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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文讀解實戰練習

耽古樓主 2025. 1. 9.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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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文讀解實戰練習

 

○ 차계기환(借鷄騎還)

 

金先生은 善談笑라. 嘗訪友人家러니

主人設酌하되 只佐蔬菜하고 先謝曰,"家貧市遠하여

絶無兼味요 惟淡泊하니 是愧耳라."

適有群鷄하여 亂啄庭除어늘

金曰,"大丈夫는 不惜千金하나니 當斬吾馬하여 佐酒하리라.

" 主人曰 " 斬馬면 騎何物而還고?"

金曰, "借鷄騎還하리라."主人이 大笑하고 殺鷄餉之하더라.

≪태평한화골계전≫

 

■ 내용연구

◈ 金先生 善談笑 : 김 선생은 우스갯소리를 잘했다.

善 : ∼을 잘하다. 談笑 : 우스갯소리.

◈ 嘗訪友人家 : 일찍이 친구의 집을 방문하다.

嘗 : 일찍이[부사]

◈ 主人設酌 : 주인이 술을 베풀다.

設 : 베풀다, 대접하다의 뜻

◈ 只佐蔬菜 : 다만 야채로만 돕다. 只 : 다만 ∼일 뿐이다.

◈ 先謝 : 미리 사죄하다.

◈ 家貧市遠 : 집은 가난하고 시장은 멀다.

◈ 絶無兼味 : 전혀 맛좋은 음식이 없다. 絶 : 절대로, 전혀

◈ 惟淡泊 是愧耳 : 오직 담박하니 이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惟 와 耳에 따라 한정형 문장으로 풀이됨

淡泊 : 기름진 음식이 없고 오직 채소뿐이라는 뜻

◈ 適有群鷄 亂啄庭除

: 마침 여러 마리의 닭이 있어 어지럽게 뜰을 쪼다.

適 : 마침

◈ 騎何物而還 : 어떤 것을 타고 돌아가겠는가? 而 : 순접

◈ 借鷄騎還 : 닭을 빌려 타고 가다.

借鷄와 騎還사이에 접속사 기능을 하는 而가 생략됨.

◈ 殺鷄餉之 : 닭을 잡아서 그를 대접하다. 之는 金先生을 가리키는 대명사

■ 본문풀이

한 김선생이 담소를 잘했다. 일찍이 친구 집을 방문 했더니, 주인이 술상을 마련하였는데, 단지 채소만 곁들여 놓고는 먼저 사과하여 말하였다. " 집이 가난하고 시장도 멀어 여러 가지 좋은 음식이 전혀 없으니 오직 담박하기만 한 것을 부끄러워 할 뿐 일세" 마침 뭇 닭들이 뜰에서 어지러이(모이를) 쪼고 있거늘, 김선생이 말하였다." 대장부는 천금을 아끼지 않으니, 마땅히 내 말을 잡아 술안주로 삼게나." "한 마리뿐인 말을 잡으면, 어떤 물건을 타고 돌아갈 것인가?" " 닭을 빌려 타고 돌아가지."

주인이 크게 웃으며 닭을 잡아서 대접 하였다.

 

○ 오세신동(五歲神童)

 

金時習이 五歲에 通中庸大學하니 世宗이 聞之하고 召致承政院하여 試之曰 "童子之學은 白鶴이 舞靑松之末이로다." 時習이 對曰 " 聖主之德은 黃龍이 飜碧空之中이니이다." 上이 敎曰 "待年長學業成就하여 將大用하리라" 卽賜帛五十匹하여 使自運去하니 時習이 遂結其端하여 引之而出하다. 由是로 名振天下하여 稱以五歲神童而不名하다.

 

■ 내용연구

◈ 金時習五歲 通中庸大學(김시습오세통중용) : 김시습이 나이 다섯 살에 중용과 대학을 통달하니

◈ 世宗 聞之 召致承政院(세종문지소치승정원) : 세종대왕께서 그것을 들으시고 승정원에 불러서 오게하여

◈ 童子之學白鶴舞靑松之末(동자지학백학무청송지 말) : 동자의 학문은 백학이 푸른 소나무 끝에서 춤을 추는 듯 하구나

◈ 聖主之德黃龍飜碧空之中(성주지덕황룡번벽공지중) : 성주의 덕은 황룡이 푸른 하늘안에서 번득이는 것 같사옵니다.

◈ 待年長學業成就將大用(대년장학업성취장대용) : 나이가 차고 학업이 성취되면 장차 크게 등용하리라

◈ 卽賜帛五十匹使自運去(즉사백오십필사자운거) : 곧, 비단 오십필을 하사하시어 스스로 운반해 가게 하시니

◈ 遂結其端引之而出(수결기단인지이출) : 마침내 그 비단 끝을 모두매어 끌고 나갔다.

◈ 由是名振天下 稱以五歲神童而不名(유시명진천하칭이오세신동이불명) : 이로 말미암아 명성이 천하에 떨치어 '오세신동'으로 일컬어지고 이름(시습)으로 불리지 않았다.

■ 본문풀이

김시습이 나이 다섯 살에 중용과 대학을 통달하니, 세종대왕께서 그것을 들으시고 승정원에 불러서 오게 하시어 그를 시험하시어 이르시기를 " 동자의 학문은 백학이 푸른 소나무 끝에서 춤을 추는 듯하구나"하였다. 시습이 대답하여 아뢰기를 "성주의 덕은 황룡이 푸른 하늘 안에서 번득이는 것 같사옵니다. "하였다. 왕께서 교지를 내려 이르시기를 " 나이가 차고 학업이 성취되면 장차 크게 등용하리라."하시고 곧, 비단 오십 필을 하사하시어 스스로 운반해 가게 하시니, 시습이 마침내 그 비단 끝을 모두 매어 끌고 나갔다. 이로 말미암아 명성이 천하에 떨치어 '오세신동'으로 일컬어지고 이름(시습)으로 불리지 않았다.

 

○ 오군려이(吾君驢耳)

 

新羅第四十八代 景文大王이 登位하니 王耳忽長如驢耳러라. 王后及宮人은 皆未知어늘, 唯僕頭匠一人이 知之라. 然이나 生平不向人說이러니, 其人將死에 入道林寺竹林中無人處하여 向竹唱云 "吾君耳如驢耳라."하다. 其後風吹則竹聲云 "吾君耳如驢耳라."하니, 王惡之하여 乃伐竹而植山茱萸러니, 風吹則但聲云 "吾君耳長이라."하더라. ≪삼국유사·경문대왕≫

 

■ 내용연구

◈ 登位(등위) : 왕위에 오르다.

◈ 王耳忽長如驢耳(와이홀장여려이) : 왕의 귀가 갑자기 자라 당나귀 귀가 되었다.

如驢耳 : 당나귀의 귀와 같다(如 = 若).[비교]

◈ 王后及宮人 皆未知(왕후급 궁인 개미지) : 왕비와 궁중의 사람들은 모두 알지를 못했다.

◈ 唯僕頭匠一人 知之(유 복두장일인지지) : 오직 두건을 만드는 장인 한사람만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

◈ 生平不向人說(생평불향인설) : 평생 동안 남을 향해 말하지 못했다.

◈ 其人將死(기인장사) : 그 사람이 장차 죽게 되었을 적에

◈ 入道林寺竹林中無人處(입도림사죽림중무인처) : 도림사 대숲속 사람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

◈ 向竹唱云 吾君耳如驢耳(향죽창운 오군이여려이) : 대나무를 향해 외치기를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다."라고 하였다.

◈ 其後風吹則竹聲云 吾君耳如驢耳(기후풍취즉죽성운오군이여려이) : 그 뒤로 바람이 불면 대숲에서 소리가 나기를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다."라고 하였다.

◈ 王惡之 乃伐竹而植山茱萸(왕오지 내벌이식산수유) : 왕이 이를 싫어하여 이에 대나무를 베어내고 산수유를 심었다.

◈ 風吹則但聲云 吾君耳長(풍취즉단성운 오군이장) : 바람이 불면 다만 소리가 나기를 "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라고 하더라.

■ 본문풀이

신라 제 48대 경문대왕이 왕위에 오르자, 왕의 귀가 갑자기 자라나 당나귀 귀와 같이 되었다. 왕비와 궁중의 사람들은 모두 알지를 못했거늘, 오직 두건을 만드는 장인 한사람만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평생 동안 남을 향해 말하지 못했는데, 그 사람이 장차 죽게 되었을 적에 도림사 대숲 속 사람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 대나무를 향해 외치기를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같다."라고 하였다.

그 뒤로 바람이 불면 대숲에서 소리가 나기를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다."라고 하였다. 왕이 이를 싫어하여 이에 대나무를 베어내고 산수유를 심었는데, 바람이 불면 다만 소리가 나기를

"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라고 했다 한다.

 

○ 부덕(婦德)

 

洪相國瑞鳳之大夫人은 家貧甚하여 疏食菜羹도 每多空缺이라. 一日에 遣婢하여 買肉而來하여 見肉色하니 似有毒이라. 問婢曰 所賣之肉이 有幾許塊耶아."하고 乃賣首飾得錢하여 使婢로 盡買其肉하여 而埋于墻下하니 恐他人之買食生病也일새니라. ≪海東續小學≫

 

■ 내용연구

◈ 洪相國瑞鳳(홍상국서봉) : 홍서봉 정승, 조선 중기의 문신. '相國'은 정승, 재상의 뜻

◈ 大夫人(대부인) : 남의 어머니에 대한 경칭. 모당(母堂), 자당(慈堂), 모부인(母夫人) 등과 같은 말로 쓰임

◈ 疏食菜羹(소식채갱) : 거친 밥과 나물국, 변변치 않는 식사.

◈ 每多空缺(매다공결) : 매양 끼니를 거를 때가 많다. '空缺'은 끼니를 거르다.

◈ 遣婢買肉而來(견비매육이래) : 여종을 보내어 고기를 사오게 하다.

◈ 見肉色(견육색) : 고기의 빛깔을 보다.

◈ 似有毒(사유독) : 독이 있는 것 같다.

◈ 所賣之肉(소매지육) : 사온 것과 같은 고기

◈ 有幾許塊耶(유기허괴야) : 몇 덩어리가 있더냐 ? '幾許'는 몇, 얼마쯤의 뜻

◈ 乃賣首飾得錢(내매수식득전) : 이에 머리 장식을 팔아 돈을 마련하다.

◈ 使婢盡買其肉(사비진매기육) : 여종으로 하여금 그 고기를 모두 사오게 했다.

◈ 埋于墻下(매우장하) : 담 밑에 뭍다.

◈ 恐他人之買食生病也(공타인지매식생병야) : 다른 사람이 사서 먹고 병이 날까 염려하다.

■ 본문풀이

정승 홍서봉의 어머니는 집이 매우 가난하여 거친 밥과 나물국도 매양 거를 때가 많았다. 하루는 여종을 보내어, 고기를 사오게 하여 고기 빛을 보니, 독이 있는 것 같았다. 여종에게 물어 말하기를, "사온 것과 같은 고기가 몇 덩이가 있더냐?"라 하고, 곧, 머리 장식을 팔아 돈을 마련하여, 여종으로 하여금 그 고기를 모두 사오게 하여, 담 밑에 묻으니, 이는 다른 사람들이 사서 먹고 병이 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 사인종와(舍人從蛙)

 

領相公이 夏日午睡러니 有蛇上公腹上이라.

公이 心欲逐之나 而恐蛇驚傷人하여 木石然不敢動이러라.

子退之가 方六歲러니 適父所라가 見之하고 卽往草澤中하여 取三四蛙하여 投之하니, 蛇舍人從蛙而去어늘 公乃得起身하다.

退之가 自幼로 機智如此러니, 及長하여 是爲名相하니라.≪人物考≫

 

■ 내용연구

◈ 領相公 : 領相은 領議政(영의정), 公은 존칭. 여기서는 조선 인종 때의 학자 홍언필(洪彦弼)을 말함

◈ 有蛇上公腹上(유사상공복상) : 어떤 뱀이 공의 배 위로 올라갔다.

◈ 公心欲逐之 而恐蛇驚傷人(공 심욕축지 이공사경상인) : 공이 마음속으로는 그것을 쫓아 버리고 싶었지만, 뱀이 놀라 사람을 해칠까 두려워

◈ 木石然不敢動(목석연불감동) : 목석처럼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 子退之 方六歲(자퇴지방육세) : 아들 퇴지가 바야흐로 여섯 살이었는데,

◈ 適父所見之(적부소견지) : 아버지 처소에 갔다가 그 광경을 보고,

◈ 卽往草澤中 取三四蛙 投之(즉왕초택중 취삼사와 투지) : 즉시 풀숲의 못에 가서 개구리 서너 마리를 잡아와 그것을 던지니,

◈ 蛇舍人從蛙而去 公乃得起身(사사인종와이거 공내득기신) : 뱀이 사람을 놔두고 개구리를 쫒아가니, 이에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 退之 自幼 機智如此(퇴지자유기지여차) : 퇴지가 어려서부터 기지가 이와 같더니,

◈ 及長是爲名相(급장시위명상) : 장성해서 과연 이름난 재상이 되었다.

■ 본문풀이

영상 홍언필이 여름에 낮잠을 잤는데, 어떤 뱀이 공의 배 위로 올라갔다. 공이 마음속으로는 그것을 쫓아 버리고 싶었지만, 뱀이 놀라 사람을 해칠까 두려워 목석처럼 감히 움직이지를 못했다.

아들 퇴지가 바야흐로 여섯 살이었는데, 아버지 처소에 갔다가 그 광경을 보고, 즉시 풀숲의 못에 가서 개구리 서너 마리를 잡아와 그것을 던지니, 뱀이 사람을 놔두고 개구리를 쫒아 가니, 이에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퇴지가 어려서부터 기지가 이와 같더니, 장성해서 과연 이름난 재상이 되었다.

 

○ 백유지효(伯兪之孝)

 

伯兪有過어늘 其母笞之한대 泣이어늘 其母曰 他日笞 子未嘗泣이라가 今泣 何也 對曰 兪得罪 笞常痛이러니 今母之力 不能使痛이라 是以泣하노이다. 《 소학 

 

■ 내용연구

◈ 伯兪有過 其母笞之 泣(백유유과 기모태지 읍) : 백유가 잘못이 있거늘, 그 어머니가 그를 매질하니, (그가) 울거늘,

過 : 허물. 허물. 之 : '伯兪'를 가리키는 대명사

◈ 他日笞 子未嘗泣(타일태 자미상읍) : 전에 매질을 할 때는 네가 일찍이 울지를 않다가,

他日 : 다른 날, 전날

子 : 너. 그대. 당신[2인칭 대명사]

◈ 未嘗泣(미상읍) : 일찍이 울지 않다.→ 예전에 운적이 없다.

未嘗 : '일찍이 ∼하지 않다', ' 예전에 ∼한 적이 없다'

◈ 今泣 何也(금읍 하야) : 지금 우는 것은 무엇 때문이냐 ?

何也 : 어찌된 일인가?, 무엇 때문인가?

也 : 의문 조사.

◈ 兪得罪 笞常痛(유득죄 태상통) : 제가 잘못했을 때에(어머님이 때리는) 매가 항상 아프더니,

兪 : 윗사람에게 자신을 낮추어 공경하는 뜻으로 이름을 직접 말한 것이다. '저', '제가' 정도의 뜻.

得罪 : 죄를 얻다. 즉 '잘못했다'는 의미.

◈ 今母之力 不能使痛(금모지력 불능사통) : 지금은 어머님의 힘이(저를) 아프게 할 수가 없으니(아프게 하지 못하니),

使痛 : (저로 하여금, 저를) 아프게 하다.(=使兪痛)

◈ 是以 泣( 시이 읍) : 이런 까닭에 우는 것입니다.

是以 : '이 때문에', '이런 까닭에'

■ 본문풀이

백유가 잘못이 있거늘, 그 어머니가 그를 매질하니, (그가) 울거늘, 그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전에 매질을 할 때는 네가 일찍이 울지 않다가, 지금 우는 것은 무엇 때문이냐?"

백유가 대답하였다. " 제가 잘못했을 때에는 매가 항상 아프더니, 지금은 어머니의 힘이 (저를) 아프게 할 수가 없으니, 이런 까닭에 우는 것입니다."

 

○ 왕연지효(王延之孝)

 

王延이 事親色養하더니 夏則扇枕席하고 冬則以身溫被하며, 隆冬盛寒에 體常無全衣나 而親極滋味하더라. 《 소학 

 

■ 내용연구

◈ 王延 事親色養(왕연 사친색양) : 왕연이 어버이를 섬김에 (온화하고 즐거운) 안색으로 봉양을 하더니,

事 : 섬기다.

色養 : 온화하고 즐거운 안색으로 (부모님을) 봉양하다.

◈ 夏則扇枕席(하칙선침석) : 여름에는 베개와 자리에 부채질을 하였고, 則 : ' ∼ 에는',  ' ∼에 있어서는'. 어기(語氣)를 강하게 하는 구실을 함.

◈ 冬則以身溫被(동칙이신온피) : 겨울에는 몸으로 이불을 따뜻하게 하였으며,

以 : '∼으로(써)'.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냄.

◈ 隆冬盛寒 體常無全衣(융동성한 체상무전의) : 한겨울 한창 추울 적에(자신은) 몸에 늘 온전한 옷도 없었으나,

隆冬 : 한겨울(=嚴冬). 盛寒 : 한창 심한 추위(=極寒)

◈ 而親極滋味(이친극자미) : 그러나 부모님께서는 맛있는 음식을 극진하게 해드렸다.

而 : 그러나[역접], 滋味 : 맛있는 음식

■ 본문풀이

왕연이 어버이를 섬김에 (온화하고 즐거운) 안색으로 봉양을 하더니, 여름에는 베개와 자리에 부채질을 하였고, 겨울에는 몸으로 이불을 따뜻하게 하였으며, 한 겨울 한창 추울 적에(자신은) 몸에 늘 온전한 옷도 없었으나, 부모님께는 맛있는 음식을 극진하게 해 드렸다.

 

○ 왕상이어王祥鯉魚)

 

王祥이 性孝하더니 蚤喪親하고, 繼母朱氏不慈하야 數讒之하니, 由是로 失愛於父하야 每使掃除牛下어든 祥愈恭謹하며 父母有疾이어든 衣不解帶하며 湯藥必親嘗하더라. 母嘗辱生魚러니, 時에 天寒氷凍이어늘, 祥解衣하고 將剖氷求之러니, 氷忽自解하여 雙鯉躍出이어늘 指之而歸하니라. 母又思黃雀炙러니, 復有雀數十이 飛入其幕이어늘, 復以供母하니, 鄕里驚嘆하야 以爲孝感所致라 하더라. 有丹柰結實이어늘, 母命守之한대, 每風雨에 祥輒抱樹而泣하니, 其篤孝純至가 如此하더라.<소학·善行>

 

■ 내용연구

◈ 王祥性孝(왕상성효) : 왕상은 성품이 효성스러웠다.

◈ 繼母朱氏不慈 數讒之(게모주씨불자 삭참지) : 계모인 주씨가 자애롭지 않아 자주 그를 헐뜯으니,

◈ 由是 失愛於父(유시 실애어부) : 이로 말미암아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잃어

◈ 每使掃除牛下 祥愈恭謹(매사소제우하 상유공근) : 매양 (그로) 하여금 소똥을 소제하게 하면 왕상이 더욱 공손하고 삼갔으며,

◈ 父母有疾 衣不解帶 湯藥必親(부모유질 의불해대 탕약필친) : 부모님이 병환이 있으면 옷에서 띠를 풀지 않았으며, 약을 끓일 적에 반드시 몸소 맛을 보았다.

◈ 母嘗辱生魚 時 天寒氷凍(모상욕생어 시 천한빙동) : 어머니가 일찍이 산 물고기를 먹고 싶어 하였는데, 때는 날씨가 추워 얼음이 얼었다.

◈ 祥解衣 將剖氷求之(상해의 장부빙구지) : 왕상이 옷을 벗고 장차 얼음을 깨고 그것을 구하려 하니

◈ 氷忽自解 雙鯉躍出(빙홀자해 쌍리약출) : 얼음이 갑자기 저절로 풀려 잉어 두 마리가 뛰어 나왔다.

◈ 母又思黃雀炙(모우사황작자) : 어머니가 또 참새구이를 생각했다.

◈ 鄕里驚嘆 以爲孝感所致(향리경탄 이위효감소치) : 마을에서는 놀라고 탄복하여, 효성에 감응되어 이른 것이라 하였다. 라 하더라.

◈ 有丹柰結實母命守之(유단내결실모명수지) : 붉은 능금나무가 있어 열매를 맺거늘, 어머니가 그것을 지키라고 명령하였는데,

◈ 每風雨 祥輒抱樹而泣 其篤孝純至 如此(매풍우 상첩포수이읍 기독효순지 여차) : 매양 비바람이 불면 왕상은 그때마다 나무를 안고 울었으니, 그의 돈독한 효성의 순수하고 지극함이 이와 같았다.

■ 본문풀이

왕상은 성품이 효성스러웠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인 주씨가 자애롭지 않아 자주 그를 헐뜯으니, 이로 말미암아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잃었다. 그래서 매양 (그로) 하여금 소똥을 소제하게 하면 왕상이 더욱 공손하고 삼갔으며, 부모님이 병환이 있으면 옷에서 띠를 풀지 않았으며, 약을 끓일 적에 반드시 몸소 맛을 보았다.

어머니가 일찍이 산 물고기를 먹고 싶어 하였는데, 때는 날씨가 추워 얼음이 얼었다. 왕상이 옷을 벗고 장차 얼음을 깨고 그것을 구하려 하니, 얼음이 갑자기 저절로 풀려 잉어 두 마리가 뛰어 나와 그것을 가지고 돌아 왔다. 어머니가 또 참새구이를 생각하였는데 또 참새 수 십 마리가 있어 그의 장막으로 날라 들거늘, 다시 그것을 어머니에게 드리니, 마을에서는 놀라고 탄복하여, 효성에 감응되어 이른 것이라 하였다. 라 하더라. 붉은 능금나무가 있어 열매를 맺거늘, 어머니가 그것을 지키라고 명령하였는데, 매양 비바람이 불면 왕상은 그때마다 나무를 안고 울었으니, 그의 돈독한 효성의 순수하고 지극함이 이와 같았다.

 

○ 불언장단(不言長短)

 

昔黃相國喜 微時行役이라가 憩于路上이라 見田夫駕二牛而耕者하고 問曰 二牛何者爲勝고하니 田夫不對하고 輟耕而至하여 附耳細語曰 此牛勝이니이다하다 公怪之曰 何以附耳相語오하니 田夫曰 雖畜物이라도 其心與人同也니이다 此勝則彼劣하니 使牛聞之 寧無不平之心乎리오하다 公大悟하여 遂不復言人之長短云이라하다. 《 소학 

 

■ 내용연구

◈ 相國(상국) : 영의정

◈ 微時行役(미시행역) : 벼슬하지 않아 보잘 것 없던 때에 여행하다가

◈ 憩于路上(게우노상) : 길 위에서 쉬었다.

◈ 見田夫架二牛而耕者(견전부가이우이경자) : 농부가 두 마리의 소를 멍에하고서 밭을 가는 자를 보고

◈ 何者爲勝(하자위승) : 어느 것이 나은가 ?

◈ 轍耕而至(철경이지) : 밭갈이를 그치고 이르다.

◈ 怪而問之(괴이문지) : 괴상하게 여겨서 그 까닭을 물었다.

◈ 何以附而相語(하이부이상어) : 무엇 때문에 귀에 대고 서로 말합니까 ?

◈ 雖畜物 其心 與人同也(수축물기심여인동야) : 비록 짐승이라도 그 마음은 사람과 더불어 같다.

◈ 此勝則彼劣(차승즉피열) : 이것이 나으면 저것은 열등하다.

◈ 寧無不平之心乎(영무불평지심호) : 어찌 불평하는 마음이 없겠는가?

◈ 大悟 遂不復言人之長短云(대오 수불부언인지장단운) : 크게 깨닫고 드디어 다시는 남의 장단을 말하지 않았다고 하니라.

■ 본문풀이

예전에 재상 황희가 아직 벼슬하지 않았을 때, 여행을 하다가 길가에서 쉬면서 농부가 두 마리의 소를 멍에하고서 밭을 가는 것을 보고는 물어 말하기를, "두 마리의 소 중 어느 것이 더 낫습니까?" 하니, 농부는 대답하지 아니하고 밭갈이를 그치고 와서 귀에 대고 속삭여 말하기를, " 이 소가 낫습니다." 하거늘, 공이 괴상하게 여겨 말하기를, " 무엇 때문에 귀에 대고 서로 말합니까?" 하니 농부가 말하기를, "비록 짐승이라 할지라도 그 마음은 사람과 더불어 같습니다. 이것이 나으면 저것은 못한 것이니, 소로 하여금 이 말을 듣게 한다면, 어찌 불평하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하니, 공이 크게 깨달아, 드디어 다시는 남의 장·단점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 형제투금(兄弟投金)

 

高麗恭愍王時에 有民兄弟偕行이라가 弟得黃金二錠하여 以其一로 與兄이라. 至孔巖津하여 同舟而濟할새, 弟忽投金於水하니, 兄怪而問之한대,答曰 "吾平日에 愛兄篤이러니, 今而分金에 忽生忌兄之心이라. 此乃不祥之物이니 不若投諸江而忘之라."하니 兄曰 "汝之言이 誠是矣로다."하고 亦投金於水러라.≪신증동국여지승람≫

 

■ 내용연구

◈ 有民兄弟偕行(유민형제해행) : 어떤 백성의 형제가 함께 길을 가다가,

有 : 어떤, 偕 : 함께, 같이

◈ 弟得黃金二錠 以其一 與兄(제득황금이정 이기일 여형) : 동생이 황금 두 덩이를 얻어, 그하나를 형에게 주었다.

以其一 : 그 하나로써, 그 한 덩이를

以 : ∼로써, ∼로. 與 : 주다.

◈ 弟忽投金於水 兄怪而問之(제홀투금어수 형괴이문지) : 동생이 갑자기 강물에 황금을 던져 버리니, 형이 괴이하게 여겨 그것을 물었다.

怪而問之 : 괴이하게 여겨 그것을 묻다.

之 : 황금 한 덩이를 물에 던진 까닭을 가리킴[지시 대명사]

◈ 吾平日 愛兄篤(오평일 애형독) : 제가 평소에 형님을 사랑함

平日 : 평소, 평상시

◈ 今而分金 忽生忌兄之心(금이분금 홀생기형지심) : 지금 황금을 나누고 나니 갑자기 형님을 꺼려하는 마음이 생겼다.

◈ 此乃不祥之物 不若投諸江而忘之(차내불상지물불약투제강이망지) : 이것은 바로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니, 강물에 그것을 던져 잊어버리느니만 못하다.

乃 : 바로, 곧

不若 : ∼하는 것만 못하다.[비교]

投諸江 : 강에 그것을 던지다.(=投之於江)

諸 = 之於

◈ 汝之言 誠是矣(! 여지언 성시의) : 너의 말이 진실로 옳다.

誠 : 진실로

■ 본문풀이

고려 공민왕 때에 백성중의 어떤 형제가 함께 길을 가다가 동생이 황금 두 덩이를 주워 그 중위 하나를 형에게 주었다. 공암진에 이르러 배를 함께 타고 건널 때, 동생이 갑자기 금을 물에 던졌다. 형이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것(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제가 평소에 형을 사랑함이 두터웠는데 이제 금을 나누니 갑자기 형을 꺼리는 마음이 싹텄으니, 이것은 바로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라. 그것을 강에 던져서 잊어버리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라고 했다. 형이 말하기를, "너의 말이 진실로 옳다."하고, 또한 금을 물속에 던졌다.

 

■ 우애 이야기

 

옛날 한 마을에 장님과 앉은뱅이 두 장애인이 이웃에 살았다.

