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同散異

제사(祭祀)와 축문(祝文)

耽古樓主 2022. 11. 13. 19:45

1.축문 개괄

축문이란 제사를 받드는 자손이 제사를 받는 祖上에게 제사의 緣由와 정성스러운 감회를 표하며 간략하나마 마련한 제수를 권하는 글이다.

 

살아계신 어른에게 색다른 음식을 올릴 때 宜當 권하는 말씀을 올리는 것처럼 조상에게도 祭羞를 올리면서 그 연유를 고하고자 축문을 작성하고 고한다.

 

축문을 작성하는 과정은 作祝과 修祝으로 이루어지는데, 작축은 축의 내용을 짓는 것이고 수축은 종이에 축문을 쓰는 것이다.

 

축문의 내용은 그 제사를 지내게 된 연유를 '언제' '누가' '누구에게' '무슨 일로' '무엇을'의 형식으로 고하고 제사를 받으시라는 줄거리로 이루어진다.

 

과거에 祠堂(家廟)을 모실 때는 ‘有事卽告’라 하여 일이 있을 때마다 축문을 작성해서 조상에 고했기 때문에 기제사의 경우에는 추모하는 뜻만 기록했었다. 그래서 일정한 서식이 있어 날짜와 奉祀者, 對象만을 사실대로 써넣으면 되었다.

 

近者에는 조상의 신위를 모시는 사당이 거의 없으므로 일이 있을 때마다 고하는 일이 없어서 기제사 때 지난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축문으로 고하는 것도 무방하다.

고할 내용은 '謹以' 글자 앞에 고할 내용을 써서 고한다.

 

축문의 글자는 모두 합쳐 보아야 70여 자에 불과하고 중복되는 글자를 빼면 얼마 안 되므로 조금만 학습하면 누구나 쓸 수 있다.

 

그것은 또한 일정한 양식으로 되어 있어서 표준 문안을 몇 부 작성하여 비치해 둔다면 언제든지 베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축문은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한지에 붓으로 쓰는 것이 좋으나 흰 종이에 다른 필기구를 써도 무방하다.

 

종이의 규격은 축문의 길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A4용지 정도의 크기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

 

제사를 받는 조상을 표시하는 첫 글자는 다른 줄의 첫 글자보다 한 字 정도 높게 쓴다.

즉 신위를 표시하는 첫 자, 신위의 가상적인 행동 등을 표시할 때는 줄을 바꾸고 한 자를 올려 시작한다.

 

2. 축문 해설

아래에서 아버지 제사 때의 축문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겠다.

 

유(維)

‘이제’라는 豫備音이다.

 

세차(歲次)

해의 차례가 이어 온다는 뜻이다. 維歲次는 ‘이해의 차례는’으로 축문의 첫머리에 쓰는 文套이다.

 

갑자(甲子)

제사 지내는 해의 太歲이다. 즉, 年의 干支이다.

 

삼월신유삭(三月辛酉朔) :

제사지내는 달과 제사지내는 달 1일의 日辰이다.

1월은 ‘정월’로 한다.

일설에 ‘三月(月建)’으로 제사지내는 달을 쓰고 그 달의 월건을 써야 한다고 한다.

월건이란 60월에 한번 돌아오는 그 달의 고유 干支이다.

그러나 월건은 윤달에 배정되지 않을 뿐 아니라 1972년 공주에서 발굴된 무령왕릉 墓誌石文에도 『百濟斯麻王年之十二歲癸卯年 五月 丙戌朔 七日壬辰崩)』이라 명기하여 朔을 활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초오일을축(初五日乙丑) :

제사지내는 날짜와 제사지내는 날짜의 日辰이다.

 

효자(孝子) :

孝子는 父母 忌祭에 맏아들이라는 뜻이고 이 孝는 ‘맏이 효’ 字로 제사를 지낼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自稱 孝子는 이해하기 어려우나 禮記의 雜記上編의 祭에는 稱孝子孝孫하고 喪에는 稱哀子哀孫하라고 명시하여 제례와 상례에는 이것이 禮라고 한다.

孝孫은 祖父母 忌祭일 때 맏손자라는 뜻이고, 孝曾孫은 曾祖父母 기제일 때 쓰며 맏 증손이라는 뜻이고 孝玄孫은 高祖父母기제 일 때에 맏 현손이라는 뜻으로 쓴다.

 

갑동(甲童)

奉祀主人의 이름이다. 위 사람이나 남편이 주인일 때는 이름을 안 쓰는 가문도 있다.

