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同散異

≪孔子家語≫에 관하여

耽古樓主 2024. 4. 21. 01:29



1. 근·현대까지 僞書로 낙인되었던 책

 


≪孔子家語≫는 공자가 公ㆍ卿ㆍ大夫 및 제자들과 문답한 말을 모은 것이다. 공자 문하의 제자들이 正實한 내용은 ≪論語≫로 편찬하고, 그 나머지는 ≪공자가어≫로 편찬하였는데, 戰國시대와 秦나라를 거치면서 流傳된 공자가어를 漢나라 때 공자 후손인 孔安國이 44편으로 편집하였다고 한다. 이후 삼국시대 魏나라 학자 王肅이 공자의 22대손 孔猛으로부터 이 책을 얻어 注解하여 세상에 유행하도록 하였다.

≪공자가어≫는 공자를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한 필독서임에도 위조된 책, 곧 僞書로 지목되어 그 신빙성을 의심받았다. 南宋의 王柏을 비롯한 후대의 학자들은 왕숙이 임의로 편집한 책이라며 僞書說을 주장하였고, 이러한 ‘僞書’라는 낙인은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워지지 않았다.

그런데 현대 중국에서 다량의 출토문헌이 발굴되면서, ≪공자가어≫의 위서논쟁에 새로운 轉機가 마련되었다. 한나라 때 무덤에서 발굴된 竹簡, 木簡 자료의 형태와 내용이 현행본 ≪공자가어≫와 상당히 유사했던 것이다. 이런 자료 등을 바탕으로 ≪공자가어≫는 漢魏 시기 공씨 집안에서 이루어져 내려오던 책을 왕숙이 정리한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2. 천하에서 보물로 여긴 책

 


≪공자가어≫는 僞書의 여부를 떠나 고금에 영향력이 컸던 책이다. 중국에서뿐 아니라 일본까지 전파되어 주석서가 나올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 역시 중시되고 많이 읽혔다. 여말선초의 학자 權近은 ≪공자가어≫의 精微함에 대해 칭송하였고, 조선 초 朴誾은 ≪공자가어≫를 간행하며 아래와 같은 刊記를 남겼다.

≪공자가어≫는 고금을 통틀어 천하에서 보물로 여겼으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판본이 없었다. 내가 이 판본을 얻어서 강릉에서 간행하도록 명하여 후학에게 남긴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도 ≪공자가어≫의 문장이 지속적으로 언급되었으며, ≪공자가어≫를 읽고 평가한 글이 여러 학자의 문집에 보인다. 과거 시험에까지 출제된 것을 보면 국가적으로 중시된 문헌이었음을 알 수 있다. 宋時烈은 “공자의 도는 詩書를 刪削하고 禮樂을 제정하고 <繫辭傳>과 ≪春秋≫를 지은 데 있어 갖춰지지 않은 것이 없으나 또 ≪논어≫와 ≪공자가어≫가 있어 언행의 상세함에 유감이 없다고 할 만하다.”라 평하였다. 조선에서도 전반적으로 공자의 언행이 상세히 기록된 ≪공자가어≫를 높이 평가했고, 적극적으로 참조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자가어≫는 宋代까지 주로 王肅의 注解本이 유행하다 元代에 들어와 王廣謨의 注解本이 간행되었다. 왕광모의 주해본은 왕숙의 주해본보다 본문을 일부 축약하고, 구절마다 주해를 붙이고 내용에 따라 標題를 붙인 것이다. 국내에서는 왕숙의 주해본은 거의 유통되지 않았고, 왕광모 주해본이 주로 유통되었다.
왕광모 주해본은 ≪新刊素王事記≫ 등이 뒤에 수록되어 간행되었다. 시기에 따라, 판본에 따라 수록된 자료가 다른데, 조선 후기에 간행된 坊刻本에는 ≪新刊素王事記≫뿐만 아니라, ≪聖朝通制孔子廟祀≫, ≪大明會典祀儀≫, ≪我朝文廟享祀位≫까지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공자의 행적과 후대 추숭한 사실, 釋奠의 절차, 조선에서 文廟에 배향된 인물 등을 기록하여 공자와 관련된 사적들을 일목요연하게 참고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었다.


3. 책속으로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고 충직한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동에는 이롭다.”
-〈여섯 가지 근본 원칙 六本〉

“지극한 禮는 겸양하지 않아도 천하가 다스려지고, 지극한상賞은 낭비하지 않아도 천하의 선비들이 기뻐하고, 지극한 음악은 소리가 없어도 천하의 백성들이 조화로운 것이다.”
-〈왕의 말을 해설함 王言解〉

“부귀한 자는 재물을 주어 사람을 전송하고 어진 자는 좋은 말을 주어 사람을 전송한다.”
-〈周나라의 문물을 관찰함 觀周〉

“지초와 난초는 깊은 숲속에서 자라는데 왕래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 향기를 내뿜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곤액을 당함 在厄〉

“선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芝草와 蘭草가 있는 방 안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오래 지나면 그 향기를 맡지 못하니 이는 바로 지초와 난초에 同化되어서이고, 불선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절인 생선 가게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오래 지나면 그 악취를 맡지 못하니 이는 또한 절인 생선에 동화되어서이다.”
-〈여섯 가지 근본 원칙 六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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