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同散異

정조대왕과 불취무귀(不醉無歸)의 유래

耽古樓主 2024. 6. 20. 08:07

​수원화성은 사적 3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정조 18년(1794)에 정약용과 유형원이 설계하고 신기술로 10년이 걸릴 수 있는 공사를 2년 6개월만에 완공하였고, 1997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재이다.

 

화성의 둘레는 5,744m, 면적은 130ha이며 조선 제22대 정조대왕께서 정쟁에 휘말려 뒤주에 갇혀 돌아가신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과 강력한 왕권회복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건설한 도시이다. 화성의 4대문인 팔달문, 화서문, 장안문, 창룡문을 돌아보는 데는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정조는 화성 축성 당시 기술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회식자리에서 '불취불귀'라고 하였다. 즉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불취불귀'란 말은 실제 취해서 돌아가라고 한 말이 아니라 자신이 다스리는 백성들 모두가 풍요로운 삶을 살면서 술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주겠다는 의미이다.

한편 아직도 그런 사회를 만들지 못하는 군왕으로서의 자책감과 미안함을 토로한 것이었다.

 

​​

팔달문에서 지동시장으로 가다 보면 길 복판에 있는 정조대왕이 술을 따르는 불취무귀 동상


​말이 나온 김에 멋있는 정조의 아량을 살펴보자.

 

​[조선왕조실록 국역기록]

正祖 34卷, 16年(1792 壬子 / 청 건륭(乾隆) 57年 3月 2日(辛未)
성균관 제술 시험의 합격자들과 희정당에서 연회를 벌이다.

성균관 제술(製述) 시험에서 합격한 유생을 희정당(熙政堂)에서 불러 보고 술과 음식을 내려주고는 연구(聯句)로 기쁨을 기록하라고 명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옛사람의 말에 술로 취하게 하고 그의 덕을 살펴본다고 하였으니, 너희들은 모름지기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을 생각하고 각자 양껏 마셔라.

우부승지 신기(申耆)는 술좌석에 익숙하니, 잔 돌리는 일을 맡길 만하다.

내각과 정원과 호조로 하여금 술을 많이 가져오게 하고, 노인은 작은 잔을, 젊은이는 큰 잔을 사용하되, 잔은 내각(內閣)의 팔환은배(八環銀盃)를 사용토록 하라.

승지 민태혁(閔台爀)과 각신 서영보(徐榮輔)가 함께 술잔 돌리는 것을 감독하라.”
하였다.

 

각신 이만수(李晩秀)가 아뢰기를,
“오태증(吳泰曾)은 고 대제학 오도일(吳道一)의 후손입니다. 집안 대대로 술을 잘 마셨는데, 태증이 지금 이미 다섯 잔을 마셨는데도 아직까지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 희정당은 바로 오도일이 취해 넘어졌던 곳이다. 태증(泰曾)이 만약 그 할아버지를 생각한다면 어찌 감히 술잔을 사양하겠는가.

다시 큰 잔으로 다섯 순배를 주어라.”
하였다.

식사가 끝난 뒤에 영보(榮輔)가 아뢰기를,
“태증(泰曾)이 술을 이기지 못하니 물러가게 하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취하여 누워 있은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옛날 숙종조에 고 판서가 경연의 신하로서 총애를 받아 임금 앞에서 술을 하사받아 마시고서 취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였던 일이 지금까지 미담(美談)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그 후손이 또 이 희정당에서 취해 누웠으니 참으로 우연이 아니다.”
하고,

별감(別監)에게 명하여 업고 나가게 하였다.

그때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니, ‘봄비에 선비들과 경림(瓊林)에서 잔치를 벌이다.’를 제목으로 삼아 연구(聯句)를 짓도록 하였다.

상이 먼저 춘(春)자로 압운하고 여러 신하와 여러 생도에게 각자 시를 짓는 대로 써서 올리게 하였다. 그리고 취하여 짓지 못하는 자가 있으면 내일 추후로 올리라고 하였다.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16장 A면

증광현문의 글귀(78)가 생각난다

[증광현문] - 증광현문 1~100

 

증광현문 1~100

昔時賢文, 誨汝諄諄. 集韻增廣, 多見多聞. 은 정성스럽게 타일러서 너를 가르치고 있다. 韻別로 모아 이를 增補하고 더 보태었으니, 많이 보고 많이 듣기 바란다. 1. 觀今宜鑑古, 無古不成今.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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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불음공귀거(相逢不飮空歸去) 서로 만나 취하지 않고 돌아간다면
동리도화야소인(洞裏桃花也笑人) 동구 밖에 핀 복숭아꽃이 비웃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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