만일 봉사주인이 사정이 있어 직접 제사 지내지 못할 때는 누군가를 대신하게 하고 봉사주인의 이름 다음에 사유(와병, 여행, 유고등) 將事未得使 관계 이름을 쓴다.

예: 孝子 甲童 有病將事未得使 舍弟 乙童 敢昭告于

孝子 甲童 遠行將事未得囑 族叔 乙童 敢昭告于

 

감소고우(敢昭告于)

윗대에게는 감소고우를 쓰고, 아내에게는 敢자를 쓰지 않고 昭告于라고 쓰고 아들에게는 敢昭를 쓰지 않고 告于라고 쓴다.

 

顯考 :

顯은 자손이 亡父祖에 대한 敬語이다.

顯考는 아버지의 忌祭일 때 쓰고, 어머니의 기제에는 顯妣孺人이라고 쓰고, 할아버지 기제에는 顯祖考를 쓰고, 할버니 기제에는 顯祖妣孺人이라 쓴다.

손아랫사람의 기제일 때 亡을 쓰고, 부인일 때는 亡室 또는 故室이라고 쓴다

 

處士, 學生

고인의 官職이 없을 때 처사 또는 학생이라고 쓰며 고인이 관직을 가졌을 때는 고인의 관직을 그대로 쓴다.

 

府君

높여서 하는 말로서 남자에게 붙인다.

 

歲序遷易

해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諱日復臨

‘돌아가신 날이 다시 돌아오니’의 뜻이다.

아랫사람의 기제사에는 望日復至라 쓴다.

 

追遠感時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생각이 난다.’라는 뜻이다.

 

昊天罔極

흠모하거나 공손함이 크다는 말이며 부모의 경우에만 쓴다.

不勝永慕는 조부 이상의 경우에 쓰는데 뜻은 ‘길이 흠모하는 마음 이길 수 없나이다’의 뜻이다.

不勝感愴은 남편과 백숙부모의 경우에만 쓰는데 ‘가슴 아픔을 이길 수 없다’라는 뜻이며

不勝悲苦는 아내의 경우에 쓰고

情何悲通은 형의 경우에 쓰며

心毁悲念은 아들의 경우에 쓴다.

 

謹以

‘삼가’의 뜻이다. 아내와 아랫사람에게는 ‘慈以’라 쓴다.

 

淸酌庶羞

맑은 술과 여러 가지 음식이라는 뜻이다.

가령 탁주를 올리고도 謹以淸酌이라 함은 불효가 아니냐 하는 異議도 있으나 이 문제는 정성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生時에 술을 마시지 않던 고인에게 술을 올리는 것이나 왼손잡이에 대하여 侑食할 때 [揷匙飯中西炳]라고 하는 등은 故人 生時의 생활과는 상반되는 점도 있다.

魂神을 모신 제례음식은 생자의 일반음식과는 다른데, 신이 忌避하는 과일인 복숭아나 “치”字가 든 생선은 쓰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恭伸奠獻

공경을 다해 받들어 올린다는 뜻이다.

 

尙饗

尙은 ‘바라건대’라는 뜻이다. 같은 용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 爾尙輔予一人! 《書經 湯誓》

○ 바라건대 여러분은 나 한 사람을 도우시오.

 

¶ 烏呼哀哉, 尙饗! 《韓愈: 祭十二郞文》

○ 아, 슬프구나! 흠향하여 주시옵소서!

饗은 흠향하시라는 뜻이다.

 

3. 제사에 덧붙이는 말

 

門中의 제례행사는 계속 전승할 아름다운 일로서, 요즘 일반가정에서 紙榜 대신 영정을 모셔놓고 降神에 이어 한문 축문 대신 한글 축문을 고하거나 口頭로 告하는 예가 많은데 굳이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부연할 것은 일부 문중에서 제사를 높인다고 제향(祭享), 시향(時享), 향사(享祀)라 호칭함은 과대표현이라 본다.

원래 祭享은 나라의 큰 제사를 뜻하는 것인데 각 문중에서 이를 수용하여 보편화된 것이므로 私家에서는 제사(祭祀), 시제(時祭), 기제(忌祭), 묘제(墓祭)등으로 표현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 외에 축 또는 祝官을 大祝으로 표기함도 잘못이다. 대축이라 함은 나라의 종묘 또는 문묘 성균관 향교 大成殿의 제향시 축관의 우두머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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