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漢文

普德窟(보덕굴) - 李齊賢(이제현)

耽古樓主 2023. 3. 30. 02:10

 

陰風生巖谷 溪水深更綠.
倚杖望層巓 飛簷駕雲木.

찬바람이 바위틈에서 불어 오고, 시냇물은 깊어서 파랗네.

지팡이를 짚고 겨겨의 지붕을 바라보니, 구름 낀 나무 위로 날아갈 듯한 처마여!

 

(註 解)

巖谷(암곡) : 절벽의 계곡. 바위로 된 골짜기.

巓(전) ; 산마루, 산꼭대기, 山頂(산정), 이 시에서는 보덕굴의 지붕을 산마루라 표현함

簷(첨) ; 처마, 簷牙(첨아)

駕(가) ; 가마, 멍에를 지다.

飛簷(비첨) : 바위위에 지어 놓은 집의 처마가 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

 

(解說)

벽을 뚫어 굴을 파고 구리기둥과 쇠사슬로 벼랑에 고정시킨 절의 모습이 마치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반부는 보덕굴 주변 풍경을 묘사했다. 법기봉 계곡 바람과 만폭동 계곡 물 모두 시원하다.

후반부는 절의 모습을 표현했다. 절벽 밑에서 3층 누각을 보니 사뿐히 들린 추녀 끝 위로 하얀 구름과 푸른 나무가 마치 이 절을 타고 앉은 것처럼 보인다.

많은 이들이 3구의 巓(전)을 산봉우리로 번역하는데 이 절의 독특한 생김새를 보지 못해서 범하는 잘못된 번역이다.

 

普德窟

627년(고구려 영류왕 10)에 보덕(普德)이 수도하기 위해서 자연굴을 이용하여 절을 창건하였고, 1115년(의종 10)에는 회정(懷正)이 중창하였다. 금강산 법기봉 밑 만폭동에 있다.

회정의 중창에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한다.회정은 금강산 송라암(松蘿庵)에서 3년 동안 관세음보살을 지극한 정성으로 부르면서 한번 친견(親見)할 것을 원하였다. 어느 날 꿈에 흰 옷 입은 할머니가 나타나서 몰골옹(沒骨翁)과 해명방(解明方)을 찾아가라고 하였다. 여러 해를 찾아 다닌 결과 어떤 산가(山家)에서 해명방을 만날 수 있었고, 그의 딸 보덕각시와 여러 날을 동침하여 화촉까지 밝히게 되었다.

그러나 승려의 신분으로 결혼생활을 한다는 것에 회의를 느껴 그 집을 떠났다가 몰골옹을 만나 해명방은 보현보살이고 보덕각시는 관세음보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시 돌아가서 그 집을 찾았으나 집도 사람도 찾을 수가 없었다. 크게 느끼는 바가 있어서 송라암으로 돌아와 관음기도를 계속하는데 꿈에 흰 옷을 입은 노파가 다시 나타나서 회정의 전신(前身)이 고구려 때의 고승 보덕임을 일러주었다.

보덕은 옛적에 금강산 만폭동 위의 보덕굴에서 수도하였으며 그 터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회정이 만폭동을 찾아가자 관세음보살의 화신인 보덕각시가 개울가에서 몸을 씻고 있다가 굴 안으로 들어갔다. 회정은 이곳이 관세음보살의 거처요 보덕이 수행했던 곳임을 깨닫고 굴에 머물면서 열심히 관음기도를 행하였다.

그의 기도와 함께 많은 이적들이 나타나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관음기도도량으로 삼아 참배하기를 끊이지 않았으므로 여러 가지 구조물을 첨가하여 절을 중창하였다고 한다. 그 뒤 1540년(중종 36)에는 왕실에서 중수하였고, 1808년(순조 8)에는 율봉(栗峰)이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절은 깎아지른 벼랑의 돌출 부분 위에서부터 쇠사슬을 내려서 그 밑을 쇠기둥으로 버티었다. 그 쇠기둥 위로 판자를 얹고 판자의 다른 부분은 쇠사슬로 엮어서 바위에 기대게 하였다. 본전인 관음전(觀音殿)에 들어서면 흔들거리는 마루와 그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천길 낭떠러지가 보인다. 그곳에서 조금 아래쪽에는 관음상을 봉안한 관음굴이 있다. 암벽의 서쪽을 파서 뚫은 인공석굴로서 백색의 관음상을 안치하였다.

이 관음상은 금강산 안에서 가장 영험 있는 불상으로 유명하다. 또 굴 입구를 덮은 지붕의 정상에는 탑을 안치하였는데 기단부는 없어지고 상륜부(相輪部) 일부와 2층탑신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 탑에는 우리나라 탑의 조각에서는 매우 희귀한 본생담(本生譚) 1편이 음각되어 있다.

 

李齊賢

고려 말기의 문신․학자(1287~1367). 초명은 지공(之公), 자는 중사(仲思), 호는 역옹(櫟翁), 익재(益齋)이다. 벼슬은 문하시중에 이르렀으며 당대의 명문장가로 정주학의 기초를 닦았다. 왕명으로 실록을 편찬하였고 중국 원나라 조맹부의 서체를 고려에 도입하여 유행시켰으며 고려의 민간 가요 17수를 한시로 번역하였다. 대표적인 저서에 《익재집》, 《역옹패설》, 《익재난고》가 있다.

 

普德窟(보덕굴) - 李齊賢(이제현)

 

普德窟(보덕굴) - 李齊賢(이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