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虛詞) 已 |
已而 뒤이어 已大 너무 已矣 ~이로다 已夫 ~이도다 已는 동사로 쓰이는 경우 전후의 문맥에 따라 그 해석이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枚乘의《七發》의 “霍然病已”[병이 싹 나았다]에서 已는 자동사로서 “(병이) 낫다”라는 의미로 쓰였다. 한편 타동사로서는 《論語 公冶長》편에 “令尹子文三仕爲令尹, 無喜色; 三已之, 無慍色.”[영윤 ‘자문’은 여러 번 벼슬하여 영윤이 되었으나,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고; 여러 번 그만두었으나, 서운해 하는 기색이 없었다.]이라는 문장이 보이는데, 이때 “三已之”는 “(혹자가) 여러 차례 그를 그만두게 했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타 已자가 문장 안에서 동사로 쓰일 때 “그치다”라는 본래 뜻에 구애되면 해석이 구차하게 되니 유의해야 한다. 已가 허사로는 부사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어기사로도 쓰인다. 간혹 以자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
(1) 已는 시간부사로 쓰여 어떤 행위가 완성되었음을 나타낸다. “이미, 벌써”
¶ 道之不行, 已知之矣. 《論語 微子》
○ 도가 행해지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 子所言者, 其人與骨皆已朽矣, 獨其言在耳. 《史記 老子列傳》
○ 당신이 말하는 사람들은 뼈가 이미 다 썩어 죽었다. 유독 그 사람의 말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2) 已는 시간부사로서, 어떤 일이 방금 완성되었고 다른 일이 곧이어 발생함을 나타낸다. 已而라는 이음절어로도 같은 뜻으로 많이 쓰인다. “뒤이어, 곧, 오래지 않아”
¶ 韓王成無軍功, 項王不使之國, 與俱至彭城, 廢以爲侯, 已又殺之. 《史記 項羽本紀》
○ 한왕성은 군공이 없었으므로 항왕은 그로 하여금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한 뒤, 그와 함께 팽성에 이르러 왕을 폐하여 후로 삼았다가 오래지 않아 또한 그를 죽였다.
¶ 召湯而囚之夏台, 已而釋之. 《史記 夏本紀》
○ 상탕을 불러 하태에 구금한 뒤, 오래지 않아 그를 석방했다.
(3) 已는 以자가 程度副詞로 쓰이는 것과 같이 정도부사로 쓰인다. “매우, 너무”
☞정도부사로서의 已는 동작성 동사 앞에 오기보다는 형용사나 다른 부사 앞에 쓰이기 때문에 시간부사로서의 已자 용법과 구별하기가 어렵지 않다. 때로는 已大(太)의 이음절어로 연용되기도 한다. 뜻은 같다.
¶ 人而不仁, 疾之已甚, 亂也. 《論語 泰伯》
○ 남이 불인한 것을 지나치게 미워하는 것도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宰我問 三年之喪, 期已久矣. 《論語 陽貨》
○ 재아가 여쭙기를 “3년의 상은 기년상(朞年喪: 1년상)으로만 하더라도 너무 오래입니다.
¶ 是不亦責於人者已詳乎? 《韓愈: 原毁》
○ 이는 남에게 책함이 너무 상세한 것이 아니겠는가?
¶ 彼譖人者, 亦已大甚. 《詩經 小雅 巷伯》
○ 저 남을 참소하는 사람, 역시 너무나 심하도다.
¶ 無已大康, 職思其居. 《詩經 唐風 蟋蟀》
○ 너무 무사태평하지 말고, 집안일도 생각해야지.
(4) 已는 지시대명사로 쓰여 此자와 같이 가까운 상황이나 장소를 가리킨다. “이와 같이 이렇게, 여기”
☞이 용법은 兩漢 시대 이후 점차 도태되었다.
¶ 吾生也有涯, 而知也无涯. 以有涯隨无涯, 殆已. 已而爲知者, 殆而已矣. 《莊子 養生主篇》
○ 우리의 삶은 유한하나, 지식은 무한하다. 유한한 삶으로 무한한 지식을 추구하면, 오직 위태로울 뿐이다. 이와 같은데도 오히려 스스로 안다고 자처하니, 더욱 위험할 뿐이다.
¶ 于臣之計, 先誅先零. 已則䍐幵之屬不煩兵而服矣. 《漢書 趙充國傳》
○ 저의 계책은 먼저 선령족을 토벌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한견과 같은 소국 따위는 구태여 병력을 써서 복속시킬 필요조차 없습니다.
(5) 已는 以자 대용으로 쓰였는데, 두 가지 용법이 있었다.
① 以上, 以來와 같은 뜻으로 已上, 已來로 썼으며,
② 전치사 以자와 같은 용법의 전치사로 썼다.
☞이와 같은 용법은 古人들도 상용하지는 않았다. 가끔 보일 뿐이며 후대인들도 이와 같이 사용하지는 않았다.
☞참고로 以자의 전치사 용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에서, …으로부터(장소, 추세, 방향),
② …에(발생 시간),
③ …때문에(발생 원인),
④ …으로써(의거),
⑤ …을(파급 대상) 등의 의미로 쓰인다.
