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切은 한자사전에서 한자의 音을 표기하는 방법의 하나로, 두 글자를 가져오고 그 글자의 음을 조합해서 원래 글자의 음을 표기하는 방식이다. 반절이라는 이름은 反과 切을 합친 것으로, 수나라 시대 이전에는 ‘反’ 혹은 ‘翻’이라고 부르다가 唐 代宗 때 반역을 두려워한 황제가 '反'이라는 글자를 避諱로 지정함으로 인해서 당대 이후에는 '절'이라고 부르게 된 것에서 유래했다.
1.역사
한자는 기본적으로 표음문자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 보거나 처음 배우는 한자의 음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주음부호와 한어병음과 같은 한자음 표기수단이 고안되기 전에는, 어떤 한자의 음을 나타내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다른 한자를 가져와서 쓸 수밖에 없었다.
《爾雅》 같은 고대 사전에서는 어떤 한자의 음을 표기하기 위해서 그 한자와 음이 같은 다른 한자를 예로 들었다.
이 경우 보통 문장 형식이 'A,讀若B'(A는 B와 같이 읽는다), 혹은 'A,音B'(A는 음이 B다)였는데, 전자를 讀若法이라고 하고 후자를 直音法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반절이라는 방식의 도입은 후한 시대 때 불교의 전래와 함께 인도의 음운학적 지식이 중국으로 들어온 것과 연관이 있다고 여겨진다. 삼국 시대 위나라의 孫炎이 《爾雅音義》를 쓰고 이 책에 처음으로 반절을 학술적인 표음 방법으로 채택했다고 하며, 魏晉 시대에 들어서 반절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爾雅: 十三經의 하나. 작자 · 제작 연대 미상으로, 古語를 用法과 종목별로 분류 · 해석한, 가장 오래된 字典. 漢나라 학자들이 모든 經書, 특히 詩經의 傳注를 集錄한 것이라 함. 주석서로 ‘爾雅注疏’가 있음. 3권.
반절이 사용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자료는 6세기의 《玉篇》과 《經典釋文》이다. 그 이후로도 601년에 만들어진 韻書인 《切韻》이나, 1716년에 완성된 《康熙字典》에서도, 한자음을 표기하기 위해 반절이 이용되었다. 이렇듯 한어병음과 주음부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반절이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현대에 들어서 반절은 中古音 및 중국음운학을 연구하는 데 기초자료가 되고 있다.
2. 사용 방법
반절의 기본 구조는 A,BC反 혹은 A,BC切이다.
음을 표기하려는 원래 글자 A를 反切歸字, 음을 표기하기 위해 가져온 두 글자 B와 C를 각각 反切上字와 反切下字라고 하는데, 반절상자는 聲母를 표시하고 반절하자는 韻母와 聲調를 표시한다. 즉, B에서 음절의 초성 부분만 취하고, C에서 음절의 중성과 종성 및 성조를 취한 다음, 이 둘을 조합해서 A의 음을 표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廣韻에 '東'이라는 글자의 발음을 설명하기 위해 「東,……德紅切」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는 '德'(덕, [tək] 입성)의 성모인 [t], '紅'(홍, [ɣuŋ] 평성)의 운모 [uŋ]과 성조인 평성을 합해서, '東'(동, [tuŋ] 평성)의 발음을 나타낸 것이다.
