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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57. 창포(菖蒲)

구글서생 2023. 6. 16. 03:07

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

 

단오날 창포 화분을 방에 들여놓고 글을 읽으면 눈이 밝아지고 총명해지며단오날 밤 창포잎에 맺힌 밤이슬을 받아 눈을 닦으면 대낮에도 별이 보인다 했다.

 

추석하면 송편, 동지하면 팥죽이 연상되듯이 단오하면 창포(菖蒲)가 연상된다. 창포는 진흙 속에 피니 도(道)가 있고, 뿌리에 아홉개 마디가 있으니 절(節)이 있고, 잎이 칼날 같으니 무(武)가 있고, 그 잎을 말려 글을 썼으니 문(文)이 있다. 향(香)이 그윽하니 덕(德)이 있고, 물것이 물지 않으니 결(潔)이 있으며, 달여 먹으면 총명해지니 지(知)가 있다.

 

그래서 창포가 만발하는 단오날은 창포 뿌리로 창포술, 창포떡, 창포김치를 담가 먹었다. 먹고서 백일 후면 안색에 광채가 나고 수족에 기운이 생기며, 이목(耳目)이 밝아지고 백발이 검어지며 빠진 이가 다시 돋아나는 것으로 알았다.

 

단오날 창포 화분을 방에 들여놓고 글을 읽으면 눈이 밝아지고 총명해지며, 단오날 밤 창포잎에 맺힌 밤이슬을 받아 눈을 닦으면 대낮에도 별이 보인다 했다. 단오날 창포꽃을 따서 말려 창포요를 만들면 온갖 물것이 접근하지 못할 뿐 아니라 병마나 액귀도 접근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았다. 창포 줄기로 엮은 방석도 그 같은 辟邪효과를 지녔던 것이다.

 

이 같은 창포를 둔 세시민속은 한국, 중국, 일본이 공통되고 있으나 중국, 일본에는 없고 우리나라 고유의 창포민속으로 창포탕(菖蒲湯)이라는 게 있었다. 창포 뿌리를 달여서 우려낸 물에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는 단오민속이 그것이다. 옛 선조들은 그렇게 하면 병마와 악귀를 쫓는다고만 알았지만 창포탕을 현대 과학으로 분석해 보니 훌륭한 세척 효과, 머리에 윤기를 주는 영양 효과, 은근한 향을 발산하는 향료 효과, 발모 효과, 피부미용 효과까지를 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곧 모든 화장 효과를 겸비한 물비누였던 것이며 그것을 알아낸 우리 조상들의 슬기가 새삼스럽다.

 

빙허각 이씨(憑虛閣李氏)의 《규합총서(閨閤叢書)》에 보면 창포 뿌리를 대칼(竹刀)로 얇게 저며두었다가 얼굴 씻는 데나 머리 감는 데 쓴다고 했고, 또 창포 뿌리를 찧어 가루로 내어두었다가 세숫물이나 머리 감는 물에 풀어 쓴다 했다. 창포 가루 한 됫박이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기생이 없다 할 만큼 귀물이었던가 보다.

 

좀 안됐지만 동서(東西) 할 것 없이 옛날에는 곰삭은 오줌[尿]으로 비누를 삼았으며, 우리나라도 일제시대까지 남해안 지방에서 동뇨(童尿)를 받아 세수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두(澡豆)라 하여 팥, 녹두나 콩을 가루 내어 비누로 쓰기도 했고 고운 겨〔糠〕를 비누로 쓰기도 했다.

 

서양에서도 로마시대부터 오줌비누, 겨비누를 써왔으며, 겨가 풍부한 '물방앗간의 아가씨' 하면 피부가 아름다운 아가씨를 뜻하였다. 슈베르트의 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도 따지고 보면 비누에서 발상된 것이다.

 

오줌비누나 비누에 비해 향과 영양과 발모 효과까지 겹친 창포비누를 발견해 낸 우리 선조들의 슬기를 새삼 되뇌어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