두 사람은 장애인끼리 동병상련으로 몹시 친하게 지내며 의형제를 맺었다. 그들은 매일 만나 형님 아우 하면서 사이좋게 지냈는데 장님은 동네 사람들로부터 들은 얘기를 전했고, 앉은뱅이는 자기가 본 바를 장님에게 들려주었다.

어느 봄날, 두 사람은 남들처럼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장님이 앉은뱅이를 업고 가까운 절로 떠났다. 앉은뱅이는 장님의 등에 업혀 귀를 잡고 방향을 지시하면서 자기가 본 경치를 장님에게 들려주었다. 두 사람은 도중에 경치 좋은 연못가의 나무 그늘에서 쉬게 되었다.

연못을 바라보던 앉은뱅이가 장님에게 소곤거렸다.

"형님, 아무래도 연못 속에 있는 누런 돌덩이가 황금덩이 같습니다."

" 그래, 그럼 건지세."

두 사람이 갖은 고생을 하며 건진 건 분명 황금 덩이었다.

앉은뱅이가 장님에게 말했다.

"형님, 이 황금은 형님이 가지십시오."

"아우님, 무슨 말이오. 그건 아우님 몫이야. 아우님이 발견했잖아."

" 아닙니다. 형님이 가지셔야합니다. 형님이 아니었다면 어찌 제가 이곳에 올 수가 있었겠습니까 ?"

" 아니, 그건 분명 아우님 몫이야. 아우님이 없었다면 내가 어찌 이곳에 왔을 테며, 또 왔다손 치더라도 내가 어찌 황금을 볼 수 있었겠는가 ? 그러니 아우님 몫일세."

한참을 그러다가 결론이 나지 않자, 장님이 말했다.

"아우님, 우리 두 사람 비록 성치 못한 몸이지만 이제까지 남달리 돈독하게 지냈는데, 혹 이후에 이 황금 덩이로 우리 둘 사이의 우애에 금이 갈지 모르니 차라리 제자리에 갖다 버리는 게 어떨까 ?"

"형님, 좋은 생각입니다. 황금보다 우리의 우애가 더 소중하지요. 그렇게 합시다."

두 사람은 황금 덩이를 연못에 도로 넣고는 다시 길을 떠났다.

그들이 떠난 후, 한 욕심 많은 첨지가 논에 물을 대고자 삽을 어깨에 메고 연못가를 지나치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 연못 속에서 큰 뱀 한 마리가 나와 첨지의 발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첨지는 깜짝 놀란 나머지 삽으로 뱀을 두 동강 내어 연못으로 던져 버렸다.

장님과 앉은뱅이가 절에서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연못가를 지나는데 신기하게도 연못 속에 황금 두 덩이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 형님. 아까 본 황금 덩이가 두 개로 나누어져 있군요."

"그래! 부처님께서 우리 두 사람을 불쌍히 여기시어 가피(加被)를 내리신 게로군. 그럼 우리 나눠 가지세. "

두 사람은 황금 덩이를 나누어 가진 후, 더욱 우의를 돈독히 다지며 여생을 잘 보냈다 한다.

 

○ 음덕양보(陰德陽報)

 

孫叔敖爲瓔兒(손숙오위영아)
出遊而還 憂而不食(출유이환 우이불식)
其母 問其故(기모 문기고)
泣而對曰 今日 吾見兩頭蛇(읍이대왈 금일 오견양두사)
恐去死無日矣(공거사무일의 )
母曰 今蛇安在(모왈 금사안재)
見兩頭蛇者死(견양두사자사)
恐他人又見 吾已埋之矣(공타인우견 오이매지의)
有陰德者 陽報之(유음덕자 양보지)
德勝不祥 仁除百禍(덕승불상 인제백화)
天之處高聽卑 爾必興於楚(천지처고청비 이필흥어초)

■ 내용연구

◈ 孫叔敖爲瓔兒(손숙오위영아) : 손숙오가 어린애이었을 때에

◈ 出遊而還 憂而不食(출유이환 우이불식) : 나가 놀다가 돌아와서 걱정하며 밥을 먹지 않았다.

◈ 其母 問其故(기모 문기고) : 그의 어머니가 그 까닭을 물으니

◈ 泣而對曰 今日 吾見兩頭蛇(읍이대왈 금일 오견양두사) : 울면서 대답하여 이르기를 오늘 나는 양두사를 보았습니다.

◈ 恐去死無日矣(공거사무일의 ) : 아마도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

◈ 母曰 今蛇安在(모왈 금사안재) :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지금 뱀이 어디 있느냐 ?

◈ 見兩頭蛇者死(견양두사자사) : 양두사를 본 사람은 죽는다.

◈ 恐他人又見 吾已埋之矣(공타인우견 오이매지의) : 다른 사람이 또 볼까 두려워 내가 이미 땅에 묻었다.

◈ 有陰德者 陽報之(유음덕자 양보지) : 음덕이 있는 사람은 드러나게 보답 받는다.

◈ 德勝不祥 仁除百禍(덕승불상 인제백화) : 덕은 상서롭지 못한 것을 이기고, 인은 온갖 재앙을 없앤다.

◈ 天之處高聽卑 爾必興於楚(천지처고청비 이필흥어초) : 하늘은 높은데 있으면서 낮은 데의 일을 들으니, 너는 반드시 초나라에서 잘 될 것이다.

■ 본문풀이

손숙오가 어린 아이였을 때에 나가 놀다가 돌아와서 걱정하며 밥을 먹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가 그 까닭을 물으니, 울면서 대답하여 이르기를 오늘 나는 양두사를 보았으니, 아마도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지금 뱀이 어디 있느냐? 하니 제가 듣기에 '양두사를 본 사람은 죽는다.'고 했으니,"다른 사람이 또 볼까 두려워 내가 이미 땅에 묻었다." 어머니는 "걱정 마라. 너는 죽지 않는다. 내가 듣건대, '남몰래 베푼 덕이 있는 사람은 드러나게 보답 받는다.'하니 덕은 상서롭지 못한 것을 이기고, 인은 온갖 재앙을 없앤다.

하늘은 높은데 있으면서 낮은 데의 일을 들으니, 너는 반드시 초나라에서 잘될 것이다." 라고 말하였다. 어른이 되어 영윤이 되었다.

 

손순매아(孫順埋兒)

 

孫順者는 新羅牟梁里人이라. 父沒에 與妻同傭作人家하여 得米穀하여 養老母러라. 順有小兒하여 每奪母食이라. 順難之하여 謂其妻曰, "兒可得이나 母不可再求로대 而奪其食하여 使母飢甚하니 且埋此兒하여 以圖全養하리라." 하고 乃負兒하여 歸醉山北郊라. 掘地라가 忽得石鐘한대 甚奇라.

夫婦驚怪하여 乍懸林木上하여 試擊之라가 從容可愛라. 妻曰, "得異物은 殆兒之福이니 不可埋也라."하니 夫亦以爲然하여 負兒與鐘而還이라. 興德王이 聞鐘聲하여 使人檢之하고 以爲純孝所致라. 乃賜屋一區하고 歲給米五十石하여 以尙純孝焉이러라. [삼국유사]

 

■ 내용연구

◈ 孫順埋兒(손순매아) : 손순이 아이를 묻다.

◈ 父沒 女妻同傭作人家(부몰 여처동용작인가) : 아버지가 죽자 처와 더불어 남의 집에 고용되어 일했다.

◈ 順有小兒 每奪母食(순유소아 매탈모식) : 손순에게 어린 아이가 있어 매번 어머니의 음식을 빼앗다.

◈ 順難之(순난지) : 손순이 이것을 난감해 하다.

◈ 奪其食 使母飢甚(탈기식 사모기심) : 그 음식을 뺏어 어머니로 하여금 몹시 굶주리게 하다.

◈ 且埋此兒 以圖全養(차매차아 이도전양) : 장차 이 아이를 묻어 그것으로써 온전히 봉양함을 도모하다.

◈ 掘地忽得石鐘 甚奇(굴지홀득석종 심기) : 땅을 파다가 문득 석종을 얻었는데 매우 기이하였다.

◈ 乍懸林木上試擊之(사현림목상시격지) : 잠깐 숲속 나무 위에 걸어 놓고 시험 삼아 그것을 치다.

◈ 得異物殆兒之福(득이물태아지복) : 기이한 물건을 얻는 것은 아마도 아이의 복이다.

◈ 夫亦以爲然 負兒與鐘而還(역이위연 부아여종이환) : 남편이 또한 그렇다고 여겨 아이와 종을 지고 돌아오다.

◈ 聞鐘聲使人檢之(문종성사인검지) : 종소리를 듣고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 조사하게 하다.

◈ 乃賜屋一區 歲給米五十石(내사옥일구 세급미오십석) : 이에 집 한 채를 하사하고 해마다 쌀 50석을 주다.

■ 본문풀이

손순이란 사람은 신라 모량리 사람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심에 처와 함께 남의 집에 고용되어 일하여서 미곡을 얻어 노모를 봉양하였다.

손순에게 어린아이가 있어서 매번 음식을 빼앗으니 손순이 그것을 난감해하여 그의 처에게 일러 말하기를,

"아이는 얻을 수 있으나 어머니는 다시 구할 수 없는데, 그 음식을 빼앗아서 어머니를 몹시 굶주리게 하니 장차 이 아이를 묻어서 온전히 봉양함을 도모하리라."

하고 곧 아이를 업고서 취산의 북쪽 언덕으로 갔다.

땅을 파다가 문득 석종을 얻었는데 매우 기이하였다. 부부가 놀라고 괴이하게 여겨 잠깐 숲의 나무 위에 걸어 놓고 시험 삼아 그것을 치니 은은하여 사랑할만 하였다.

처가 말하기를

" 기이한 물건을 얻은 것은 아마도 아이의 복이니 묻을 수 없다."

하니 남편이 또한 그렇다고 여겨서 아이와 종을 지고 돌아왔다.

흥덕왕이 종소리를 듣고서 사람으로 하여금 조사하게 하고, 지순한 효가 이르게 한 바라고 여겼다.

이에 집 한 채를 하사하고, 해마다 쌀 50석을 주어 지순한 효를 숭상하였다.

 

經筵日記

  개관
이후백(1520~1578)의 청렴함을 기록한 이야기다. 명종에서부터 선조에 이르기까지 17년간 율 곡 이이(1536~1584)가 조정에 있으면서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한 <石潭日記>에 실려 전한다.

 

 본문

李後白 ,  字季眞, 號靑蓮. 明宗朝, 文科,  官至吏曹判書.

公爲銓長 , 務崇公道, 不受請託, 雖親舊, 若頻往候, 則甚不韙之.

一日有族人來謁, 示求官之意, 公變 色, 示以一小冊子,  多記人姓名,  將以除官者也.

族人姓名,  亦在其中,  公曰  吾錄子名, 將以擬望 , 今子有求官之語, 若求者得官, 則非公道, 子若不言, 可以得官, 惜哉.

公每除一官, 遍問其人可否, 若誤除不合之人, 則輒終夜不眠, 恐誤國事. 
(栗谷全書)
1. 李後白:당대를 대표하던 시인 崔慶昌, 白光勳을 스승으로 삼아 시문에 능하였다. 문과에 급제하여 홍문관, 예문관의 제학을 거쳐 이조판서에 올랐다.
2. 銓長:관리를 전형하던 관청으로 곧 吏曹의 장관인 吏曹判書를 말한다.
3. 擬望:임관 후보자를 정하는 일을 말한다.

 

■ 내용연구

◈ 吾錄子名將以擬望(오록자명장이의망) : 내가 자네의 이름을 적어서 장차 관직을 제수하려 하였더니

擬望 : =備擬. 관원()을 임명()할 때 이조()ㆍ병조()에서 세 사람의 후보자()를 추천()하던 일.

 

■ 본문풀이

이후백은 字가 季眞, 號가 靑蓮으로  明宗朝에 文科에 급제하여  벼슬이 이조판서에 이르렀다.

공이 시험관이 되었을 때, 공도를 높이기에 힘써서 청탁을 받지 않았으니, 비록 친구이라 할지라도 만약 자주 와서 안부를 물으면 매우 그것을 옳지 않게 여겼다.

어느 날 친척이 와서 배알하여 관직을 구한다는 뜻을 보이거늘, 공이 안색을 바꾸면서 한 권의 작은 책자를 보여 주었는데, 사람의 성명을 기록함이 많았으니 장차 벼슬에 제수할 사람들이었다. 친척의 성명도 또한 그 안에 있었다. 공이 말하기를 " 내가 자네의 이름을 적어서 장차 관직을 제수하려 하였더니, 지금 자네에게서 벼슬을 구하는 말이 있구나! 만약 구한 자가 벼슬을 얻으면 공도가 아니니, 자네가 만약 말하지 않았으면 벼슬을 얻을 수 있었는데 애석하구나!" 하였다. 공이 매양 한 벼슬을 제수 할 때마다 두루 그 사람의 가부를 묻고, 만약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잘못 제수 하였으면 곧 문득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국사를 그르칠까 두려워하였다.

 

○ 패령자계(佩鈴自戒)

  개관

星湖 李瀷(1579∼1624)의 曾祖父요, 梅山 李夏鎭(성호의 부친)의 조부인 少陵 李尙毅(1560∼1624)의 逸話이다.
'東平尉公私聞見錄'에 전한다. 동평위는 鄭在崙(1648∼1723)을 말한다. 그는 孝宗의 다섯째 딸인 淑靜公主와 결혼하여 동평위 封號를 받았고, 謝恩使로 세 차례나 청나라에 다녀왔다. 저서로 '閑居漫錄' 등이 있다.

 

본문

李尙毅가 兒時에 性甚輕率하여 坐不耐久하고 言輒妄發하니 父母가 憂之하여 頻有責言이어시늘 公이 佩少鈴以自戒하여 每聞鈴聲에 猛加警飭하여 出入坐臥에 未嘗捨鈴하더니, 今日感一分하고 明日感一分하여 及至中年之後에 渾然天成하니 後人之戒輕薄子弟者가 必擧李公하여 以爲則云이러라.

 

■ 본문풀이

이상의가 아이였을 때 성품이 몹시 경솔하여, 앉아서도 오래 견디지 못하고, 말만 하면 빈번이 망령되이 말했다. 부모가 그것을 걱정하여 자주 책망하는 말을 하시니, 공은 작은 방울을 허리에 차서 스스로를 경계하여 방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더욱 경계하고 삼감을 더해서, 나가서나 들어와서나, 앉아서나 누워서나 일찍이 방울을 때어낸 적이 없더니, (실수를) 오늘 조금 줄이고 내일 조금 줄여서, 중년이 지난 뒤에 온전히 천성적인 것처럼 되었다. 후인 중에 경박한 자제를 경계하려는 사람은 꼭 이공을 들어서 모범을 삼았다고 한다.

 

○ 청렴결백(淸廉潔白)

 

楊震遷 東萊太守 當之郡 道經昌邑

​故所擧荊州茂才王密爲昌邑令  謁見 至夜懷金十斤以遺震

震曰 故人知君 君不知故人 何也?

密曰 暮夜無知者

震曰 天知 神知 我知 子知 何謂無知?

密愧而出- 《後漢書》 『楊震傳』

 

■ 본문풀이

양진이 동래태수로 직책이 옮겨져 그 고을로 갈 때 길이 창읍을 지나갔다. (양진이) 예전에 천거했던 형주의 무재인 왕밀이 창읍의 원님이 되어 찾아와 금 열 근을 가지고 와서 양진에게 주었다.

양진은, "친구(양진자신)는 그대를 아는데, 그대가 친구를 모르는 것은 무슨 일인가?"라고 말하였다.

왕밀은, "늦은 밤이라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양진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알거늘, 어찌 모른다고 하시오."라고 말하였다. 왕밀은 부끄러워하며 밖으로 나갔다.

 

○ 존사심공(尊師甚恭)

 

鰲城居相位有達官來謁이라도 皆坐而受拜러니 一日有報申訓導在門이어늘 徒跣而出하야 迎入升堂하고 俛受所言하며 應對甚恭커늘 家人怪問之하니 公兒時所受業者也러라.

翌日往謝所館하고 將綿布十餘端大米數石하야 以供旅次之用한대 其人 行橐所需數斗米足矣라하고 其餘謝不受하니 可見其人之賢必有所可敬者而亦見公尊師好德之誠이니 足以爲範於衰世矣러라<李埈, 蒼石先生文集 卷之十二, 雜著, 異聞錄>

이항복( 1556-1618, 본관 慶州. 字 子常. 號 白沙 · 弼雲 · 淸化眞人 · 東岡 · 素雲. 李夢亮의 아들이며 權慄의 사위. 鰲城府院君. 文忠公)이 정승 자리에 있을 때, 현달한 관리가 와서 뵙더라도 모두 앉아서 절을 받음이러니 하루는 신훈도라는 이가 문앞에 와 있다고 알리자, 公은 맨발로 나아가 (그를) 맞아 들여 마루에 오르고, (그가) 하는 말을 머리를 숙여 들으며 응대가 매우 공손하였다.

집안사람들이 이상히 여겨 물어보니, 이는 공이 어려서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다음날에 公이 머무르는 객관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면포(비단, 솜을 자아 만든 실로 짠 베. 무명) 10여 단과 쌀 몇 섬을 가지고 가서 여행에 드는 비용에 보태도록 하니, 그 사람은 ‘여행에 드는 것은 쌀 몇 말이면 족하다.’ 하고 그 나머지는 사양하고 받지 않았으니, 그 사람의 어짊에 반드시 공경할 만한 것이 있음을 볼 수 있고, 또 公의 스승을 존경하고 덕을 좋아하는 정성이 족히 쇠퇴한 세상에 모범이 되기에 족함을 볼 수 있도다.

- 鰲城은 慶州의 다른 이름

 

○ 맹모단기(孟母斷機)

 

孟子之少也에 旣學而歸러니, 孟母方績타가 問曰 "學이 何所至矣오."하니, 孟子曰 "自若也니이다."하다.

孟母가 以刀로 斷其織이라.

孟子가 懼而問其故한대 孟母曰 "子之廢學은 若吾斷斯織也라."하다.

孟子가 懼하여 旦夕으로 勤學不息하고 師事子思하여 遂成天下之名儒하니, 君子謂 "孟母는 知爲人母之道也라."하니라.

■ 내용연구

◈ 學何所至矣(학하소지의) : 학문이 어느 경지에 이르렀느냐?

 何所矣: 의문문에서  를 앞으로 내어 도치한다

◈ 自若也(자약야) : 전과 같습니다.

 

■ 본문풀이

맹자가 어렸을 적에 학문을 다 마쳤다고 하여 (집으로) 돌아오니, 맹자 어머니가 마침 베를 짜고 있다가 묻기를

"학문이 어느 경지에 이르렀느냐?"

라고 하니, 맹자가 말하기를

"전과 같습니다."라고 하였다.

맹자의 어머니가 칼로 그 (짜던) 베를 끊어버리거늘 맹자가 두려워하며 그 까닭을 물으니, 맹자 어머니가 말하기를

"네가 배움을 그만두는 것은 내가 이 짜던 베를 끊는 것과 같다."

맹자가 두려워하여 조석으로 배움을 부지런히 하여 쉬지 않고 자사를 스승으로 섬겨 마침내 천하에 이름난 학자가 되었다.

군자들이 이르기를 맹자의 어머니는 남의 어머니 되는 도를 알았다고 하니라.

 

○ 형설지공(螢雪之功)

 

晉의 車胤은 字는 武子라. 幼에 恭勤博覽이나 家貧하여 不常得油라.

夏月에 以練囊으로 盛數十螢火하여 照書讀之하여 以夜繼日이러니 後에 官至尙書郞하니라.

今人이 以書窓으로 爲螢窓은 由此也니라.

晉의 孫康이 少에 淸介하여 交遊不雜하나 家貧無油하여 嘗映雪讀書러니 後에 官至御史大夫하니라.

今人이 以書案으로 爲雪案은 由此也니라.≪晋書≫

 

■ 본문풀이

진나라 車胤 의 자는 武子이다. 어려서 공순하고 근면하며 서책을 널리 보더니, 집이 가난하여 항상 기름을 얻지는 못했다.

여름에 비단주머니로 수십 마리의 반딧불을 담아 책을 비추어 읽더니, 뒷날에 벼슬이 상서랑에 이르렀다.

오늘날 사람들이 書窓을 형창이라 함은 이로 말미암았다.

진나라 孫康 은 젊어서 맑고 깨끗하여 사귀어 노는 것이 잡스럽지를 아니하되, 집이 가난하여 기름이 없어 일찍이 눈에 비추어 책을 읽더니 뒤에 벼슬이 어사대부에 이르렀다.

오늘날 사람들이 書案을 雪案이라 함은 이 일에서 말미암았다.

 

○ 어부지리(漁父之利)

 

趙且伐燕이러니 蘇代爲燕하여 謂惠王曰 "今日臣來에 過易水할새 蚌方出曝이러니 而鷸喙其肉하니, 蚌合而箝其喙라. 鷸曰 '今日不雨하고 明日不雨면 卽有死蚌이라.' 하니 蚌亦謂鷸曰 '今日不出하고 明日不出이면 卽有死鷸이라.'하여 兩者가 不肯相舍어늘 漁者가 得而幷擒之라. 今趙且伐燕에 燕趙久相支하여 以蔽大衆이면 臣恐强秦之爲漁父也로소이다. 願王熟計之也하소서." 惠王曰 "善타"하고 乃止하니라. <戰國策·燕>

 

■ 내용연구

◈ 趙且伐燕(조차벌연) : 조나라가 장차 연나라를 치려고 하였더니,

◈ 蘇代爲燕謂惠王曰(소대위연위혜왕왈) : 소대가 연나라를 위해 혜왕에게 말하였다.

爲 : 위하다. 謂 ~ 曰 : ~에게 일러 말하다.'

◈ 過易水 蚌方出曝(과역수방방출폭) : 역수를 지날 적에, 조개가 바야흐로 나와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

◈ 鷸喙其肉 蚌合而箝其喙(휼훼기육 방합이겸기훼) : 황새가 그 살을 쪼이니, 조개가 껍질을 다물어 그 부리를 물었다.

◈ 今日不雨 明日不雨 卽有死蚌(금일불우 명일불우 즉유사방) : 오늘도 비가오지 아니하고, 내일도 비가오지 아니하면 곧, 죽은 조개만 있을 것이다.

◈ 今日不出 明日不出 卽有死鷸(금일불출 명일불출 즉유사휼) : 오늘도 빼내지 못하고, 내일도 빼내지 못하면 곧, 죽은 황새만 있을 것이다. 이라.

◈ 兩者 不肯相舍(양자불긍상사) : 둘 다 서로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 燕趙久相支 以蔽大衆(연조구상지 이폐대중) : 연나라와 조나라가 오래도록 서로 버텨서 대중들을 피폐하게 한다면,

◈ 臣恐强秦之爲漁父也(신공강진지위어부야) : 신은 강한 진나라가 어부가 될까 걱정이 됩니다.

恐 : ~할까 두렵다(걱정이다)

◈ 願王熟計之也(원왕숙계지야) : 원컨대 임금께선 그것을 깊이 헤아리소서.

■ 본문풀이

조나라가 장차 연나라를 치려고 하였더니, 소대가 연나라를 위해 혜왕에게 말하였다. 오늘 신이 올 때, 역수를 지날 적에 조개가 바야흐로 나와서 햇볕을 쬐고 있었는데, 황새가 그 살을 쪼이니, 조개가 껍데기를 다물어 그 부리를 물었습니다... 황새가 '오늘도 비가오지 아니하고, 내일도 비가오지 아니하면 곧, 죽은 조개만 있을 것이다.'라고 하니, 조개도 '오늘도 빼내지 못하고, 내일도 빼내지 못하면 곧, 죽은 황새만 있을 것이다., 라고 하면서 서로 놓아주려 하지 않으니, 어부가 얻어서 그들을 둘 다 사로잡았습니다. 지금 조나라가 연나라를 치려함에, 연나라와 조나라가 오래도록 서로 버텨서 대중들을 피폐하게 한다면, 신은 강한 진나라가 어부가 될까 걱정이 됩니다. 원컨대 임금께선 그것을 깊이 헤아리소서."

혜왕이 "좋다"고 말하고 이에 중지했다.

 

○ 지록위마(指鹿爲馬)

 

丞相趙高가 欲專權이나 恐群臣不聽하여 乃先設驗하여 指鹿獻於二世하여 曰, 馬也니이다 하니, 二世가 笑曰, 丞相이 誤邪아, 指鹿爲馬라 하도다.《사기》

 

■ 내용연구

☞ 丞相趙高 欲專權 恐群臣不聽 乃先設驗 指鹿獻於二世 曰, 馬也(승상조고욕전권공군신불청내선설험지록헌어이세왈마야) : 승상 조고가 권세를 독차지하고자 하나 뭇 신하들이 따르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여 마침내 시험할 일을 만들어 사슴을 가져다가 2세에게 바치고는 말하기를 "말입니다"하였다.

☞ 二世 笑曰丞相 誤邪 指鹿爲馬(이세소왈승상오사지록위마) : 승상이 틀렸도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는구나.

■ 본문풀이

승상 조고가 권세를 독차지하고자 하나 뭇 신하들이 따르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여 마침내 시험할 일을 만들어 사슴을 가져다가 2세에게 바치고는 말하기를 "말입니다"하니, 이세가 웃으면서 말하였다. " 승상이 틀렸도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는구나."

 

○ 호가호위(狐假虎威)

 

虎求百獸而食之라가 得狐하니 狐曰 "子는 無敢食我也리라. 天帝使我로 長百獸하니 今子食我면 是는 逆天命也라. 子以我爲不信이어든 吾爲子先行하리니, 子隨我後하여 觀百獸之見我而敢不走乎아."하니 虎以爲然이라. 故로 遂與之行하니 獸見之하고 皆走어늘, 虎不知獸畏己而走也하고 以爲畏狐也러라.《전국책》

■ 내용연구

◈ 虎求百獸而食之(호구백수이식지) : 호랑이가 온갖 짐승을 구하여 그것을 잡아먹다가

◈ 子 無敢食我也(자무감식아야) : 그대는 감히 나를 잡아먹지 못하리라.

◈ 天帝使我 長百獸(천제사아장백수) : 하느님이 나로 하여금 모든 짐승들의 우두머리를 삼았다.

◈ 今子食我是逆天命也(금자식아시역천명야) : 이제 네가 나를 잡아먹는다면 이는 천명을 어긴 것이다.

◈ 子以我爲不信(자이아위불신) : 그대가 나를 미덥지 못하다고 여긴다면

◈ 吾爲子先行(오위자선행) : 내가 그대를 위하여 앞서 가리니

◈ 子隨我後(자수아후) : 그대는 내 뒤를 따라오면서

◈ 觀百獸之見我而敢不走乎(관백수지견아이감부주호) : 온갖 짐승들이 나를 보고도 감히 달아나지 않는가를 보아라

◈ 虎以爲然(호이위연) : 호랑이가 그렇다고 여겼다

◈ 虎不知獸畏己而走也 以爲畏狐也(호부지수외기이주야 이위외호야) : 호랑이는 짐승들이 자기를 두려워하여 달아난 것을 알지 못하고 여우를 두려워한 것이라고 여겼다.

■ 본문풀이

호랑이가 온갖 짐승을 구하여 그것을 잡아먹다가 여우를 잡았더니, 여우가 말하기를 "그대는 감히 나를 잡아먹지 못하리라. 하느님이 나로 하여금 모든 짐승들의 우두머리 노릇을 하게 하셨으니, 이제 그대가 나를 잡아먹는다면 이는 천명을 어긴 것이다. 그대가 나를 미덥지 못하다고 여긴다면, 내가 그대를 위하여 앞서 가리니,

그대는 내 뒤를 따라오면서 온갖 짐승들이 나를 보고도 감히 달아나지 않는가를 보아라."하니, 호랑이가 그렇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드디어 그 여우와 함께 가니, 짐승들이 그들을 보고 모두 달아나거늘, 호랑이는 짐승들이 자기를 두려워하여 달아난 것을 알지 못하고 여우를 두려워한 것이라고 여겼다.

