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죄를 인정한 친구들이여, 나는 여러분과 여기서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관리들이 바빠서 내가 죽어야 할 곳으로 끌고 가지 못하는 동안에……. 잠시 나의 곁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 주십시오.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으니 서로 대화를 나누어도 괜찮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나의 친구이며, 따라서 내게 일어난 이 사건의 의미를 나는 여러분에게 밝혀두고 싶습니다.
오, 재판관 여러분57), 여러분이야말로 진실로 재판관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이상한 사건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는 내가 어떤 문제에 대해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르려고 하면 그것이 아무리 보잘것없는 문제더라도 내면적인 정령의 신탁은 언제나 내게 반대를 제기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내게는 최악의 일이라고 할 수 있고 또한 일반적으로 그렇게 믿고 있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내가 아침에집을 떠날 때도, 또 법정으로 오는 도중에도, 또 변론 중에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도, 신탁은 반대 표시를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전에는 이야기 도중에 저지당하는 일이 자주 있었건만 이번에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이 사건에 대해서 신탁은 전혀 반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침묵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나는 여러분에게 밝혀두렵니다. 그것은 내게 일어난 일은 좋은 일이며, 죽음을 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암시입니다. 내가 악을 행하려 하고 그것이 좋은 일이 아니었다면, 예의 신탁은 분명히 내게 반대했을 테니까요.
57) 지금까지 '아테네인 여러분'이라고 불러오다가 처음으로 ‘재판관 여러분'이라고 부른 것은 소크라테스의 무죄를 인정한 재판관이야말로 참된 재판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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