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이나 儀式에서 방향을 일컬을 일이 많은데, 예절에서 방향을 말할 때는 전후좌우라 하지 않고 동서남북을 많이 쓴다.
전후와 좌우는 상대적 개념으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위치가 바뀌어, 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란을 배제하기 위하여 동서남북이라는 방위를 이용한다.
즉, 먼저 上席인 북쪽을 확정하고, 그 좌측을 동쪽, 그 우측을 서쪽, 그 상대측을 남쪽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북쪽은 절대적인 방위가 아니라 상대적인 방위임을 알아야 하는데, 상석이 항상 방위상의 북쪽에 해당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선생님이 서 계시는 쪽을 北으로 삼으라는 것이지, 선생님이라고 하여 항상 南으로 향하여 서 계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 上席의 想定
禮節에서 동서남북은 자연의 東西南北과 관계없이, 예절을 행하는 장소에서 제일 윗자리(上席)를 北으로 想定하고, 上席의 앞이 南이며, 왼쪽이 東이고, 오른쪽이 西가 된다.
북을 上席으로 보는 경우를 예시해 보겠다.
- 임금이 계시는 방향은 북쪽이므로, 임금은 항상 南面한다.
- 祭儀에서는 神位를 모신 곳이 북쪽이다.
- 婚禮에서는 주례가 있는 곳이 북쪽이다.
- 사무실에서는 제일 상사가 있는 곳이 북쪽이다.
- 교실에서는 선생님이 계신 곳이 북쪽이다.
- 행사장에서는 단상이 북쪽이다.
- 묘지에서는 그 묘지가 어느 방향이든지 관계없이 남향한 것이 된다.
- 건물은 어느 쪽을 향했든 남향한 것으로 보아 동서남북을 정한다.
2. 예절에서 방위의 특례
일반적으로 예절에서의 방위는 동서남북으로 말하는데 다음과 같은 특례가 있다.
- 특정 자연인을 기준으로 말할 때는 “누구의 왼쪽”, “누구의 오른쪽”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자연인을 기준으로 말하면 혼동될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예: 주인의 왼쪽, 오른쪽)
- 특정 자연인을 기준으로 말하지 않고 그냥 좌우나 전후라 말할 때는 상석의 전후와 좌우를 의미한다.
3. 男左女右는 男東女西이다
- 우리가 흔히 男左女右라는 말을 많이 쓴다. 공손한 자세를 취하려고 拱手할 때 평상시에 남자는 왼손이 위이고, 여자는 오른손이 위인 것이 대표적이다.
- 공수는 남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혼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상석이 된다. 그러니까 자기의 왼쪽이 東이고 오른쪽이 西이다. 東은 해가 뜨는 곳이니까 陽 즉 남자이고, 서쪽은 해가 지는 곳이니까 陰 즉 여자이다. 그러므로 남자는 왼손을 위로 하고, 여자는 오른손을 위로 하는 것이다.
- 혼자서 하는 拱手는 자기 기준으로 하지만, 한 사람 이상의 남녀가 함께 예절을 행할 때는, 북쪽을 먼저 상정하여 東·西·男을 정하고, 남자는 東(즉, 左)에 여자는 西(즉, 右)에 위치하게 하는 것이다.
4. 生者와 死者의 구별
- 生者는 以東爲上으로 동쪽을 上으로 하고, 死者는 以西爲上으로 서쪽을 上으로 한다.
- 그러므로 婚禮, 見舅姑禮, 壽宴禮와 절을 받을 때는 男左女右 즉, 男東女西로 내외가 앉아야 한다.
- 死者로서 墓地에서 合葬할 때 남편을 서쪽, 부인을 동쪽에 묻는다. 제사의 紙榜을 쓸 때도 서쪽에 考位, 동쪽에 妣位를 쓴다.
- 제사를 지낼 때 祭官은 生者이므로 男子 祭官은 동쪽에 서고, 女子 祭官은 서쪽에 선다.
5. 上·下席의 기준
- 동쪽과 서쪽에서는 산 사람은 동쪽이 상석이고, 죽은 사람은 서쪽이 상석이다.
- 북쪽과 남쪽에서는 생사모두 북쪽이 상석이다.
- 중앙과 양단에서는 중앙이 상석이다.
- 높은 곳과 낮은 곳에서는 높은 곳이 상석이다.
- 편리한 곳과 불편한 곳에서는 편리한 곳이 상석이다.
- 안전한 곳과 위험한 곳에서는 안전한 곳이 상석이다.
- 남자와 여자는 남자가 상석이다.
- 문관과 무관은 문관이 상석이다.
- 생자와 사자는 각각 상석을 정한다
- 위 기준이 상충하면 의식의 목적에 가까운 기준에 의한다.
6. 좌석배치의 실제
혼인예식장에서 신랑이 동쪽이고 신부가 서쪽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전통 혼례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종교의식이 그렇다.
7. 上京과 下鄕
예전 사람들은 임금의 居處는 높고, 신하의 居處는 낮다는 관념적 高下를 가졌다. 이것은 물론 王朝時代의 産物로서, 임금이 사는 서울로 가는 것을 上京(서울로 올라간다), 지방으로 가는 것은 임금이 사는 곳과 멀어지므로 下鄕(시골로 내려간다)이라고 하였다. 벼슬을 내놓고 지방으로 가는 것은 아예 落鄕(시골로 떨어진다)이라고 했다.
지금도 그 풍습이 남아 있어서, 기차나 버스가 서울 쪽으로 가는 路線은 上行線, 지방 쪽으로 가는 것은 下行線이라고 한다.
따라서, 지도상으로 서울의 아래에 있는 부산이나 광주에 사는 사람은 물론이고, 지도상으로 서울의 위에 있는 평양이나 함흥에서도 서울로 가는 기차는 상행선이고, "서울에 올라간다."라는 말을 쓴 것이다. 배를 타고 와야 하는 제주도 사람들도 서울에 갈 때는 건너가거나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올라가는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은?”이라는 수수께끼도 생겼다. 그 수수께끼의 답은 <백두산>이 아니고 <서울>이다.
관료가 죄를 지어 귀양길을 떠나거나, 賜藥을 받으면 마지막으로 임금이 있는 방향을 향하여 절하는 장면을 사극에서 볼 수 있는데, 그것을 北向再拜라고 한다. 신하가 있는 곳이 서울의 남쪽인 제주도일 때는 물론이고, 서울보다 북인 함흥일 때도 임금에 대한 마지막 인사는 北向再拜였고, 서울과는 딴판인 북쪽을 향해 절했다.
이것은 왜냐하면, 예전의 임금은 南面한다는 관념이 있으므로, 北面한다는 것은 신하로서 왕으로 섬긴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즉, 임금의 方位는 地理的 方位가 아니라, 觀念的 方位로서, 上京(서울에 올라간다)과 相通하기도 한다.
다만, 부모가 생존해서 지방에 계실 경우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가면서도 “올라가서 뵙겠다.”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儒家에서는 孝를 가장 우선하는 德目으로 崇尙하였으므로, 부모님이 계신 곳은 당연히 높였고, 그에 따라 올라간다는 표현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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