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은 한문을 쓸 때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고 띄어쓰기를 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해프닝이 생겼습니다.
요즈음 잘 변역된 고전도 사실은 작자의 의도가 정확히 전해지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띄어쓰기와 구두점이 없는데 기인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띄어쓰기가 되고 구둣점이 찍힌 한문은 해석하기 얼마나 편한 것입니까?
재미있는 얘기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옛날 70먹은 老人(노인)이 老益壯(노익장)을 發揮(발휘)하여 늦게 아들을 한 명 얻었습니다. 그 위로는 어느덧 成長(성장)하여 시집간 딸이 있었고요. 老人에게는 若干(약간)의 財産(재산)이 있었는데 아들에게 完璧(완벽)하게 물려줄 窮理(궁리)를 하다 遺言(유언)으로 아래의 글을 남기고 돌아가셨답니다.
"七十生子非吾子家産傳之壻他人勿取(칠십생자비오자가산전지서타인물취)"
큰딸과 사위는 이 글을 이렇게 끊어 읽고 풀이했답니다.
七十生子非吾子 /家産傳之壻 /他人勿取
칠십에 아들을 낳으니 내 아들이 아니다.
가산을 사위에게 물려주니,
다른 사람은 갖지 말라.
이렇게 풀이한 큰딸과 사위는 財産을 불려가며 잘 살았지만 어린 동생을 돌보지 않았죠.
歲月(세월)은 어느덧 十餘年(십여년)이 넘어 어린 동생도 靑年(청년)티가 나며 글도 깨우치게 되었답니다.
偶然(우연)히 아버지가 남긴 遺言을 보게 된 동생은 그 길로 官家(관가)로 달려가 누나가 가로챈 財産을 돌려 달라고 告訴(고소)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財産을 누나로부터 完全하게 다시 돌려 받을 수 있었습니다.
訴訟(소송)에서 이긴 理由(이유)는 遺言을 이렇게 끊어 읽고 풀이했기 때문입니다.
七十生子非吾子/ 家産傳之/ 壻他人/ 勿取
칠십에 아들을 낳았다고 내 아들이 아니리오?
가산을 그에게 전하노니,
사위는 타인이므로,
갖지 말라.
어떻습니까.
짧은 文章(문장)이지만 이런 풀이도 저런 풀이도 나올 수 있답니다.
띄어쓰기와는 상관 없지만 말이 나온 김에 한문을 해석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사례를 보여 드리려 합니다. 한문에는 한글만큼 조사가 발달되지 않고 용언의 활용을 위한 어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때문에 글자의 변화없이 옛글 그대로 몇천년을 이어왔겠지만.
“天高馬肥(천고마비)”
(1)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순접) 혹은 하늘은 높지만 말은 살찐다. (역접)
(2) 하늘이 높을 때 말은 살찐다. (때)
(3) 하늘이 높으므로 말이 살찐다. (이유)
(4) 하늘이 높다면 말이 살찐다. (조건)
(5) 하늘이 높을지라도 말은 살찐다. (양보)
(6) 하늘이 높으면서 말은 살찐다. (동시)
앞뒤의 문맥을 모르고 위 문장을 자신있게 풀 수 있을까요?
2021.4.30 -삼을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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