 

○ 모순(矛盾)

 

楚人에 有粥盾與矛者러니, 譽之曰 "吾盾之堅은 莫能陷也라."하고 又譽其矛曰 "吾矛之利는 於物에 無不陷也라."하니 或曰 "以子之矛로 陷子之盾이면 何如오?" 其人이 不能應也러라.《한비자》

 

■ 내용연구

◈ 楚人 有粥盾與矛者(초인 유죽순여모자) : 초나라 사람(중)에 방패와 창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有 ∼ 者 : ' ∼하는 사람이 있다.'

盾與矛 : 방패와 창, 여기서 與는 '∼와 (과)∼'의 뜻임

[병렬접속사]

◈ 莫能陷也(막능함야) : 어느 것으로도 뚫을 수가 없다.

莫 : 대명사의 성격을 띠고 있는 부정사로서, '∼하는 것이

아무도 없다"는 의미를 지닌다.

能 : ' ∼할 수 있다.[가능의 뜻]

陷 : 여기서 '陷'은 '破'의 뜻으로 '부수다', 뚫다'라는 의미.

利 : 날카롭다. : 銳利(예리)

이롭다. : 便利(편리)

이익 : 私利

◈ 於物(어물) : 물건에 있어(어떤 물건에 대해서도)

◈ 無不陷也(무불함야) : 뚫지 못하는 것이 없다.

無不 :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

∼하지 아니함이 없다.[이중 부정]

◈ 或曰(혹왈) :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或 : 어떤 사람(或者, 或人)

◈ 以子之矛(이자지모) : 당신의 창으로써(창을 가지고)

以 : '∼로'. '∼로써.'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냄

子 : 2인칭 대명사.! 그대. 당신.

◈ 陷子之盾 何如(함자지순 하여) : 당신의 방패를 뚫으면(찌르면) 어떠한가?

何如 : '어떻게 되겠는가?'라는 의미, 주로 어떤 상황을 물을 때 쓴다.

 

■ 본문풀이

초나라 사람(중)에 방패와 창을 파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것을 자랑하여 말하기를 " 내 방패의 견고함은 어느 것으로도 뚫을 수가 없다."라고 하고 또 그 창을 자랑하여 말하기를 " 내 창의 날카로움은 어떤 물건에 대해서도 뚫지 못하는 것이 없다."라고 하였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당신의 창으로 당신의 방패를 뚫으면 어떻게 되는가?"라고 하니, 그 사람이 대답할 수가 없었다.

 

○ 기우설(騎牛說) < 權近>

 

吾甞謂山水遊觀。惟心無私累。然後可以樂其樂也。友人李公周道家居平海。每月夜。

酒騎牛。遊於山水之間。平海號稱形勝。其遊觀之樂。李君能盡得古人所不知之妙也。

寓目於物者。疾則粗。遅則盡得其妙。馬疾牛遅。騎牛。欲其遅也。想夫明月在天。

山高水闊。上下一色。俯仰無垠。等萬事於浮雲。寄高嘯於淸風。縱牛所如。隨意自酌。

胷次悠然。自有其樂。此豈拘於私累者所能爲也。古之人亦有能得此樂者乎

坡公赤壁之遊殆 庶幾矣。然乘舟危。則不若牛背之安也。無酒無肴。敀而謀婦。則不若自携之易也。

桂棹蘭槳。不旣煩矣乎。捨舟而山。不旣勞矣乎。騎牛之樂。人孰知之。及於聖人之門。其見

喟然之嘆無疑也​右騎牛說。予少作也。失其藁今三十餘年矣。一日坐政府。與參知崔公迤語。

及李公騎牛之事。崔公因誦此說無遺。盖崔公甞從李公於平海者也。誦之三十年而不忘。予聞而喜。

請書以敀。雖其辭語鄙拙。不足以觀。然李公志尙之高。

崔公記識之強。因是而可見也。故錄而藏之。以附家集云。時永樂甲申冬十月日。誌。

 

■ 내용연구

◈ 山水遊觀 惟心無私累 然後 可以樂其樂也(산수유관 유심무사루연후가이락기락) : 산수를 유람하는 데는 오직 마음이 사사로움에 얽매임이 없은 뒤에야 그 즐거움을 즐길 수 있다.

◈ 友人李公周道家居平海(우인이공주도가거평해) : 나의 벗 이주도가 평해에 살면서

◈ 每月夜 携酒騎牛(매월야 휴주기우) : 달밤이면 술을 가지고 소를 타고

◈ 遊於山水之間(유어산수지간) : 산수 사이에 놀았다

◈ 凡寓目於物者 疾則粗(범우목어물자 질즉조) : 무릇 사물을 본다는 것은 빠르면 거칠고,

◈ 遲則盡得其妙(지즉진득기묘) : 더디면 그 묘함을 얻을 수 있다.

◈ 馬疾牛遲(마질우지) : 말은 빠르고 소는 느리니

◈ 騎牛欲其遲也(기우욕기지야) : 소를 타는 것은 곧 느리게 하고자 함이다.

◈ 想夫明月在天(상부월재천) : 생각건대, 대저 밝은 달이 하늘에 있으니

◈ 等萬事於浮雲(등만사어부운) : 만사를 뜬구름과 같이 여기고

◈ 寄高嘯於淸風(기고소어청풍) : 긴 휘파람을 맑은 바람에 보내며

◈ 縱牛所如隨意自酌(종우소여수의자작) : 소가 가는 대로 놓아두고, 생각나는 대로 스스로 술을 부어 마시면

◈ 胸次悠然 自有其樂(흉차유연자유기락) : 가슴이 침착하고 태연하여 스스로 그 즐거움이 있으니

◈ 此豈拘於私累者(차기구어사루자) : 이것이 어찌 사사로움에 얽매인 자가

◈ 所能爲也(소능위야) :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

■ 본문풀이

나는 일찍이 "산수를 유람하는 데는 오직 마음이 사사로움에 얽매임이 없는 뒤에야 그 즐거움을 즐길 수 있다."고 하였다. 나의 벗 이주도가 평해에 살면서, 달밤이면 술을 가지고 소를 타고 산수 사이에 놀았다. 무릇 사물을 본다는 것은 빠르면 거칠고, 더디면 그 묘함을 얻을 수 있다. 말은 빠르고 소는 느리니 소를 타는 것은 곧 느리게 하고자 함이다. 생각건대, 대저 밝은 달이 하늘에 있으니 만사를 뜬구름과 같이 여기고 긴 휘파람을 맑은 바람에 보내며 소가 가는 대로 놓아두고, 생각나는 대로 스스로 술을 부어 마시면 가슴이 침착하고 태연하여 스스로 그 즐거움이 있으니 이것이 어찌 사사로움에 얽매인 자가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옛사람이 또한 이 즐거움을 얻은 자가 있었던가?

소동파(蘇東坡, 그 이름은 軾)의 적벽(赤壁)의 놀이가 거의 근사할 것이다. 그러나 동파가 배를 탄 위태로움은 소 등의 안전함만 못하고, 술도 안주도 없어 집에 돌아가 아내에게 의논하는 것은 스스로 휴대함의 편리함만 못하며, 계도(桂棹,계수나무 돛대)와 난장(蘭槳, 목란 노)은 이미 번거로운 일이고, 배를 버리고 산으로 오르는 것은 이미 수고로운 일이 아닌가. 소를 타는 즐거움을 그 누가 알랴. 성인(聖人) 공자(孔子)의 문하에 있었더라면 위연(喟然)히 탄식함을 보았을 것이 의심되지 않는다.

이상의 기우설(騎牛說)은 내가 소시(少時)에 지은 것으로서 그 초고를 잃은 지가 지금에 삼십여 년이 되었다. 하루는 정부(政府)에 앉아 최 참지(崔參知)와 이야기하다가 우연히 이공의 기우에 대한 말에 미치자, 최공은 그 자리에서 기우설을 하나도 빠짐없이 외었다. 대개 최공은 일찍이 평해에서 이​공과 함께 논 사람이라, 삼십여 년 동안 외어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듣고 기뻐서 써 달라 하여 가지고 돌아왔다. 그 문장은 비록 졸렬하여 볼 만한 것이 없으나, 이공의 고결한 뜻과 최공의 훌륭한 기억력을 이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기록해 간직하였다가 가집(家集)에 붙였다.

영락(永樂) 갑신년(1404, 태종4) 겨울 10월

 

 

 

○ 언사소(言事疏)

 

夫開化云者는 非別件也요 不過開物化民之謂니 則開物化民이 可以無其本而致之乎아. 若親賢遠姦하고 愛民節用하며 信賞必罰之類는 卽所謂本也요 若鍊軍隊하고 利器械하며 通商販之類는 卽所末也라. 西人之法이 雖與中國異나 今考彼所謂萬國史하니 則其興也는 必由於立其本이라. 苟無其本이면 雖强必亡하나니 興亡之迹을 種種可考라. 由是觀之컨대 開化之名이 雖屬創見이나 其實與中國之治로 無以異也라.

<매천집>

■ 내용연구

◈ 夫開化云者非別件也(부개화운자비별건야) : 무릇 개화라 이르는 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고

◈ 不過開物化民之謂(불과개물화민지위) : 물을 열고 백성을 교화하는 것을 이름에 지나지 않으니

◈ 則開物化民可以無其本而致之乎(즉개물화민가이무기본이치지호) : 곧 문물을 열고 백성을 교화함이 그 근본 없이 그것을 이룰 수 있겠는가?

◈ 若親賢遠姦愛民節用(약친현원간애민절용) : 어진 이를 가까이하고 간사한 이를 멀리하며, 백성을 사랑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 信賞必罰之類卽所謂本也(신상필벌지류즉소위본야) : 상을 믿게 하고 벌을 반드시 주는 것과 같은 류는 곧 이른바 근본이다.

◈ 若鍊軍隊利器械(약련군대리기계) : 군대를 조련하고, 기계를 편리하게 하며

◈ 通商販之類卽所末也(통상판지류즉소말랴) : 상업과 판매를 통하게 하는 것과 같은 류는 곧 말엽이다.

◈ 西人之法雖與中國異(서인지법수여중국이) : 서양인의 법이 비록 중국과 다르지만,

◈ 今考彼所謂萬國史則其興也(금고피소위만국사즉기흥야) : 지금 저들의 이른바 만국사를 살피니, 곧 그 흥한 것은

◈ 必由於立其本(필유어입기본) : 반드시 그 근본을 세운 것에서 말미암았다.

◈ 苟無其本雖强必亡(구무기본수강필망) : 진실로 그 근본이 없으면, 비록 강하더라도 반드시 망하나니

◈ 興亡之迹種種可考(흥망지적종종가고) : 흥망의 자취를 종종 살필 수 있다.

◈ 開化之名雖屬創見(개화지명수속창견) : 개화라는 이름이 비록 독창적인 견해에 속하지만,

◈ 其實與中國之治無以異也(기실여중국지치무이이야) : 그것이 사실은 중국의 다스림과 다를 수 없다.

■ 본문풀이

무릇 개화라 이르는 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고, 문물을 열고 백성을 교화하는 것을 이름에 지나지 않으니, 곧 문물을 열고 백성을 교화함이 그 근본 없이 그것을 이룰 수 있겠는가 ? 어진 이를 가까이하고 간사한 이를 멀리하며, 백성을 사랑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상을 믿게하고 벌을 반드시 주는 것과 같은 류는 곧 이른바 근본이다. 군대를 조련하고, 기계를 편리하게 하며, 상업과 판매를 통하게 하는 것과 같은 류는 곧 말엽이다. 서양인의 법이 비록 중국과 다르지만, 지금 저들의 이른바 만국사를 살피니, 곧 그 흥한 것은 반드시 그 근본을 세운 것에서 말미암았다. 진실로 그 근본이 없으면, 비록 강하더라도 반드시 망하나니, 흥망의 자취를 종종 살필 수 있다. 이로 말미암아 그것을 보건대, 개화라는 이름이 비록 독창적인 견해에 속하지만, 그것이 사실은 중국의 다스림과 다를 수 없다.

 

○ 의구(義狗)

 

金蓋仁은 居寧縣人也라. 畜一狗甚怜한대 嘗一日出行할새 狗亦隨之러라. 蓋仁醉臥道周而睡한대, 野燒將及하니, 狗乃濡身于傍川하여 來往環繞하여, 以潤著草茅하여 令絶火道하고, 氣盡乃斃라. 蓋仁旣醒에 見狗迹悲感하여 作歌寫哀러라. 起墳以葬하고 植杖以誌之한대, 杖成樹하니, 因名其地爲獒樹라 하니라.<보한집>

 

■ 내용연구

◈ 醉臥道周而睡(취와도주이수) : 취해 길모퉁이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周 : 모퉁이, 구석

◈ 野燒將及(야소장급) : 들판에 불이 나 장차 (그에게) 미치려 하자,

◈ 狗乃濡身于傍川(구내유신우방천) : 개가 이에 옆에 있는 개울에서 몸을 적셔다가,

◈ 來往環繞 以潤著草茅 令絶火道(왕래환요 이윤착초모 영절화도) : 왔다갔다 하며 (김개인의) 주위를 빙 둘러 풀을 적셔 불길이 끊어지게 하고서,

◈ 潤著 : 적셔서 묻히다.

◈ 氣盡乃斃(기진내폐) : 기운이 다하여 이에 꼬꾸라져 죽었다.

◈ 蓋仁旣醒 見狗迹悲感 作歌寫哀(개인기성 견구적비감 작가사애) : 김 개인이 이미 술이 깨고 나서 개의 행적을 보고 슬프게 느껴져, 노래를 지어 슬픔을 표현했다.

◈ 起墳以葬 植杖以誌之(기분이장 식장이지지) : 봉분을 세워 장사지내고 막대기를 꽂아 표시를 하였는데,

植(치) : 꽂다.

◈ 杖成樹 因名其地爲獒樹(장성수 인명기지위오수) : 막대기가 자라 나무가 되니, 이로 인해 그 땅을 이름 하여 獒樹(개 나무)라 하였다.

■ 본문풀이

김개인은 거령현 사람이다. 한 마리의 개를 길렀는데, 매우 귀여워하였다. 일찍이 하루는 외출을 하는데 개도 또한 그를 따라갔다. 김 개인이 술이 취해 길모퉁이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들판에 불이나 장차 미치려 하자, 개가 이에 옆에 있는 개울에서 몸을 적셔다가, 왔다 갔다 하며 주위를 빙 둘러 풀을 적셔 불길이 끊어지게 하고서, 기운이 다하여 이에 고꾸라져 죽었다. 김 개인이 이미 술이 깨고 나서 개의 행적을 보고 슬프게 느껴져, 노래를 지어 슬픔을 표현했다. 봉분을 세워 장사지내고 막대기를 꽂아 표시를 하였는데, 막대기가 (자라나) 나무가 되니, 이로 인해 그 땅을 일러 '오수'라고 하였다.

 

○ 자경문(自警文)

 

心定者는 言寡니 定心은 自寡言始니라. 每事가 至若可爲之事면 則盡誠爲之하라. 先須大其志하여 以聖人으로 爲準則하여 一毫라도 不及聖人이면 則吾事가 未了니라. 時然後에 言이면 則言不得不簡이니라. 常以戒懼謹獨意思로 存諸心中하여 念念不忘이면 則一切邪念이 自然不起니라. 曉起하여 思朝之所爲之事하고 食後에 思晝之所爲之事하고 就寢時에 思明日所爲之事하라. <율곡집>

 

■ 내용연구

◈ 定心自寡言始(정심자과언시) :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은 말을 적게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 至若可爲之事則盡誠爲之(지약가위지사즉진성위지) : 가히 할 만한 듯한 일에 이르게 되면 정성을 다해서 행하라.

◈ 以聖人爲準則 一毫 不及聖人 則吾事未了(이성인위준칙일호불급성인즉오사미료) : 성인으로써 법도를 삼아서 하나의 털끝만큼이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하면, 나의 일이 끝나지 않은 것이니라.

◈ 時然後 言 則言不得不簡(시연후 언즉언부득불간) : 때가 된 연후에 말한다면, 말이 부득불 간결해지지 않을 수 없느니라.

◈ 常以戒懼謹獨意思 存諸心中 念念不忘(상이계구근독의사 존제심중 념념불망) : 항상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 언행을 삼가려는 생각을 마음속에 간직하여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잊지 않으면

■ 본문풀이

마음이 안정된 자는 말이 적으니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은 말을 적게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일이 가히 할 만한 듯 한 일에 이르게 되면 정성을 다해서 행하라. 먼저 모름지기 그 뜻을 크게 하여 성인으로써 법도를 삼아서 하나의 털끝만큼이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하면, 나의 일이 끝나지 않은 것이니라. 때가 된 연후에 말한다면, 말이 부득불 간결해지지 않을 수 없느니라. 항상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 언행을 삼가려는 생각을 마음속에 간직하여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잊지 않으면 일체의 간사한 생각이 스스로 일어나지 않느니라.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에 할 바의 일을 생각하고, 식후에 낮에 할 바의 일을 생각하고 취침 시에 다음날 할 바의 일을 생각하라.

 

○ 조선경술(朝鮮經術)

 

明遠이 書示從事官하여 曰 "貴邦은 以經術爲敎하여 而正大純雅之君子가 代不乏其人이러라. 若圃隱鄭先生·晦齋李先生·退溪李先生者는 最其傑出者也니, 每讀其書에 未嘗不敬服이라. 近世에 以經藝로 木鐸于時가 想亦應多有其人하리니, 其名은 爲誰며 其所著術書는 有幾何오?"하니, 從事官이 答曰 "三先生의 遺風餘敎가 世所以鄒魯로 稱朝鮮이요, 而儒賢輩出도 代亦不乏한대 今非卒乍可告라."하다.

(봉사일본시문견록)

 

■ 내용연구

◈ 明遠書示從事官(명원서시종사관) : 명원이 종사관에게 써서 보이리기를

◈ 貴邦以經術爲敎(귀방이경술위교) : 당신의 나라는 경술로 가르침을 삼아

◈ 正大純雅之君子代不乏其人(정대순아지군자대불지폄기인) : 정대하고 순수하며 고상한 군자들이 대대로 없지 않았다

◈ 若圃隱鄭先生·晦齋李先生·退溪李先生者(약포은정선생해재이선생퇴계이선생자) : 포은 정선생·회재 이선선생·퇴계 이선생 같은 분들은

◈ 最其傑出者也(최기걸출자야) : 가장 뛰어난 분들이니,

◈ 每讀其書未嘗不敬服(매독서에미상불경복) : 매 번 그 글들을 읽고는 일찍이 존경하여 감복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 以經藝 木鐸于時(이경술목탁우시) :경술과 학예로 세상에 사표가 되는 사람들이

◈ 想亦應多有其人(상역응다유기인) : 또한 응당 그런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 其名爲誰(기명위수) : 그 이름은 뉘시며,

◈ 其所�! 喝眩� 有幾何(기소저술서 유기하) : 그가 저술한 글은 얼마나 됩니까?

◈ 三先生遺風餘敎(삼선생유풍여교) : 세 분 선생의 남기신 풍도와 가르침이

◈ 世所以鄒魯稱朝鮮(세소이추노칭조선) : 세상에서 鄒魯之鄕으로 조선을 일컫는 바이며,

◈ 儒賢輩出代亦不乏(유현배출대역불핍) : 어진 선비들이 배출되는 것도 대대로 없지 않으나

◈ 今非卒乍可告(금비졸사가고) : 지금 갑자기 고할 수는 없다

■ 본문풀이

명원이 종사관에게 써서 보이기를 "당신의 나라는 경술로 가르침을 삼아 정대하고 순수하며 고상한 군자들이 대대로 없지 않았다(끊어지지 않았다). 포은 정선생·회재 이선선생·퇴계 이선생 같은 분들은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분들이니, 매 번 그 글들을 읽고는 일찍이 존경하여 감복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근세에 경술과 학예로 세상에 사표가 되는 사람들이 또한 응당 그런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름은 뉘시며, 그가 저술한 글은 얼마나 됩니까?"하니, 종사관이 대답하기를 "세 분 선생의 남기신 풍도와 가르침이, 세상에서 鄒魯之鄕으로 조선을 일컫는 바이며, 어진 선비들이 배출되는 것도 대대로 없지 않으나, 지금 갑자기 고할 수는 없다."하였다.

 

격황소서(檄黃巢書)

 

光明二年七月八日, 諸道都統檢校太尉某, 告黃巢. 夫守正修常曰道, 臨危制變曰權. 智者成之於順時, 愚者敗之於逆理. 然則雖百年繫命. 生死難期, 而萬事主心, 是非可辨. 今我以王師, 則有征無戰, 軍政則先惠後誅. 將期剋復上京, 固且敷陳大信, 敬承嘉諭, 用 奸謀. 且汝素是遐 , 驟爲勁敵, 偶因乘勢, 輒敢亂常. 遂乃包藏禍心, 竊弄神器, 侵凌城闕, 穢 宮 , 旣當罪極 天. 必見敗深塗地.

噫! 唐虞已降, 苗扈弗賓, 無良無賴之徒, 不義不忠之輩, 爾曹所作, 何代而無? 遠則有劉曜王敦, 凱 晉室, 近則有祿山朱 , 吠 皇家, 彼皆或手握强兵, 或身居重任, 叱咤則雷奔電走, 喧呼則霧塞煙橫. 然猶暫逞奸圖, 終殲醜類. 日輪闊輾, 豈縱妖氣? 天網高懸, 必除凶族, 況汝出自閭閻之末, 起於 畝之間, 以焚劫爲良謀, 以殺傷爲急務, 有大僭可以擢髮? 無小善可以贖身,

不唯天下之人, 皆思顯戮. 抑亦地中之鬼, 已議陰誅. 縱饒假氣游魂, 早合亡神奪魄. 凡爲人事, 莫若自知. 吾不妄言, 汝須審聽. 比者我國家, 德深含垢, 恩重棄瑕, 授爾節 , 寄爾方鎭. 爾猶自懷 毒, 不斂梟聲, 動則齧人, 行唯吠主, 乃至身負元化, 兵纏紫微, 公侯則奔鼠危途, 警 則巡游遠地. 不能早歸德義, 但養頑兇. 斯則聖上於汝有赦罪之恩, 汝則於國有辜恩之罪. 必當死亡無日, 何不畏懼於天? 況周鼎非發問之端, 漢宮偸安之所.

◈ 본문풀이 ◈

광명(廣明) 2년 7월 8일, 제도도통태위(諸道都統太尉)인 최치원은 황소(`巢)에게 고하노라.

대저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도(道)"라고 하고, 위험에 처해 변(變)을 제압하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지혜로운 자는 때를 따르는 데에 성공하고, 어리섞은 자는 순리를 거역한 데에서 실패한다. 그러나 비록 백년의 시간에 목숨이 달려 있다 해도(인간의 자연적인 수명이 백년이 된다해도) 죽고 사는 것은 기약하기 어렵고, 만사(萬事)는 마음이 주재하여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느니라. 지금 나는 왕사(王師)로써 정벌은 있으나 싸울 수는 없으며, 군정(軍政)이란 은혜를 앞세우고 목 베는 것을 뒤에 하는 것이다. 장차 상경(上京)을 회복할 것을 기약하며 진실로 큰 신의를 펼치노라. (삼가) 공경히 임금의 명을 받들어 간사한 꾀를 거두어들이라. 또한 너는 본시 먼 변방의 백성이며, 농민의 자식으로 갑자기 강한 도적이 되어 우연히 승세를 타고서 갑자기 감히 강상(綱常)을 어지럽혔느니라.

이에 불칙한 마음을 가지고 높은 자리를 넘보고, 성궐을 침략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이미 그 죄는 하늘에 넘쳐난다. 반드시 패하여 깊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아! 요순(堯舜)이래로 묘(苗)족과 호(扈)족이 복종하지 않았고, 無賴한 무리와 불의(不義)·불충(不忠)한 무리들, 너 같은 무리들이 하는 짓은 어느 시대고 없지는 않았느니라. 멀리는 유요(劉曜)·왕돈(王敦)이 진(晉)나라 왕실을 넘보았고, 가까이는 안녹산(安祿山)과 주차(朱 )가 당(唐)나라 황실을 시끄럽게 하였다. 저들은 모두, 혹은 손수 강한 병권을 장악하거나, 혹은 높은 자리에 있었으나, 질타(叱咤)하니 우뢰와 번개처럼 달아났고, 큰 소리로 부르니 안개와 연기에 가로막은 듯 깜깜하여 졌다.

그런데도 오히려 잠시 못된 짓을 하였으나, 끝내 추악한 무리들은 모두 섬멸되었다. 햇빛이 활짝 펴지니, 어찌 요기(妖氣)를 (그냥) 두겠는가? 하늘의 그물이 높이 매달려 있어 반드시 흉악한 무리를 제거하는데, 하물며 너는 하층민 출신 농민으로 일어나서 (백성의 집을) 불태우는 것으로 좋은 꾀로 삼고, (백성을) 살상을 급선무로 삼으니, (그) 큰 죄을 어떻게 다 헤아리겠는가? 조그만 선행도 없으니 어떻게 속죄하겠는가?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너를) 죽일 것을 생각할 뿐만 아니라, 아마 또한 땅속의 귀신들도 이미 몰래 죽일 것을 의논했으리라. 잠깐 동안 숨이 붙어 있어도 벌써 정신을 잃고 넋이 빠져 있으리라. 무릇 인사(人事)는 스스로 아는 것만 같지 못하다. 나는 망언은 하지 않으니, 너는 모름지기 살펴 들어라. 요즈음 우리나라는 덕(德)이 깊어 (너의) 허물을 덮어주고, 은혜가 무거워 (너의) 허물을 따지지 않고, 너에게 절도사로 제수하고 지방의 병권(兵權)을 맡겼노라. (그러나) 너는 오히려 스스로 짐새와 같은 독심을 품고, 올빼미 소리를 듣지 않고, 하는 짓이 사람들을 깨물고, 개가 주인에게 짓는 듯 하고, 이에 임금의 덕화(德化)를 저버리고, 병사들이 궁궐을 에워싸는데 까지 이르니, 공후(公侯)들은 위태한 길로 달아나고, 임금의 행차는 먼 지방으로 순유(巡遊)를 떠났다. 일찍 덕의(德義)로 귀의시키지 못하고 완흉(頑兇)을 길렀느니라. 이것은 성상께서 너에게 죄를 사면해준 은혜가 있는데도, 너는 나라에 은혜를 저버린 죄가 있는 것이다. 반드시 죽을 날이 멀지 않았으니, 어찌 하늘에 두렵지도 않느냐? 하물며 주정(周鼎)은 물어보는 것이 아니며(함부로 옮겨 갈 수 없으며), 당(唐)의 궁궐은 어찌 눈앞의 안일(安逸)만을 넘보는 곳이겠는가?

