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漢文

도자설(盜子說)-강희맹(姜希孟)

耽古樓主 2024. 1. 4. 20:03

출처: 私淑齋集』 卷之九

 

 

民有業盜者, 敎其子盡其術 , 盜子亦負其才, 自以爲勝父遠甚.

백성 중에 도둑질을 직업으로 삼은 자가 있어, 그 자식에게 그 술법을 다 가르쳐주니, 도둑의 자식이 또한 그의 재간을 자부하여 자신이 아비보다 훨씬 낫다고 여겼다.

每行盜, 盜子必先入而後出, 舍輕而取重, 耳能聽遠目能察暗 爲羣盜譽.
도둑질을 할 때마다 자식이 항상 먼저 들어가고 나중에 나오며, 가벼운 것은 버리고 무거운 것을 취하며, 귀로는 능히 먼 데 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능히 어둠을 살피매, 도둑들의 칭찬을 받았다.

誇於父曰
“吾無爽於老子之術而強壯過之, 以此而往, 何憂不濟”
제 아비에게 자랑삼아 말하였다.
내가 아버지의 기술에 못 미침이 없고 强壯함은 더 나으니, 이것을 가지고 가면 무엇을 못 하오리까?”
▶爽 : 덜다, 줄어들다. 어그러지다, 잘못되다.

盜曰
“未也.

智窮於學成而裕於自得, 汝猶未也.“
도적이 말하였다.
아직 멀었다.

지혜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득이 있어야 하는데, 너는 아직 멀었다.”

盜子曰
“盜之道以得財爲功 吾於老子功常倍之 且吾年尙少 得及老子之年 當有別樣手段矣.”
자식이 말하였다.
도적의 도는 재물을 많이 얻음을 공로로 삼는데, 나는 아버지에 비해 공이 항상 배나 되고 더구나 내 나이 아직 젊으니, 아버지의 연세에 도달하면 마땅히 특별한 수단을 갖게 될 터입니다.”

盜曰
“未也.

行吾術 重城可入 祕藏可探也.
然一有蹉跌 禍敗隨之.
若夫無形跡之可尋 應變機而不括 則非有所自得者 不能也.
汝猶未也.”
아비 도적이 말하였다.
“아직 멀었다. 내 술법을 그대로 행한다면 겹겹의 성도 들어갈 수 있고, 秘藏한 것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차질이 생기면 재앙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형적이 드러나지 않고 임기응변하여 막힘이 없음은 自得의 묘가 없으면 못 한다.
너는 아직 멀었다.”

盜子猶未之念聞, 盜後夜與其子, 至一富家.

자식이 그 말을 들은 척도 아니하매, 아비 도적이 다음날 밤에 그 자식과 더불어 한 부잣집에 갔다.

 

令子入寶藏中, 盜子耽取寶物.

자식을 시켜 보장(寶藏)속에 들어가게 하매, 자식이 한창 보물을 챙기고 있었다.

盜闔戶下鑰, 攪使主聞, 主家逐盜返, 視鎖鑰猶故也, 主還內.
도적이 밖에서 문을 닫아 자물쇠를 걸고, 일부러 소리를 내어 주인이 듣게 하니, 주인이 집에 도적이 든 줄 알고 쫓아 나와 자물쇠를 본즉 전과 같으므로, 주인이 안으로 돌아가 버렸다.

盜子在藏中 無計得出.
자식 도적은 보장 속에 갇혀 나올 방법이 없었다.

以爪搔爬 作老鼠噬嚙之聲, 主云
“鼠在藏中損物, 不可不去.”
그래서 손톱으로 빡빡 긁어서 쥐가 갉아대는 소리를 내니, 주인이 말하였다.
쥐가 보장 속에 들어 물건을 절단내니 쫓아버려야겠다.”

張燈解鑰將視之, 盜子脫走, 主家共逐, 盜子窘 度不能免 繞池而走 投石於水.
등불을 켜고 자물쇠를 열고 보는 사이에 자식 도적이 빠져 달아나매, 주인집 식구가 모두 나와 쫓으니, 자식 도적이 군색하여 벗어나지 못하리라 판단하고, 못가를 돌아 달아나면서 돌을 집어 물에 던졌다.