예)
「根,古痕切」: 根([kən] 평성) = 古([kuo] 상성) + 痕([ɣən] 평성)
「可,枯我切」: 可([kʰɑ] 상성) = 枯([kʰuo] 평성) + 我([ŋɑ] 상성)
「崩,北滕切」: 崩([pəŋ] 평성) = 北([pək] 입성) + 滕([dəŋ] 평성)
「豆,田候切」: 豆([dəu] 거성) = 田([den] 평성) + 候([ɣəu] 거성)
3. 한자음 변화의 영향
반절은 중고 시대의 한자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복잡한 법칙을 따라 한자음이 서서히 변한 현대에 이르러서는 반절귀자와 반절상자 · 반절하자의 관계가 불투명해졌다. 중고 시대에는 현재 보통화의 성조체계와는 다른 사성체계로 이루어져 있었고, 全濁音, 즉 유성 장애음 성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사성체계가 성모의 청탁(무성·유성의 차이)에 영향을 받아 陰調와 陽調로 나누어져 팔성체계가 되었고, 그 후에 우어를 제외한 모든 중국어 방언에서 전탁음이 淸音化(무성음화)되었는데, 이 때 성조의 영향을 받아 전청이 되거나 차청이 되었다. 이렇게 청탁과 성조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변화를 거친 결과, 현대 중국어에서 반절은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예를 들어, 위의 예인 「東,德紅切」에서 東, 德, 紅의 보통화 발음은 각각 [tʊŋ⁵⁵](dōng), [tɤ³⁵](dé), [xʊŋ³⁵](hóng)으로, 東과 紅의 성조가 일치하지 않는다. 이는 東의 성모인 端母([t])는 무성음이고 紅의 성모인 匣母([ɣ])는 유성음이라서, 원래 평성이었던 東과 紅의 성조가 각각 양평성과 음평성으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또한 「豆,田侯切」에서 豆, 田, 候의 보통화 발음은 각각 [tɤʊ̯⁵¹](dòu), [tʰjɛn³⁵](tián), [xɤʊ̯⁵¹](hòu)로, 豆과 田의 성모가 일치하지 않는다. 이는 豆과 田의 성모는 원래 定母([d])였는데, 유성음인 정모가 무성음화될 때 豆의 성조는 거성이어서 端母([t])로 흡수되고, 田의 성조는 평성이어서 투모透母([tʰ])로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4. 반절상·하자
《광운》에서 쓰인 반절상자와 반절하자는 다음과 같다
▶반절상자
순음, 설음, 치음, 아음, 후음, 반설음, 반치음으로 나누고 각각의 음에 대하여 대표 성모를 두고 대표 성모 밑에 반절상자를 배치하였다.
▶반절하자
운모에 따른 사성의 해당 글자를 배치하였다.
5. 의의와 한계
반절은 음절을 반으로 나눠 인식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과학적이고 진보된 표음 방식이다. 또한 반절에 쓰이는 반절상하자에는 잘 쓰이지 않는 글자를 피했기 때문에, 반절상하자의 음들을 알고 있으면 원래 알고자 하는 어려운 한자의 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반절은 이전에 쓰이던 독약법, 직음법 등의 방법과 비교해서 훨씬 더 진화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반절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었다.
- • 표기용으로 쓰이는 상하자가 너무 많다. 반절상자 약 4백 자, 반절하자 약 1천 자에 둘을 합친 조합은 약 5천 가지.
- • 글자를 그대로 읽지 않고 일부분만 따온 다음 조합해서 읽어야 한다.
- • 반절을 이루는 한자의 음을 모른다면, 해당 한자의 반절을 찾고 또 찾는 무한루프에 빠진다. 영영사전을 뒤져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 • 쉬운 글자의 음을 오히려 더 복잡한 글자들의 합으로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一은 於("ㅇ")와 悉("ㅣㄹ")의 합으로, 八(팔)은 博("ㅂ")과 撥(ㅏㄹ")의 합으로 표현하였다.
- 위에서도 설명했듯, 한자음 또한 중국에서 시대에 걸쳐 계속 변했기 때문에, 같은 반절이라도 이 시대에는 통하던 것이 다른 시대에는 안 통하고, 또 이 지역에서는 통하는 것이 다른 지역에서는 안 통하기도 한다. 속음 같이 반절을 무시하는 사례도 있다.
*한글의 造字원리는 한자 반절의 원리에 따라 자모를 초, 중, 종성으로 조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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