不知爾意, 終欲奚爲? 汝不聽乎? 道德經云, 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天地尙不能久, 而況於人乎, 又不聽乎? 春秋傳曰, 天之假助不善, 非祚之也. 厚其凶惡而降之罰. 今汝藏奸匿暴, 惡積禍盈, 危以自安, 迷以不復, 所謂燕巢幕上, 漫恣騫飛, 魚戱鼎中, 卽看 爛. 我緝熙雄略,  合諸軍. 猛將雲飛, 勇士雨集, 高旌大 , 圍將楚塞之風, 戰艦樓船, 塞斷吳江之浪. 陶太尉銳於破敵, 楊司空, 嚴可稱神, 旁眺八維, 橫行萬里. 旣謂長廣烈火, 彼鴻毛. 何殊高擧泰山, 壓其鳥卵, 卽日金神御節, 水伯迎師, 商風肅殺之威, 晨露滌煩之氣. 波濤旣息, 道路卽通.當解纜於石頭, 孫權後殿, 佇落帆於峴首, 杜預前驅, 收復京都, 剋期旬朔, 但以好生惡殺, 上帝深仁, 屈法申恩, 大朝令典. 討官賊者, 不懷私忿, 諭迷途者, 固在直言, 飛吾折簡之詞, 解爾倒懸之急. 汝其無成膠柱, 早學見機, 善自爲謀, 過而能改. 若願分茅列土, 開國承家, 免身首之橫分, 得功名之卓立. 無取言於面友, 可傳榮於耳孫. 此非兒女子所知, 實乃大丈夫之事. 早須相報, 無用見疑. 我 命戴皇天 信資白水 必須言發響應 不可恩多怨深 或若狂走所牽  眠未寤 猶將拒轍 固欲守株 則批熊拉豹之師一麾撲滅. 烏合 張之衆 四散分飛 身爲齊斧之膏 骨作戎車之粉 妻兒被戮 宗族見誅. 想當燃腹之時 必恐 臍不及. 爾須酌量進退 分別否臧. 與其叛而滅亡 曷若順而榮貴 但所望者 必能致之 勉尋壯士之規 立期豹變 無執愚夫之慮 坐守狐疑. 某告

◈ 본문풀이 ◈

너의 뜻을 알지 못하니, 끝내 무엇을 하겠는가? 너는 들어보지 못했느냐? 도덕경에 이르기를 "회오리바람은 아침나절을 넘지 못하고, 소낙비는 하루를 넘지 못한다."하였다. 천지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인간에게 있어 서랴. 또 들어보지 않았느냐? 춘추전에 이르기를 "하늘이 잠깐 선(善)하지 아니한 자를 도와주는 것은 복이 아니다. 그 흉악을 쌓게 하여서 벌을 내린다."하였다. 지금 너는 간악함과 포악함을 숨기고, 악은 쌓이고 화는 넘쳐나며, 위태로움으로써 스스로 편안함으로 삼으며, 혼미함을 뉘우칠 줄 모르니, 이른바 제비가 천막 위에 집을 짓고 방자하게 날아들고, 물고기가 가마솥 속에 놀면서 불에 익혀지는 것과 같다.

나는 빛나는 웅략(雄略)을 모았고, 여러 군사들을 모았노라. 용맹스런 장수들이 구름처럼 날아들고, 용감한 병사들이 호우처럼 모여들어 높고 큰 깃발은 초나라 국경의 바람을 막고, 전함과 누선은 오강(吳江)의 물결을 막았노라. 도태위(陶太尉)같이 적을 격파할 수 있는 정예(精銳)이고, 양사공(楊司空)·엄가(嚴可)처럼 귀신으로 칭해져서 팔방을 돌아볼 수 있고 만리(萬里)를 종횡무진할 수 있느니라. 이미 맹렬한 불길은 저 기러기 털을 태우리라. 높이 태산을 들어 새의 알을 누르고, 즉일로 가을 신이 계절을 조절하고, 물귀신이 군사를 맞이하고, 서풍이 숙살(肅殺)의 바람을 도와주며, 새벽이슬이 혼몽한 정신을 맑게 씻어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파도가 이미 잠잠하고, 도로도 통하였느니라. 마땅히 석두성(石頭城)에서 닷줄을 풀고, 손권(孫權)이 뒤에서 호위하며 현산(峴山)에 돛을 내렸고, 두예(杜預)는 말을 몰고 나아가 경도(京都)를 되찾는 것을 반드시 열흘이면 기필할 수 있으나, 다만 살리는 것을 좋아하고 죽이는 것을 싫어하며, 상제께서도 사랑이 깊어서 법을 굽혀서 은혜를 펴는 큰 조정의 어진 제도가 있느니라. 나라의 적(역적)을 토벌하는 자는 사사로운 분함을 품지 않고, 혼미한 길을 깨우쳐 주는 자는 진실로 바른 말을 하는데 있으니, 내가 한 장의 편지를 보내니 너는 급히 이해하거라.

너는 불가능한 고집은 일찍이 배워서 기미를 들어내고, 선(善)을 스스로 도모하고, 잘못(過)은 고치어라. 제후로 봉해져 국가를 열고, 목이 잘리는 것을 면하고, 공명을 크게 세우는 것을 원하노라. 겉으로 한 친구의 말을 믿지 말고, 영광을 후손들에게 전하거라. 이것은 아녀자가 알 바 아니고, 실로 대장부의 일이다. 하루 빨리 답신하고, 의심하지 마라.

나의 명령은 황천(皇天)에 있고, 믿음은 강물에 맹세하노라. 반드시 말을 하면 응답이 있어야하며, 은혜가 많으면 원망이 깊을 수가 없다. 혹 미쳐서 도망가다 사로잡히거나, 취한 잠이 깨지 못하고, 오히려 사마귀가 수레바퀴에 항거하거나, 고집스럽게 고집을 부리면 곰을 잡고 표범을 잡는 군대도 터럭 하나로 박멸된다. 까마귀처럼 모여 소리개 같이 덤비던 군중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몸은 도끼에 잘리고, 뼈는 군용 수레에 가루가 되며, 처자식은 살육을 당하고, 친척들도 죽음을 당한다. 상상하건데 배꼽에 불을 놓는 때를 당하면 반드시 배꼽을 물어뜯어도 미치지 못할까 두렵다. 너는 모름지기 진퇴(進退)를 참작하고, 잘잘못을 분별하라. 배반하여 멸망하는 것보다는 순리를 따라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이 낫지 않은가? 다만 바라는 것은 반드시 이룰 수 있다. 힘껏 장사(壯士)의 법도를 찾아 선 자리에서 갑자기 변하고, 어리석은 사람의 생각을 고집하여 앉아서 여우의 의심을 갖지 마라. 최치원은 고하노라.

 

고구려론(高句麗論)

 

高句麗 都卒本四十年 徙都不而城 厥享國四百二十五年 此時 士馬强壯 疆土恢拓 漢魏之際 中國 屢發兵侵優 莫之能勝 至長壽王十五年 徙都平壤 厥享國二百三十九年而亡 雖民物殷富 城郭鞏固 卒莫有補 若是者 何也

鴨綠之北 風氣早寒 地與蒙古接 其人皆雄勍 悍 又彊胡雜處 四面受敵 故 其備御深固 此所以能長久也 平壤在二河之南 山川秀麗 風俗柔軟 而堅城鉅鎭之重重外護者 若白巖蓋牟黃城銀城安市之類 項背相望 首尾聯絡 平壤之人 豈有懼哉

延壽 惠眞 擧城降敵 而莫之問焉 蓋蘇文稱兵作亂 而莫之禁焉 安市城主 以彈丸一城 拒大唐百萬之師 而莫之賞焉 此其故無他 所恃者平壤也

嗟乎 平壤其 恃乎 遼東拔則白巖危 白巖拔則安市危 安市拔則愛州危 愛州拔則薩水危 薩水者 平壤之藩籬也 脣亡則齒寒 皮剝則骨露 平壤其足恃乎 晉南宋渡而亡天下 此 中國之恩鑑也 句麗 百濟 南渡而失其國 此 東邦之覆轍也 傳曰 無敵國外患者 亡 兵法曰 置之死地而後 生

<여유당전서>

◈ 내용연구 ◈

◈ 士馬强壯 疆土恢拓(사마강장 강토회척) : 병사와 軍馬가 강하고 씩씩하여 강토를 넓게 개척하였다. 疆土 : 국토, 영토

◈ 中國屢發兵侵優 莫之能勝(중국루발병침우 막지능승) : 중국이 여러번 군사를 일으켜 침범하여 소랑하게 하였으나, 그(고구려)를 이길 수가 없었다. 莫之能勝 : 莫能勝之의 도치

◈ 雖民物殷富 城郭鞏固 卒莫有補(수민물은부 성곽공고 졸막유보) : 비록 백성과 문물이 번성하고 넉넉했으며, 성곽이 견고 했으나 마침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 其備御深固 此所以能長久也(기비어심고 차소이능장구야) : 그 대비와 방어가 심히 견고하였으니, 이것이 오래갈 수 있었던 이유였다.

◈ 堅城鉅鎭之重重外護者(견성거진지중중외호자) : 견고한 성과 거대한 진영이 겹겹이 밖에서 지키고 있는 것

◈ 項背相望 首尾聯絡 平壤之人 豈有懼哉(항배상망 수미련락 평양지인 기유구재) : 목과 등처럼 서로 이어져 있고 머리와 꼬리가 이어져 있었으니, 평양 사람들이 어찌 두려워하겠느냐 ? 項背相望 : 목과 등이 연하여 있듯이 서로 바라보며 이어져있다.

◈ 延壽 惠眞 擧城降敵 而莫之問焉(연수 혜진 거성강적 이막지문언) : 고연수와 고혜진이 성을 가지고 적에게 항복했지만 문책하지 않았고

延壽 惠眞 : 고구려 장수인 高延壽와 高惠眞 이들은 보장왕 4년(645)에 당태종이 안시성을 공격하자 무리를 이끌고 안시성을 구원하다가 적에게 항복하였음

◈ 蓋蘇文稱兵作亂 而莫之禁焉(개소문칭병작란 이막지금언) : 연개소문이 군사를 일으켜 반란을 하였지만 금하지 않았으며, 稱兵 : 군사를 일으키다(=擧兵)

◈ 安市城主 以彈丸一城 拒大唐百萬之師 而莫之賞焉(안시성주 이탄환일성 거대당백만지사 이막지상언) : 안시성주가 조그마한 성 하나로써 당나라의 백만대군을 막아냈다. 彈丸一城 : 조그마한 성 하나, 탄환은 탄환처럼 조그마한 것을 가리킴

◈ 遼東拔則白巖危(요동발칙백암위) : 요동성이 함락되면 백암성이 위태로워진다.

◈ 脣亡則齒寒 皮剝則骨露(순망칙치한 피박칙골로) :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고, 살갖이 벗겨지면 뼈가 드러난다.

◈ 此 中國之殷鑑也(차 중국지은감야) : 이는 (거울로 삼아 경계해야 될) 중국의 전례이다.

殷鑑 : 거울로 삼아 경계해야 할 前例라는 뜻

◈ 殷鑑不遠(은감불원) : 은나라가 거울로 삼아야할 일은 멀리 있지 않다. 은나라 주왕이 거울로 삼아! 경계해�� 할 일은 前代의 하나라 걸왕이 나쁜 정치로 망한 일이라는 말

◈ 此 東邦之覆轍也(차 동방지복철야) : 이는(교훈으로 삼아야 할) 우리나라의 실패한 자취이다. 覆轍 : 엎어진 수레바퀴, 즉 실패한 자취. 앞 사람의 실패를 가리킴

◈ 置之死地而後生(치지사지이후생) : 죽을 곳에 둔 후에야 살아날 수 있다.

◈ 본문풀이 ◈

고구려가 졸본에 도읍한 지 40년 만에 불이성으로 도읍을 옮겨 그 국운을 누린 것이 425년이었다. 이때에 병사와 군마가 강하고 씩씩하여 강토를 넓게 개척하였다. '한나라, 위나라의 즈음에 중국이 여러 번 군사를 일으켜 침범하여 소란하게 하였으나, 그(고구려)를 이길 수가 없었다. 장수왕 15년에 이르러 평양으로 도성을 옮겨 국운을 누린 지 239년 만에 망하였으니, 비록 백성과 문물이 번성하여 넉넉했으며 성곽이 견고했으나 마침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였으니 이 같은 것은 어째서인가? 압록의 북쪽은 날씨가 일찍 추워지고 땅이 몽고와 접하였으니 그 사람들이 모두 힘차고 사나우며 또 강한 오랑캐가 섞여 살아 사방으로 적을 받게 되어 있었다. 그런 까닭으로 그 대비와 방어가 심히 견고하였으니, 이것이 오래갈 수 있었던 이유였다. 평양은 두 강의 남쪽에 있어서 산천이 수려하고 풍속이 부드러우며, 견고한 성과 거대한 진영이 겹겹이 밖에서 지키고 있는 것으로, 백암, 개모, 황성, 은성, 안시성 따위와 같은 것들이 목과 등처럼 서로 이어져 있고 머리와 꼬리가 이어져 있었으니, 평양사람들이 어찌 두려워함이 있겠는가? 고연수와 고혜진이 성을 가지고 적에게 항복했지만 문책하지 않았고 연개소문이 군사를 일으켜 반란을 하였지만 금하지 않았으며, 안시성주가 조그마한 성 하나로써 당나라의 백만 대군을 막아냈으나 상을 주지 않았으니 이것은 그 이유가 다름이 아니다. 믿는 것이 평양이기 때문이다. 아! 평양은 그 족히 믿을 만한가? 요동성이 함락되면 백암성이 위태로워지고, 백암성이 함락되면 안시성이 위태로워지며, 안시성이 함락되면 애주가 위태로워지고 애주가 함락되면 살수가 위태로워지니, 살수란 평양의 울타리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고 살갗이 벗겨지면 뼈가 드러나니, 평양이 그 족히 믿을 만한 곳이겠는가? 진나라와 송나라가 남쪽으로 건넜다가 천하를 잃었으니 이는 중국의 전례이고, 고구려와 백제는 남쪽으로 건넜다가 그 나라를 잃으니 이는 우리나라의 실패한 자취이다. 경전에 "적국과 외환이 없는 자는 망한다."라고 하였고, 방법에는 "죽을 곳에 둔 후에야 살아날 수 있다."고 하였다.

 

기연아(寄淵兒)

 

向來醒 之詩, 見之矣. 其論汝詩, 切切中病, 汝當服膺. 其所自作者雖佳, 亦非吾所好也. 後世詩律, 當以杜工部爲孔子, 蓋其詩之所以冠冕百家者, 以得三百篇遺意也. 三百篇者, 皆忠臣孝子烈婦良友惻 忠厚之發, 不愛君憂國, 非詩也, 不傷時憤俗, 非詩也, 非有美刺勸懲之義, 非詩也. 故志不立, 學不醇, 不聞大道, 不能有致君澤民之心者, 不能作詩. 汝其勉之.

◈ 본문풀이 ◈

접때에 醒 의 詩를 보았다. 네 詩를 논함이 切切이 병통에 맞으니, 너는 마땅히 服膺하여야 할 것이다. 그 自作한 것이 비록 좋기는 하나, 또한 내가 좋아하는 바는 아니다. 後世의 詩律은 마땅히 杜工部(杜甫)를 孔子로 삼아야 할 것이니, 대개 그의 詩가 百家의 冠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三百篇(詩經)의 遺意를 얻었기 때문이다. 三百篇은 모두 忠臣, 孝子, 烈婦, 良友의 惻 忠厚함의 발로이니, 愛君憂國하지 않으면 詩가 아니요, 傷時憤俗하지 않으면 詩가 아니요, 美刺勸懲의 義1)를 지니지 않으면 詩가 아니다. 그러므로 뜻이 서지 않고, 학문이 순수하지 않으며, 大道를 듣지 아니하고, 致君澤民의 마음을 능히 가질 수 없는 자는 능히 詩를 지을 수가 없는 것이다. 너는 이를 힘쓸지어다.

1) 美刺勸懲의 義

毛詩序文에는 詩經의 각 章마다 그 詩를 짓게 된 이유를 설명하였는데, 모두 "누구누구를 찬미한 것이다(美), 또는 누구누구를 풍자한 것이다(刺)" 라고 되어 있다. 그럼으로써 詩經의 각 詩篇들은 모두 勸善懲惡의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누실명(陋室銘)

 

山不在高 有1)僊則名 水不在深 有龍則靈 斯是2)陋室 惟吾德馨 苔痕上階綠 草色入簾靑 談笑有3)鴻儒 往來無4)白丁 可以調5)素琴 閱6)金經 無8)絲竹之亂耳 無案牘之勞形 南陽9)諸葛廬 西蜀10)子雲亭 孔子云 11)何陋之有

◈ 내용연구 ◈

1) 僊(선) : 仙과 같다. 神仙 또는 仙人

2) 陋室 : 누추한 방

3) 鴻儒 : 鴻은 大와 같다, 학문과 도덕이 높은 선비

4) 白丁 : 천한 사람

5) 素琴 : 꾸미지 않은 소박한 거문고

6) 金經 : 金玉같은 經書. 聖人의 經書

7) 絲竹 : 絲는 絃樂이요. 竹은 管樂. 富貴家에서 妓女들을 모아놓고 거문고를 타고 피리 笙簧등을 불며 즐기는 것

8) 案牘 : 공안과 문서. 곧 관청에서의 복잡한 서류

9) 諸葛廬 : 蜀漢의 정치가 諸葛公明의 초가집. 公明이 제상이 되기 전에 은거하던 집이었다고 한다.

10) 子雲 : 前漢의 유학자 揚雄. 子雲은 그의 字다.

11) 何陋之有 : 論語 자한편에, 공자는 난세를 개탄하며 오랑캐 땅에 가서 살려고 하므로 어떤 사람이 孔子에게 그런 더러운 곳에 어떻게 가서 살려는가 물렀다. 이 때 공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더러운 곳이라도 군자가 살면 무엇이 더럽겠소(君子居之 何陋之有)]라고 하였다.

◈ 본문풀이 ◈

산이 높은데 있지 않아도 신선이 살면 유명하며, 물이 깊지 않는데 있어도 용이 살면 신령스러운 것이다. 나의 누추한 집은 오직 나의 덕으로 향기롭다. 이끼 낀 자리는 돌층계따라 올라 파랗고, 풀색은 주렴 너머로 스며들어 푸르게 보인다. 담소하는 자리에 큰선비가 있고, 오가는 사람은 없다. 가이 소금을 연주하며 금경을 읽어 볼 수 있으니, 사죽이 귀를 시끄럽게 할리 없고 안독이 내 몸을 괴롭힐 리 없다. 남양 땅 제갈공명이 살던 집이요, 서촉 땅 양자운의 정자로다. 공자께서도 이르시되,[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라고 이르셨다.

 

답전리지론문서(答全履之論文書)

 

月日某頓首履之足下. 閒 未 , 方深渴仰, 忽蒙辱損手敎累幅, 奉翫在手, 尙未釋去, 不惟文彩之曄然, 其論文利病, 可謂精簡激切, 直觸時病, 扶文之將墮者已, 甚善甚善. 但書譽僕過當, 至 李杜, 僕安敢受之. 足下以爲世紛紛效東坡而未至者, 已不足道也, 雖詩鳴如某某數四君者, 皆未免效東坡, 非特盜其語, 兼攘取其意, 以自爲工, 獨吾子不襲蹈古人, 其造語皆出新意, 足以驚人耳目, 非今世人比, 以此見褒抗僕於九 之上, 玆非過當之譽耶. 獨其中所謂之創造語意者, 信然矣. 然此非欲自異於古人而爲之者也. 勢有不得已而然耳. 何則凡效古人之體者必先習讀其詩, 然後效而能至也, 否則剽掠猶難. 比之盜者, 先窺諜富人之家, 習熟其門戶墻籬, 然後遂入其室, 奪人所有, 爲己之有, 而使人不知也. 不爾, 未及探囊  , 必見捕捉矣, 財可奪乎. 僕自少放浪無檢, 讀書不甚精, 雖六經子史之文, 涉獵而已, 不至窮源, 況諸家章句之文哉.

旣不熟其文, 其可效其體盜其語乎. 是新意所不得已而作也. 且世之學者, 初習場屋科擧之文, 不暇事風月, 及得科第, 然後方學爲詩, 則尤嗜讀東坡詩, 故每歲 出之後, 人人以爲今年又三十東坡出矣, 足下所謂世之紛紛者是已. 其若數四君者, 效而能至者, 然則是亦東坡也. 如見東坡而敬之可也, 何必非哉. 東坡近世以來, 富贍豪邁, 詩之雄者也. 其文如富者之家金玉錢貝, 盈帑溢藏, 無有紀極, 雖爲寇盜者所嘗攘取而有之, 終不至於貧也, 盜之何傷耶, 且孟子不及孔子, 荀楊不及孟子. 然孔子之後, 無大類孔子者, 而獨孟子效之而庶幾矣, 孟子之後, 無類孟子者, 而荀楊近之, 故後世或稱孔孟, 或稱軻雄荀孟者, 以效之而庶幾故也. 向之數四輩, 雖不得大類東坡, 亦效之而庶幾者也, 焉知後世不與東坡同稱, 而吾子何拒之甚耶. 然吾子之言, 亦豈無所蓄而輕及哉. 姑籍譽僕, 將有激於今之人耳. 昔李 曰, 六經之詞, 創意造言, 皆不相師, 故其讀春秋也, 如未嘗有詩, 其讀詩也, 如未嘗有易, 其讀易也, 如未嘗有書, 若山有恒華, 瀆有淮濟, 夫六經者, 非欲 衒詞華, 要其歸率皆談王覇論道德與夫政敎風俗興亡理亂之源者也. 其辭意宜若有相襲, 而不同如此. 所謂今人之詩, 雖源出於毛詩, 漸復有聲病儷偶依韻次韻雙韻之制, 務爲雕刻穿鑿, 令人局束不得肆意, 故作之愈難矣.

就此繩檢中, 莫不欲創新意臻妙極, 而若攘取古人已導之語, 則有許底功夫耶. 讀以聲律以來近古詩人言之, 有若唐之陳自昴李白杜甫李翰李邕楊王盧駱之輩, 莫不汪洋 肆, 傾河淮, 倒瀛海騁其豪孟者也. 未聞有一人效前輩某人之體,  剝其骨髓者. 其後又有韓愈皇甫湜李 李觀呂溫盧同張籍孟郊劉柳元白之輩, 聯   馳驟一時, 高視千古, 亦未聞效陳自昴若李杜楊王而屠割其膚肉者. 至宋又有王安石司馬光歐陽脩蘇子美梅聖兪黃魯直蘇子瞻兄弟之輩, 亦無不撑雷裂月, 震輝一代, 其效韓氏皇甫氏乎, 效劉柳元白乎.

吾未見其 剝屠割之迹也, 然各成一家, 梨橘異味, 無有不可於口者. 夫編集之漸增, 蓋欲有補於後學, 若皆相襲, 是沓本也, 徒耗費楮墨爲耳, 吾子所以貴新意者盖此也.

然古之詩人, 雖造意特新也, 其語未不圓熟者, 盖力讀經史百家古聖賢之說, 未嘗不熏鍊於心, 熟習於口, 及賦詠之際, 參會商酌, 左抽右取, 以相資用, 故詩與文雖不同, 其屬辭使字, 一也, 語豈不至圓熟耶. 僕則異於是, 旣不熟於古聖賢之說, 又恥效古詩人之體, 如有不得已及倉卒臨賦詠之際, 顧乾 無可以費用, 則必特造新語, 故語多生澁可笑. 古之詩人, 造意不造! 語, 僕則兼造語意無愧矣, 由是世之詩人, 橫目而排之者衆矣, 何吾子獨過美若是之勤勤耶. 嗚呼, 今世之人, 眩惑滋甚, 雖盜者之物, 有可以悅目, 則第貪翫耳, 孰認而詰其所由來哉. 至百世之下, 若有人如足下者, 判別其眞膺, 則雖善盜者, 必被擒捕, 而僕之生澁之語, 反見褒美, 類足下今日之譽, 亦所未知也. 吾子之言, 久當驗焉, 不宣某再拜.

