다.


岱不從, 遂與戰, 果爲所殺. 三國志 魏志 武帝紀
유대는 말을 듣지 않고, 황건적과 더불어 싸우다가, 결국 (황건적에 의하여) 피살되었다.
상기 예문에서는 자 다음에 주동자(施事者)가 생략되었다.

(4) 는 가설접속사로 쓰인다. “만약

所不此報, 無能涉河. 左傳 宣公17
만약 이것을 보복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황하를 건너서 제나라에 오지 않겠다.


範蠡請退. 王曰: “所不掩子之惡, 揚子之美者, 使其身無終沒于越!” 國語 越語
범려가 사직을 청원했다. 월왕 구천이 말했다: “만약 그대의 잘못을 덮어주지 않거나, 그대의 훌륭함을 선양해 주지 않는 자가 있다면, 내가 그러한 자는 우리 월나라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없도록 할 것이오.”

(5) 는 또한 ” “정도” “가량의 뜻으로 쓰인다. 수량사 다음에 오면 대략적인 숫자를 나타낸다.

良殊大驚, 隨目之. 父去里所, 復還. 史記 留侯世家
장량은 매우 놀라서, 노인이 가는 대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노인은 1리쯤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廣令諸騎曰: “! 未到匈奴陣二里所止.” 史記 李將軍列傳
이광이 부하 기병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진하라!” 흉노 진영 2리쯤 못 미치는 곳에서 멈추어라!”


皆生毛, 長一寸所. 漢書 郊祀志下
모두 터럭이 났는데, 한 치정도 자랐다.

(6) 所以는 현재도 쓰이고 있는데, “자가 나타내는 의미에 따라 두 가지 다른 용법이 있다.

으로 해석하는 경우로서 원인” “까닭을 뜻한다.
를 수단이나 도구로 보는 경우로서 방법” “수단을 뜻한다.


臣所以去親戚而事君者, 徒慕君之高義也. 史記 廉頗藺相如列傳
신이 부모형제를 떠나 군을 섬기는 까닭은, 모두 군의 높은 뜻을 앙모하기 때문입니다.


所以遣將守關者, 備他盜之出入與非常也. 史記 項羽本紀
장수를 파견하여 함곡관을 지키게 한 까닭은, 도적의 출몰과 예기치 않은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公輸盤詘, 而曰 吾知所以距子矣 吾不言.” 墨子 公輸篇
공수반이 굴복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말했다. “저도 선생을 막아낼 방법을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겠습니다.”


君子不以其所以養人者害人. 孟子 梁惠王下
군자는 그 사람을 기르는 땅 때문에 사람을 희생기키지 않는다.


동한 시대 이후에 이르러 소이接續詞(連詞)로 쓰였다. “그래서” “때문에그러나 고대에는 접속사로 쓰인 예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歧路之中又有歧焉, 吾不知所之, 所以反也. 列子 說符篇
갈림길이 또 갈라지고 하니, 우리는 어느 길로 갈지 몰라서, 그래서 돌아 온 것입니다.


區區微節, 無所獲申. 豈得復全交友之道, 重虧忠孝之名乎? 所以忍悲揮戈, 收淚告絶. 後漢書 臧洪傳答陳琳書
나의 작은 지조와 절개는 어디 제소할 곳도 용납하지 않는구나. 설마 벗사귐의 의리를 보전하기 위해 내 충효의 명망이 허약해지도록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비상작전(悲傷作戰)을 꾹 참고 읍소절교(泣訴絶交)를 집어치우겠다.


偸本非禮, 所以不拜. 世說新語 言語篇
[술을 훔쳐 마신 아들에게 배례(拜禮)도 없이 마셨다고 아버지가 책망하자, 아들이 말했다.] 훔친다는 것이 이미 예에 어긋난 일이기 때문에 배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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