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同散異

程伊川(정이천)의 三不幸(삼불행)

耽古樓主 2023. 1. 18. 21:57

[小學] ]嘉言]에서도 程伊川의 二程全書의 글을 인용하였다.

程伊川(정이천)의 三不幸(3불행)

伊川先生言, 人有三不幸.
少年登高科, 一不幸.
席父兄弟之勢爲美官, 二不幸.
有高才能文章, 三不幸也.

이천선생이 말하였다.

“사람에게는 세 가지 불행이 있다.

젊은 나이로 과거 시험에 급제하는 것이 첫 번째 불행이요,

부모의 권세에 힘입어 좋은 벼슬을 얻는 것이 두 번째 불행이요,

재능이 뛰어나고 글솜씨가 좋은 것이 세 번째 불행이다.”

 

첫 번째 불행은 젊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옛날에는 과거에 급제하는 것만이 입신양명의 유일한 방편이라고 여겼으므로, 少年에 登科함이 자신이나 가문의 자랑이었을 터인데, 조금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젊어서 성공한 사람은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알지 못하고, 그 경지에서 만족하여 방일하거나, 더 큰 성공에 욕심을 내어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두 번째 불행은 부모형제를 잘 만나서 그 위세를 끼고 사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부모 형제만 믿고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그것이 불행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 불행은 뛰어난 재주와 문장력을 가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재주가 출중하고 문장이 좋으면 그 재주와 능력을 믿고 안일함에 빠져 인생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정이선생이 지적한 것은 사람들이 모두 바라면서 인생의 목표인 양 추구하는 항목입니다.

물론 선생의 말씀은 그렇게 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 지경에서 더욱 진보하여 학문과 덕행을 길러나가라는 뜻의 말씀이겠지요.

 

정이천선생의 삼불행의 소개는 이쯤에서 마치고 부가하여, 여러 가지 주워들은 얘기들을 지껄여 볼까 합니다.

 

젊은 나이로 과거 시험에 급제하는 것, 부모의 권세에 힘입어 좋은 벼슬을 얻는 것, 타고난 재주가 뛰어나고 글 솜씨가 좋은 것, 당장은 행운처럼 보일지 몰라도 길게 보면 모두 불행입니다.

少年登科 不得好死라 하여, 소년등과한 사람이 좋게 죽은 사람이 없다는 말도 있고, 少年登科 敗家亡身이라는 옛말도 있습니다.

맹자는 進銳者 其退速 즉 나아가는 것이 빠른 자는 그 물러남도 빠르다며 빨리 감을 경계했습니다.

人生事라는 게 전반전이 좋으면 후반전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고, 더구나 젊어서 출세하면 십중팔구 거만해지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버릇이 생깁니다.

그러므로 속담에 이르기를,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하였습니다.

 

정조 14년 황사영은 17세에 사마시에 급제하여 진사가 되었는데, 이에 정조는 어린 사영을 불러 손을 잡으면서 ‘네 나이 20세가 되거든 짐을 찾아오너라. 짐이 너를 꼭 등용하고 싶다’라고 하여 황사영의 출세를 임금이 보장하였다 합니다.

​40대의 정약현은 자신의 딸과 결혼할 어린 사윗감 황사영을 불러서 첫 만남을 가졌는데, 사윗감을 본 첫 마디는 少年登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황사영은 어린 나이에 높은 지위에 오르는 일과 재주가 좋아서 문장을 잘 짓는 일이 인간의 큰 불행이라는 소학의 말을 떠올리면서 겸손함을 배우려고 했다고 합니다.

 

조선 초기 남이장군도 16세(세조 3년)에 무과에 급제했고, 26세에 반란을 진압하여 1등 공신에 책봉되었으며, 이듬해 병조판서가 되었지만, 몇 달 뒤 모함에 휘말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인생은 좀 더 멀리 보고 갈 일로서, 인새을 마칠 때 좌절과 고난 속에서도 그가 이룬 것을 보고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金馹孫은 잘나가던 이조좌랑을 사직하고 賜暇讀書를 청하는 상소문을 올렸습니다. 그는 옛사람이 경계한 소년등과 일불행이 바로 자신을 두고 한 말이라며 너무 젊은 나에게 요직을 두루 거쳐 큰 은총을 입었으니 이쯤에서 그치고 독서로 자신을 충전하겠다며 사직을 간청했습니다.

 

閔泳煥이 규장각 대교에 임명되자, 역량이 안 되니 취소해 달라는 상소를 올렸습니다.

"직임이 화려할수록 졸렬함이 더 드러나고 돌아보심이 두터울수록 송구함만 늘어갑니다. 주제넘게 차지하고서도 당연히 온 것으로 여기고 감사히 받드는 것을 본래 있던 것처럼 할 수 없어 진심으로 우러러 성상께 아룁니다. 바라옵건데 굽어살펴 속히 신에게 제수하신 직책을 거두어 주소서"

 

滿招損 謙受益이란 〈서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교만은 손해를 부르고, 겸손은 이익을 받는다”

 

손자 <군쟁편> 에 迂直之計라는 말이 나옵니다.

가까운 길을 곧게만 갈 것이 아니라,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병법의 지혜입니다.

먼 길을 우회해 돌아가면서도 오히려 지름길로 간 것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곤란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으로 반전시키는 우직지계의 삶에 迂廻蓄積의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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