◈ 본문풀이 ◈

月日에 某는 履之 足下께 頓首합니다. 멀리 떨어져서 오래도록 뵐 수 없어서 그렇잖아도 목마르게 仰望하던 차에 갑자기 손수 쓰신 편지 몇 폭을 욕되이도 보내주시니, 삼가 손으로 받들어 보면서 아직도 손에서 떼지 못하고 있으니, 비단 文彩가 화려하게 빛나서일 뿐만 아니라, 그 論文에서 언급된 利病이 참으로 精簡하고 激切하며, 時病을 직접 건드리셨으니 文이 장차 무너져 내릴 것을 붙들어 주시기도 하였기 때문이니, 참으로 좋고 좋습니다. 다만, 제 분수에 너무 지나친 칭찬의 글을 써 주셨고, 하물며 李白과 杜甫에 이르러서는 제가 어찌 감히 그런 칭찬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足下께서는 생각하시기를, "세상이 분분히 東坡를 본받으려 하면서도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자들은 아예 더 말할 것도 없고, 비록 詩로서 세상을 울리는 某某輩와 같은 數四君者들은 모두들 東坡를 본받음에 있어서, 비단 그 詩語를 도둑질할 뿐만 아니라, 그에 더불어 그 詩意까지도 빼앗아 취하고는 스스로 공교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데, 유독 그대만은 古人을 蹈襲하지 않으니, 그 造語가 모두 新意를 창출하여 남의 耳目을 놀라게 하는 데 충분하여, 지금 世人들의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하시어, 이로써 칭찬을 받고 저를 하늘 위로 치켜 올리시니, 이는 과분한 칭찬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그중에 이른바 "語와 意를 창조하였다"는 것은 사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는 古人과 스스로 달라지고자 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형편이 부득이해서 그렇게 된 것 뿐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무릇 古人의 體를 본받는 자는 반드시 먼저 그 詩를 익숙하게 읽은 연후에야 그것을 본받아 능히 미칠 수 있는 것인데, 그렇지 않으면 표절하고 훔치기도 오히려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를 도둑에게 비유하자면, 도둑은 먼저 부잣집을 엿보고 염탐하여 그 대문과 방문, 그리고 담장과 울타리에 익숙하게 된 연후에야 마침내 그 방안으로 들어가 남의 물건을 훔쳐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도 이를 눈치 채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처 자루를 더듬고 상자를 열어보기도 전에 반드시 잡히고 말 것이니, 재물을 빼앗기나 하겠습니까? 저는 어려서부터 放浪하고 검속됨이 없어서, 책을 읽는 데도 심히 정밀하지 못했으니, 비록 六經·子·史의 글을 섭렵하였을 따름이지, 그 근원을 궁구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하물며, 諸家의 章句에 있어 서랴? 이미 원래 그 文에 익숙하지 못한데, 그 體를 본받고 그 詩語를 도둑질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부득이 하게도 新語를 짓지 않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또 세상의 배우는 자들은 처음에는 과거 시험장의 과거를 위한 文을 습득하고, 風月을 일삼을 겨를이 없고, 과거시험에 登第하고 나서야 비로소 詩 짓는 것을 배우며, 더욱이 東坡의 詩를 읽기를 좋아하는 까닭에 매년 과거 급제자 명단이 나오면, 사람들은 금년에도 삼십명의 東坡가 쏟아져 나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니, 足下께서 말씀하신 바로 그 "세상의 분분한 자들"이 곧 이들입니다. 그 "數四君者"와 같은 이들은 東坡를 능히 본받아 그에 미친 자들입니다. 그렇다면, 그들도 역시 東坡인 것입니다. 만약 東坡를 보고 공경한다면 可한 일이거니와, 어찌 꼭 그들을 비난만 하시려 합니까? 東坡는 근세 이래로 富裕하고 豪邁하여 詩에 있어서 걸출한 자입니다. 그 文이 부잣집의 金玉과 錢貝처럼 금고에 가득하고, 창고에 넘쳐나 바닥이 드러나지 않으니, 비록 도둑들이 일찍이 빼앗아 훔쳐가더라도 끝내 가난해지지는 않을 것이니, 조금 훔친들 무에 그리 손상을 보겠습니까? 또한 孟子는 孔子에 못 미치고, 荀·楊은 孟子에 못 미칩니다. 그러나 孔子 뒤로 孔子와 크게 비슷한 자가 없었으나, 유독 孟子가 이를 본받아 가까워졌고, 孟子 뒤로 孟子와 비슷한 자가 없었으나, 荀·楊이 그에 가까웠기에 후세에 때로 孔·孟이라 칭하며, 때로는 軻·雄, 荀·楊이라 칭하기도 하는 것은 각기 본받아서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전에 그 數四輩들은 비록 東坡와 크게 비슷할 수는 없지만, 또한 東坡를 본받아 가까워진 자들이니, 어찌 후세에 東坡와 더불어 칭해지지 않을 줄을 아시고, 그리도 심히 배척하십니까? 그러나, 선생의 말씀이 또한 어찌 평소에 깊이 생각함이 없이 경망히 하시는 것이겠습니다만은 우선 저를 칭찬한 것을 빌미삼아 장차 지금 사람들의 격분이 있을 것입니다. 옛적에 李 가 이르기를, "六經의 말은 創意와 造言에 있어서 모두 서로 법으로 삼지 않았기에, 春秋를 읽어보면 일찍이 詩經이 없는 듯하고, 詩經을 읽어보면 일찍이 周易이 없는 듯하고, 周易을 읽어보면 일찍이 書經이 없는 듯하여, 마치 산에는 恒山과 華山이 있고, 水路에는 淮水와 濟水가 있는 것과 같다"고 하였으니, 저 六經이란 것은 화려한 文彩를 자랑하고 뽐내려는 것이 아니고, 그 요점은 거의 모두 王覇를 담론하고, 道德과 政敎, 風俗,! 興亡, 등의 근원을 논하는 데로 귀착하는 것입니다. 그 말과 뜻에 있어서 서로 답습한 것이 의당 있을 테지만, 그 不同함이 이와 같은 것입니다. 이른 바, 지금 사람들의 詩는 그 근원이 毛詩(詩經)에서 나왔으나, 다시 점점 聲病, 儷遇, 依韻, 次韻, 雙韻 등의 제도가 생겨나 詩에 무늬를 새기고 그림을 조각하고, 뚫고 파고하는 데에 힘써서 사람들로 하여금 구속되게 하여 뜻을 제대로 펼 수 없게 만들었으니, 詩를 짓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입니다. 이러한 제약 조건하에서는 新意를 창출하고 기묘한 극단에 이르려 하지 않을 수 없으며, 만약 古人들이 이미 한 말을 빼앗아 취하려 한다면,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聲律로 詩를 읽게 된 이래로 近古의 詩人을 언급할 때는, 唐나라의 陳自昴, 李白, 杜甫, 李翰, 李邕, 楊王, 盧駱과 같은 사람들이 있으니, 넓고 너른 바다처럼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 형식을 자유롭게 하여, 河·淮를 기울이고, 瀛海를 뒤집어 그 豪孟함을 풀어내지 않은 자가 없으니, 그 어느 누구도 前輩 某人의 體를 본받아 그 骨髓를 쪼개 갈라서 취한 것이라고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후에 또 韓愈, 皇甫湜, 李 , 李觀, 呂溫, 盧同, 張籍, 孟郊, 劉柳, 元白 등의 사람들이 있으니, 재갈과 고삐를 매고 一時를 말 부리듯 달리고, 千古를 우러러 보게 하였는데, 또한 陳自昴, 李白, 杜甫, 楊王 등을 본받아 그 살과 고기를 짤라 취한 것이라고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宋나라에 이르러서는 또한 王安石, 司馬光, 歐陽脩, 蘇子美, 梅聖兪, 黃魯直, 蘇子瞻 형제 등등 있어 역시 번개를 터뜨리고 달을 찢으며 一代에 화려한 빛을 진동하지 않은 자 없으니, 그들이 韓氏, 皇甫氏를 본받은 것입니까? 劉柳와 元白을 본받은 것입니까? 저는 그 쪼개 가르고, 짤라 취했던 흔적을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각자가 다 詩에서 一家를 이루었으니, 배와 귤이 그 맛이 다르나, 입에 맞지 않는 것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 詩의 編集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대개 後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해서인데, 만약 모두가 서로 답습만 한다면, 이는 그 근본을 답습하는 것이고, 그저 종이와 먹만 소비할 따름이 아니겠습니까? 선생께서 新意를 귀히 여기는 까닭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옛날의 詩人들은 造意가 특히 새로워도 그 詩語가 원숙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이는 아마도 經·史·百家·聖賢의 말씀을 열심히 읽어 일찍이 마음에 감화되고 단련되어 입에 숙습 않은 것이 없어서, 시를 읊조릴 적에 참고가 되고 참작이 되어 왼쪽으로 뽑아보고 오른쪽으로 취하여 서로 도움이 되는 까닭에 詩와 文이 비록 같지는 않지만, 그 말이나 글자를 사용하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이니, 그 詩語가 어찌 원숙한 경지에 이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의 경우에는 이와는 다릅니다. 원래 옛날 聖賢들의 말씀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또한 옛날 詩人들의 體를 본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지라, 만일 부득이 하게 倉卒간에 시를 읊조릴 때에 임해서는 도리어 물줄기가 말라버리듯이 쓸만한 것이 없을 때는 꼭 新語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말이 생소하고 난삽하고 가소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옛 詩人들은 造意만 하고, 造語는 하지 않았으나, 저는 造語와 造意를 겸하고도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세상의 詩人들이 눈을 흘기면서 저를 배척하는 자들이 많은데, 어찌하여 선생께서는 홀로 이처럼 열심히 저를 지나치게 아름답게 여기시는지요? 아! 지금 세상 사람들은 현혹됨은 더욱 심하여 비록 도둑의 물건이라도 눈을 즐겁게 할 만한 것이 있으면 그저 즐기기만 열중할 뿐이니, 누가 그 유래한 바를 알아 힐난할 것인가? 百世의 뒤에 이르러, 만약 足下와 같은 분이 있어서 그 眞僞를 가려낸다면 아무리 도둑질을 잘 하는 자라도 반드시 잡히고 말 것이며, 저의 이 생소하고 난삽한 詩語는 도리어 칭찬을 받게 되어 足下의 오늘의 이 칭찬과 같아질 지는 또한 저도 모르는 바입니다. 선생의 말씀은 마땅히 오랜 세월을 거쳐 검증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만 줄입니다. 某가 再拜함.

 

대당중흥송(大唐中興頌)

 

天寶十四年, 安祿山陷落陽, 明年陷長安, 天子幸蜀, 太子卽位於靈武. 明年皇帝移軍鳳翔 , 其年復兩京, 上皇還京師. 於戱, 前代帝王, 有盛德大業者, 必見於歌頌, 若今歌頌大業, 刻之金石, 非老於文學, 其誰宜爲. 頌曰, 噫 前朝, 孼臣姦驕, 爲昏爲妖. 邊將騁兵, 毒亂國經, 郡生失寧. 大駕南巡, 百僚竄身, 奉賊稱臣. 天將昌唐,   我皇, 匹馬北方. 獨立一呼, 千麾萬 , 戎卒前驅. 我師其東, 儲皇撫戎, 蕩攘郡凶. 復復指期, 曾不踰時, 有國無之. 事有至難, 宗廟再安, 二聖重歡. 地闢天開,  除妖災, 瑞慶大來. 凶徒逆 , 涵濡天休, 死生堪羞. 功勞位尊, 忠烈名存, 澤流子孫. 盛德之興, 山高日昇, 萬福是膺. 能令大君, 聲容  , 不在斯文, 湘江東西, 中直 溪, 石崖天齊. 可磨可鐫, 刊此頌焉, 何千萬年.

◈ 본문풀이 ◈

천보(天寶) 14년 안록산(安祿山)이 낙양을 함락하고, 이듬해 장안을 함락하니, 천자는 촉(蜀)의 성도(成都)로 파천하였다. 태자 형(亨)이 영무현에서 즉위하여 이듬해 지덕(至德) 2년에 황제의 군사를 봉상현으로 옮겼다. 그 해에 낙양과 장안 두 도성을 수복하였고, 상황(上皇)인 현종은 촉으로부터 환도(還都)하였다.

아! 지난 시대의 제왕으로 훌륭한 덕행과 큰 업적을 이룬 분은 반드시 가송(歌頌)에 나타나 후세에까지 알려졌다. 이제 황제의 대업을 노래지어 찬송하고, 이를 금석(金石)에 새겨 후세에 전하는 일은 문학에 노련한 사람이 아니면 누가 그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도저히 나같이 미숙한 자가 할 바가 아닌 줄 알면서 감히 붓을 들어 찬송하는 노래를 짓는다. 아 전조(前朝)에는 얼신이 간교하여 사리에 어둡고, 요망한 짓을 함부로 하였다. 변장(邊將)은 말을 달려 나라의 법을 어지럽히고, 백성들을 불안케 하였다. 임금의 수레는 남으로 돌고 백료(百僚)는 몸을 숨기고, 적을 받들어 신(臣)을 일컬었다.

하늘이 장차 당(唐)을 창성케 하려고 우리 황제를 돌보아 필마(匹馬)로 북방에서 나왔네. 홀로 서서 한 번 부르매 천휘(千麾)와 만여로 군대는 앞장서 달렸다. 우리 군사 그 동쪽으로 가니, 황태자는 군을 선무하여 여러 흉적을 물리쳤다.

다시 회복하는 일에는 기일을 지정하여 일찍이 때를 넘기지 않으니, 나라가 생기고 부터 이런 일은 없었다.

일이 매우 어려웠지만 종묘는 다시 편안하고 이성(二聖)이 거듭 즐거웠다. 땅이 열리고 하늘이 열려서 요재(妖災)를 제거하고, 경사가 크게 왔다. 흉악한 무리와 역적들은 천자의 덕에 젖어 사자와 생자가 수치를 느꼈다. 공로를 세운 자는 지위가 현달하고, 충열은 이름을 남기고, 덕택은 자손에게 흘렀다. 성덕의 흥함이 산의 높음과 같고 해의 오름과 같으며, 만복을 받았다.

능히 대군으로 하여금 성용(聲容)이 영원케 함은 이 글에 있지 않으랴. 상강의 동서 중간의 오계에 돌벼랑 하늘과 같은 것이 있다. 갈고 조각하여 이 송가를 새기노니, 어찌 천만년뿐이랴.

 

 

백운거사전(白雲居士傳)

 

白雲居士, 先生自號也. 晦其名顯其號, 其所以自號之意, 具載先生白雲語錄. 家屢空, 火食不續, 居士自怡怡如也. 性放曠無檢, 六合爲隘, 天地爲窄. 嘗以酒自昏, 人有邀之者, 欣然輒造, 徑醉而返, 豈古陶淵明之徒歟. 彈琴飮酒, 以此自遣. 此其實錄也. 居士醉而吟, 自作傳自作贊. 贊曰, 志固在六合之外, 天地所不 . 將與氣母, 遊於無何有乎.

◈ 내용연구 ◈

1) 六合 : 天地四方, 즉 하늘과 땅, 東西南北의 6가지를 말하는 것으로 온 세상을 뜻함.

2) 위 글은 陶淵明의 "五柳先生傳"에 나오는 도연명의 故事를 인용한 것이다.

3) 氣母 : 道德經에서 道를 "食母"에 비유한 구절이 있음.

4) 無何有

[莊子] "逍遙遊"에 "今子有大樹, 患其無用, 何不樹之於無何有之鄕, 廣莫之野, 彷徨乎無爲其側, 逍遙乎寢臥其下."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無何有란 "아무것도 없다"는 뜻으로 道家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경지를 뜻한다. "지금 그대는 큰 나무를 가지고, 그 쓸모없음을 걱정하고 있는데, 어찌하여 無何有의 고향인 광막한 들판에 그것을 심고, 그 곁에서 방황하며 無爲하고, 그 아래에서 逍遙하며 눕지 아니하는가?"

◈ 본문풀이 ◈

白雲居士는 先生이 自號한 것이다. 그 이름을 숨기고, 그 號를 드러낸 것이니, 그 自號한 이유의 뜻은 先生의 白雲語錄에 구체적으로 실려 있다. 집안의 쌀독이 자주 비고, 불에 익혀 먹는 음식도 잇지 못하였으나, 居士는 스스로 怡然하였다. 성품은 放曠하고 검속됨이 없으니, 六合1)을 협소하다 여기고, 天地를 비좁다고 여겼다. 일찍이 술을 마시며 스스로 혼미해졌으니, 사람들 중에 초대하는 자가 있으면, 欣然히 곧 찾아가서는 금세 취하여 되돌아오니, 아마도 옛날 陶淵明의 무리일 것이다.2) 거문고를 타고, 술을 마시며 이로써 스스로 회포를 풀어냈다. 이는 사실 그대로를 적은 것이다. 居士는 취하여서는 읊어대니, 스스로 이 傳을 짓고, 또 스스로 贊을 지었으니, 贊에 이르기를, "뜻은 본시 六合의 밖에 있으며, 天地에 구애되지 않으니, 장차 [氣의 어머니]3)(自然 또는 道)와 함께 無何有의 고향4)에서 逍遙하며 놀 것이다." 라고 하였다.

 

서포만필(西浦漫筆)

 

松江關東別曲, 前後美人歌, 乃我東之離騷, 而以其不可以文字寫之, 故惟樂人輩, 口相授受, 或傳以國書而已. 人有以七言詩,  關東曲, 而不能佳, 或謂澤堂少時作, 非也. 鳩摩羅什, 有言曰, 天竺俗, 最尙文, 其讚佛之詞, 極其華美, 今以譯秦語, 只得其意, 不得其辭, 理固然矣. 人心之發於口者爲言, 言之有節奏者爲歌詩文賦, 四方之言雖不同, 苟有能言者, 各因其言而節奏之, 則皆足以動天地通鬼神, 不獨中華也. 今我國詩文, 捨其言而學他國之言, 設令十分相似, 只是鸚鵡之人言, 而閭巷間樵童汲婦,  啞而相和者, 雖曰鄙俚, 若論眞膺, 則固不可與學士大夫所謂詩賦者同日而論. 況此三別曲者, 有天機之自發, 而無夷俗之鄙俚, 自古左海眞文章, 只此三篇, 然又就三篇而論之, 則後美人尤高, 關東前美人, 猶借文字以飾其色耳.

◈ 본문풀이 ◈

松江의 關東別曲과 前·後 美人歌는 우리 동방의 離騷經이나, 漢字로 적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오직 樂人들만이 입으로 주고받거나, 또는 한글로 전해 왔을 뿐이다. 어떤 이는 七言詩로 關東別曲을 번역하기도 하였으나, 아름답지 못하고, 어떤 이는 이것을 澤堂이 어렸을 때 지은 것이라고 하나, 사실이 아니다. 鳩摩羅什에 "天竺國의 풍속은 文을 가장 숭상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 讚佛의 말이 그 화려함을 다하였는데, 지금은 중국어로 번역하였기 때문에 그 뜻만을 얻었을 뿐이지, 그 말은 얻지 못하였으니, 그 이치가 본시 그러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입을 통해 발하는 것이 말이 되고, 말 중에 리듬이 있는 것은 歌詩·文賦가 되는 것이다. 사방의 말이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각기 그 말에 기인하여 리듬을 만들어내면 모두가 족히 천지를 진동시키고, 귀신을 통할 수 있는 것이니, 이는 中國만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詩文은 그 말을 버리고 他國의 말을 배워 설령 십분 비슷하더라도 이는 단지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이니, 마을 거리를 다니며 나무하는 아이들과 물 긷는 아낙네들이 웅얼웅얼 하며 서로 화응하는 것이 비록 저속하다고는 하나, 그 眞僞를 논한다면, 본시 學士·大夫들의 이른바, 詩賦 따위와는 同列에 올려놓고 논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물며 이 세 別曲은 天機의 자연스런 발로요, 夷俗의 저속함도 없으니, 自古로 左海(우리나라)의 眞文章은 다만 이 세 편뿐이다. 그러나 또 그 세 편을 가지고 논한다면, 後美人이 더욱 고상하고, 關東과 前美人은 오히려 漢字를 빌려 그 색을 꾸몄을 뿐이다.

 

악양루기(岳陽樓記)

 

慶曆四年春,  子京謫守巴陵郡, 越明年, 政通人和, 百廢具興. 乃重修岳陽樓, 增其舊制, 刻唐賢今人詩賦于其上, 屬予作文以記之. 予觀夫巴陵勝狀, 在洞庭一湖. 銜遠山, 呑長江, 浩浩蕩蕩, 橫無際涯, 朝暉夕陰, 氣象萬千, 此則岳陽樓之大觀也, 前人之述備矣. 然則北通巫峽, 南極瀟湘, 遷客騷人, 多會于此, 覽物之情, 得無異乎. 若夫 雨  , 連月不開. 陰風怒號, 濁浪排空, 日星隱曜, 山岳潛形, 商旅不行, 檣傾楫 , 薄暮冥冥, 虎嘯猿啼, 登斯樓也, 則有去國懷鄕, 憂讒畏譏, 滿目蕭然, 感極而悲者矣.

至若春和景明, 波瀾不驚, 上下天光, 一碧萬頃. 沙鷗翔集, 錦鱗游泳, 岸芷汀蘭, 郁郁靑靑, 而或長煙一空, 皓月千里. 浮光躍金, 靜影沈璧. 漁歌互答, 此樂何極. 登斯樓也, 則有心曠神怡, 寵辱俱忘, 把酒臨風, 其喜洋洋者矣. 嗟夫, 予嘗求古仁之心, 或異二者之爲何哉. 不以物喜, 不以己悲, 居廟堂之高, 則憂其民, 處江湖之遠, 則憂其君, 是進亦憂, 退亦憂, 然則何時而樂耶. 其必曰, 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歟. 噫, 微斯人, 吾誰與歸.

◈ 본문풀이 ◈

경력(慶曆) 4년 봄 등자경이 귀양와서 파릉군(巴陵郡)의 태수가 되었다. 이듬해에 정사가 잘되어 인민이 화합하니, 많이 피폐했던 일들이 한 가지로 다 흥성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악양루를 다시 수리하고, 그 본래의 제도를 더하여, 당(唐)의 현인들과 지금의 송(宋)의 사람들의 시부(詩賦)를 그 누상(樓上)에 새겨 붙이고, 나에게 부탁하여 문장을 짓게 해서, 이르 또 기록하여 현판을 만들어 걸기로 하였다.

내가 대강 파릉군의 훌륭한 경치를 돌아보니, 동정호(洞定湖)를 중심으로 하여 그 가운데 모든 좋은 경치가 들어 있다. 호수는 넓고 아득하여 멀리 산을 입에 물고 있는 것 같고, 장강(長江)을 머금은 듯 끝없는 물줄기가 뻗어 있어서, 그 모양은 한없이 넓어서 옆으로 끝 간 데를 모를 만큼 펼쳐 있다. 아침 햇살과 저녁 어스름에, 구름과 바람과 그 밖의 모든 경물의 변화는 천차만별의 여러 가지 경치를 나타낸다. 이것이 악양루를 크게 바라본 풍경이다. 이 풍경에 대해서는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술회한 것이 무엇 하나도 부족한 것이 없을 만큼 충분하다. 그들이 술회한 문장과 같이 북쪽은 무협(巫峽)의 급류에 통하고, 남쪽은 멀리 소수(瀟水)와 상수(湘水)에 미치어, 이 지방은 고래로 귀양살이 하는 불운한 사람과 뜻을 얻지 못한 시인·묵객들이 많이 모이는데, 그들이 이 악양루를 돌아보는 정감은 각기 다 신상의 처지에 따라서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실로 가지각색의 심경이었을 줄로 생각한다.

만약에 장맛비가 구질구질 달포에 이어져 개이지 않고, 어두운 바람이 노도처럼 불어 흐린 물결이 공중으로 치솟고, 해와 별이 빛을 감추고, 산악이 형체를 감추고, 장사치와 나그네가 다니지 못하고, 담장이 무너지고, 돛대가 부러지고, 초저녁에 날이 어두워지고, 호랑이는 울부짖고, 원숭이가 울음 우는 때에 이 누대에 오르면 나라를 떠나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루 형용하기 어려울 것이며, 무고(誣告)를 걱정하고, 모략(謀略)을 두려워하는 마음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쓸쓸할 것이며, 감정은 격동하여 슬픔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만약에 봄의 기후가 화창하여 풍경이 밝고, 동정호의 물결도 일지 않고, 위의 하늘과 아래의 수면에 비친 빛깔이 서로 비치어서 푸른빛이 만 이랑으로 넓게 펼쳐지고, 모래벌판에 사는 갈매기가 날아 모여들고, 비단처럼 고운 비늘을 가진 물고기가 한가롭게! 헤엄을 쳐 돌아다니고, 언덕의 백지 풀과 물가의 난초가 향기롭게 파릇파릇 돋아나고, 혹은 또 길게 가로질린 운애가 하늘 한편에 걸리고, 수면에 비친 달은 금빛 이랑이 되어 뛰놀고, 고요한 물에 비친 달그림자는 흰 구슬을 잠가 놓은 듯하고, 어부의 노래 소리가 서로 화답을 하는 그런 광경에 이르러서는 이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어찌 다 할 수 있겠는가? 그런 때에 이 누각에 오르면 마음은 아주 거리낌 없이 훤히 넓어지고 정신도 상쾌하여져서 군주에게서 받은 사랑이나 욕됨을 다 잊어버리고, 술을 손에 들고 바람 앞에 앉으면, 그 기쁨은 한없이 크고 넓으리라.

아! 나는 일찍부터 옛날의 어진 사람의 마음을 구하고 있었더니, 혹은 앞에서 든 것과 같은 두 가지 경우의 슬픔과 즐거움이 각각 다른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인간애를 행하는 어진 사람은 외물(外物)로 말미암아 기뻐하지도 않으며, 자기의 개인의 일로 슬퍼하지도 않는다. 조정의 높은 지위에 있을 때는 그 백성을 위해 걱정하고, 지방에 멀리 떠나 있을 때는 그 임금을 위해 걱정하게 되니, 이것은 조정에 나아가 벼슬을 하고 있을 때도 걱정이며, 물러나 있을 때도 또한 걱정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느 때나 즐거울 것인가? 그 사람은 반드시 천하의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을 앞서서 걱정하게 되며, 천하의 사람들이 즐거움을 누린 뒤에야 즐거움을 누린다고 하리라. 아! 이런 어진 사람이 없으면 나는 누구를 좇아 함께 할 것인가?

 

양반전(兩班傳)

 

兩班者 士族之尊稱也 旌善之郡 有一兩班 賢而好讀書 每郡守新至 必親造其廬而禮之 然家貧 歲食郡 積歲至千石 觀察使巡行郡邑 閱大怒曰 何物兩班 乃乏軍興 命囚其兩班 郡守意哀其兩班 貧無以爲償 不忍囚之 亦無可奈何 兩班日夜泣 計不知所出 其妻罵曰 平生子好讀書 無益縣官   兩班兩班不直一錢 其里之富人 私相議曰 兩班雖貧 常尊榮我雖富 常卑賤 不敢騎馬 見兩班 則麴 屛營 匍匐拜庭 曳鼻膝行 我常如此 其 辱也 今兩班 貧不能償 方大窘 其勢誠不能保其兩班 我且買而有之

遂踵門而請償其 兩班大喜許諾 於是 富人立輸其於官 郡守大驚異之 自往勞其兩班 且問償 狀 兩班氈笠衣短衣 伏塗謁稱小人不敢仰視 郡守大驚下扶曰 足下 何自貶辱若是 兩班益恐懼 頓首俯伏曰 惶悚小人非敢自辱 己自륙其兩班以償 里之富人乃兩班也 小人復安敢冒其舊號而自尊乎

郡守歎曰 君子哉富人也 兩班哉富人也 富而不吝義也 急人之難仁也 惡卑而慕尊智也 此眞兩班雖然 私自交易 而不立券 訟之端也 我與汝約 郡人而證之 立券而信之 郡守當自署之

於是 郡守歸府 悉召郡中之士族及農工商賈悉至于庭 富人坐鄕所之右 兩班立於公兄之下 乃爲立券曰 乾隆十年九月日 右明文段 屈賣兩班 爲償官穀 其直千斛 維厥兩班 名謂多端 讀書曰士 從政爲大夫 有德爲君子 武階列西 文秩敍東 是爲兩班 任爾所從 絶棄鄙事 希古尙志 五更常起 點硫燃脂 目視鼻端 會踵支尻 東萊博議 誦如氷瓢 忍餓耐寒 口不說貧 叩齒彈腦 細嗽嚥津 袖刷 冠 拂塵生波  無擦拳 漱口無過 長聲喚婢 緩步曳履 古文眞寶 唐詩品彙  寫如荏 一行百字 手毋執錢 不問米價 署毋跣襪 飯毋徒  食毋先羹  毋流聲 下箸毋  毋餌生  飮 毋最鬚 吸煙毋輔  忿毋搏妻 怒毋 器 毋拳 兒女 毋 死奴僕 叱牛馬 毋辱 主 病毋招巫 祭不齊僧 爐毋煮手 語不齒唾 毋屠牛 毋賭錢 凡此百行 有違兩班 持此文記 卞正于官 城主旌善郡守押 座首別監證署 於是 通引 印錯落 聲中嚴鼓 斗縱參橫戶長讀旣畢 富人 然久之曰 兩班只此而已耶

吾聞兩班如神仙 審如是太乾沒 願改爲可利 於是 乃更作券曰 維天生民 其民四維 四民之中 最貴者士 稱以兩班 利莫大矣 不耕不商 粗涉文史 大決文科 小成進士

文科紅牌 不過二尺 百物具備 維錢之進士三十 乃筮初仕 猶爲名蔭 善事雄南 耳白傘風 腹 鈴諾 室珥冶妓 庭穀鳴鶴 窮士居鄕猶能武斷 先耕隣牛 借耘里氓 孰敢慢我 灰灌汝鼻 暈 汰  無敢怨咨 富人中其券而吐舌曰 已之已之 孟浪哉 將使我! 爲盜耶 �璜雩뽐� 終身不復言兩班之事 (燕 巖 集)

◈ 본문풀이 ◈

양반이란 사족(士族)들을 높여서 부르는 말이다. 정선군(旌善郡)에 한 양반이 살았다. 이 양반은 어질고 글 읽기를 좋아하여 매양 군수가 새로 부임하면 으레 몸소 그 집을 찾아가서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이 양반은 집이 가난하여 해마다 고을의 환자를 타다 먹은 것이 쌓여서 천석에 이르렀다. 강원도 감사(監使)가 군읍(郡邑)을 순시하다가 정선에 들러 환곡(還穀)의 장부를 열람하고는 대노해서 "어떤 놈의 양반이 이처럼 군량(軍糧)을 축냈단 말이냐?" 난해서 갚을 힘이 없는 것을 딱하게 여기고 차마 가두지 못했지만 무슨 도리도 없었다. 양반 역시 밤낮 울기만 하고 해결할 방도를 차리지 못했다. 그 부인이 역정을 냈다. "당신은 평생 글 읽기만 좋아하더니 고을의 환곡을 갚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군요. 쯧 쯧 양반, 양반이란 한 푼어치도 안 되는 걸." 그 마을에 사는 한 부자가 가족들과 의논하기를 "양반은 아무리 가난해도 늘 존귀하게 대접받고 나는 아무리 부자라도 항상 비천(卑賤)하지 않느냐. 말도 못하고, 양반만 보면 굽실굽실 두려워해야 하고, 엉금엉금 가서 정하배(庭下拜)를 하는데 코를 땅에 대고 무릎으로 기는 등 우리는 노상 이런 수모를 받는단 말이다. 이제 동네 양반이 가난해서 타먹은 환자를 갚지 못하고 시방 아주 난처한 판이니 그 형편이 도저히 양반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내가 장차 그의 양반을 사서 가져 보겠다." 부자는 곧 양반을 찾아가서 자기가 대신 환자를 갚아 주겠다고 청했다. 양반은 크게 기뻐하며 승낙했다. 부자는 즉시 곡식을 관가에 실어 가서 양반의 환자를 갚았다.