逐者云
“盜入水中矣”
쫓던 자가 말하였다.
도적이 물에 뛰어들었다.”

遮躝尋捕, 盜子由是得脫歸 怨其父曰
"禽獸猶知庇子息 何所負 相軋乃爾"
모두 막아서서 찾으니, 자식 도적이 이 틈에 빠져나와 제 아비를 원망하였다.
禽獸조차 제 새끼를 보호할 줄 아는데, 제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렇듯 욕을 보입니까?”

盜曰
아비 도적이 말하였다.

“而後乃今汝當獨步天下矣.
이후로는 네가 마땅히 천하를 獨步할 터이다.

凡人之技 學於人者 其分有限 得於心者 其應無窮. 而况困窮咈鬱 能堅人之志而熟人之仁者乎?
무릇 사람의 기술에는 남에게 배움에는 한도가 있고, 제 마음에서 얻음은 응용이 무궁한 법인데, 하물며 곤궁하고 답답함이 능히 사람의 心志를 견고하게 만들고, 사람의 기술을 익숙하게 만들지 않더냐?

吾所以窘汝者 乃所以安汝也 吾所以陷汝者 乃所以拯汝也.
내가 너를 곤궁하게 만듦은 바로 너를 편안하게 하는 방법이고, 내가 너를 위험에 빠뜨림은 바로 너를 건져 주기 위함이었다.

不有入藏迫逐之患 汝安能出鼠嚙投石之奇乎?
만약 보장에 갇히고 긴박하게 쫓기던 환란이 없었다면, 네가 어찌 쥐가 갉고 돌을 던지는 奇策을 내었겠느냐?

汝因困而成智 臨變而出奇 心源一開 不復更迷.
네가 곤경을 통하여 지혜를 짜내고 臨機應變으로 奇策을 내었으니, 지혜가 한 번 열리기 시작하면, 다시 미혹되지 않는 법이다.

汝當獨步天下矣.
네가 마땅히 천하를 독보하겠다.”

後果爲天下難當賊.
그 뒤에 과연 천하에 적수가 없는 도적이 되었다.

夫盜賊 惡之術也 猶必自得 然後乃能無敵於天下.
무릇 도둑질은 악한 기술이지만, 반드시 自得이 있은 연후에야 비로소 천하에 적수가 없는 법이다.

而况士君子之於道德功名者乎!
하물며 士君子道德功名에 나아감에 있어서랴!

簪纓世祿之裔 不知仁義之美學問之益 身已顯榮 妄謂能抗前烈而軼舊業 此正盜子誇父之時也.
대대로 벼슬하여 국록을 누리던 巨族의 후손이 인의의 아름다움과 학문의 유익함을 모르고, 제 몸이 이미 顯達하면 망녕되이 前烈에 항거하여 옛 업을 무시하니, 이것은 바로 자식 도적이 아비 도적에게 자랑하던 시절이다.

若能辭尊居卑 謝豪縱愛淡泊 折節志學 潛心性理 不爲習俗所搖奪 則可以齊於人 可以取功名 用舍行藏 無適不然 此正盜子因困成智 終能獨步天下者也.
만약 능히 높은 것을 사양하고 낮은 데 거하며, 호방함을 버리고 담박함을 사랑하며, 절조를 굽혀 학문에 뜻을 두고 性理潛心하여 습속에 휩쓸리지 않으면, 남과 齊等할 수도 있고 공명을 취할 수도 있으며, 등용되면 행하고 버리면 들앉아서 어디고 적당하지 않음이 없으리니, 이것은 바로 자식 도적이 곤경에 부닥치자 지혜를 짜내서 마침내 天下獨步함이다.

汝亦近乎是也, 毋憚在藏迫逐之患, 思有以自得於心可也.
너도 또한 이와 近似하니, 도적이 보장에 갇히고 사뭇 쫓기는 환란을 꺼리지 말고, 마음에 자득할 수 있기를 생각하여라.

毋忽.
輕忽히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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