釃酒臨江, 橫塑賦詩, 固一世之雄也, 而今安在哉. -소식 전적벽부
술을 걸러 강을 내려다보며 창을 누이고 시를 읊었으니 정말로 한 세상의 영웅이었건만 지금 어디에 있는가?
장소를 묻는 의문사 安, 焉, 惡(烏)
安은 '편안하다' 또는 '편안'이란 뜻으로 자주 쓰이는 한자입니다. 그런데 이 安은 장소를 묻는 대표적인 의문사이기도 합니다. 보통 '어디'라고 해석하지요. 그렇다고 사람과 사물에 대해 물을 수 없는 것은 아니어서 '무엇', '누구'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목적어나 부사어 자리에서 의문 대명사로 쓰이면 '어디에', '무엇', '누구에게'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부사어 자리에서 의문 부사로 쓰이면 '어찌', '어떻게'라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어느 경우나 문맥에 따라 반문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而今安在哉도 현재 세상에 없는 조조에 대한 질문이므로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도 없다'라고 하는 반문의 의미를 내포합니다.
安과 발음이 비슷한 '어찌 언' 역시 의문사로 쓰일 때 安과 용법과 의미가 같습니다. '어디', '무엇', '누구', '어찌', '어떻게' 등의 뜻으로 풀이하지요. 安의 음을 빌려 焉을 표기하다가 서로 통용해서 쓰게 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다만 焉은 쓰임의 폭이 넓어서 해석할 때 따져 볼 대목이 많습니다. 문장 끝에서 감탄이나 종결, 판단의 어기를 나타낼 때도 있고, 於之 또는 於是의 축약형으로 쓰이는 일도 흔하니까요.
또 내친 김에 더 나아가면 於와 발음이 비슷한 '惡'나 '烏'도 安과 통용되어 의문사로 쓰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惡나 烏를 安처럼 해석합니다.
이들 安, 焉, 惡(烏)는 모두 뒤에 '할 수 있다'는 뜻을 지닌 得이나 足 같은 조동사를 붙여 반문의 의미를 강조할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得이나 足은 安(焉, 惡, 烏)이 반문으로 사용됐음을 알리는 표지 구실을 합니다.
溥乎云爾, 惡得無罪.-맹자 이루 하
이를 가볍다고 한 것이지 어찌 죄가 없다 할 수 있는가?
연습
▶子將安之 -유향 설원
너, 어디로 갈 거니?
-마을을 떠나려는 올빼미에게 비둘기가 물었던 질문이다. 우화의 한 대목이다.
▶學惡乎始, 惡乎終. -순자 권학
학문은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가?
-惡가 安처럼 '어디'의 의미로 쓰인 예이다.
▶軍行如春遊, 安得不敗者也. -유성룡 징비록
군대 행렬이 봄날에 놀러 나온 것 같으니 어떻게 싸움에 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廋哉. -논어 위정
그가 하는 짓을 보고 그가 따라온 길을 살펴보며 그가 편안해하는 데를 관찰한다면 사람이 어디에 자신을 숨기겠는가?
-人焉廋哉우리말로 '어찌', '어떻게', '어디에' 등 번역자에 따라 여러 갈래로 해석된다.
▶未能事人, 焉能事鬼.(...) 未知生, 焉知死. -논어 선진
사람을 잘 섬기지 못하는데 어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는가? 삶을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
▶居惡在, 仁是也. 路惡在, 義是也. 居仁由義, 大人之事備矣. -맹자 진심
살 곳은 어디에 있는가? 인이 그곳이다. 길은 어디에 있는가? 義가 그곳이다. 仁에 살고 義를 따른다면 대인의 일은 갖추어진 것이다.
-仁과 義를 인간과 정의로 대입해 읽는다면 내용을 좀 더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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