군수는 양반이 환곡을 모두 갚은 것을 놀랍게 생각해 몸소 찾아가서 양반을 위로하고 또 환자를 갚게 된 사정을 물어 보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 양반이 벙거지를 쓰고 짧은 잠방이를 입고 길에 엎드려 '소인'이라고 자칭하며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지 않는가. 군수가 깜짝 놀라 내려가서 부축하고 "귀하는 어찌 이다지 스스로 낮추어 욕되게 하시는가요?" 하고 말했다. 양반은 더욱 황공해서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엎드려 아뢴다. "황송하오이다. 소인이 감히 욕됨을 자청하는 것이 아니오라, 이미 제 양반을 팔아서 환곡을 갚았습지요. 동리의 부자가 양반이 옳습니다. 소인이 이제 다시 어떻게 전의 양반을 모칭(冒稱)해서 양반 행세를 하겠습니까?" 군수는 감탄해서 말했다. "군자로구나. 부자여! 양반이로구나. 부자여! 부자이면서도 인색하지 않으니 의로운 일이요, 남의 어려움을 다급하게 여기니 어진 일이요, 비천한 것을 싫어하고 존귀한 것을 사모하니 지혜로운 일이다. 이야말로 진짜 양반이로구나. 그러나 사사로 팔고 사고서 증서를 해 두지 않으면 송사(訟事)의 꼬투리가 될 수 있다. 내가 너와 고을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이를 증인 삼고 증서를 만들어 미덥게 하되 본관이 마땅히 거기에 서명할 것이다." 그리고 군수는 관부(官府)로 돌아가서 고을 안의 사족(士族) 및 농공상(農工商)들을 모두 불러 동헌뜰에 모았다. 부자는 향소(鄕所)의 오른쪽에 서고 양반은 공형(公兄)의 아래에 섰다. 그리고 증서를 만들었다.

건륭(乾隆) 10년 9월 모일에 이 문서를 만드노라. 몸을 굽혀 양반을 팔아서 환곡을 갚으니 그 값은 천석이다. 오직 이 양반은 여러 가지로 일컬어지나니 글을 읽으면 사(士)라 하고 정치에 나아가면 대부(大夫)가 되고 덕이 있으면 군자(君子)이다. 무반(武班)은 서쪽에 늘어서고 문반(文班)은 동쪽에 늘어서는데 이것이 '양반'이니 너 좋을 대로 따를 것이다. 야비한 일을 딱 끊고 옛은 본받고 뜻을 고상하게 할 것이며, 늘 오경(五更)만 되면 일어나 유황에다 불을 댕겨 등잔을 켜고서 눈은 가만히 코끝을 보고 발꿈치를 궁둥이에 모으고 앉아 {동래박의(東萊博義)}를 얼음 위에 박 밀듯 왼다. 주림을 참고 추위를 견뎌 입으로 구차스러움을 남에게 말하지 아니하되 고치·탄뇌(叩齒彈腦)를 하며 입안에서 침을 가늘게 내뿜어 연진(嚥津)을 한다. 소매 자락으로 모자를 쓸어서 먼지를 털어 물결무늬가 생겨나게 하고, 세수할 때 주먹을 비비지 말고, 양치질을 지나치게 말고, 소리를 길게 뽑아서 여종을 부르며, 걸음을 느릿느릿 옮겨 신발을 땅에 끈다. 그리고 {고문진보(古文眞寶)}·{당시품휘(唐詩品彙)}를 깨알 같이 베껴 쓰되 한 줄에 백 자를 쓰며, 손에 돈을 만지지 말고, 쌀값을 묻지 말고, 더워도 버선을 벗지 말고, 밥을 먹을 때 맨상투로 밥상에 앉지 말고, 국을 먼저 훌쩍 떠먹지 말고, 무엇을 후루루 마시지 말고, 젓가락으로 방아를 찧지 말고, 생파를 먹지 말고, 막걸리를 들이켠 다음 수염을 쭈욱 빨지 말고, 담배를 피울 때 볼에 우물이 파이게 하지 말고, 화난다고 처를 두들기지 말고, 성내서 그릇을 내던지지 말고, 아이들에게 주먹질을 말고, 노복(奴僕)들을 야단쳐 죽이지 말고, 마소를 꾸짖되 그 판 주인까지 욕하지 말고, 아파도 무당을 부르지 말고, 제사 지낼 때 중을 청해다 재(齋)를 드리지 말고, 추워도 화로에 불을 쬐지 말고, 말할 때 이 사이로 침을 흘리지 말고, 소 잡는 일을 말고, 돈을 가지고 놀음을 말 것이다. 이와 같은 모든 품행이 양반에 어긋남이 있으면 이 증서를 가지고 관(官)에 나와서 변정 할 것이다. 성주(城主) 정선군수(旌善郡守) 화압(花押)·좌수(座首) 별감(別監) 증서(證署).

이에 통인(通引)이 탁탁 인(印)을 찍어 그 소리가 엄고(嚴鼓) 소리와 마주치매 북두성(北斗星)이 종으로, 삼성(參星)이 횡으로 찍혀졌다. 부자는 호장(戶長)이 증서를 읽는 것을 쭉 듣고 한참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양반이라는 단지 이것뿐 입니까? 나는 양반이 신선 같다고 들었는데 정말 이렇다면 너무 재미가 없는 걸요. 원하옵건대 무어 이익이 있도록 문서를 바꾸어 주옵소서." 그래서 다시 문서를 작성했다. "하늘이 민(民)을 낳을 때 민을 넷으로 구분했다. 사민(四民)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 사(士)이니 이것이 곧 양반이다. 양반의 이익은 막대하니 농사도 안 짓고 장사도 않고 약간 문사(文史)를 섭렵해 가지고 크게는 문과(文科) 급제요, 작게는 진사(進士)가 되는 것이다. 문과의 홍패(紅牌)는 길이 2자 남짓한 것이지만 백물이 구비되어 있어 그야말로 돈 자루인 것이다. 진사가 나이 서른에 처음 관직에 나가더라도 오히려 이름 있는 음관(蔭官)이 되고, 잘 되면 남행(南行)으로 큰 고을을 맡게 되어, 귀밑이 일산(日傘)의 바람에 희어지고, 배가 요령 소리에 커지며 방에서 기생이 귀고리로 단장하고, 뜰에는 학(鶴)을 기른다. 궁한 양반이 시골에 묻혀 있어도 능히 무단(武斷)을 하여 이웃의 소를 끌어다 먼저 자기 땅을 갈고 마을의 일꾼을 잡아다 자기 논의 김을 맨들 누가 감히 나를 괄시하랴. 너희들 코에 잿물을 두레박 붓고 머리끄덩이를 회회 돌리고 수염을 낚아채더라도 누구 가히 원망하지 못할 것이다." 부자는 증서를 중지시키고 혀를 내두르며 "그만 두시오, 그만 두어. 맹랑하구먼. 장차 나를 도둑놈으로 만들 작정인가." 하고 머리를 흔들고 가버렸다. 부자는 평생 다시 양반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한다. <연암집>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

 

先生不知何許人1), 亦不詳其姓字, 宅邊有五柳樹, 因以爲號焉. 閑靖2)少言, 不慕榮利, 好讀書, 不求甚解3), 每有意會, 便欣然忘食. 性嗜酒, 家貧, 不能常得4), 親舊知其如此, 或置酒而招之, 造5)飮輒盡, 期6)在必醉, 旣醉而退, 曾不 7) 情去留. 環堵蕭然8), 不蔽風日, 短褐9)穿結10), 簞瓢11)屢空, 晏如12)也. 常著文章自娛, 頗示己志, 忘懷得失13), 以此自終.

贊14)曰, 黔婁15)有言, 不戚戚16)於貧賤, 不汲汲17)於富貴, 極其言, 玆若人18)之 19)乎.  觴20)賦詩, 以樂其志, 無懷氏之民歟. 葛天氏之民歟21).

◈ 내용연구 ◈

1) 何許人 : 許는 장소를 말한다. 어느 곳 사람

2) 閑靖(한정) : 靖은 安과 같다. 조용하고 안온함

3) 不求甚解(불구심해) : 어려운 글귀를 깊이 파헤치고자 하지 않는다.

4) 不能常得(불능상득) : 항상 얻을 수가 없다.

5) 造(조) : 나아간다는 뜻이니, 그곳에 가는 것을 말한다.

6) 期(기) : 限度

7) 吝(린) : 또는 吝과 같다. 몹시 아끼는 것, 애착을 두는 것

8) 環堵蕭然(환도소연) : 堵는 담, 蕭然은 쓸쓸한 모양, 빙 둘린 담이 쓸쓸하다 함은 보잘 것 없는 아주 작은 집을 뜻한다.

9) 短褐(단갈) : 짧은 베 잠뱅이

10) 穿結(천결) : 뚫어진 옷을 꿰맨 것

11) 簞瓢(단표) : 簞은 밥을 담는 대나무도시락이요, 瓢는 마실 것을 넣는 표주박이다. <論語>雍也編

에 [어질도다 ! 안회여 ! 한 그릇 도시락밥과, 한 표주박물을 먹고 마시며 누추한 집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다 근심하여 견디지를 못하는데, 안회만은 가난한 속에서도 도를 즐기는 마음이 변치 않으니, 참 어질도다! 안회여!]라고 하였다.

12) 晏如9안여) : 태연하고 침착한 모양

13) 忘懷得失(망회득실) : 회는 마음속에 품은 생각, 득실은 뜻을 얻어 부귀하게 됨과 실패하는 것

14) 贊(찬) : 찬문으로 전체의 문 뒤에 붙여 그 사람을 찬하는 글이다. 서화의 옆에 쓰기도 한다.

15) 黔婁(금루) : 제나라의 은사. 유향의 열려전에 금루의 처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금루선생이 운명하자 증자가 곡을 하면서 "선생의 시호를 무엇으로 하면 좋겠는가? "고 하였다. 이때 금루의 처가 말하기를 " 선생은 천하의 담미를 달게 여기고 천하의 낮은 자리에 있기를 편안하게 여겨, 빈천한 생활을 근심하지 아니하고 부귀에 공명을 기뻐하지 아니하였으며, 인을 구하다가 인을 얻었고, 의를 구하다가 의를 얻은 분이라. 시호를 강이라 함이 좋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

16) 戚戚(척척) : 근심하고 슬퍼하는 것

17) 汲汲(급급) : 무슨 일에 마음을 쏟아 쉴 새 없이 바삐 몰아치는 것

18) 若人(약인) : 이와 같은 사람. 곧 오류성생이 금루선생과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19)  (주) : 무리 동류

20)  觴(감상) : 상은 술잔. 술잔을 기울이며 즐기는 것

21) 無懷氏·葛天氏 : 둘 다 중국 태고적 제왕의 이름이다. 무회씨는 도덕으로써 백성을 다스려 그의 백성들은 모두 밥 먹는 것을 달게 여기며 인생을! 즐겼다고 한다. 또 갈천씨는 도덕이 하도 높아 말하지 않아도 믿고 교화를 펴지 않아도 교화가 행하여져 천하가 절로 잘 다스려졌었다고 한다. 무회씨의 백성이며 갈천씨의 백성이란 태평무사한 때의 욕심 없는 순박한 백성임을 뜻한다.

◈ 본문풀이 ◈

선생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고, 또 그 성이나 자도 자세하지 않다. 집 가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가 있어서 인하여 그를 오류선생이라고 부른다. 조용하고 안온하여 말이 적고 영리를 생각하지 않았다. 글 읽기를 좋아하지만 깊은 풀이를 하지 아니하고 매양 마음에 맞으면 문득 흔연히 밥 먹는 일을 잃어 버렸다. 성품이 술을 즐기지만 집이 가난하여 언제나 얻을 수 는 없었으니, 친구가 이 같음을 알고 혹 술을 두고서 그를 부르면, 와서 마시기를 문득 다하여 한도를 반드시 취하는데 두고, 이미 취하여 물러감에는 일찍이 가고 머무름에 마음을 인색하게 하지 않았다. 빙 둘린 담이 쓸쓸하여 바람과 해를 가리지 못하여, 짧은 잠방이는 뚫어져 꿰맸고, 대그릇과 표주박이 자주 비었으되 태연하고 침착하였다. 항상 문장을 지어 스스로 즐겨 자못 자기의 뜻을 나타내고 마음에 득실을 잊었으며 이것으로써 스스로 마쳤다.

찬에 이르되 금루가 한 말이 있으니 [빈천에 근심하지 아니하고, 부귀에 급급하지 않는다] 고 하였다. 술잔을 기울여 즐기며 시를 짓고 그로써 그 뜻을 즐겁게 하니, 무회씨의 백성인가? 갈천씨의 백성인가?

 

역옹패설전서( 翁稗說前序)

 

至正壬午, 夏雨連月, 杜門無 音, 悶不可 , 持硯承 溜, 聯友朋往還折簡, 遇所記, 書諸紙背, 題其端曰,  翁稗說. 夫 之從樂, 聲也. 然以不材遠害, 在木爲可樂, 所以從樂也. 予嘗從大夫之後, 自免以養拙, 因號 翁, 庶幾其不材而能壽也. 稗之從卑, 亦聲也. 以義觀之, 稗禾之卑者也. 余少知讀書, 壯而廢其學, 今老矣, 顧喜爲駁雜之文, 無實而可卑, 猶之稗也. 故名其所錄, 爲稗說云.

◈ 본문풀이 ◈

至正(연호) 壬午年에 이르러, 여름비가 달을 이어 내리니, 杜門不出하는데 뚜벅뚜벅 찾아오는 이의 발소리마저도 끊기고 무료함을 달랠 길이 없어, 硯滴을 들고 가서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물을 받아다가, 친구들끼리 주고받은 편지(折簡: 접는 편지)를 엮어서, 기록한 것을 맞닥드리는대로 편지 뒤에 쓰고, 그 끝에다가 題하기를, "櫟翁稗說(역옹패설)"이라 하였다. 그 櫟(력)에 樂을 붙인 것은 그 音 때문이지만, 그러나 그것은(상수리나무는) 材木으로 쓰이지 않아 害를 멀리할 수 있어, 나무에 있어서는 즐거워할 만한 것이 되니 그래서 樂을 붙인 것이다. 나는 일찍이 大夫의 뒤를 쫓아 스스로 害를 면하여 졸박함을 길렀으니, 그래서  翁이라 號한 것이며 그 (상수리나무)의 재목으로 쓰이지 않음으로써 장수할 수 있음을 바라는 것이다. 稗(패)에 卑를 붙인 것은 그 音 때문이지만, 그 뜻으로 본다면, 곡식 종류로는 가장 비속한 것이다. 나는 어려서 책을 읽을 줄 알았고, 커서는 그 학문을 그만두었고, 이제는 늙어버렸으나, 도리어 잡박한 문장을 짓기를 좋아하여서 내실이 없고 비속하니, 稗(곡식 종류 중에 하나인 피)와 비슷하다. 그래서 그 기록한 것을 이름 하여 稗說이라 하였다.

●  은 상수리나무로, 材木으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에, 나무로서의 수명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그런 존재이다. 흔히  는 아무런 쓸모없는 재목이나,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稗는 곡식 중에 하나인 피를 의미한다. 피는 자잘하고 微小해서 곡식으로서는 딱히 적당하지 않다. 그래서 흔히 자잘하고 사소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위의 글에서 작자는,  이 樂(락)을 따른 것은 그 音 때문이라 하였고, 稗가 卑(비)를 따른 것도 그 音 때문이라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翁稗說을 "낙옹비설"로 읽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형성문자라 해도 그 音이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仙(선)을 산(山)으로 읽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위의 작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형성문자의 音을 나타내는 부분을 가지고서 그 뜻을 풀고 있으니, 자못 재미있는 착상이다.

 

원목(原牧)

 

牧爲民有乎 民爲牧生乎 民出粟米麻絲 以事其牧 民出輿馬騶從 以送迎其牧 民竭其膏血津髓 以肥其牧 民爲牧生乎 曰否否 牧爲民有也 邃古之初 民而已 豈有牧哉 民于于然聚居 有一夫與隣  寞之決 有 焉 善僞公言 就而正之 四隣咸服推而共尊之 名曰里正 於是 數里之民 以其里  莫之決 有 焉 俊而多識 就而正之 數里咸服推而共尊之 名曰黨正數黨之民 以其黨  莫之決 有 焉 賢而有德 就而正之 數黨咸服 名之曰 州長 於是 數州之長 推一人 以爲場 名之曰國君 數國之君 推一人 以爲長名之曰方伯 四方之伯 推一人 以爲宗 名之曰皇王 皇王之本 起於里正 牧爲民有也

當是時 里正 從民望而制之法 上之黨正 黨正 從民望而制之法 上之州長 州長 上之國君 國君 上之皇王 故 其法皆便民

後世 一人自立爲皇帝 封其子若弟 及其侍御僕從之人 以爲諸侯 諸侯簡其私人 以爲州長 州長薦其私人 以爲黨正里正

於是 皇帝循己欲而制之法 以授諸候 諸侯循己欲而制之法 以授州長 州長授之黨正 黨正授之里正 故 其法皆尊主而卑民 刻下而附上 壹似乎民爲牧生也 < 與猶堂全書 >

◈ 내용연구 ◈

1) 牧爲民有乎 民爲牧生乎 : 목민관이 백성을 위해 있는가?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 살아가는가 ?

牧 : 목민관. 지방 수령. 爲 : 위하다.

2) 民出粟米麻絲 以事其牧 : 백성이 곡식과 옷감을 내어 그 목민관을 섬기고,

粟米麻絲 : 먹을 곡식과 입을 옷감을 의미함

3) 民出輿馬騶從 以送迎其牧 : 백성이 수레와 말과 하인을 내어 그 牧民官을 보내고 맞이하며

騶從 : 상전을 따라 다니는 하인

送迎其牧 : 목민관을 보내고 맞이하다. 즉 떠나는 목민관을 송별하고 새로 부임하는 목민관을 영접하다.

4) 民竭其膏血津髓 以肥其牧 : 백성이 그 기름과 피, 진액과 골수를 다하여 그 목민관을 살찌운다.

5) 曰否否 牧爲民有也 : 아니다. 아니다. 목민관이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이다.

6) 邃古之初 民而已 豈有牧哉 : 아득한 옛날 처음에는 백성뿐이었으니, 어찌 목민관이 있었으리오?

邃古之初 : 아득한 옛날

7) 民于于然聚居 有一夫與隣  莫之決 : 백성들이 구물구물 모여 살았는데, 어떤 사내가 이웃 사람과 싸우자 아무도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였는데

于于然 : 구물구물 움직이는 모양, 무질서하게 모여 사는 모양

莫之決 : 莫決之가 도치된 문장, 아무도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다.

8) 有 焉 善僞公言 就而正之 : 어떤 노인이 공정한 말을 잘하거늘 그에게 나아가 바로 잡으니

有 焉 : 노인이 있어서, 어떤 노인이

9) 四隣咸服推而共尊之 名曰里正 : 사방의 이웃이 모두 감복하여 추대하여 함께 그를 높여 이름을 里正이라 하였다.

10) 皇王之本 起於里正 牧爲民有也 : 황왕의 근본은 리정에서 시작되어 쓰니, 목민관은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이다.

11) 當是時 里正 從民望而制之法 上之黨正 : 이때를 당하여 리정이 백성의 소망을 좆아 법을 제정하여 그것을 당정에게 올린다.

上之 : 그것을 위로 올리다.

12) 其法皆便民 : 그 법이 모두 백성에게 편하다.

13) 一人自立爲皇帝 封其子若弟 及其侍御僕從之人 以爲諸侯 : 한 사람이 스스로 서서 황제가 되어 그 아들과 아우 및 시종들을 봉하여 제후로 삼고

自立 : 백성에 의해 뽑힌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올라섰다는 뜻< BR> 其子若弟 : 그 아들과 아우 若 = 及

侍御 : 임금을 가까이서 모시는 벼슬아치

僕從 : 하인 종

14) 諸侯簡其私人 以爲州長 : 제후는 자기 사람을 뽑아서 주장(州長)으로 삼고

15) 循己欲而制之法 : 자기의 사욕을 따라서 법을 제정한다.

16) 其法皆尊主而卑民 刻下而附上 壹似乎民爲牧生也 : 그 법이 모두 임금을 높이고 백성을 낮추며, 아랫사람의 것을 깎아내어 윗사람에게 붙여 주어서 한결같이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 사는 것처럼 되었다.

壹似乎 : 한결같이 ~와 같다.

◈ 본문풀이 ◈

목민관이 백성을 위해 있는가?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 살아가는가? 백성이 곡식과 옷감을 내어 그 목민관을 섬기고, 백성이 수레와 말과 하인을 내어 그 을 보내고 맞이하며, 백성이 그 기름과 피, 진액과 골수를 다하여 그 목민관을 살찌우니,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 살아가는 것인가? 아니다. 아니다! 목민관이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이다. 아득한 옛날 처음에는 백성뿐이었으니 어찌 목민관이 있었으리요? 백성들이 구물구물 모여 살았는데, 어떤 사내가 이웃 사람과 싸우자 아무도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였는데, 어떤 노인이 공정한 말을 잘하거늘 그에게 나아가 바로잡으니, 사방의 이웃이 모두 감복하여 추대해서 함께 그를 높여 이름을 '성왕'이라 하였다. 이에 몇 마을의 백성이 그 마을 간의 다툼을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였는데 어떤 노인이 준걸스러우며 아는 것이 많거늘 그에게 나아가 바로잡으니, 몇 마을이 모두 감복하여 추대해서 함께 그를 높여 이름을 '왕'이라 하였다. 몇 의 백성이 그 당 사이의 싸움을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였는데 어떤 노인이 현명하게 덕이 있거늘 그에게 나아가 바로잡으니 몇 당이 모두 감복하여 그를 이름 하여 '주장'이라 하였다. 이에 몇 주의 우두머리가 한 사람을 추대하여 우두머리로 삼아 그를 이름 하여 '주장' 이라고 하고, 몇 나라의 임금이 한 사람을 추대하여 우두머리로 삼아 그를 이름 하여 '방백'이라고 하고, 사방의 방백이 한 사람을 추대하여 우두머리로 삼아 그를 이름 하여 '황왕'이라고 하였으니, 왕의 근본은 성왕에서 시작되었으니, 목민관은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이다. 이때를 당하여 성정이 백성의 소망을 좇아 법을 제정하여 그것을 정에게 올리고, 당정이 백성의 소망을 좇아 법을 제정하여 그것을 주장에게 올리고, 주장은 그것을 국군에게 올리고, 국군은 그것을 황왕에게 올린다. 그러므로 그 법이 모두 백성에게 편했다. 후세에 한 사람이 스스로 서서 황제가 되어, 그 아들과 아우 및 시종들을 봉하여 제후로 삼고, 제후는 자기 사람을 뽑아서 주장으로 삼고, 주장은 자기의 사람을 뽑아서 당정으로 삼았다. 이에 황제는 자기의 사욕을 따라서 법을 제정하여 제후에게 주고, 제후는 자기의 사욕을 따라서 법을 제정하여 그것을 주장에게 주며, 주장은 그것을 당정에게 주고, 당정은 그것을 이정에게 준다. 그러므로 그 법이 모두 임금을 높이고 백성을 낮추며 아랫사람의 것을 깎아내어 윗사람에게 붙여 주어서, 한결같이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 사는 것처럼 되었다.

 

정언묘선서(精言 選序)

 

人聲之精者爲言, 詩之於言, 又其精者也. 詩本性情, 非矯僞而成, 聲音高下出於自然, 三百篇曲盡人情, 旁通物理, 優柔忠厚, 要歸於正, 此詩之本源也. 世代漸降, 風氣漸淆, 其發爲詩者未能悉本於性情之本, 或假文飾, 務說人目者多矣.

余數年抱病, 居閑處獨, 殿屎之隙, 時搜古詩, 備得衆體, 患詩源久塞, 末流多岐, 學者  眩亂, 莫尋其路, 乃敢採其最精而可法者, 集爲八篇, 加以圈點, 名曰精言 選, 以 淡者爲首, 使知源流之所自, 以次漸降, 至於美麗, 則詩之絡脈, 殆近於失眞矣. 乃以明道韻語終焉,  不流於矯僞, 去取之間, 有意存焉. 詩雖非學者能事, 亦所以吟詠性情, 宣暢淸和, 以滌胸中之滓穢, 則亦存省之一助, 豈爲雕繪繡藻, 移情蕩心而設哉. 覽此集者, 其念在玆.

◈ 본문풀이 ◈

人聲 중에 순수한 것이 말이 되니, 말 중에서도 詩가 또한 가장 순수한 것이다. 詩는 性情에 근본 하니, 억지로 꾸미고 위조하여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聲音의 高下는 自然에서 나오는 것이며, 三百篇(詩經)은 人情을 曲盡히 하고, 物理를 旁通하고, 優柔忠厚하여 그 요체는 올바름에 귀착하니, 이는 詩의 本源이다. 世代가 점점 내려가고, 風氣가 점점 흐려짐에 따라, 그 詩를 짓는 자들도 모두 능히 性情의 올바름에 근본하지 못하며, 혹은 文飾을 빌려 사람들의 눈을 애써 즐겁게 하려는 자가 많다. 내가 數年간 병이 있어 한가롭게 홀로 거처하며, 신음하며1) 지내던 사이에, 때때로 古詩를 찾아 온갖 詩體를 갖추었으니, 詩의 本源이 오래도록 막히고, 末流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배우는 자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현란하여 그 길을 찾지 못할까를 염려하여, 마침내 그 가장 순수하고 법으로 삼을 만한 것들을 채집하여 八篇으로 모으고, 圈點을 붙여 "精言 選"이라 이름하고, 沖澹한 것으로 머리편을 삼아 源流의 所自出을 알게 하고 그 다음으로 점점 내려가면서 美麗한 것들에 이르렀으니, 詩의 脈絡이 자못 그 참됨을 잃게 되는 데까지 가까워지기에, 이에 程明道 先生의 詩賦로 끝을 맺어, 억지로 꾸미고 위조하는 폐단에 흐르지 않게 하고, 버리고 취하는 사이에 뜻을 지니도록 하였다. 詩는 비록 배우는 사람들이 일삼을 만한 것이 아니나, 또한 性情을 읊조리는 까닭은 淸和를 마음껏 펼쳐 가슴속의 더러운 때를 씻어내게 된다면 또한 存省의 一助가 되는 것이니, 어찌 무늬를 새기고 그림을 그리고 수놓고 화려하게 꾸며, 마음을 뒤흔들고 방탕하게 하기 위해서 만들 어겠는가? 이 選集을 보는 자는 이를 염두에 둘지어다.

1) 殿屎

[詩經] 大雅·生民之什·板에 "殿屎"라는 문구가 나오며, 朱子의 集傳을 보면, "殿屎, 呻吟也"라고 보임.

恭承嘉惠兮,  罪長沙, 仄聞屈原兮, 自湛汨羅.造托湘流兮, 敬弔先生, 遭世罔極兮,  殞厥身.烏 哀哉兮, 逢時不祥, 鸞鳳伏竄兮,    翔. 茸尊顯兮, 讒諛得志, 賢聖逆曳兮, 方正倒植.謂隨夷 兮, 謂  廉, 莫耶爲鈍兮, 鉛刀爲 .于嗟默默, 生之亡故兮, 斡棄周鼎, 寶康瓠兮.騰駕罷牛.  蹇驢兮, 驥垂兩耳, 服鹽車兮,章甫薦 , 漸不可久兮. 嗟苦先生, 獨離此咎兮. 曰已矣, 國其莫吾知兮, 予獨壹鬱其誰語?鳳  其高逝兮, 夫固自引而遠去, 襲九淵之神龍兮. 沕淵潛以自珍. 獺以隱處兮, 夫豈從蝦與蛭 ? 所貴聖之神德兮, 遠濁世而自臧, 使麒麟可係而 兮, 豈云異夫犬羊?般紛紛其離此郵兮, 亦夫子之故也. 歷九州而相其君兮, 何必懷此都也? 鳳凰翔于千 兮, 覽德輝而下之. 見細德之險微兮, 遙增擊而去之. 彼尋常之 瀆兮, 豈容呑舟之魚? 橫江湖之 鯨兮, 固將制於 蟻. 

