耽古樓主의 한문과 고전 공부
김삿갓(金炳淵)의 시 몇수 본문
김삿갓(金炳淵)의 시 몇수
二十樹下
二十樹下三十客 四十村中五十食.
人間豈有七十事 不如歸家三十食.
스무나무 아래 서러운 객이요, 망할 동네에 쉰밥이라.
인간에 어찌 이런 일이 있으리오, 집에 가서 선 밥을 먹느니만 못하구나.
還甲宴
彼坐老人不似人 疑是天上降神仙.
眼中七子皆爲盜 偸得王桃獻壽宴.
저기 앉은 노인 사람 같지 않으니, 아마도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일시 분명하다.
눈앞의 일곱 아들 모두 도둑놈이니, 몰래 천도를 훔쳐 오늘 祝壽宴에 바치는구나.
▷회갑연에서 김삿갓이 上句를 부르면 회갑인 사람의 얼굴이 붉어졌다가, 下句를 부르면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無題
四脚松盤粥一器 天光雲影共徘徊.
主人莫道無顔色 吾愛靑山倒水來
네다리 소반에 죽 한그릇, 하늘빛 구름 그림자 함께 노니네
주인이여 무안해하지 마시오, 나는 청산이 물에 꺼꾸러져 옴을 사랑하노니.
▷가난하여 죽을 대접하며 미안해하는 주인과, 괘념치 않으며 주인을 위로하는 김삿갓의 모슴이 눈에 선하다.
自歎
九萬長天擧頭難 三千地濶未足宣.
五更登縷非翫月 三朝避穀不求仙.
구만리 장천에 머리 들기 어렵고, 삼천리 땅 넓으나 발 뻗기 어렵네.
오경에 누각에 오름은 달 감상코자 함이 아니요, 삼조에 곡식 피함은 신선이 되고자 함이 아니다.
▷김삿갓의 장원 급제한 시에 "一死猶輕萬死宜(한번 죽음은 오히려 가볍고 만번 죽어 마땅하다)라는 구절이 있다.
장원을 한 뒤, 집에 돌아와서 자랑하니, 그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그 죽어야 할 당사자가 너의 친 할아버지였다.’라는 말을 하였다. 이 엄청난 사연을 듣고 하늘 아래 죄인이 무슨 면목으로 하늘을 보랴 하는 심정으로 평생을 삿갓을 쓰고 방랑하며 자신을 한탄하는 시 自嘆에 위와 같이 읊은 것이다.
그는 점잖은 사대부의 감춰진 독설을 시(詩)로 승화시켰다. 그의 시가 대중적 인기를 얻는 정서적 놀이성도 큰 역할을 했다.
그가 엄숙한 사대부들에게 비판받는 대신 궁벽한 촌구석의 농민이나 서당 아이들의 사랑을 받은 데는 세태를 꼬집는 풍자적 내용과 함께 한자를 파격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욕은 억압의 해소에도 좋지만 정서적 교감에 작용하는 전달매체다. 그 대표적인 시에는 위에서 소개한 <二十樹下>가 있다.
불우한 지식인은 삿갓과 함께 방랑하는 처지를 또한 시로 승화하였다.
詠笠 一
浮浮我笠等虛舟, 一着平生四十秋.
牧竪輕裝隨野犢, 漁翁本色件白鳩.
가뿐한 내 삿갓은 빈 배와 같으니, 한 번 쓴 지 사십여 년이 되었네.
송아지를 따라가는 목동 아이도 쓰고, 갈매기를 벗 삼는 어부도 쓴다네.
醉來脫掛看花樹, 興到携登翫月樓.
俗子衣冠皆外飾, 滿天風雨獨無愁.
술 취하면 꽃가지에 걸어놓고, 달을 보러 나설 때는 옆에 끼고 가는구나.
세속의 의관이란 겉을 꾸미기 위한 것, 비바람이 몰아쳐도 삿갓 있어 근심 없네.
김삿갓의 풍자시는 만인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같잖은 잔소리가 심한 사람들에 대하여 욕설을 퍼붓는 듯한 시를 감상해 볼만 하다.
嘲僧儒一
僧首圓圓汗馬閬, 儒頭尖尖坐狗腎.
聲令銅鈴零銅鼎, 目若黑椒落白粥.
중의 둥글둥글한 머리는 땀 흘리는 말 부랄 같고, 선비의 뾰족뾰족한 관은 쪼그리고 앉은 개 좆이네.
목소리는 마치 구리방울을 굴리듯 우렁차지만, 눈은 흰죽 그릇에 빠뜨린 후추알 같네.
<破格詩>에서는, 겉으로 보면 친자연적 그가 삼라만상을 누비다가 술에 취해 있는 듯이 보이나, 끝 행에서 암시하듯이 이면에는 돈이 없어 세상에 버려질 수밖에 없는 ‘가난’의 참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天長去無執, 花老蝶不來.
菊樹寒沙發, 枝影半從池.
하늘은 멀어서 가도 가도 잡을 수 없고, 꽃은 시들어 나비들은 오지 않네.
국화는 찬 모래밭에 피어나고, 나뭇가지 그림자가 반이나 연못에 드리웠네.
江亭貧士過, 大醉伏松下.
月移山影改, 通市求利來.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가다가,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드렸네.
달이 기우니 산그림자 바뀌고, 시장을 통해 이익을 챙겨 오네.
이 시의 모든 글자를 우리말 음으로 읽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천장에 거무집, 화로에 짚불 내.
국수 한 사발, 지렁(간장) 반 종지.
강정 빈 사과, 대추 복숭아.
워리 사냥개, 통시 구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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