¶ 年八十已上, 賜米人月一石, 肉二十斤. 《漢書 文帝紀》
○ 80세 이상 노인에 대하여, 일인당 매월 1석의 쌀과 20근의 고기를 하사했다.
¶ 桀、紂、幽、厲之所以失措其國家, 傾覆其社稷者, 已此故也. 《墨子 尙賢中篇》
○ 하나라의 걸왕, 상나라의 주왕, 주나라의 유왕과 려왕이 나라를 잃고 사직이 영락한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 人之所以爲人者 何已也? 曰: 以其有辨也. 《荀子 非相篇》
○ 사람이 사람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말하자면, 분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所志於天者, 已其見象之可以期者矣; 所志於地者, 已其見宜之可以息者矣; 所志於四時者, 已其見數之可以事者矣. 《荀子 天論篇》
○ 하늘에 대하여 알 수가 있는 것은 그 하늘로부터 이미 현상에 나타나 있는 것을 기약하여 알 뿐이고; 땅에 대하여 알 수가 있는 것은, 그 땅으로부터 마땅하게 나타난 곡식들의 번식과 성장을 알 뿐이며; 사계절에 대하여 알 수가 있는 것은, 그 사계절로부터 나타나는 낮과 밤의 장단과 춥고 더움 등이 사물에 미치는 것을 알 뿐이다.
(6) 已는 也자와 같은 어기사로 쓰였다. 이러한 용법은 고서에서도 많이 보이는 것은 아니며, 후세에도 용례가 많지 않다.
¶ 入其境, 其田疇穢, 都邑露, 是貪主已. 觀其朝廷, 則其貴者不賢; 觀其官職, 則其治者不能; 觀其便嬖, 則其信者不慤, 是闇主已 《荀子 富國篇》
○ 그 국경에 들어가 보아 그 논밭이 거칠고 더러우며, 도성이나 고을 안의 담장이 모두 허물어져 있다면, 이는 탐욕스런 임금의 나라이다. 그 조정에 들어가 보아서 높은 지위의 신하들이 어질지 못하고; 관직을 보아서 백성을 다스리는 자가 무능하며; 임금의 측근들을 보아서 신임을 받는 자로서 성실함이 없다면, 이는 매우 어리석은 임금의 나라이다.
¶ 此三者, 其美德已. 《荀子 堯曰篇》
○ 이 세 가지는 그의 미덕이다.
¶ 是故騈於明者, 亂五色, 淫文章, 靑黃黼黻之煌煌非乎, 而離朱是已. 多於聰者, 難五聲, 淫六律, 金石絲竹黃鍾大呂之聲非乎, 而師曠是已. 《莊子 駢拇篇》
○ 그러므로 지나치게 눈이 밝은 자는, 오색에 마음이 어지럽게 되고, 갖가지 무늬를 대하게 되면 정신을 잃도록 그것에 빠진다. 청색, 황색의 무늬를 수놓은 예복 따위를 만드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닌가? 이주가 바로 그런 사람이리라. 또지나치게 귀가 밝은 자는, 오음에 마음을 어지럽히게 되어, 육률에 이르러서는 정신을 잃도록 그것에 빠진다. 금석사죽이며 황종대려 등의 소리는 그래서 만든 것이 아닌가? 사광이 바로 그런 사람이리라.
(7) 已는 어기사로서 矣자로 쓰인다. “…이도다”
☞때로는 2음절어인 已矣로 연용된다. 뜻은 같다. 다만 어기를 가중시킬 뿐이다. 만약 已夫를 쓴다면 감탄 어기가 추가된다.
¶ 利則行之, 害則舍之, 疑則少嘗之. 雖堯、舜、禹、湯復生, 弗能改已. 《戰國策 秦策3》
○ 이익이 있으면 행하고, 해가 있으면 버리며, 의심이 나면 시험삼아 해본다는 원칙은, 설령 요、순、우、탕 임금이 환생하신다 해도 변치 않을 것이로다.
¶ 古布衣之俠, 靡得而聞已. 《史記 游俠傳》
○ 옛날에 평민 협객이 있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도다.
¶ 賜也始可與言詩已矣. 《論語 學而》
○ 자공은 비로소 더불어《詩시經경》을 논할 수 있겠구나.
¶ 吳楚擧大事而不求孟, 吾知其無能爲已矣. 《史記 游俠傳》
○ 오나라와 초나라가 큰 일을 일으키면서 [협기가 있기로 유명한] 극맹을 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나는 그들이 큰 일을 수행하지 못할 것임을 알았도다.
¶ 然則君之所讀者, 故人之糟粕已夫! 《莊子 天道篇》
○ 그렇다면 임금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이겠습니다 그려!
(8) 已는 문장 밖에서 단독으로 쓰여 감격을 나타낸다. “아!”
¶ 已! 汝惟小子, 乃服惟宏. 《書經 康誥》
○ 아! 그대는 비록 어린 사람이지만, 그대가 이루어낸 일은 웅대하다.
¶ 已! 我安逃此而可? 《莊子 庚桑楚篇》
○ 아! 나는 이를 어디로 피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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