◈ 본문풀이 ◈

황공하옵게도 황제의 칙명을 받아 죄를 입고 장사(長沙)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어렴풋이 듣건대 옛날의 굴원(屈原)은 골라(汨羅)에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한다. 내 이제 상수(湘水)에 이르러 조문을 지어 상수(湘水)에 던져서 삼가 굴원선생을 조위(弔慰)한다. 선생은 실로 중정(中正)의 도(道)가 없는 무도(無道)한 세상을 만나서, 그 몸을 스스로 골라(汨羅)에 던져서 운명한 것이었다.

아아! 슬프구나. 굴원은 상서롭지 못한 난세(亂世)를 만나서 불행한 일을 겪게 된 것이다. 봉황과 같은 영조(靈鳥)는 숨어 피해 버리고, 치효같은 악조(惡鳥)만이 발호하여 날개를 펼치게 되었다. 천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관위(官位)가 높이 드러나고, 사람을 참소하는 소인배만 때를 얻어 만족 해 하였다. 성인과 현인은 순로(順路)에 서지를 못하고, 곧고 단정한 인사는 거꾸로 서게 되었다. 변수(卞隨)·백이(伯夷)를 더러운 사람이라고 말하고, 도척·장교 따위를 청렴, 정직하다고 말하였다. 막사(莫邪)같은 명검(名劍)을 무디다고 하고, 연도(鉛刀)를 예리하다고 하니, 모든 것이 전도된 세상이었다.

아아! 굴원선생은 묵묵히도 뜻을 얻지 못하고 이유 없이 이 같은 화를 당하게 되었다. 이를 비유해서 말하면, 삼대(三代)의 지보(至寶)인 주(周)의 정(鼎)을 굴려 내버리고, 흙으로 빗은 보잘 것 없는 대호(大瓠)를 보배라고 하는 것과 같으며, 또는 피로한 소에게 수레를 매어 끌게 하고, 절뚝발이 말을 첨마(添馬)로 하여 수레를 끌게 함과 같은 것이다. 준마는 귀를 드리우고 소금 수레를 끌고, 장보(章甫)라는 은(殷)나라의 관(冠)은 머리에만 써야 할 것이 발 밑에 깔리게 되는 거꾸로 된 난장판 세상이고 보니, 군자는 그 같은 처지에 오래 머물러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 선생은 이 같은 세상을 만나서 홀로 미움을 당하게 되었다.

수사하여 가로되, "하는 수가 없구나. 나라에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하였으니, 그래서 그대 혼자 가슴에 울분을 안고 있은 들 누구에게 그것을 말할 것인가? 봉(鳳)은 표표히 높은 데로 날아오르니, 이는 영조(靈鳥)인 만큼 덕을 지켜서 스스로 몸을 이끌어 멀리 더러운 세상을 떠나는 까닭에 재난을 입지 않는다.

깊은 못에 몸을 사리고 있는 신변(神變)의 용은 깊이 못 속에 잠겨 스스로 자기 몸을 진중히 여길 줄 알며, 수달의 무리를 피하여 뒤섞여 살기를 꺼린다. 하물며 새우·거머리·지렁이 따위를 좇아서 함께 섞이어 지내겠는가? 봉이나 신룡이 귀히 여기는 바는 성인의 신덕(神德)이니, 혼탁한 세상을 멀리하여 스스로 숨어서 자중한다. 만약에 인수(仁獸)라고 하는 기린도 고삐에 매어 구속해서 신덕을 펼 수 없도록 한다면 견양(犬羊)과 다를 것이 있겠는가? 성현의 재덕이 있는 사람도 또한 이와 다를 것이 없으리라.

굴원은 봉황·기린을 배우지 않고, 도리어 분분히 혼탁한 세상에

집착하여 마침내 허물에 걸리게 되었으니, 이 또한 굴원의 죄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초국(楚國)이 임금과 신하가 모두 어리석어 취할 것이 못되거든, 천하 구주(九州)를 두루 다녀 보아서, 어느 나라든지 명군(明君)을 만나서 그를 도우면 좋을 것을, 하필이면 초(楚)의 도성만을 사모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봉황은 천 길의 높이를 날아서 덕화의 빛이 있는 곳을 보아 내려앉으며, 덕이 없는 험악한 조짐이 보일 때는 다시 날개를 쳐 날아서 멀리 떠나 버린다. 정사가 어지러운 소조정에는 현인·군자를 들일 수 없는 것이다. 강호(江湖)의 큰물에 가로 누운 고래 따위의 대어(大魚)도 강호의 넓이에 있기 때문에 그 위세를 떨칠 수 있는 것이며, 만약에 그것을 팔척(八尺)에 미달하는 웅덩이에 잡아넣는다면, 대어의 위세는커녕 구더기나 개미 같은 벌레들에게 시달림을 받기가 쉬울 것이다.

匹夫而爲百世師, 一言而爲天下法, 是皆有以參天地之化, 關盛衰之運, 其生也有自來, 其逝也 有所爲. 故申呂自嶽降, 傳說爲列星, 古今所傳, 不可誣也. 孟子曰, 我善養吾浩然之氣, 是氣也, 寓於尋常之中, 而塞乎天地之間, 卒然遇之, 王公失其貴, 晉楚失其富, 良平失其智, 賁育失其勇, 儀秦失其辯, 是孰使之然哉.

其必有不依形而立, 不恃力而行, 不待生而存, 不隨死而亡者矣. 故 在天爲星辰, 在地爲河嶽, 幽則爲鬼神, 而明則復爲人. 此理之常, 無足怪者. 自東漢以來, 道喪文弊, 異端幷起, 歷唐貞觀開元之盛, 輔以房杜姚宋, 而不能救, 獨韓文公, 起布衣, 談笑而麾之, 天下靡然從公, 復歸于正, 蓋三百年於此矣. 文起八代之衰, 而道濟天下之溺, 忠犯人主之怒, 而勇奪三軍之帥, 此豈非參天地關盛衰, 浩然而獨存者乎. 蓋嘗論天人之辨, 以謂, 人無所不至, 惟天不容僞. 智可以欺王公, 不可以欺豚魚, 力可以得天下, 不可以得匹夫匹婦之心.

故公之精誠, 能開衡山之雲, 而不能回憲宗之惑, 能馴鰐魚之暴,而不能 皇甫 ·李逢吉之謗, 能信於南海之民, 廟食百世, 而不能使其身一日安於朝廷之上. 蓋公之所能者天也, 其所不能者,人也. 始潮人未知學, 公 命進士趙德, 爲之師, 自是潮之士, 皆篤於文行, 延及齊民, 至于今號稱易治. 信乎 孔子之言曰, 君子學道則愛人, 小人學道則易使也, 潮人之事公也, 飮食必祭, 水旱疾疫凡有求, 必禱焉.

而廟在刺史公堂之後, 民以出入爲艱. 前守欲請諸朝, 作新廟不果, 元祐五年, 朝散郞王君滌, 來守是邦, 凡所以養士治民者, 一以公爲師. 民旣悅服. 則出令曰, 願新公廟者聽, 民 趨之, 卜地於州城之南七里, 期年而廟成. 或曰, 公去國萬里而謫于潮, 不能一歲而歸, 沒而有知, 其不眷戀于潮也審矣. 軾曰, 不然. 公之神在天下者, 如水之在地中, 無所往而不在也, 而潮人獨信之深思之至, 焄蒿悽愴, 若或見之. 譬如鑿井得泉而曰, 水專在是, 豈理也哉. 元豊元年, 詔封公昌黎伯. 故 榜曰, 昌黎伯韓文公之廟. 潮人請書其事于石, 因爲作詩以遺之, 使歌以祀公.

其辭曰, 公昔騎龍白雲鄕, 手抉雲漢分天章, 天孫爲織雲錦裳. 飄然乘風來帝旁, 下與濁世掃粃糠. 西游咸池略扶桑, 草木衣被昭回光, 追逐李杜參 翔, 汗流籍湜走且 , 滅沒倒景不得望. 作書 佛譏君王, 要觀南海窺衡湘, 歷舜九疑弔英皇. 祝融先驅海若藏, 約束鮫鰐如驅羊.鈞天無人帝悲傷, 謳吟下招遺巫陽.  牲鷄卜羞我觴, 於餐 丹與蕉黃. 公不少留我涕滂, 翩然被髮下大荒.

◈ 본문풀이 ◈

일개 서인으로서 백대의 스승이 되고 한 마디 말로써 천하가 쫓아야 할 법이 되게 하였다. 이런 사람은 다 천지가 만물을 육성하는 큰 활동에 참가하여 국운의 성쇠에 관계되는 큰 활동이 있는 것이다. 그 남에는 좇아옴이 있고, 그 감에는 하는 바가 있으니, 그러므로 신여(申呂)는 산악으로부터 내리었고, 전설은 열성(列星)이 되었다. 고금에 전하는 것이 가히 거짓이 아니다. 맹자가 이르되 "내 잘 호연지기를 기른다."하였다. 이 기라는 것은 심상한 가운데 붙어서 천지의 사이에 막힌다. 갑자기 이를 만나면 왕공(王公)도 그 귀함을 잃고, 진(晉)·초(楚)도 그 부를 잃고, 장양(張良)·진평(陳平)도 그 지혜를 잃고, 맹분(孟賁)·하육(夏育)도 그 용기를 잃고, 장의(張儀)·소진(蘇秦)도 그 변설을 잃는다. 이것은 누가 그렇게 하였는가?

그 반드시 형(形)에 의지하여 서지 않고, 힘을 믿어 행하지 않고, 삶을 기다려 존재하지 않고, 죽음을 따라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런 까닭으로 하늘에 있어서는 성신이 되고, 땅에 있어서는 하악(河嶽)이 되고, 어두우면 귀신이 되고, 밝으면 곧 다시 사람이 된다. 이 이치는 항상된 것으로 족히 괴이할 것이 없다. 동한 이래로 도가 죽고, 문(文)이 헐어져서, 이단이 아울러 일어났다. 당(唐)의 정관·개원의 성세를 지나서 보국(輔國)하기를 방(房)·두(杜)·요(姚)·송(宋)으로써 하였으나, 능히 구하지 못하였다. 홀로 한문공(韓文公)만이 포의로 일어나서 담소하여 이를 지휘하매, 천하는 바람에 쓸리듯이 공을 좇아 정(正)에 복귀하기를 대개 이제로 300년이었다. 문(文)은 8대의 쇠약함을 일으키고, 도는 천하의 빠짐을 건졌으며, 충(忠)은 임금의 노함을 범하였고, 용(勇)은 삼군의 장수를 빼앗았다. 이 어찌 천지에 참가하고 성쇠에 관계하여 호연히 독존(獨存)한 자라 아니하겠는가?

대개 일찍이 천인의 변(辨)을 논하여, 사람은 이르지 않는 것이 없으되, 오직 하늘만은 거짓을 용납지 않는다 하였다. 지혜는 가히 왕공을 속일 수 있어도 돼지나 물고기를 속일 수 없으며, 힘은 가히 천하를 얻을 수 있어도 필부필부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그런 까닭에 공의 정성은 형산의 구름을 열어도, 능히 헌종(憲宗)의 악사(惡事)는 돌이키지 못하였으며, 능히 악어의 횡포를 길들일 수 있어도, 능히 황보박·이봉길(李逢吉)의 비방은 멈추지 못하였다. 능히 남해의 백성들에게 신망을 얻어 백세에 묘식(廟食)하였어도, 능히 그 몸으로 하여금 하루도 조정의 위에서 편안할 수는 없었다.

대개 공의 능한 바는 하늘이었다. 그 능하지 못한 바는 사람이었다. 처음에 조주(潮州)의 사람들이 학문을 알지 못하니, 공은 진사 조덕(趙德)에게 명하여 이로 스승을 삼았다. 이로부터 조주의 사인들은 다 문행(文行)에 힘을 썼고, 나아가서는 제민(齊民)에까지 미치니, 지금에 이르기까지 호(號)하여 다스리기 쉽다고 일컫는다. 믿을 만하구나. 공자의 말씀. 군자가 도를 배우면 곧 사람을 사랑하며, 소인(小人)이 도를 배우면 다스리기 쉽다고. 조주의 사람들이 공을 섬기기를 음식으로 반드시 제사를 드린다. 가뭄이나 질병 등 구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빈다.

그리하여 묘당은 자사(刺史) 공당(公堂)의 뒤에 있어서 백성들이 출입이 어렵다고 하였다. 전(前) 태수가 이를 조정에 청원하여 새로 묘당을 짓고자 하였으나 허락되지 못하였다. 원우(元祐) 5년 조산랑(朝散郞) 왕척군(王滌君)이 와서 이곳의 태수가 되었다. 무릇 선비를 기르고 백성을 다스리는 소이는 첫째, 공으로써 스승을 삼으니, 인민이 이미 열복(悅服)하는지라, 곧 영(令)을 내기를 "공의 묘당을 새로 짓기를 원하는 자는 들으라." 백성들이 기꺼이 따르니, 땅을 주성(州城)의 남쪽 7리에 잡아 1년 만에 묘당을 완성하였다.

어느 분이 이르기를 "공은 만리 길 조주에 귀양 와서 한 해가 못되어 돌아갔다. 죽어서 앎이 있다 하여도, 그가 조주를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하였다.

내가 이르되 "그렇지 않다. 공의 귀신이 천하에 있는 것은 물이 땅위에 있는 것과 같아서 가는 곳마다 있지 않은 곳이 없다. 그리하여 조주 사람들이 홀로 이를 믿음이 깊고, 이를 생각함이 지극하다. 향기로운 기운이 퍼져 오르고 마음이 감동되어 혹 이를 보는 것과 같을 때는 비유하면 우물을 파서 샘을 얻음과 같다. 그러나 물이 오르지 이에 있다고 한다면, 어찌 도리이겠는가?"

원풍(元豊) 원년에 칙소를 내려 공을 창려백(昌黎伯)에 봉하였다. 그런 까닭에 방을 붙여 이르기를 "창려백 한문공의 묘"라고 하였다. 조주 사람들이 그 사실을 돌에 서각하기를 청하니, 그로 인하여 시를 지어 이에 보내서 노래 불러 공을 제사케 한다.

그 사(辭)에 이르기를 "공은 옛날에 용을 타고 백운향(白雲鄕)에 노닐어, 손으로 운한(雲漢)을 움켜서 천장(天章)을 갈라놓았다. 천손(天孫)은 공을 위해 운금상(雲錦裳)을 짰다네. 표연히 바람을 타고 천제의 곁으로 와서 하강하여 혼탁한 세상을 위해 구지레한 것을 쓸었다. 서쪽 함지(咸池)에 노닐고 부상(扶桑)을 스치니, 초목들은 소광(昭光)을 입네. 이백과 두보를 좇아 어깨를 나란히 하니, 장적과 황보식은 달리고 또 넘어져도 그림자도 없어져 바라볼 수가 없었다.

글을 지어 부처를 꾸짖고 군왕을 비방하고, 남해를 보고 형상(衡湘)을 엿보아, 순(舜)의 구의(九疑)를 거쳐서 영(英)·황(皇)을 조상(弔喪)하려 하니, 축륭(祝融)이 먼저 달아나고 해약(海若)은 자취를 감추고, 교악을 묶어서 양을 모는 것 같이 하였다.

하늘에는 사람이 없으니 천제는 슬퍼 상심하고, 노래를 읊어 불러서 양(陽)이라는 신무(神巫)를 보냈다.

들소 생고기와 닭뼈 점으로 우리의 술잔을 권한다. 이에 여단과 초황(蕉黃)을 잡수시라. 공이 잠시도 머물지 않으니, 우리의 눈물은 넘친다. 가벼이 몸을 뒤쳐서 머리털을 흩뜨리고 대공(大空)에서 내려오시라.

 

진삼국사기표(進三國史記表)

 

臣某言‥古之列國, 亦各置史官以記事. 故 孟子曰 晋之乘, 楚之  , 魯之春秋, 一也.惟此海東三國, 歷年長久, 宜其事實著在方策. 乃命老臣,  之編集. 自顧缺爾, 不知所爲.

伏惟聖上陛下, 性唐虞之文思, 體夏禹之勤儉, 宵 餘閒, 博覽前古, 以謂今之學士大夫, 其於五經諸子之書, 秦漢歷代之史, 或有淹通而詳說之者, 至於吾邦之事, 却茫然不知其始末, 甚可嘆也. 況惟新羅氏, 高句麗氏,百濟氏, 開基鼎峙, 能以禮通於中國, 故范曄漢書, 宋祁唐書, 皆有列傳而詳內略外, 不以具載. 又其古記, 文字蕪拙, 事迹厥亡, 是君后之善惡,臣子之忠邪, 邦業之安危, 人民之理亂, 皆不得發露, 以垂勸戒, 宜得三長之才, 克成一家之史,貽之萬世, 炳若日星.

如臣者本匪長才, 又無奧識,  至遲暮, 日益昏蒙. 讀書雖勤, 掩卷卽忘, 操筆無力, 臨紙難下.

臣之學術, 蹇淺如此, 而前言往事, 幽昧如彼. 是故, 疲精竭力, 僅得成編, 訖無可觀, 祗自愧耳. 伏望聖上陛下, 諒狂簡之裁, 赦妄作之罪, 雖不足藏之名山, 庶無使 之醬, 區區妄意는, 天日照臨.

謹操述本紀二十八卷 年表三卷 志九卷 列傳十卷, 隨表以聞, 上塵天覽, 無任慙愧戰汗屛營之至, 臣金富軾, 誠惶誠恐頓首謹上表. <三國史記>

이 글은 高麗 仁宗 때에 金富軾이 王命으로 新羅 高句麗 百濟의 歷史를 정리한 <三國史記>를 편찬하고 왕에게 올린 글이다. <三國史記>를 편찬한 취지 경위 의의를 밝혀 장차 後代에서 史書로서의 가치를 부여하였다.

◈ 본문풀이 ◈

신 부식이 아뢰옵니다. 옛날 여러 나라는 각기 사관(史官)을 두어서 국사(國事)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래서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진(晉)나라의 승(乘)과 초(楚)나라의 도올, 노(魯)나라의 춘추(春秋)가 하나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생각건데 우리 삼국은 역사가 오래되어 마땅히 그 사실들을 책에 나타나있어야 합니다. 이에 저에게 명하여 그것을 편집하게 하였습니다. 스스로 돌아보니, 부족한 제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성황성구돈수돈수(誠惶誠懼頓首頓首)하고 엎드려 생각하니, 성상폐하께서는 당요(唐堯)의 문사(文思)를 본성으로 하고, 하우(夏禹)의 근검(勤儉)을 본받아 정사를 돌보시고 남은 여가에 前古의 서책을 두루두루 읽으시며 이르기를 "오늘날 학사와 대부들은 오경(五經)과 제자서(諸子書), 진한(秦漢)의 역대 역사에 대해서는 혹은 널리 통달하여 자세히 설명하는 자가 있으나, 우리나라의 일에 대해서는 도리어 아득히 그 시말(始末)을 알지 못하니, 심히 탄식할 노릇이다."라고 하셨습니다. 하물며 신라, 고구려, 백제는 솥발처럼 나란히 터를 잡고 개국하여서 능히 예(禮)로써 중국과 교류하였습니다. 그러나 범엽(范曄)의 한서(漢書), 송기(宋祁)의 당서(唐書)에 모두 열전(列傳)이 있으나, 안(중국의 일)은 자세하고 밖(그 밖의 일)은 소략하여 자세하게 실려있지 않습니다.

또 고기(古記)는 문장이 거칠고 뜻이 통하지 않으며, 사적(事迹)이 빠져있습니다. 이로써 군주의 선악(善惡)과 신하의 충사(忠邪), 나라의 안위(安危), 백선들의 치란(治亂)이 모두 드러나 권계(勸戒)을 보일 수 없으니, 마땅히 삼장(三長)의 재주를 가진 사람을 얻어 능히 일가(一家)의 사가(史家)를 이루어 만세(萬歲)에 전해주어 해와 별같이 환하게 밝히어야 합니다.

신과 같은 자는 본래 삼장의 재주꾼이 아니며, 또 심오한 식견도 없고, 늙어서 하루하루 더욱 정신이 흐려집니다. 독서는 비록 부지런히 하나 책을 덮으면 곧 잊어버리고, 붓을 잡으면 힘이 없어 종이에 쓰기가 어렵습니다.

 

신의 학술은 노둔하고 천박함이 이와 같고, 옛사람이 남긴 말과 행동에 대하여 어두움이 저와 같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겨우 편찬하였으나, 마침 볼 것이 없어 다만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데 성상폐하께서는 소략하게 지은 것을 해량(海諒)하시고, 망령되이 지은 죄를 용서하시어, 비록 그것을 명산에 보관하기는 부족하나, 장독을 덮는 종이로 파기하지 말기를 바라옵니다. 변변치 못한 신의 뜻을 하늘의 해가 내려다봅니다.

삼가 본기 28권, 년표 3권, 지9권, 열전10권을 조잡하게 기술하여, 표에 따라 들리게 하였사오니 상께서는 열어보시고 병풍 뒤에 숨어서 짜낸 땀방울을 부끄럽게 여기지 못하고, 신 부식은 머리를 조아리며 두려운 마음으로 표를 올리나이다.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

 

夫天地者는 萬物之逆旅요 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而浮生이 若夢하니 爲歡이 幾何오 古人秉燭夜遊가 良有以也로다 況陽春은 召我以煙景하고 大塊는 假我以文章이라 會桃李之芳園하야 序天倫之樂事하니 群季俊秀는 皆爲惠連이어늘 吾人詠歌는 獨慙康樂이라 幽賞이 未已에 高談이 轉淸하야 開瓊筵以坐花하고 飛羽觴而醉月하니 不有佳作이면 何伸雅懷리오 如詩不成이면 罰依金谷酒數하리라 (古文眞寶)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는 이백이 봄날 밤에 형제와 친족(親族)들과 함께 복숭아와 오얏꽃이 만발(滿發)한 정원(庭園)에서 연회(宴會)를 열고 각자 시를 지으며 놀 적에 그 시편(詩篇) 앞에 그 때의 감상(感想)과 일의 차제(次第)를 편 문장이다. 序는 사물의 차제(次第)를 순서를 세워서 서술(敍述)하는 글이다.

◈ 내용연구 ◈

ㅇ春夜宴桃李園序(춘야연도리원서) : 봄날 밤 복사꽃과 오얏꽃이 피어있는 동산에서 (여러 형제들과) 연회(宴會)를 베풀며 느끼는 회포(懷抱)를 서술함.

ㅇ逆旅(역려) : 나그네를 맞는 곳, 여관(旅館), 逆은 맞이하다(迎).

ㅇ光陰(광음) : 햇빛과 그늘 즉 시간을 말함, 세월(歲月)

ㅇ百代(백대) : 한 世代는 30년, 百代는 영원함을 말함.

ㅇ浮生(부생) : 정처(定處)없이 떠다니는 인생, 덧없는 인생.

ㅇ秉燭(병촉) : 등불을 잡다. 등불을 밝혀 놓고 밤늦도록 노님.

ㅇ良有以也(양유이야) : 良은 진실로, 참으로. 以는 까닭의 뜻.

진실로 까닭이 있음이라.

ㅇ陽春(양춘) : 화창한 봄 날씨, 봄은 양기(陽氣)가 충만(充滿)함.

ㅇ召(소) : 부르다. 여기서는 초대(招待)하다의 뜻과 통함.

ㅇ煙景(연경) : 연하(煙霞)의 경치, 봄날의 아름다운 경치.

ㅇ大塊(대괴) : 천지(天地), 대지(大地), 조물주. 塊는 흙덩이.

ㅇ假(가) : 빌려주다, 여기서는 부여(賦與)해주다. 즉 조물주는 나에

게 글을 쓸 수 있는 재주를 빌려 주어 형제간의 즐거운 이날 밤

의 풍경을 이렇게 쓴다는 얘기이다.

ㅇ天倫(천륜) : 하늘이 맺어준 질서 즉 형제.

ㅇ群季(군계) : 많은 연소자(年少者), 아우들.

ㅇ惠連(혜련) : 남조 송(南朝 宋)의 사혜련(謝惠連)(397- ? ), 십세에 시를 잘 지어 그의 형 ㅇ령운(靈雲)은 그를 만나 시를 지으면 좋은 구(池塘生春草)가 얻어졌다 함.

ㅇ吾人(오인) : 나를 가리키는 일인칭 지시대명사.

ㅇ康樂(강락) : 사령운(謝靈雲, 385-433)이 강락후(康樂侯)에 봉해졌기 때문에 謝康樂이라 함. 그는 산수시(山水詩)의 시조로 이태백이 그의 시풍을 특히 좋아하여 은근히 자신에 비유함.

ㅇ幽賞(유상) : 그윽한 감상, 고요히 바라보며 즐김.

ㅇ高談(고담) : 고상한 담론(談論) 혹은 고성(高聲)으로 말을 함.

ㅇ轉淸(전청) : 점점 맑은 쪽으로 옮겨 감, 轉은 옮겨 감.

ㅇ瓊筵(경연) : 옥과 같이 아름다운 자리, 곧 화려한 연회.

ㅇ羽觴(우상) : 새깃 모양으로 된 술잔의 이름.

ㅇ雅懷(아회) : 마음속의 맑은 회포, 아취(雅趣)있는 마음.

ㅇ如(여) : 만약, 만약 시를 제대로 짓지 못한다면.

ㅇ金谷酒數(금곡주수) : 진(晉)의 석숭(石崇)이 금곡원(金�! 筏�)에서

손님들을 초빙하여 연회를 베풀 때 시를 짓지 못하면 벌주로 술 석잔을 먹였다는 고사(故事). 金谷은 하남성(河南省) 낙양현(洛陽縣)의 서쪽 金水가 흐르는 골짜기. 石崇은 東洋을 대표하는 대부 (大富)였으나 녹주(綠珠)라는 애첩 때문에 아사(餓死)함.

◈ 본문풀이 ◈

대저 천지는 만물의 숙소요, 세월은 영원히 쉬지 않고 천지의 사이를 지나가는 나그네와 같은 것이다. 이 중에 인간의 생애라고 하는 것은 꿈같이 덧없고 짦은 것이니 이 세상에서 환락을 누린다 한들 그 몇 시간이나 계속될 것인가. 고인이 등불을 손에 잡고 밤놀이를 즐겼다는 것은 참으로 까닭이 있는 일이니 더욱이 때는 봄 만물이 화창한 계절에 운애 낀 풍경으로 나를 불러주고 천지는 나에게 문장을 지을 수 있는 재주를 빌려준 데는 더욱 이 봄밤을 즐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복사꽃 오얏꽃 만발한 동산에 모여서 형제들이 즐거운 놀이를 펼치니 많은 연소자들은 모두 혜련과 같이 시재가 있는 사람들이며 그 중 나의 영가만이 홀로 시 잘하는 강락에 부끄러울 뿐이다. 고요히 경치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아직 끝나지 않고 고상한 담화가 갈수록 맑은 분위기를 더해가니 훌륭한 연석에 꽃을 대해 앉아서 새깃 모양의 잔을 주고받으며 달빛 속에 취한다. 이런 즐거운 분위기에서 좋은 시가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아치있는 마음을 펼 수 있겠는가. 만약에 시가 되지 않는다면 진의 석숭이 금곡원에서 잔치를 열었을 때 시 못 지은 사람에게 벌줄 삼배를 내리던 그 규칙을 따르리라.

 

허생전(許生傳)

 

許生 居墨積洞. 直抵南山下 井上有古杏樹, 柴扉向樹而開 草屋數問 不蔽風雨. 然許生好讀書 妻爲人縫刺以糊口.

