耽古樓主의 한문과 고전 공부
雪中訪友人不遇-李奎報 본문
雪中訪友人不遇-李奎報
雪色白於紙 擧鞭書姓字.
莫敎風掃地 好待主人至.
종이보다 더 흰 눈밭에 채찍으로 내 이름을 쓰네.
바람아, 제발 쓸어버리지 말라.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 다오.
감상
눈이 내려 온 들판이 눈밭이 된 날, 말을 타고 보고 싶은 친구를 찾아갔다. 집 앞까지 찾아간 방문객은 친구가 부재중이어서인지, 아니면 일부러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말을 돌려 나왔는지 알 수는 없으나, 눈 위에 자기의 이름을 채찍으로 써 두었다. 집주인인 친구에게 자기가 왔다 갔음을 알리려 한 것이다. 혹 바람이 불어 써 놓은 이름 글씨를 지워버릴까 염려하여, 제발 친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애원하는 구절이 정감 있게 다가온다. 겨울날의 서정이 참으로 양지쪽 햇볕처럼 따스하다.
이 시는 고려 문신 李奎報(1168~1241)가 지은 시이다.
마치 동진의 王獻之가 친구 戴安道를 방문할 때, 달밤에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갔다가 만나고 돌아올 때의 쓸쓸함을 생각해 친구를 만나지 않고 뱃머리를 돌려 돌아오면서,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더 깊게 가슴에 남겨 두었다는 일화를 연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