一日 妻甚饑 泣曰 :“子平生不赴擧 讀書何爲” 許生笑曰 :“吾讀書未熟이.” 妻曰 :“不有工乎?” 生曰 :“工未素學 奈何?”妻曰 :“不有商乎?”生曰:“商無本錢 奈何?”其妻 且罵曰 :“晝夜讀書 只學‘奈何'? 不工不商 何不盜賊?

許生掩卷起曰 :“惜乎! 吾讀書本期十年 今七年矣로다.”出門而去無相識者. 直之雪從街 問市中人曰 :“漢陽中에 催最富?” 有道卞氏者遂訪其家

許生長揖曰 :“吾家貧 欲有所小詩 願從君借萬金.”卞氏曰 :“諾.”立與萬金, 客竟不謝而去. 子弟濱客 視許生  者也.

絲 穗拔 革  顚, 笠挫袍煤 鼻流淸涕. 客旣去 皆大驚曰 :“大人知客乎?” 曰 :“不知也”“今一朝浪空擲萬金於生乎所不知何人, 而不問其姓名 何也?

卞氏曰 :“此非爾所知. 凡有求於人者 必廣張志意 先耀信義, 然顔色傀屈 言辭重複, 彼客 衣 雖 辭簡而視傲 容無作色, 不待物而自足者也. 彼其所試術不小 吾亦有所試於客. 不與則己 旣與之萬金, 問姓名何爲?“

◈ 내용연구 ◈

◈ 妻爲人縫刺以糊口(처위인봉자이호구) : 처가 남을 위해 바느질을 하여(입에) 풀칠을 하였다.

◈ 子平生不赴擧 讀書何爲(자평생불부거 독서하위) : 당신은 평생 과거에 응시하지 않으니, 독서는 왜 하십니까?

◈ 不有工乎(불유공호) : 장인바치의 일이 있지 않습니까?

◈ 工未素學 奈何(공미소학 내하) : 장인바치의 일은 평소에 배우지 않았는데 어찌 하리요?

◈ 晝夜讀書 只學‘奈何(주야독서 지학‘내하) : 밤낮 글을 읽더니 단지‘어찌 하리요’만 배웠소?

◈ 直之雪從街(직지설종가) : 곧바로 운종가로 갔다.

◈ 有道卞氏者(유도변씨자) : 변씨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 吾家貧 欲有所小詩 願從君借萬金(오가빈 욕유소소시 원종군차만금) : 내 집이 가난하여 조금 시험해 보려는 것이 있어 원컨대 당신에게 만금을 빌리고

자 합니다.

從 :‘~로 부터.’ 君 : 2인칭 대명사. 당신. 그대.

◈ 立與萬金(입여만김) : 즉시 만금을 주었다.

立 : 즉시. 與 : 주다.

◈ 絲 穗拔 革顚 笠挫袍煤 鼻流淸涕(사조수발 혁구근전 입좌포매 비류청체) : 실띠의 술이 빠져 너덩너덜했으며, 가죽신의 뒷굽이 꺾였고, 갓은 일그러졌으며 도포는 새까맣고, 코에서는 맑은 콧물이 흘렀다.

◈ 今一朝 浪空擲萬金於生乎所不知何人 而不問其姓名 何也(금일조 낭공척만김어생호소불지하인 이불문기성명 하야) : 지금 하루 아침에 평소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함부로 헛되어 만금을 던져 주고서도, 그 성명도 묻지 않은 것은 어째서입니까?

◈ 辭簡而視傲 容無作色 不待物而自足者也(사간이시오 용무작색 불대물이자족자야) : 말은 간결하며 눈은 오만하고, 얼굴엔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으니, 재물을 기다려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다.

不待物而自足者 : 재물이 생겨야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다. 즉 재물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이라는 뜻.

◈ 不與則已 旣與之萬金 問姓名何爲(불여칙이 기여지만김 문성명하위) ; 주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이미 그에게 만금을 주었는데 성명을 물어서 무엇 하겠는가?

◈ 본문풀이 ◈

허생은 묵적동에 살았다. 곧바로 남산 밑에 닿으면 우물가에 오래 된 은행나무가 있고 사립문은 나무를 향하여 열려있는데, 두어 칸 초가집은 비바람도 가리지 못하였다. 그러나 허생은 독서만 좋아하였고, 아내가 남을 위해 바느질을 하여 풀칠을 하였다. 하루는 아내가 몹시 굶주려 울면서 말하였다. "당신은 평생 과거에 응시하지 않으니, 독서는 왜 하십니까?" 허생이 웃으며 말하였다. "나는 독서가 아직 익숙지 않구려." "장인바치의 일이 있지 않습니까?" "장인바치의 일은 평소에 배우지 않았는데 어찌 하리요?" "장사가 있지 않습니까?" "장사는 본전이 없으니 어찌 하리요?" 그 아내가 성내며 꾸짖어 말하였다. "밤낮 글을 읽어 단지 '어찌 하리요'만 배웠소? 장인바치도 하지 않고 장사도 하지 않으면 왜 도적질은 안 하나요?" 허생이 책을 덮고 일어나며 말하였다. "애석하다! 내가 독서함에 본래 10년을 기약하였는데, 지금 7년이로다." 문을 나와 가니 아는 자가 없었다. 곧바로 운종가로 가서 저자 사람에게 묻기를 "한양에서 누가 제일 부자요?"라고 하니, 변씨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드디어 그 집을 찾아가서 허생이 길게 읍하고 말하였다. "내가 집이 가난하여 조금 시험해 보려는 것이 있어, 원컨대 당신에게 만금을 빌리고자 합니다." 변씨가 "좋다!"하고 즉시 만금을 주니, 객은 마침내 인사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 자제와 빈객이 허생을 보니 거지였다. 실띠의 술이 빠져 너덜너덜했으며, 가죽신의 뒷굽이 꺾였고, 갓은 일그러졌으며, 도포는 새까맣고 코에서는 맑은 콧물이 흘렀다. 객이 이미 떠남에 모두 크게 놀라며 말하였다. "대인께서는 객을 아십니까?" "알지 못하느니라." "지금 하루아침에 평소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이에게 함부로 헛되이 만금을 던져 주고서도, 그 성명도 묻지 않은 것은 어째서입니까?" "이것은 너희들이 알 바가 아니다. 무릇 남에게 구함이 있는 자는 반드시 뜻을 과장하고 먼저 신의를 빛낸다. 그러나 안색은 비굴하고 인사는 중복되기 마련인데, 저 객은 옷과 신발은 비록 해졌으나 말은 간결하며 눈은 오만하고 얼굴엔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으니, 재물을 기다려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다. 저이가 시험하려는 바의 이 작지 않을 것이니, 나 역시 객에게 시험할 바가 있노라. 주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이미 그에게 만금을 주었는데 성명을 물어서 무엇 하겠는가?

 

 

훈민정음서(訓民正音序)

 

有天地自然之聲, 則必有天地自然之文‥所以古人, 因聲制字, 以通萬物之情, 以載三才之道, 而後世不能易也.然四方風土區別, 聲氣亦隨而異焉. 蓋外國之語有其聲而無其字, 假中國之字, 以通其用, 是猶 鑿之  也. 豈能達而無碍乎 ? 要皆各隨所處而安, 不可强之使同也. 吾東方禮樂文物,  擬華夏, 但方言俚語 不與之同. 學書者 患其旨趣之難曉, 治獄者 病其曲折之難通, 昔新羅薛聰, 始作史讀, 官府民間, 至今行之然皆假字而用, 或澁或室 非但鄙陋無稽而已. 至於言語之間, 則不能達其萬一焉.癸亥冬, 我殿下創正音二十八字, 略揭例義示之, 名曰「訓民正音」, 象形而字倣古篆, 因聲而音 七調, 三極之義二氣之妙, 莫不該括 以二十八字, 而轉換無窮, 簡而要精而通. 故智者 不終朝而會, 愚者 可浹旬而學, 以是解書, 可以知其義, 以是聽訟, 可以得其情. 字韻則淸濁之能辨, 樂歌則律呂之克諧, 無所用而不備無所往而不達, 雖風聲鶴 , 鷄鳴狗吠, 皆可得而書矣. 遂命詳加解釋, 以喩諸人, 於是, 臣與集賢殿應敎, 臣崔恒, 副校理臣朴彭年, 臣申叔舟, 修攘臣成三問, 敦寧府注簿臣姜希顔, 行集賢殿副修撰臣李塏, 臣李善老等, 謹作諸解及例, 以敍其梗槪, 庶使觀者, 不師而自悟, 若其淵源精義之妙, 則非臣等之所能發揮也. 恭惟我殿下天縱之聖, 制度施爲, 超越百王, 正音之作, 無所祖述, 而成於自然, 豈以其至理之無所不在, 而非人爲之私也. 夫東方有國, 不爲不久, 而開物成務之大智, 蓋有待於今日也歟. <訓民正音>

◈ 본문풀이 ◈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자연의 문(文)이 있어서, 옛사람들은 소리로써 문자를 만들어서 만물의 정(情)에 통하며, 삼재(三才)의 도(道)를 실어서 후세에도 바뀌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사방의 풍토가 다르고, 목소리 또한 지역에 따라 다르다. 대개 외국(중국을 제외한 나라)의 말은 각기 그 소리는 있으나 그 글자가 없어서 중국의 글자를 빌려서 통용하였는데, 이는 둥근 자루를 네모난 구멍에 넣는 것처럼 서로 어긋나는 것이다. 어찌 능히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데 장애가 없겠는가? 굳이 모두 각기 (자신이) 처한 것을 따르면 편안한데, 억지로 같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예악문물은 중국과 같으나, 다만 방언이어(方言俚語)가 중국과 같지 않다. 글을 배우는 자는 의미를 깨닫기 어려움을 걱정하고, 옥리(獄吏)는 그 곡절을 통하기 어려움을 병통으로 삼는다. 옛날 신라의 설총이 처음 이두(吏讀)를 만들었는데, 관공서와 민간에서도 지금도 그것을 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문자를 빌려 써서 혹은 난삽하고, 혹은 막혀있고, 비루하여 헤아려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말을 하는데 이르면 만 분지 일에도 통하지 않는다. 계해년 겨울 우리 전하께서 정음(正音) 28자를 만드시고, 간략하게 예의(例義)를 들어서 보여주시며, 그것을 이름하여 "훈민정음"이라 하였다. 모양을 본 떠서 만든 글자는 고전체(古篆體)를 모방하였으며, 소리를 따르는 음(音)은 칠조(七調)와 조화를 이루고, 삼재(三才)의 의미와 음양(陰陽)의 묘함이 두루 해당되지 않음이 없다.28자를 돌려쓰면 끝이 없어 간략하여서 요긴하고, 정밀하여서 통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아침 먹기도 전에 통하게 되며, 어리섞은 자도 열흘이 못되어 배울 수 있다. 이것으로써 책을 풀이하여 그 의미를 알 수 있고, 이것으로써 재판을 진행하면 그 정황을 (자세히) 알 수 있다. 글자의 운(韻)은 청탁(淸濁)이 구별되며, 노래를 부르면 12음이 조화를 이루어 쓰임이 갖추어 있지 않음이 없으며, 적용하는데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 없다. 비록 바람소리와 황새의 울음, 닭 울음과 개 짓는 소리까지도 모두 쓸 수가 있다. 드디어 자세히 해석을 더하여서 여러 사람을 깨우치도록 명하시었다.이에 신과 집현전 응교 최항(崔恒), 부교리 박팽년(朴彭年), 신숙주(申叔舟), 수찬 성삼문(成三問)·돈령주부 강희안(姜希顔)·행집현전 부수찬 이개(李塏), 이선노(李善老! ) 등에게 삼가 제해(諸解)와 용자례(用字例)를 지어서 그 대강을 서술하고, 보는 자로 하여금 스승이 없어도 자기 스스로 깨우치기를 바라며, 그 연원과 정밀한 뜻의 묘함은 신 등이 능히 발휘할 바가 아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데 우리 전하께서는 하늘이 내리신 성인이며, 만드신 제도와 베푸신 일들은 백왕(百王)을 초월하며, 정음(正音)의 제작은 조술한 것이 아니며, 자연에서 이루어졌으니, 어찌 그 지극한 이치가 있지 않은 곳이 없어서, 사람들이 그것을 사사로이 할 바가 아니겠는가? 대저 동방에 나라가 있은 지 매우 오래 되었으나,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을 개발하고, 완벽하게 이룬 큰 지혜는 대개 금일을 기다려서 이루어졌도다.

 

수삽석남(首揷石枏)

 

新羅 崔伉 字石南, 有愛妾 父母禁之 不得見. 數月伉暴死, 經八日 夜中伉往妾家. 妾 不知其死也 顚喜迎接, 伉首揷石枏枝, 分與妾曰 :“父母許與汝同居. 故 來耳.” 遂與妾還到其家 伉踰垣而入, 夜將曉 久無消息. 家人出見之 問其來由 妾具說. 家人曰 :“伉死八日. 今日欲葬 何說怪事?

妾曰 :“浪人與我 分揷石枏枝, 可以此爲驗.”

於是 開棺視之, 屍首揷石枏 露濕衣裳, 履己穿矣. 妾知其死 痛哭欲絶, 伉乃還蘇. 偕老二十年而終.

이 글은 원래 신라 말에서 고려 초 사이의 시기에 성립된 이야기책으로 추정되는 <수이전>에 실려 있던 작품이다. <수이전>은 전하지 않지만, 조선 중기에 편찬된 <동국운부군옥>이라는 책에 이 작품이 실려 전한다. 身分을 초월한 남녀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라 하겠다.

◈ 내용연구 ◈

◈ 數月伉暴死( 수월항폭사) : 몇 달 만에 최항이 깁자기 죽었는데.

暴 : 갑자기.

◈ 經八日(경팔일) : 팔일이 지나서. 經 : 지나다.

◈ 妾 不知其死也 顚喜迎接(첩 불지기사야 전희영접) : 첩은 그가 죽은 줄 모르고서 뛸 듯이 기뻐하며 맞아들였는데,顚喜迎接 : 뛸듯이 기뻐하다. 대단히 기뻐하다.

◈ 伉首揷石枏枝 分與妾(항수삽석남지 분여첩) : 최항은 머리에 석남가지를 꽂고 있었는데, 첩에게 나누어주었다. 與: 주다.

◈ 可以此爲驗(가이차위험) : 이것으로써 증거를 삼을 수 있습니다.

以 ~爲:‘~로써 ...를 삼다’

◈ 露濕衣裳 履己穿矣(노습의상 이기천의) : 이슬에 옷이 젖어 있었고, 신발도 이미 신고 있었다. 穿 :‘신발을 신다’는 뜻

◈ 痛哭欲絶 伉乃還蘇(통곡욕절 항내환소) : 통곡하며 목숨을 끊으려고 하였더니, 최항이 다시 살아났다.

絶 : 목숨을 끊다.

◈ 偕老二十年而終(해노이십년이종) : 이십 년을 함께 살다가 죽었다. 偕老 : 함께 늙다. 終 : 한평생을 마치다. 죽다.

◈ 본문풀이 ◈

신라 최항의 자는 석남이니 애첩이 있었는데, 부모가 그를 금하여 만나볼 수가 없었다. 몇 달만에 최항이 갑자기 죽었는데, 팔일이 지나서 한밤중에 최항이 첩의 집으로 갔다. 첩은 그가 죽은 줄도 모르고서 뛸듯이 기뻐하며 맞아들였다. 최항은 머리에 석남 가지를 꽃고 있었는데, 첩에게 나누어주며 말하였다.

" 부모님께서 너와 함께 살 것을 허락 하셨다. 그런 까닭으로 온 것이다." 드디어 첩과 함께 돌아가 그 집에 이르러 최항이 담을 넘어 들어가더니, 밤은 장차 새벽이 되려 하는데, 오래도록 그를 보고 그 온 연유를 물으니, 첩이 갖추어 말하였다.

집안사람들이 말하였다. 최항은 죽은 지 팔일이 되었다. 오늘 장사를 지내려고 하는데 어찌하여 괴이한 일을 말하는가? 첩이 말하였다.

"서방님이 저와 석남 가지를 나누어 꽂았으니, 이것으로써 증거를 삼을 수 있습니다." 이에 관을 열고 보니 시체의 머리엔 석남 가지가 꽂혀 있었고 이슬에 옷이 젖어 있었으며, 신발도 이미 신고 있었다. 첩이 그가 죽은 것을 알고 통곡하며 목숨을 끊으려 하였더니, 최항이 이에 다시 살아났다. 이십년을 함께 살다 죽었다.

 

잡설(雜說)

 

世有伯樂然後 有千里馬 千里馬常有而伯樂 不常有 故雖有名馬 只辱於奴隸人之手 騈死於槽之間 不以千里稱也 馬之千里者 一食 或盡粟一石 食馬者 不知其能千里而食也 是馬 雖有千里之能 食不飽 力不足 才美不外見 且欲與常馬 等 不可得 安求其能千里也 策之不以其道 食之不能盡其 鳴之不能通其意 執策而臨之 曰 天下 無良馬 嗚呼 其眞無馬耶 其眞不識馬也 (古文眞寶)

 

한유의 잡설은 네편(龍, 醫, 鶴, 馬)이 있는데, 모두 소논문으로 특별히 제목을 붙일 정도가 못된다고 하여 잡설(雜說)이라 한 것이며, 여기 실은 글은 馬의 설로 풍유(諷諭)의 문장이다.

◈ 내용연구 ◈

◈ 伯樂백락) : 진(秦)의 목공(穆公) 때 사람으로 말을 잘 알아보는 명인(名人).

◈ 常有(상유) : 항상 있음.

◈ 奴隸人(노예인) : 노예, 하인, 여기서는 말을 기르는 마부.

◈ 騈死(변사) : 머리를 나란히 하여 죽음, 천리마가 능력도 펴보지 못하고 보통 말들과 더불어 나란히 죽는다는 뜻.

◈ 槽 之間(조력지간) : 마굿간을 말함, 槽는 말의 죽통,  은 발판, 마판.

◈ 粟一石(속일석) : 粟은 껍질 있는 곡식의 총칭, 一石은 한 섬 즉 열 말.

◈ 食馬者(사마자) : 말을 먹이는 자 즉 마부, 食는 먹일 사.

◈ 才美(재미) : 재주의 아름다움 즉 천리를 달릴 수 있는 능력.

◈ 不外見(불외현) : 밖으로 드러나지 못함.

◈ 常馬(상마) : 보통 말.

◈ 其道(기도) : 거기에 알맞은 방법.

◈ 본문풀이 ◈

세상에 백락(伯樂)이 있게 된 연후라야 천리마(千里馬)가 있는 것이다. 천리마는 언제나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백락은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명마(名馬)가 있다 하더라도 다만 노예의 손에 모욕을 당하고, 마굿간에서 보통 말과 함께 죽어가 천리마라는 평판은 듣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천리마는 한 끼니에 간혹 한 섬의 곡식을 먹어치우는 일도 있다. 그런데 말을 먹이는 자는 그것이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먹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이 비록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배가 차지 않으면 힘도 충분히 낼 수 없으므로 뛰어난 재능도 겉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보통 말과 같은 일을 할려고 해도 되지 않으니 어찌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구할 수 있겠는가? 천리마를 채찍질하되 다루는 도리대로 하지 않고, 이를 기르는 데도 그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하며, 주인을 향해 울어도 그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채찍을 들고 말 앞에 서서는 '천하에는 좋은 말은 없다.'고 말한다. 아아! 정말로 좋은 말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좋은 말을 식별하지 못하는 것일까?

 

출사표(出師表)

 

先帝創業未半, 而中道崩 . 今天下三分, 益州疲弊. 此誠危急存亡之秋也. 然侍衛之臣, 不懈於內, 忠志之士, 忘身於外者, 蓋追先帝之殊遇, 欲報之於陛下也. 誠宜開張聖聽, 以光先帝遺德, 恢弘志士之氣. 不宜妄自菲薄, 引喩失義, 以塞忠諫之路也. 宮中府中, 俱爲一體. 陟罰臧否, 不宜異同. 若有作奸犯科, 及爲忠善者, 宜付有司, 論其刑賞, 以昭陛下平明之理. 不宜偏私, 使內外異法也. 侍中侍郞, 郭攸之費褘董允等, 此皆良實, 志慮忠純. 是以先帝簡拔, 以遺陛下. 愚以爲, 宮中之事, 事無大小, 悉以咨之, 然後施行, 必能裨補闕漏, 有所廣益. 將軍向寵, 性行淑均, 曉暢軍事. 試用於昔日, 先帝稱之曰能. 是以衆議, 擧寵爲督. 愚以爲, 營中之事, 事無大小, 悉以咨之, 必能使行陣和睦, 優劣得所也. 親賢臣, 遠小人, 此先漢所以興隆也. 親小人, 遠賢臣, 此後漢所以傾頹也. 先帝在時, 每與臣論此事, 未嘗不歎息痛恨於桓靈也. 侍中尙書長史參軍, 此悉貞亮死節之臣. 願陛下親之信之, 則漢室之隆, 可計日而待也. 臣本布衣, 躬耕南陽. 苟全性命於亂世, 不求聞達於諸侯. 先帝不以臣卑鄙, 猥自枉屈, 三顧臣於草廬之中, 咨臣以當世之事. 由是感激, 遂許先帝以驅馳. 後値傾覆, 受任於敗軍之際, 奉命於危難之間. 爾來二十有一年矣. 先帝知臣謹愼. 故臨崩寄臣以大事也. 受命以來, 夙夜憂嘆, 恐託付不效, 以傷先帝之明. 故五月渡瀘, 深入不毛. 今南方已定, 兵甲已足. 當奬率三軍, 北定中原. 庶竭駑鈍, 攘除姦凶, 興復漢室, 還于舊都. 此臣所以報先帝, 而忠陛下之職分也. 至於斟酌損益, 進盡忠言, 則攸之 允之任也. 願陛下託臣以討賊興復之效. 不效則治臣之罪, 以告先帝之靈. 若無興德之言, 責攸之 允等之咎, 以彰其慢. 陛下亦宜自謀 以諮諏善道, 察納雅言, 深追先帝遺詔. 臣不勝受恩感激, 今當遠離, 臨表涕泣, 不知所云.

 

◈ 본문풀이 ◈

제(유비)께서는 창업한지 반도 이루시지 못하고 돌아가시었습니다. 이제 천하가 셋으로 갈리어 익주(益州)가 피폐하였으니, 이는 진실로 위급존망의 때입니다. 그러나 폐하를 모시는 신하가 궁중에서 게을리 하지 않고, 충성된 마음이 있는 무사가 자신을 잊고 밖에 있는 것은 대체로 선제(先帝)의 특별한 대우를 좇아, 이를 폐하께 갚고자 함입니다.

진실로 폐하의 총명한 귀를 넓게 열고, 선제의 끼치신 덕을 널리 빛내고, 지사의 의기를 넓히고 키워야할 것입니다. 함부로 자기 스스로를 덕이 엷다고 낮추어서, 비유를 하여 실의하여서 진심으로 간하는 길을 막으면 안 됩니다.

궁중과 조정은 한 가지입니다. 선악을 올리고 벌하되 다름이 없어야 합니다. 만약 간악한 짓을 저질러 죄를 범하는 자와 충성과 선행을 한 자가 있으면 마땅히 유사에게 부쳐서, 그 벌 주고 상주는 것을 논하게 함으로써 폐하의 공평하고 현명한 다스림을 밝히시고, 편벽되고 사사롭게 하여 내외(內外)로 하여금 법을 달리함은 옳지 못합니다.

시중(侍中)인 곽유지(郭攸之)와 비위(費褘), 시랑(侍郞) 동윤(董允) 등, 이들은 모두 선량하고 진실하며, 심지와 사려가 충직하고 순정합니다. 이런 까닭에 선제께서 발탁하여 폐하께 남겨 주셨습니다. 신이 생각하옵건대 궁중의 일은 일의 크고 작은 것이 없이 모두 이들에게 자문한 연후에야 시행한다면 반드시 빠진 데와 모자란 데를 도와서 널리 이익된 바가 있을 것입니다.

장군 향총(向寵)은 성질과 품행이 선량하고 치우친 데가 없으며, 군사에 두루 밝아서 옛날에 시용(試用)해서 선제께서 그에게 "재능이 있다"하셨습니다. 이런 까닭에 여러 사람과 의논하여 향총을 천거하여 제독을 삼았습니다. 제가 생각하옵건대 궁중의 일은 일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모두 이들에게 자문한다면 반드시 군대의 대오와 군중의 사람들을 화목하게 하고, (사람들을) 우열에 따라 배치할 것입니다.

현신을 친하고 소인배를 멀리한 것은, 이것이 전한(前漢)을 흥륭케 한 까닭이 되며, 소인배와 친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한 것은, 이것이 후한(後漢)을 기울게 한 까닭이 됩니다. 선제께서 자리에 계실 때에는 매양 신과 이런 일을 의논하셨으며, 일찍이 후한의 환제(桓帝)·영제(靈帝) 때 정치가 어지러워 마침내 나라가 망했던 일에 대해, 탄식하고 원통해 하시기를 ! 마지않습니다.

시중상서(侍中尙書)인 진진(陳震), 장사(長史)의 장예(張裔) 및 참군(參軍) 장완(蔣琬) 등, 이들은 모두 절개가 굳고 진실한 인물이니, 충절을 지키기 위해서는 죽음을 아끼지 않는 신하들입니다. 폐하께서는 이들과 친하고 이들을 믿으면 촉한(蜀漢)의 황실이 융성하기는 날을 세어 기다릴 만큼 빨리 이루어질 것입니다.

선제께서 신을 비루하다고 여기시지 않으시고 외람되이 스스로를 굽혀 신의 초가집으로 세 번이나 찾아오셔서 당세의 일로써 자문하셨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감격하여 드디어 선제께 말을 모는 것으로써 허락하였습니다. 뒷날 다시 패배를 당하여 패군의 때에 임무를 받았으며, 위급하고 어려운 사이에 명을 받았습니다.

이래로 21년이 되었습니다. 선제께서 신을 삼간다고 여기시어 돌아가실 때에 임하여 대사로써 부탁하셨습니다. 선제께 수명(受命)한 이래로 신은 조석으로 걱정하기를 당부하신 일이 효과가 나지 않아, 그로써 선제의 총명을 손상하는 일이 있을까 두려워하였습니다.

그런 까닭에 건흥(建興) 3년 5월에 려수(濾水)를 건너서 깊이 불모의 땅에 들어가서 도적들을 토벌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제 이미 남방은 평정되었고, 병기와 갑옷도 이미 충분히 마련되었으니, 당연히 3군을 독려 인솔하여 북으로 중원을 평정할 차례입니다. 바라는 것은 노둔한 재능이나마 있는 힘을 다하여, 간흉을 제거하여서 한나라 황실을 다시 일으키고 옛 수도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는 신이 선제께 보답하고, 폐하께 충성하는 직분의 이유입니다. 그리고 손익을 잘 고려하여 나아가 폐하께 충성된 말을 다라는 일은 곽유지, 비위, 동윤 등의 맡은 바 임무입니다. 원컨대 폐하는 신에게 적군을 토벌하여 한나라 왕실을 다시 일으키는데 실효를 거두는 책임을 맡기십시오. 그래서 실효가 나지 않거든 신의 죄를 다스려 선제의 영정 앞에 고하십시오.

만약에 덕을 일으키는 말이 없으면 곽유지, 비위, 동윤 등의 죄를 꾸짖어서 그 태만을 밝히십시오. 폐하도 또한, 마땅히 스스로 도모하여 그로써 선책(善策)을 물어 의논하고, 신하의 바른 말을 살펴 들어서 깊이 선제께서 남기신 말씀을 추종하여야 합니다. 신은 은혜를 입은 감격을 이기지 못하고, 이제 멀리 전지(戰地)로 떠남을 당하여, 이 표의 글을 쓰려니, 눈물과 울음이 나와서 말할 바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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